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경수는 31번의 달이지고 32번의 해가 뜬 날 변백현을 만날 수 있었다.
한 달에 걸쳐서 만난 저 아이가, 지금 제 눈앞에서 익숙하고도 낯선 피아노 연주를 하는 형체가 과연 사람의 형체가 맞는지 그리고 그렇게 기다리던 변백현이 맞는지
눈앞에 존재하여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탓에 경수는 그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백현에게 달려나갔다.
"변백현!!!"
-...
"변백현!!!"
피아노 기둥을 붙들고 아무리 불러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고 돌아오는 대답이라 함은 미치도록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뿐.
백현은 애타는 경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목을 알 수 없는 곡이 다 마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
그 흔한 숨소리조차.
곡의 연주가 끝나자 곧 백현은 고개를 돌렸다.
-왜
왜??왜라니?경수의 작은 머리통에서 수많은 질문들이 둥둥둥 시끄럽게 떠다녔다.
애초에 경수는 백현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예를 들어 너 때문에 피아노 연주를 망쳤어. 라든지 왜 시끄럽게 소리 지르는 거야. 라든지..
하지만 무섭도록 태연하게 그리고 마치 오래 봐왔던 권태기의 애인 사이처럼 아무 감정 없이 좋은 것 같지도, 싫은 것 같지도 않게 내뱉은 왜라는 말에 경수는
적잖이 놀랐다. 머지않아 경수의 머릿속은 왜 변백현을 불렀을까 왜 변백현을 한 달 동안 찾아 다닌 걸까 도대체 왜??라는 답 없는 메아리만 울리고 있었다.
-할 말 없으면 간다.
"아니, 피아노 곡... 피아노 곡 제목이 뭐.."
-제목 그런 거 없어
"그러면 나이, 나이가 몇 살이야? 나랑 동갑이야? 나 알아? 나 여기 교회 되게 자주 오는데"
-나이? 몇 살일 것 같아? 몇 살로 보여?
앳되어 보이는 얼굴에 앳되어 보이는 목소리
누가 보아도 저와 또래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페이스를 가지고 이런 질문을 하는 의도가 뭘까
날 놀리려는 걸까.
-나는 너와의 시간이 달라 그러니까 나랑 놀지마
자신이 마치 어릴 적 자주 읽던 동화책의 피터팬이나 된냥 행동하는 모습이 어이가 없었지만 한 달 만에 만난 이 아이를 쉽게 보내고 싶지 않은 경수 였다.
"나와의 시간이 달라도 괜찮아 그러니까 나랑 놀자"
32일이 되던 날
팅커벨과 피터팬이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