백현은 둘 만이 남겨진 처소 안 분위기가 어색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먼저 씻고 온다는 찬열을 뒤로 하고 백현은 어쩔줄 몰랐다.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이제야 마음을 열어주었는데 자신이 피한다면 다시 멀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옛 기억 때문인지 아니면, 아직 그렇다할 경험이 없어서 인지 백현은 앞으로 다가올 상황을 상상하면 두려움이 먼저 생겼다. 머리에서 물을 뚝뚝 흘리며 다가온 찬열에 백현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씻고온다며 급하게 자리를 피했다. "그... 씻고올게!" "응? 아,그래" 찬열은 어색한 걸음으로 욕실로 가는 백현의 모습을 보며 긴장의 한숨을 내뱉었다. 병원이 아닌 궁에서, 혼례 이후로 같이 밤을 지낸 적은 없었다. 찬열에겐 마치 오늘 밤이 첫날밤이었고, 아직 미숙한 감정이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드다어 함께라서 좋았다. 짐승이 아닌 이상, 아직 몸이 아픈 백현을 취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않았다. 그냥 침대에 나란히 누워 두 손을 맞잡고 잠들고 싶었다. 그냥... 입맞추고 웃어주는 그 모습이 좋았다. 백현은 발을 동동 구르며 처소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찬열이 진심인건지 알 수 없었고, 아프기도 싫었다. 아이를 핑계대며 다음으로 미루려고 마음을 먹었다. 이제 막 들어가려고 문고리를 잡자, 문이 벌컥열리고 백현은 놀라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여기서 뭐해?" "응? 아니, 들어가려고..." 한참을 지나도 들어오지 않는 백현이 걱정이 되어서 처소 밖을 나가던 찬열이었다. "그... 찬열아, 나 할 말있어." 백현은 긴장을 숨기고 찬열에게 다가갔다. "우리... 아기도 있고, 그리고 난 오늘 퇴원했고... 위험할수도 있다고 하셨잖아." "응, 근데?" "응..? 그러니까... 네가 이제야 나한테 좀 관심을 보여주는데 내가 피해버리면 싫어할거 알지만, 솔직히 나 너무 무서워... 나중에 내가 꼭 준비를 할테니까 오늘은 말고.. 다음에, 아니 내일 하자! 미안..." 찬열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려고 그러나 하고 듣다가, 백현의 말이 내포하는 뜻을 알아차리고 찬열은 당황했다. 마치 자신이 죄인이 된 것처럼 말하는 백현을 쳐다보다가 자신이 얼마나 심하게 대했길래 저럴수있나 싶어서 백현을 끌어당겨서 품에 안았다. "백현아... 튼튼이 엄마..." "응...?" "내일은 무슨.. 도대체 무슨 음탕한 상상을 한거야... 아직 몸도 불편한데, 절대 안되지. 너 건강해져도 튼튼이 태어날 때 까진 안돼. 튼튼이 태어나기만 하면 바로 둘째 가질 거니까 각오해, 알겠어?" "어..?" "그리고... 이제 좀 관심이 아니라, 이제야 알아차린거야. 나한테 전부는 너랑 튼튼이니까, 그렇게 마음 졸이지마." 찬열은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백현을 안아서 침대로 향했다. 백현을 조심히 눕히고 병원에서 받아온 튼살 트림을 꺼내왔다. "그게 뭐야?" "다른 사람들 보다는 아니여도, 배 많이 불렀잖아. 이거 안바르면 살트고 갈라져서 아프대. 이제 6개월이니까 이만큼은 돼야 한다는데..." 찬열은 잠옷을 걷어 올려 드러난 백현의 몸이 배가 가리면 임산부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마른 모습에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의원이 같은 주수의 아이들과 별 차이는 없지만, 작은 편이라며 산모나 아이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었다. 크림을 듬뿍 떠서 백현의 배 위에 올려놓자, 갑자기 느껴지는 차가움에 백현이 몸을 떨었다. "차가워?" "응, 놀랐어." "튼튼이도 놀랐겠다. 이제 괜찮지?" 손을 비벼서 따듯하게 만들어서 마사지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색한 백현이었지만 점점 편안해지는 느낌에 나른해졌다. 어느새 졸고 있는 백현을 발견한 찬열이 티슈로 손을 닦아내고 똑바로 눕혔다. 많이 피곤한건지, 체력이 부족한건지 깨지도 않고 잠이든 백현을 바라보며 찬열은 자신도 옆에 누웠다. 아기처럼 잠이 든 백현의 입술에 도둑 키스를 하고 정말 손만 잡고 잠에 드는 찬열이었다. "일어나서, 아침 먹어." 찬열은 미리 일어나서 학교 갈 준비를 하고 백현을 깨웠다. 백현은 갑자기 앉혀지자 머리가 빙그르르 도는 느낌에 이마를 부여잡았다. "왜 그래? 어디 불편해?" "아니... 그냥 갑자기 일어나니까 머리가 아파서. 괜찮아 튼튼이 가지고나서 자주 이래." "걱정이네... 밥먹고 영양제도 꼭 챙겨 먹어. 나 오늘부터 등교해야해서 먼저 갈게. 마치고 바로 궁으로 들어올거니까 쉬고있어." "학교... 가면 애들이 뭐라고 안해?" 백현은 찬열이 아이들에게 자신에 대한 안좋은 이야기를 들을까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자신은 튼튼이가 태어날 때 까지 학교를 가지 않지만, 찬열은 아니었다. 학교에서 찬열이 저때문에 힘들고 부끄러워 질까봐 걱정이었다. "아니야, 신경 쓰지마. 그냥 튼튼이랑 같이 책도 읽고, 산책도 하고 마음 편안하게 있어." "응..." "다녀올게." 찬열은 재빨리 백현의 이마에 키스를 하고 처소 밖으로 뛰어갔다. 갑작스런 입맞춤에 당황한 백현이 그자리에서 찬열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있었다. "왔네? 한 달동안 학교엔 오지도 않더니. 별 다른 일정도 없었다며." "어, 그렇게 됐다." "세자빈 마마가 임신하셔서 그랬냐? 꼴에 부부라고 애도 있고...큭..." "닥쳐." 종인이 비아냥거리자 기분이 상한 찬열은 미간을 구겼고, 종인은 심상치 않은 찬열의 반응에 얼른 주제를 바꿨다. "너 희주 소식 들었어?" "무슨 소식." "에? 몰랐어? 너네 부부 임신 발표하고, 한동안 학교 안나오더니 자퇴하고 외국으로 유학갔다던데?" "하..." "넌 진짜 나쁜 새끼야. 그렇게 예쁜 애 울리면 못 쓰는거야, 임마." 맞았다. 자신은 진짜 나쁜 새끼였다. 두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애쓰다가 그 두마리 모두 상처를 입힌 꼴이 되었으니, 희주가 잘못을 한건 절대 용서할 수 없지만, 그 빌미를 제공한건 자신이기에 나쁜 새끼가 맞았다. "...어디로 갔대." "프랑스였나? 어쨋든 잘된거야. 걔도 이제 다시 시작해야지." 찬열도 희주가 이런저런 구설수에 휘말리느니 떠나는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성진그룹 새끼는 어딨냐." 찬열은 교실을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는, 백현을 괴롭히던 무리가 없어지자 의아했다. "모르냐? 옆 반에 국무총리 손녀한테 치근덕대다가 성추행으로 신고들어와서 전학갔어. 국무총리가 제일 아끼는 손녀인데 잘못건드린거지. 아무리 재벌 3세라도 할아버지가 직접 학교에 찾아와서 난리를 치는데 쪽팔려서 학교 못다니겠지. 그 새끼들 몇 명은 외국으로 가고 몇 명은 전학가고 난리도 아니었다." 찬열은 사과도 하지 않고 나른 새끼들이 괘씸했다. 어떻게든 벌받을 것이였는데 백현을 괴롭히던 아이들이 사라진 것 만으로도 다행스러웠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