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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거리 곳곳에선 젊은이들, 황혼을 맞이한 노부부, 심지어 어린아이들까지 강렬하고 아름다운 춤 탱고에 매료되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거리는 종일 탱고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항구도시로 이민 온 이민자들에 의해 탱고가 성행하게 되었고 그 결과 남녀노소,나이 불문 모든 연령층에 탱고가 전해지게 되었다.

사람들은 탱고를 배우고 싶어 했고 탕게로스(Tangueros: 탱고 춤을 추는 사람)를 동경하게 되었다.



-탕게로(Tanguero: 탱고 추는 남자) 카이 소식 들었어?

-무슨 일인데?

-탕게라(Tanguera: 탱고 추는 여자) 씨에나와 약혼을 올릴 거래


말도 안 되는 소문이다. 


-정말? 

-그렇다니까?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근데 갑자기 웬 약혼이래?

-모르지 뭐 혹시 카이와 씨에나 사이에 애가 생긴 게 아닐까?


그럴 리가 없다. 


1925년 일제강점기 시대인 한국에서 태어난 나는 유복한 부모님 덕분에 한국에서 가장 먼 나라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오게 되었고, 나름 부유한 유년 시절을 보내게 되었다.

내가 탱고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말하자면 아마도 처음 집을 나섰던 17살의 더운 여름날이 아닐까 싶다.

기억이 나지 않을 나이에 이민을 와  통하지 않는 말과 나와는 전혀 다른 낯선 외모를 가진 아리헨티나 사람들을 말하자면 나 혼자서 피해서 다녔었다. 

예전에 부모님 손에 이끌려 여기저기 끌려다니기는 했지만 자발적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거리에 나온 것은 그날 처음 있었던 일이었다. 

그날 우리집은 갑자기 사라진 나로 인하여 한바탕 난리가 났고 부모님은 어째서 거리로 나왔냐고 다그쳤다. 

나는 정말 할 말이 없었다. 정말 충동적이었던 일이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날의 나는 내가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날이 있었기에 아마도 지금의 내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오후 1시가 다 되어가는 산 마르틴 광장은 붉은 대리석이 녹아내릴 듯이 더웠다. 더움에 지친 상인들은 그늘을 찾아 물건을 잔뜩 올린 탁자를 옮기고 있었고 노인들은 더움에 익숙한 건지, 길고 긴 세월을 통해 무뎌진 건지 알 수 없는 듯이 그들이 가져온 식빵 쪼가리들은 비둘기 무리에 던져주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집에서 나온 것을 후회하는 내가 서 있었다.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볕은 나를 태울 것 같았고 저기 미소를 지으며 비둘기 무리에게 식빵을 던지고 있는 노인들은 나를 향해 식빵을 던질 것 같았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더위의 고통에 나의 두 다리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였고 내 움직임의 목적지는 산 마르틴 광장 모퉁이에 위치한 곧 낡아 쓰러질 것 같은 상가였다. 

정신없이 상가로 들어온 나는 곧 부러질 것 같아 보이는 나무계단에 앉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너무 더워 정신이 혼미해지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아마 그날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헐떡이고 있는 나에겐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집에서 나온 나를 자책하며 물 한 모금 마시고 싶은 생각만이 간절했다. 

17년 가까이 살았지만 사람들과 섞여 말을 못해본 탓에 아직까지도 그들과 말은 통하지 않았고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만큼 자신이 있지도 않았다. 

그렇게 지나온 세월과 나 자신을 탓하며 헐떡이고 있을 때 내 얼굴 밑으로 작은 컵에 물은 든 손 하나가 쑤욱 들어왔고, 물을 보자마자 그 사람을 쳐다볼 생각도 들지 않은채 허겁지겁 물을 받아 마셨다. 

한참 물을 받아먹으며 정신을 차리게 된 나는 그제야 내 옆에서 나를 보며 피식피식 웃고 있는 사람을 보게되었다. 

내 옆에서 피식거리며 웃는 그 사람이 영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생명의 은인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Se lo agradezco.(고맙습니다)


머쓱하게 웃으며 그 사람에게 감사의 표시를 했다. (아, 어떻게 스페인어를 아느냐고 물으면 정말 기본적인 문장만 알고 있다고 말해두자.)


-한국인 아니에요?


한국말이었다. 낯선 도시에서, 아니 낯선 산 마르틴 광장 모퉁이의 낡아 쓰러질 것 같은 상가 안에서 한국말을 듣게 되다니...그러고 보니 얼굴도 동양인이었고 나와 비슷한 또래인 듯 앳되어 보였다. 


-나 여기서 춤추는데 보러 올래요?


내 고개는 반무의식 적으로 끄덕였고 나는 곧 그 낯선 동양인을 따라 작은 문을 넘어 거울들이 즐비한 어지럽고 이상한 방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 안에서는 알 수 없는 강렬한 리듬이 섞인 음악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오고 있었고 낯선 동양인은 그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어지럽고 이상한 방에서 낯선 동양인은 허공에 손을 뻗고 허공을 휘두르는 등 생전 처음 보는 동작들을 하며 춤을 추고 있었고 입으로는 쉴 새 없이 이상한 단어를 뱉으며 내 머릿속을 어지렵혔다.


-바쎄(Bass: 8스텝의 기본동작)

-바쎄

- 아브라소 (Abrazo: 남녀 간 상체의 홀딩 상태)
 
-아브라소


낯선 동양인이 알 수 없는 단어를 뱉으면 내가 다시 흡수해 뱉어내듯 나는 그 낯선 동양인이 뱉는 알 수 없는 말을 따라했다.(사실 따라 하고 있었는지 인식도 하지 못했었다.) 곧 끝이 나지 않을 것 같던 음악이 끊기고 낯선 동양인이 다시 내 곁으로 와 말을 걸어왔다. 


-탱고에요. 


그날 나는 처음 알았다 그 낯선 동양인이 알 수 없는 음악에 맞추어 춘 춤이 탱고라는 것을.













+++
안녕하세요 유마포 입니다. 
예전에 아시는 분은 계실지 모르겠지만 네버랜드라는 글을 쓰다가 도저히 풀어나갈 자신이 없어서 손을 놓아버리고
잠깐 쉬는 동안 좋은 글감이 생겨서 이렇게 쓰게 되었어요.
이 글의 제목이자 영화 '여인의 향기'의 삽입곡인 Por una Cabeza(포르 우나 카베자)라는 곡 많이 아실 거라 생각하는데
사실 이 곡을 듣다가 글감이 퐁퐁퐁 생각나 포르 우나 카베자를 적게 되었다죠....ㅋㅋㅋㅋㅋ
아무튼 포르 우나 카베자 한번 잘 이끌어 가보려구요!
보시는 분이 없더라도....
혼자서.... 끝까지...
아, 참 제목에 커플링은 2화부터 적을 계획인데 '낯선 동양인' 이라는 캐릭터가 누구와 어울리는지 적어주세요!!
그럼 2화에서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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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97.17
우와...b 분위기 좋아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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