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단 |
* 다시는 안 볼 거라는 내 다짐과 다르게 김명수와 나는 하루에도 두 번씩 부딪혔다. 하긴, 처음부터 같은 학교 같은 과 같은 동아리인 김명수와 평생 안 볼 생각을 한 거부터가 현실 적인 생각일 리가 없었다.
“아- 진짜 너네 때문에 우리가 다 불편하잖아” 무거운 침묵만 감돌던 동아리 방엔 동기 놈의 불평소리가 울렸고 그 소리를 시작으로 다른 아이들의 목소리도 작은 동아리 방을 울리기 시작했다.
“김성규 그만 좀 해라 진짜” “그래. 김명수랑 화해 좀 해” “김명수 니가 먼저 김성규한테 화해하자고 해 봐” 동기 놈들의 말을 무시한 채 탁자에 주인 없이 올려 진 캔 음료를 들어 뚜껑을 따고 마시기 위해 음료를 든 순간 동기 놈 하나가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를 바라봤다.
“너네 둘 때문에 지금 동아리 분위기 봐라!! 이게 뭐 하는 거야 진짜. 야 김성규 김명수랑 나가서 풀던가!!!” 나를 향해 소리치는 동기 놈의 모습에서 시선을 거두고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신 채 탁자에 다시 음료를 올려 두곤 자리에서 일어나 김명수를 쳐다봤다. 마치 자신은 이 상황에 상관없다는 듯 손에 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김명수의 모습에 의자에 던져뒀던 가방을 들고는 여전히 자리에서 일어나 있는 동기 놈을 바라봤다.
“그래. 성규 니가 명수 데리고 나가서....” “현철이 너는 김명수가 누군지 알아?” “야, 야 김성규 너 왜 그래?” 아까보다 더 싸해진 동아리 방 분위기에 다들 어쩌지 못하고 서로 눈치를 봤지만 김명수는 여전히 관심 없다는 듯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그런 김명수의 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봤고 김명수도 내 시선이 느껴질 법 했지만 김명수는 끝까지 내 시선을 피했다. 너무나 여유롭고 태연한 김명수의 모습에 헛웃음이 나왔다.
“나는 모르는 사람이야”
나에게 눈길 한 번 안 주던 김명수는 내가 뒤 돌아서 동아리 방문을 열고나서야 손에 쥔 핸드폰을 놓았다. 하지만 여전히 숙인 고개를 들지 않는 김명수의 모습에 괜히 거울을 툭 건드리곤 동아리 방을 나왔다.
* “피곤하다니까” “남우현이 불쌍하지도 않냐?” 어제 하루 종일 나를 기다렸다는 이호원의 말에 다른 때였으면 당장 남우현에게 달려갔겠지만 지금 내 기분으로는 남우현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이기적일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김명수와 이렇게 까지 된 건 남우현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너 아직도 김명수랑 화해 안 했다며?” “갑자기 여기서 김명수 얘기가 왜 나와” “이대로 괜찮냐?” 이호원의 질문에 딱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김명수 없다고 죽을 사람도 아니고 또 김명수는 나 하나 없어져도 신경도 안 쓰는 놈인데 괜찮다 어쩌다 할 상황이 아니다.
“우리 고2땐가? 여름에 놀러갔다가 태풍 불었던 거 기억 나냐? 그때 진짜 장난 아니었는데” “무슨- 갑자기...”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을 이대로 보낼 수 없다는 이성열의 말에 우리는 무작정 텐트를 들고 캠프를 가자며 가까운 계곡으로 향했었다. 사람 많은 워터파트 보단 물 깨끗하고 사람 없는 계곡이 추억 쌓기에 더 좋을 거라는 이성열의 개소리에 넘어간 우리는 그날 밤 우리를 찾아 온 태풍 덕분에 이성열 말대로 절대 잊지 못하는 추억을 남기게 됐다.
“이성열도 이성열이었지만 김성규 너도 장난 아니었지” “내가 뭘?” “기억 안나? 이성열이랑 나는 태풍 피해서 근처 민박집으로 도망가려고 했는데 니가 비 맞는 건 죽어도 싫다고 텐트에서 안 나오는 바람에 결국 나랑 이성열이 텐트 통째로 들고 도망갔잖아” 맞다. 비 맞는 거 싫다고 미친 듯이 불어오는 태풍에도 텐트 안에서 꿈쩍도 안 하고 움직이지 않자 차마 의리때문인지 그런 날 버리고 갈 수 없었던 이호원과 이성열을 텐트를 고정하고 있던 막대기를 모두 빼버리곤 흐물흐물 해진 텐트와 나를 통째로 들고 도망을 쳤었다.
“그 때 너 우리 아니었으면 계곡으로 날아가서 물귀신 됐을 거야” “그걸로 일년내내 너네 매점셔틀 했잖아” “말은 바로해라 내가 아니라 이성열 셔틀이었지. 이성열 그 새끼가 니 지갑 다 털었잖아” “나쁜 새끼” 옛 생각에 주머니에 넣었던 핸드폰을 꺼내 온갖 욕을 적은 메시지에 이성열의 번호를 적어 전송을 눌렀다.
“김성규” “왜?” “우리보다 김명수가 더 좋냐?” “.......갑자기 무슨 소리야?” “너 저번에 내가 김명수 입원했다고 하자마자 비 오는 거 알면서도 너 달려 나갔잖아” “..........” “태풍으로 텐트가 날아가서 계곡에 빠지면 죽을 거 알면서도 텐트에서 안 나오던 사람이 너야” “...........” “비 오면 아프다는 핑계로 학교 안 오던 것도 너고 혹시라도 중간에 비가 내리면 그칠 때까지 새벽이고 아침이고 학교에서 밤을 새던 게 김성규, 너야” “......그래서 나한테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건데?” 아무 말이 없는 이호원 모습에 의자에서 일어났다.
“할 말 다했으면 나 그만......” “이제 그만 해” “.......” “너랑 김명수 뭐 때문에 이러는지는 모르겠는데 이렇게 싸워봤자 남는 건 후회밖에 없어” 후회, 그래 후회 할 수도 있다. 아니 분명 후회 할 거다. 하지만, 내가 지금 김명수에게 숙이고 들어간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까? 나를 먼저 밀어낸 건 김명수였고 나는 이유도 모른 채 김명수의 일방적인 이별 아닌 이별통보와 함께 모르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김성규, 늦어도 좋지만 너무 늦으면 다 소용없는 거 알지?”
|
★ |
이제 문제는 명수의 성규의 사이를 어떻게 푸느냐에 달렸네요 ㅠㅠ 독방에서 어제 이것저것 조각글을 썼지만 연재는 할 수 없어요 ㅠㅠ 아직 저에겐 치단과 수전이......화이팅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