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매력 episode 9 - ALL
(Illusion)
(브금필수!)
다 같이 다시 모이게 된 건 정말 의외였고,
절대 바라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검은 차에서 내려 하얀 구두를 신은 발을 바닥에 내려 놓을때까지도 한숨을 내쉬었다.
문부터 화려하게 장식된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서기가 싫어
우뚝선 채 한참을 망설였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전정국, 김남준이 있을 저 안에서
그들을 마주보고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있을리 없었다.
미슥거리는 속을 붙잡고 먹은 것들을 다 비워내고있을 나를 떠올리니
더욱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깊은 한숨과 함께 겨우겨우 걸음을 옮겨 정국이 예약한 방 앞에서 멈춰섰다.
거대한 문이 정국과 참 닮았다.
나를 짖누르는 듯한 갈색의 문 앞에서 그저 그 손잡이만 바라봤다.
이 자리를 마련한건 그 누구도 아닌 전정국이었다.
그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남준보다 더 예측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단 한번도 정국이 평탄한 길을 걷는 걸 본 적이 없었다.
그는 항상 남들과 다른 길을 만들어냈고, 그 길은 항상 나를 당황시켰다.
남준에대한 의혹이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이런 자리를 마련한 이유가 뭘까.
아무리 생각해도 해답은 나오지 않았고 머리만 더 아파왔다.
하나도 제대로 되는 일이 없는 것 같아
괜히 웨이브된 머리를 쓸어넘기다 짜증스레 머리를 헝클였고,
누군가 그 손을 잡아챘다.
"머리 헝클어지잖아"
태형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나를 내려다 봤고,
조금은 굳은듯한 표정의 그가 손을 들어올려 헝클어진 내 머리를 정돈해줬다.
찡그려질대로 찡그려진 그의 얼굴과 어울리지 않게
내 머리 위에 얹어진 손은 퍽이나 조심스러웠다.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그의 모습이 낯설었다.
매번 장난스레 웃던 그의 해맑은 미소가 사라져있었다.
괜스레 멀어진듯한 사이에 주먹을 꽉 쥐었다.
"잘 지냈어?"
담담하게 물어오는 그의 시선이 나를 향하지 않았다.
무언가 꼬인게 있는 듯 찡그려진 표정으로 이미 정돈된 내 머리만
괜히 쓰다듬는 그의 얼굴로 조심스레 손을 들어올렸다.
"...주름생겨"
내 목소리에 그가 고개를 내려 나를 바라봤다.
자신의 미간 위에 내려앉은 내 손가락을 보던 태형과 나의 시선이 맞부딫혔다.
뚫어져라 서로를 쳐다보는 우리 둘 사이로 조용한 정적이 흐르고,
결국 내 눈을 피해 시선을 돌린 태형의 입 사이로 조그마한 한숨이 튀어나왔다.
"화도 못내게하고"
"..."
"못돼 빠졌어"
투정스레 뱉어진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같아서
조금은 미안해진 마음으로 그를 바라봤다.
내가 없어진 자리에서 혼자 남겨져 쓸쓸한 웃음을 터뜨렸을 그의 모습이 지금의 태형과 겹쳐보였다.
정신없는 틈 사이에서 까맣게 잊고있었던 일이었다.
다시 만나면 분명 사과하려했던 것 같은데,
그 조차 하지 못한 내 잘못이 컸다.
우물쭈물거리며 괜히 그의 손가락만 꼭 붙잡자,
얕은 웃음을 터뜨린 그가 손을 움직여 내 손을 잡아왔다.
"미안하면 좀 웃어줘"
"..."
'
"오랜만에 보는건데"
그의 손 안에 감춰진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다 그의 말에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리자
그가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금새 풀린듯한 그의 모습에 나도 베실베실 그를 보며 웃었다.
"너네 뭐하냐?"
갑작스레 끼어든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바지 주머니에 손을 끼워넣은 민윤기가 우리쪽으로 다가왔다.
금새 염색이라도 한건지 바뀐 머리색의 그가 잡은 우리 손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문 앞에서 아주 지랄을 해요."
웃음을 터뜨리며 뱉은 그 말에 태형이 입술을 삐죽내밀었다.
꽤 친한 것같은 그들의 모습이 이상해 윤기를 바라보자,
이미 네 명 모두 파티에서 한 번 인사를 나눈 사이이라며 그가 설명했다.
오늘 모인 것도 그저 친목다짐을 위해서라는데,
그 자리에 내가 왜 낀건지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한참을 태형과 말싸움을 하던 윤기가 문 앞에 섰고,
곧 망설임 없이 문고리를 잡고 문을 열었다.
그저 하나의 문일 뿐인데,
그 순간 미치도록 긴장이 됐다.
열린 문 사이로 빛이 들어왔고,
안에는 정국과 남준, 그리고 지민이 먼저 자리잡고 앉아있었다.
제일 먼저 시선 안에 들어온건 남준 옆에 앉은 지민이었다.
정말 별거 아닌데, 그냥 아무 뜻 없이 그 옆에 자리 잡고 앉은 것일 수도 있는데.
나도 모르게 의심이갔다.
"늦었네?"
남준의 시선이 나를 향했고, 그의 말에 괜히 땅으로 시선을 돌렸다.
같이가자던 남준의 연락을 무시했던 나를 비꼬는게 분명했다.
고개를 푹 숙인 나를 바라보던 남준의 한숨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자,
언제나 나로 가득차있던 그의 옆자리가 비어있었다.
왠지 마음이 이상했다.
"일단 앉죠?"
남준의 말로 인해 윤기와 태형이 발걸음을 옮겼고,
그들을 따라 움직이려던 내 발이 순간 멈춰섰다.
둥근 테이블의 왼쪽에 앉은 남준과 오른쪽 편에 앉은 정국.
예전이었으면 망설임 없이 남준의 쪽으로 걸어갔을 발이 무거웠다.
내가 왜 고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을 잃은 내 발은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뭐해?"
어깨를 툭 치는 민윤기의 손에도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움직이지 않는 나로인해, 윤기와 태형이조차 자리에 앉지 못하고 나를 바라봤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이리저리 눈동자를 돌리던 나와 남준과 시선이 부딫혔다.
"이리 와"
그르렁대듯 낮게 가라앉은 남준의 목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날카로운 눈빛이 모든 걸 꿰뚫고 있는 듯했다.
내가 도대체 무엇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는지.
나조차도 모를 그 사실을 남준은 이미 모두 알고있는 듯했다.
"이리 오라고 했어"
화가난 듯한 그의 음성이 또 다시 들렸고,
나도 모르게 정국을 바라봤다.
아무말 없이 유리잔을 만지작거리는 그가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그의 눈동자가 짙게 가라앉았다.
그의 눈을 바라보다, 마주친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무슨 말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는 아무 말 없이 그저 그렇게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부들부들 떨리는 것만 같은 내 다리가 그제야 자리를 옮겼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 또깍또깍 울리는 구두소리가 남준을 향했다.
"..김탄"
또각 또각 울리던 구두 소리가 남준의 옆에서 멈춰서고
그의 옆자리에 앉으려던 그 때, 정국의 목소리가 나를 붙잡았다.
놀란 표정으로 정국을 바라보자,
그는 여전히 마찬가지로 덤덤한 표정으로 유리잔을 매만지고 있었고
잘못들었나싶어 찡그린 표정으로 다시 의자에 앉으려하자,
그의 목소리가 또 한 번 울렸다.
"탄아"
자리에 앉으려던 내 몸이 또 멈춰섰다.
흔들리는 마음을 정국이 잡아챘다.
떨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의 목울대가 울렁였다.
"내 옆에 와"
만지던 잔을 들어올려 물을 한모금 들이킨 그의 입에서 뱉어진 말에,
아무렇지 않은 표정의 그와 다르게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남준의 미간 사이가 찡그려졌고, 그의 눈이 정국을 향했다.
정국은 그 시선이 두렵지도 않은 듯 담담하게 잔을 내려놓았다.
"내, 옆에 와"
남준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내게만 두 눈을 고정시킨 채
내 대답을 기다리는 정국의 눈과 나의 눈이 부딫혔고,
나는 어찌 하지도 못한채 그 둘을 번갈아봤다.
둘의 신경전 사이에서 죽어나는건 나뿐이었다.
입술을 꾹 깨물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저..그러니까"
힘겹게 입술을 연 내게 둘의 시선이 향했고,
그들의 시선에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웅얼웅얼대며 마른 입술을 달싹였다.
버벅거리다 결국 한숨을 내쉬며 내려진 주먹을 꽉 쥐었고,
누군가 그 손을 포개어 감싸잡았다.
갑작스런 온기에 놀라 고개를 돌리자 밝게 염색된 머리가 눈에 가득 들어찼다.
"안에서나 밖에서나,
왜 다들 어울리지도 않게 지랄들이실까"
찡그려진 그의 얼굴이 짜증을 한껏 담아냈다.
세모가 된 눈이 정국과 남준을 번갈아 노려봤다.
더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자,
태형 또한 난감한 듯 어색한 표정으로 머리를 글쩍이고 있었다.
내 손목을 잡아 끈 윤기가 남준의 옆에 앉았고,
자연스레 자신의 옆에 나를 앉혔다.
지민부터 시작해 시계방향으로 정국, 태형, 나, 윤기, 남준 순으로 앉은 자리에서
내 맞은편에 앉은 정국의 시선이 뜨겁게 느껴졌다.
그래도 그나마 한시름 놓은 것같아 고마운 마음에 윤기를 바라보자,
시선을 앞으로 고정시킨 윤기가 피식 웃으며
옆에 놓인 내 손목을 툭툭 쳤다.
아무 것도 아닌 그 행동이
마치 걱정하지 말라는 신호인 것만 같아 조금은 안심이 됐다.
적막 속에서 아무도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고,
미리 시켜놓은건지 빠르게 나온 음식들과 함께 화려한 한 상이 차려졌다.
평소라면 맛있게 먹었을 음식들이 오늘은 왠지 전혀 먹고싶지가 않았다.
비싸보이는 음식들이 그들의 삶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놓쳐버린 삶들, 그 삶을 가진 그들 사이에서 초라해지는 기분에 고개를 푹 숙였다.
괜한 감정에 빠져들었다.
"아"
앞쪽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자,
스테이크 하나를 포크에 꽂은 정국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해맑게 웃는 표정이 눈에 들어왔고
모두의 시선이 집중 됐다.
스테이크 한 조각을 앞에두고 멍하니 그를 바라보자,
다시 한 번 내 앞에 포크를 가져다 댄 정국이 먹으라며 고개를 까딱했다.
뜨겁게 느껴지는 남준의 시선에 어찌할 바를 몰라
그의 웃는 얼굴을 바라보기만 하자,
정국이 팔이 아프다는 제스처를 하며 팔을 통통 때렸다.
물러나지 않을 것 같은 정국의 모습에
울상을 지으며 스테이크를 먹기위해 얼굴을 가져다댔고,
나보다 더 빠른 윤기의 얼굴이 나 대신 스테이크를 집어삼켰다.
"야, 고맙다. 맛있네"
"...형 드시라고 드린 거 아닌데요."
"내가 레어 좋아하는건 또 어떻게 알고"
"하-"
"그러니까 작작 들이밀던가.
민망하게 뭐하는 짓이야"
윤기의 말에 짜증스레 머리를 쓸어넘긴 정국이 다시 물을 한모금 마셨다.
나는 꼼짝달싹도 못하는 정국의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통제하는 윤기를 보며
경이로운 감정까지 들었다.
새삼 그가 대단해보였다.
멍하니 윤기를 보다, 옆에서 들리는 웃음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뭐가 그리 웃긴지 얼굴까지 붉어져서는 킥킥 웃어대는 태형이 보였다.
"..왜 웃어?"
의아하게 그를보며 물어보자,
붉어진 얼굴로 아니라며 그가 손을 휘휘 돌렸다.
이상한 그의 행동에 인상을 찡그린 채 앞을 바라보자,
뾰루퉁한 표정의 정국이 나를 바라보다 홱하고 고개를 돌렸다.
윤기가 자신의 고기를 먹은게 어지간히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떠들지 말고, 좀 먹어"
툴툴대며 내 앞으로 음식을 가져다 놓는 윤기의 손이 보였고,
앞에 놓여진 윤기의 마음에, 무거운 손을 들어올려 한 입 한 입 빈 뱃 속에 음식들을 채워넣었다.
그렇게 우리의 저녁식사는
소란스럽지도, 그렇다고 조용하지도 않게 공간을 채워갔고,
그렇게 잔잔히 시간이 흘러갔다.
어느새 음식들이 비워진 상태에서 모두들 일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태형은 옆에 놓인 냅킨으로 입가를 닦아냈고,
윤기는 벗어두었던 자신의 자켓을 집어들었으며,
조용히 자리를 채우고 있던 지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민을 시작으로 셋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여전히 자리에 앉은 우리를 바라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안가?"
태형의 말에 그저 아무 말 없이 둘을 바라봤다.
해야할 일이 아직 남아있었다.
정국의 시선은 나를 향해있었고, 나는 남준을 바라봤으며,
남준은 그저 자신의 라이터를 만지작거리며 멍하니 딸깍이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전정국"
"응"
"먼저 가"
내 말에 정국이 인상을 찡그렸다.
헛웃음을 터뜨리는 그의 모습이 마음에 걸렸지만,
무를 수 없는 선택이었다.
나는 남준과 끝내야할 이야기가 남아있었다.
신경질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정국 덕에
아무 말 없이 흘러가던 무거운 분위기 속에 의자 끌리는 소음이 기분 나쁘게 엉커들었다.
정국의 가라앉은 눈이 나를 향했고,
그대로 그가 돌아섰다.
그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쓸어넘긴 윤기가 그를 뒤따랐고,
그렇게 지민과 태형마저 다 자리를 떴다.
남준과 나만 남은 자리에 낯선 기류가 흘렀다.
항상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던 우리 둘 사이가 텅 비어있었다.
두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듯 입술을 닫았다.
어떻게 풀어가야하는지도, 풀긴해야하는건지도,
하나도 알 수가 없었다.
"..김남준"
내 앞에 비친 네 모습을 보며, 바보같게도 돌아가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많은 바람 없이, 그저 너와 내가 조금은 행복했던 것 같았던 그 때로 나는 돌아가고싶었다.
너를 처음 봤던 그 날, 그 때처럼 환한 미소가 너무나 그리웠다.
날 비춰주는 빛이었던 너를 다시 보고싶었다.
너는 분명 내 앞에 서 있고, 손만 뻗으면 네게 닿을 수 있는데, 예전의 너는 아득하니 멀리 있었다.
시간이 흐를 수록 희미해지고, 다가갈 수록 점점 모습을 감추는 그 날의 네 앞에서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네게 다가설 수 없었다.
"아니지?"
그래서 더 간절했다.
네가 아니길 바라고 또 바랐다.
난 항상 이렇게 네 편에 선 채, 너의 잘못들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밀어넣었다.
네가 떠나버리면, 내 행복이라고 생각했던 그 순간들이 사라져버릴까봐.
내가 가졌던 모든 것들이 무너져내릴까봐.
나는 그게 무섭고, 무척이나 두려웠다.
내 말에 피식 웃은 네가 나를 바라봤다.
네 입꼬리 끝에 걸린 그 슬픈 미소에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사실이었다. 모든게 다.
어느샌가부터 벌어진 우리 사이의 거리도,
나를 믿지 못하는 너도, 그리고 그런 너를 믿지 못한 나도.
"..제발..제발..아니라고 좀 해봐.
너 아니잖아, 응?"
울먹이듯 뱉어진 말들이 네게 다가가 흩어졌고,
결국 붉어진 눈시울을 한 네가 나를 따라 눈에 물기를 담아냈다.
애써 웃음으로 가리려는 슬픔이 더욱 아프게 나를 찔렀다.
"..나 때문에 그랬다고 해."
"..."
"나를 위해서 한거라고, 다 나 때문이라고.
예전에 그랬던 것 처럼, 제발.
그럼 그냥 전에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척 돌아갈게.
그러니까-"
"..못해 이제"
갈라진 그의 목소리가 울렸고,
엉엉 우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나를 바라보던 남준이
내게 다가와 내 얼굴을 덮은 눈물 방울들을 닦아냈다.
"..너를 위한다는 말도"
"..."
"사실 다 내 이기심이었거든"
다 나를 위한거였어.
다 나때문이야.
나즈막히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막히지 않는 눈물이 더욱 흘러내렸고,
그 눈물을 닦아낸 남준의 눈에 방울진 내 눈물이 맺혀갔다.
"근데"
"..."
"이번엔 진짜 너를 위해서"
"..."
"...너 때문에 사실대로 말해주는거야"
"..."
"..다 나 때문이야, 탄아"
그의 말이 우리 둘 사이에 슬프게 흘렀고,
그와 나의 과거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언젠가, 내가 하늘을 바라보지 않던 그 때.
주변에 있는 꽃들과 향긋한 봄내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그 때.
내 무릎에 누워 웃음을 흘리는 네 얼굴을 볼 수 있었던 그 때.
어느샌가 사라져버린 그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탄아'
웃음기 가득한 그 목소리가 내 곁을 지키고 선 채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언젠가 네게 나를 믿느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5년동안 나를 봐왔던 너는 나를 믿고 있냐고,
나를 신뢰하고 있냐고.
그렇게 네게 물은 적이있었다.
그저 회의감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이 길이 정말 맞는 길일까.
이 길의 끝에서 나와 함께해줄 사람이 있을까.
하는 불안감에서 온 회의감.
덜덜 떨리는 두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나를 앞에두고
너는 그렇게 한참을 망설였다.
손가락이 테이블을 치는 소리가 일정하게 울렸고,
그 소리가 멎을 때쯤 너의 두 눈이 나를 향했었다.
"믿고, 말고 할게 있어?"
낮은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내게 날아왔고,
"너는 이미 내건데"
바람빠지듯 얕은 웃음소리를 낸 네가 쇼파에 기대 앉았었다.
그리고, 그 말에 바보같이 안도가 된 나는 너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우린 그런 관계였다.
더이상 다가가서도, 멀어져서도 안되는 그런.
서로를 믿어서도, 의심해서도 안되는 그런 관계.
그 사실은 나뿐만 아닌 너 또한 알고 있었고,
5년동안 지켜져온 암묵적인 약속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너는...,
'널 속인거야'
머릿 속에 울리는 정국의 목소리에
얼굴에 닿은 남준의 손을 뿌리치며 얼굴을 가린 채 엉엉 울었다.
내 곁을 감싸고 지켜주던 사람이 사라진 듯한 기분.
이제 정말 아무도 없이 혼자 버려진 듯한 기분.
그 빌어먹을 기분이 나를 또 울게 만들었다.
'김남준도 널 떠날거야'
그의 말은 진실이었고, 결국 나를 이렇게 덮쳐왔다.
예전의 김남준은 이미 나를 떠났고,
아무리 부정해봐도 나는 혼자남겨진지 오래였다.
이미 오래전부터 끝났을 이 사이가,
결국 수면 위에 모습을 드러냈고.
나는 이제 더 이상 기댈 곳이 없었다.
*
늦게 온 주제에 이런 똥 글을...ㅠㅠㅠㅠㅠ
정말 죄송합니다!!일찍 오려고 노력했는데 그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고,
빨리 컴퓨터를 꺼야하는 상황이라 글도 엉망이고, 쓴 글확인도 못해보고ㅠㅠㅠㅠ
댓글도 못단 채로 이렇게 글부터 쓰게 됐네요ㅠㅠ
저번 편 댓글은 되도록 빨리 달도록 하겠습니다ㅠㅠㅠ
정말 죄송합니다ㅠㅠ
일단 공지글에 암호닉 신청하신 분들 암호닉은 다 넣었으니까
혹시 없으시다면 꼭 말해주세요ㅠㅠ
핸드폰을 사용해서라도 댓글 진짜 빨리 달도록 하겠습니다ㅠㅠ
정말 죄송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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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댕이 / 플랑크톤회장 / 젤라또 / 바나나킥
급하게 올리긴 했는데 혹시 잘못된게 있거나 안 올라온 암호닉이 있다면 말해주세요ㅠㅠㅠㅠㅠ
정말 죄송합니다!!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