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선생님
w. 따순밥
그렇게 병원을 나갔다가 레지에 의해서 병원으로 다시 오게 되었다.
병원을 나오고 싶은 마음에 나오긴 했지만, 순순히 가자고 하는데로 다시 병원으로 들어온걸 보니 나도 참 웃긴다.
그렇게 나오고 싶었으면서 마음 속으론 다시 오고 싶었나보다.
그리고 예정대로 이틀 뒤. 슬기가 이쪽 병원으로 옮겨오는 날이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슬기라서, 항상 내가 싫어하는 아침마다 받는 체크를 받아도 짜증나지 않았다. 항상 짜증내면서 체크업을 받던 나라서 고분고분 체크업을 받는 나를 보고 놀라워하는 엄마, 간호사, 그리고 그 레지였다.
엄마는 놀라서 아빠한테 전화까지 하면서 호들갑이었지만, 전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차가운 아빠의 목소리는 나를 더 큰 어둠 속으로 밀어내는 것 같았다.
뭐, 레지 또한 호들갑을 떨며 나한테 와서 계속 말을 걸었다.
"오늘 왜 이렇게 기분이 좋으실까나? 응? 평소에도 이렇게 고분고분 체크업 잘받자, 응?
그럼 내가 음...너 소원들어줄게. 앞으로 일주일만 이렇게 고분고분 체크업 잘받아-"
"......"
"또 대답없다. 나 다른 환자 체크업도 가봐야하니까 병실에 있어-
점심때 되서 올게요. 어디 나가지말고"
"......"
드디어 혼자 있게 되었다. 지금 시간은 11시를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곧 있으면...슬기도 오겠네...
말을 하지 않아도 힘든 것들이 다 풀려나갈 것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막상 슬기가 온다고 하니 내가 말이 막혀서 안나오는데 날 보고 싫어하면 어쩌지? 답답하다고 싫다고 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불안감이 나를 덮쳐왔다. 아냐, 아닐거야. 10년을 떨어져있었지만, 우린 친구인걸? 잠깐만, 나만 그렇게 생각해온 것은 아닐까? 10년은 긴 시간인데...그 동안 슬기는 날 잊은게..아닐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점심을 먹었고, 옆 병실에 다른 사람, 슬기가 입원해 오는 것 같아서 거울을 한번보고, 머리를 매만지고 링거를 끌며 옆병실로 슬쩍 가보았다.
닫혀있는 문을 통해 병실 안을 보니,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슬기 부모님과 병실의 창가에 있는 침대에 앉아있는 슬기가 보였다. 원래도 이쁘장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슬기였는데 아파서 계속 병원에만 있었을텐데 더욱 예뻐진 모습이었다. 슬기의 침대 옆에는 슬기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으셨다. 옛날과 다를 바 없지만, 조금은 늙으신 모습이었다.
옛날로 돌아갈수 있을까?
오랜만에 보는거라 그래도 아직은 어색함이 있을것 같아, 내 병실로 돌아왔다.
돌아오니, 레지가 내 병실에서 초조한 모습으로 돌아다니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내가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한번 눈길을 주고 링거를 끌고 침대로 올라가서 어제밤에 읽던 책을 꺼내 읽기 시작하니,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나를 보는 레지였다.
"너 어디 갔다가 왔었어.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어? 5분만 더 기다려 보고 밖에 나가서 찾아보려고 했다고-"
"......"
바로 옆에 병실에 있었는데, 그걸 왜 못 봤대. 참나. 그리고, 내가 굳이 말해줘야하는가?
"다음부턴 말 좀 하고 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
네네, 어련하시겠어요. 걱정을 하던지 말던지.
"○○이, 너 지금 걱정하던가, 말던가 이런 생각했지? 나 생각 읽는거 잘한다? 특히 너가 어떤 생각하는지."
"......"
"그러니까, 말 잘 듣고 병원 나갈 생각하지말구. 돌아다녀도, 병원 안에서만.
선생님 진료갔다가 올게"
"......"
뭘 그렇게 잘 안다고 나한테 이렇게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잘 해주는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점심시간이 끝나고 잠깐 내 병실에 들어왔다가 다시 레지가 나간 후에는 1시간 가량을 책을 읽은 것 같다. 병실에만 있으면 정말이지...할게 너무없다. 나한테 계속 붙어있던 '그' 레지가 옆에서 아무 말도 안하고 있어서 조금 지루한것 같기도 했다. 인터넷을 켜서 할 것이 없나 둘러보던 와중에, 바로 옆 병실에 슬기가 입원해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어색할텐데...괜찮겠지...말이 나오지 않는 건 어떡하지..? 아까는 보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들어가서 볼거라는 생각을 하고 얼른 침대에서 나와, 슬리퍼를 신고, 링거를 끌고 내 병실에서 나와, 옆 병실로 향하였다.
노크를 하려던 순간, 창 밖, 그러니까 병실 문과는 반대인 창 밖을 보고 있는 슬기가 보였다.
나가고 싶겠지. 그렇겠지. 10년 전, 나만 아니었어도 슬기는 지금 쯤 이 병실에서, 아니면 미국에 있던 병원에서 지내고 있지않았었을지도 모른다.
모든게...모든게 다 내 탓이다.
그래도 친구니까. 친구였으니까. 난 10년 동안 단 한번도 슬기가 친구가 아니었다고 생각해본적이 없어서 노크를. 노크를 했다.
"들어오세ㅇ..."
들어오세요, 라고 말하려다가 링거를 끌고 병실 문을 연 나를 보고 적지않아 당황하는 모습이 보이는 슬기였다.
"...○○○?"
"......"
"어..아...너 실어증?그거라고 들었어. 여기 앉아. 나 너한테 할 말 되게 많아."
"......"
말이 통하지 않아도, 무언의 무언가가 모두 다 풀리는 기분. 방금 슬기를 보고 느낌 기분은 딱 이거였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 만큼 편안함은, 모든 것이 풀리는 기분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내가 앉자마자 조금의 침묵이 있었다. 직접 세어보지는 못했지만, 길면 10분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긴 침묵을 깨고 먼저 입을 연 것은 당연히, 슬기였다. 하지만, 긴 침묵을 깨고 나온 말은 그다지 달갑지 않은 말이었다. 10년 전, 그 일을 다시 꺼내는 슬기였다.
"...10년 전 일. 기억나? 하긴, 기억이 안 날리가 없지. 안나면 네가 정말 이상한거지. 덕분에 나는 병원 신세 지게 됬는데. 안그래?"
"......"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꺼내는 슬기는. 예전, 내가 알던 슬기가 아니었다.
지금, 내 앞의 슬기는, 자신의 10년을, 10대를, 20대의 2년을 병실에서 보냈다는 것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때마침 그 원인 제공자인 나를 본 것.
"너랑 10년 전 그 날, 물놀이만 안했었더라도, 너가 나한테 나가자고 하지만 않았었더라도, 난 이렇게 코 밑에 호흡기 차고 안다녔어.
부르고 싶었던 노래도 마음껏 부를수 있었고. 너만. 너만 아니었더라면. 나 지금 이렇게 살고 있지 않았다고."
"......"
"나 진료가 있어서. 먼저 가볼게. 그리고...옆 병실이라고 자주 보고, 그러진 말자. 난 아직 너 보기 껄끄러워.
내가 이 병원 오고싶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너희 부모님이랑 우리 엄마, 아빠랑 친분이 있어서 이 쪽으로 온거야.
솔직히. 미국에서 이 병원으로 옮겨오는 거. 정말 싫었어. 그럼 오늘이 너랑 나랑 마지막인걸로 하자. 나 갈게."
"......"
슬기가 그렇게 나가고, 참고 또 참던 눈물이 터졌다. 아빠가, 그리고 큰아빠가 작은 오빠를 왜 죽였냐고, 넌 왜 살아있냐고 했을 때는 눈물이 나지않았다. 아니, 눈물이 나려고 했지만, 항상 참으려고 노력했고, 참아왔다. 하지만, 슬기가 그 몇 마디를 하니, 왜 이렇게 서럽게 눈물이 나는지...남의 병실에서 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힘겹게 링거를 끌고 슬기의 병실을 나왔다. 나오는 도중 뭐가 그렇게 또 운이 안좋은지 마주친 담당 레지.
"뭐야, ○○○...왜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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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안냐하세얔ㅋㅋㅋ
개학하고 처음 올리는 글같네요..!
그냥 문뜩 윤형이 의사를 생각하다가 보니까 제가 이 컨셉을 거의 처음?잡았더라구요..ㅋㅋㅋ
그래서 기쁜 마음에!유녕이 글을 썼어요!
근데 쓰고 보니까 별로 안김...ㅠㅠㅠㅠㅠㅠ흐잉..ㅠㅠ이틀동안 열심히 쓴글인데ㅠㅠ
또, 글을 이렇게 쓰고나니까 너무..너무...너무...ㅠㅠㅠㅠㅠㅠㅠㅠ못쓴것같기도 하구ㅠㅠㅠㅠ
아...ㅠㅠㅠ아아아ㅏ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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