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가려요.”
“가, 가려? 가리긴 누, 누가 가린다구 그러냐? 갑자기 옷 벗으니까 추, 추워서 그런 거 그든!”
“말 까지 더듬네.”
“아, 아, 아, 안 더듬었거든?!”
대체 저 자식한테 부족한 것이란 300% 부족한 성의식 밖엔 없는가보다. 요리보고 조리봐도(물론 녀석 몰래, 흘끔흘끔 봤다) 온 몸이 단단한게 아주 그냥. 우리 누나가 보면 당장 눈 뒤집고 좋다고 기절하시겄구먼? 팔짱을 낀 채 나를 내려다보는 눈빛에도 뭔가 기가 팍팍 눌리는 것 같아서 괜시리 대충 가리고 있던 수건을 곱게 펴 허리에 감았다. 원래 나는 어렸을 때부터 다 벗고 들어가는 한국의 탕 문화가 싫었거든? 절대 너한테 발려서 가리는 거 아니거든? 그냥 알아 두라구…….
“가요, 선배. 뜨거운 사우나로.”
내 등을 살짝 밀며 안으로 들어가는 녀석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그저 병신같이 어어… 할 뿐이었다. ‘뜨거운’에 악센트를 준 것 처럼 들린 것은 형 귀가 잘못 들은 거겠지 민호야? 어엉?
잠복근무
민호x종현
10
같이 탕으로 들어온지가 벌써 삼십분은 지난 것 같은데 생각 외로 녀석은 얌전했다. 무, 물론 여기서 무슨 짓 하기를 바란 건 절대 아니었지만 어쩐지 믿기지가 않아서 나는 쭈욱 어벙벙한 상태였다. 면도에 여념없는 녀석을 흘끔 보다가 머리나 감아야겠다 싶어 샤워부스 쪽으로 향했다. 샴푸는 챙겨왔냐고? 싸나이가 목욕탕 갈 때 뭘 챙겨간다면 그건 진정한 싸나이가 아니라고 했다. (누가? 내가!) 샴푸 정도는 누가 쓰다가 버린 일회용 샘플을 쭈욱쭈욱 짜서 쓰면 그만인 것을. 에헴. 나름 굉장히 쿨해보인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얻은 샴푸를 머리에 비볐다. 뽀글뽀글 거품이 일고, 어느 덧 머리가 하얗게 덮였다. 이쯤 되면 또 헤어스타일링 좀 해주는게 예의지, 고럼.
콧노래까지 부르며 베컴머리(일명 닭벼슬머리), 이대팔머리, 올백머리…그 외 다수를 실험해보는데 어쩜 이리 안 어울리는 스타일이 없냐, 증말. 생긴 거 하나는 기깔난다니까. (몸 말구 얼굴만 보자는 소리다)
“아! 아아!”
결국 한참을 그렇게 깝치다가, 머리에 있던 거품이 흘러내려 눈으로 들어가는 참담한 사건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마치 쌩 눈을 강풍으로 틀어놓은 선풍기 앞에 가져다 놓은 것 같은 따가움이 내 몸을 엄습했다. 쿵쿵 발까지 구르며 눈을 쥐어싼 채 끙끙거리길 한참, 누군가의 손이 내 얼굴을 감싸더니 샤워기를 틀어 물로 헹궈내기 시작했다.
“가만히 좀 있어요.”
어, 그래. 민호구나. 또 민호구나. 순간 눈의 따가움보다 서른이나 먹어서 이러고 있는 나에대한 쪽팔림이 파도처럼 밀려와서 파닥거리던 양 손으로 녀석의 팔을 짚었다. 나는 왜 꼭 이 녀석 앞에서만 이런 꼴을 보이는 걸까. 얘가 대체 전생에 나랑 무슨 원한이 있었길래!
녀석이 내 눈과 머리를 열씸히 씻겨내려가는 동안 나는 그저 눈만 꾸욱 감고 서있었다. 최대한 안 아픈 척 하고는 있는데 눈으로 들어간 거품이 생각보다 많았는지 자꾸 콧망울로 열이 몰렸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나 지금 운다는 뜻이다. 근데 지금 이 상황에서도 내가 하는 생각이라곤 난 한 번 울면 코끝도, 눈매도 입술도 전부 빨개지는데 혹시라도 이 녀석이 내가 우는 거 알아채면 어쩌지하는 것이었다. 나 원래 사람 눈치 안 보고 사는데, 이게 다 피곤한 간 때문이야.
한참을 내 얼굴을 씻겨주던 손이 서서히 멈췄다. 이제 거품 다 씻어내렸나 싶은데 녀석은 여전히 내 볼을 잡고 있다. 이제 눈이 따가운 것도 점점 덜하고, 하도 한참을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으니 궁금해서 감았던 눈을 살짝 떴는데.
“헉.”
내 얼굴을 감싼 최민호의 얼굴이 바로 코앞에 있었다. 어쩐지 익숙한 상황에 몸이 먼저 흠칫했다. 내가 흠칫 하던지 경련을 하던지 상관 없다는 듯 녀석의 눈은 오롯하게 나를 향해있었다. 나도 남자치곤 눈이 굉장히 큰 편인데, 녀석에게 비교하면 쨉도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는 와중에 고 눈에 담겨있는 내 얼굴이 보였다. 으악, 쉬발! 혹시나 했던게 역시나…. 코 끝, 눈두덩이, 입술 모두 빨갛게 열이 올라 있다. 우는 얼굴을 보여주는게 너무 쪽팔려서 야, 야 이거 좀 놔봐. 하는데도 녀석은 물러날 기미가 없다. 한참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녀석이 숨을 훅 내쉬며 한마디 한다.
“진짜 존나 반칙이지, 이건.”
어엉? 뭐가 반칙인데여, 이 양바……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녀석과 나의 입술이 포개졌다. 여태까지와 다르게 녀석의 조금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이, 이 새끼 사람 우는 거 보고 느끼나? 호모에서 끝이 아니라 존나 상변태 아녀?! 라고 머리에서는 쫑알쫑알대는데, 이상하게 몸은 움직이질 않았다. 오히려 나는 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내 입 안으로 침투하는 녀석의 혀를 받아들이기 위해 최대한 입을 열었다. 에이, 쌰앙…. 그래, 뭐 키스 정도는 괜찮겠지. 전에도 두번이나 했었구, 그리구…. (밀쳐내기에는 얘가 너무 잘하잖아..)
한 번 내 입술이 열리자, 녀석은 더이상 거칠 것이 없다는 듯 정신없이 내 입 안을 헤집기 시작했다. 뜨겁게 밀려들어오는 녀석의 혀가 내 온 입 안을 다 녹일 것 같다고 생각하며, 나 역시 옭아오는 녀석의 혀를 감았다. 정말이지 이전 두번의 것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황홀함이었다. 아, 어머니. 키스가 이런 것이었군요. 어머니의 둘째아들 저 김종현, 향년 삼십세에 진정한 키스를 깨달았습니다….
“하…아…….”
내 턱에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침이 흥건하게 젖어가고, 결국은 숨이 찰대로 다 찬 내가 먼저 녀석을 밀어냈다. 나는 숨을 고르기 바쁜데, 녀석은 그렇게 숨이 차지도 않았는지 멀쩡했다. 으, 배알꼴려! 이제 그만 저리로 가라며 녀석의 어깨를 툭 하고 밀자 녀석이 내 팔을 잡아 제 쪽으로 끌어당긴다. 엄맛, 얘가 또 왜 이런대. 녀석과 나의 배가 붙고 나는 그저 뭥미 하는 표정으로 녀석을 올려다 보는데, 아랫쪽에서 뭔가 엄청난 양기가 느껴졌다. 굉장히 크고, 단단하고, 뜨…거운…?
“헉. 야. 미, 민호야. 이거 왜 이래….”
“몰라서 물어요?”
그럼 형이 알면서 묻겠니? 엉?
서로 몸이 착 하고 붙어있는 상태라 그런지 잔뜩 열이 오른 녀석의 것이 내 아랫배를 꾸욱 누르고 있는 것이 적나라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너 나랑 키스했다고 지금 이렇게 된거니?! 당황해서 그저 어버버 하고 있는데 이 놈은 대체 쪽팔리지도 않는지 담담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개미가 바늘구멍 들어가며 곡예하는 듯한 작은 목소리로 ‘너의 소중한 그곳이 왜 이렇게 화가 났는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좀 떨어지는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만…’하며 녀석을 살짝 밀자 오히려 내 팔을 꾸욱 잡아온다.
“선배가 이렇게 만든 거니까 책임 져야죠.”
이보게, 이 사람아. 내가 만들 줄 아는 건 다 탄 계란후라이와 한강라면밖에 없다우.
이와중에도 내 아랫배를 꾸욱 누르고있는 느낌에, 침을 한 번 꼴깍 삼키고 천천히 고개를 내렸다. 다시봐도 정말…대단하구나. 근데 정말 큰일은 따로 있었다. 넋을 놓고 빠안히 내려다보고 있으니 이 열기가 나한테 옮은건지 뭔지 내 몸까지 점점 홧홧해지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당황해서 뭐가 뭔지도 몰랐는데, 내 소중한 그 곳도 녀석을 따라 반쯤 기립해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 시꺼먼 놈이 나를 상대로 흥분한 걸 내가 또 보고 흥분해 있다니, 이 얼마나 끔찍한 광경이란 말인가! 아무래도 녀석이 알아채기 전에 얼른 여기서 도망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녀석의 정강이를 있는 힘껏 걷어차려는 찰나.
“흐으읏…!”
“은근히 응큼하네, 선배.”
녀석의 기-인 손가락이 내 것을 감쌌고, 전혀 예고없던 손짓에 내 입에서도 길게 소리가 샜다. 진짜 맹세코 내가 작은 편은 아닌데 녀석의 손에 쏘옥 잡히는 것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잡히자마자 더 단단해졌다는 것 또한……)
“야, 최민호! 이거, 으, 안 놔?! 진짜 죽구싶, 흐아…”
녀석의 가슴팍을 있는대로 팡팡 내리치는데도 녀석은 조금도 거침이 없었다. 오히려 떡주무르듯이 내 것을 어루만져대는데 쟤를 죽이기는 커녕 오히려 내가 죽을 지경이다. 다른 사람들 다 듣겠다며 쉬잇- 하고 꼴같지도 않게 속삭이던 녀석이 손을 앞 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니 이 경우 없는 놈이 진짜?! 그러나 당황도 잠시, 한번도 다른 사람의 손이 닿은 적 없는 곳이어서 그런지 여과없이 신음이 터지기 시작했다. 점점 빨라지는 속도에 힘이 풀려 이젠 아예 녀석의 가슴팍에 손을 짚은 꼴이 되고 말았다.
“으응, 읏, 그만 조옴…! 민호, 야아, 흐응!”
“좋으면서 그래요.”
“후으…. 그, 그런 거 아니거든?! 아앗, 아아 진짜 할 것 같다구……!”
“그냥 싸요, 선배.”
나는 아예 녀석의 가슴에 기댄 채 힘들게 버티고 있는데, 녀석은 정말 평소와 다를 것이 없는 말투다. 어으, 이 얄미움의 결정 같은 새끼. 너 같으면 후배 손에 사정하고 싶겠냐구요. 머릿 속은 온통 저 진상호모바이러스를 향한 욕지기로 가득한데, 몸은 어째 점점 더 달아오르기만 하는지. 흐엉. 추석에 울 엄니 얼굴을 어떻게 본다냐….
내가 잠시 딴 생각(떠올리면 눈물겨운 우리 어무니)을 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들은 건지 뭔지 열심히 움직히던 녀석의 손이 뚝 하고 멈췄다. 어쩐지 뭔가 허한 기분에 고갤 들어 녀석을 바라보자 기다렸다는 듯 한쪽 눈을 찡긋, 하며 자신의 것과 내 것을 겹쳐 잡는다. 어엉? 저 윙크의 뜻은 무엇인가 아주 잠깐 생각하는 와중에 겹쳐잡은 것들이 녀석의 손에 의해 서로 부벼지기 시작했다. 이젠 거의 돌처럼 단단해진 녀석의 것이 적나라하게 내게 와닿는 느낌이란…!
“하아앗, 아, 야, 최민호…!”
“후으….”
나는 정말 죽을 맛이었다. 사실 아까부터 사정할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는데 겨우 꾸욱 눌러참고 있었건만, 이건 도저히 내가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도 한참 넘어버린 것이다. 빠르게 부벼지는 것이 눈에 보이고, 잠잠하던 녀석의 숨소리까지 아주 시각 청각에 감각까지 합쳐진 쾌락이 내 몸을 덮었다. 진짜 더이상 못 참겠다며 녀석의 어깨에 짚은 손에 힘이 들어감과 동시에,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것이 내 아랫배에 질척하게 뿌려졌다. 녀석도 나도 하얗게 젖어있었다. 하아… 숨을 몰아쉬며 나는 녀석에게 기댔다. 쿵쿵거리며 뛰는 녀석의 심장소리가 그대로 들려왔다. 머릿 속 마저 하얘졌다.
11
[푹 쉬고 내일 봐요, 선배]
컴컴한 방 안에 핸드폰 액정만 밝게 빛났다. 얘는 왜 보내지도 않던 문자를 보내구 지랄이야, 진짜…. 뭐라고 답장을 보내려다가 그냥 폰을 멀찌감치 던졌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침대로 몸을 날렸고, 아직도 그 상태 그대로였다. 도저히 오늘 밤은 잠이 들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끝까지 간 건 아니지만 어쨌든 까마득한 후배랑 일을 치뤘다는 황당함도 있었지만, 것보다 큰 이유는…아까의 그 얼굴이 자꾸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한껏 젖은 머리를 한 채 두 눈을 감은 채 숨을 뱉어내는 최민호라니!! 다시금 붉어지는 얼굴을 신경질적으로 베개에 묻었다. 내가 생각해도 이건 내가 이상한 것이었다. 난 아까 충분히 녀석을 밀쳐낼 수도 있었고, 애초에 사우나 자체를 안 갈 수도 있었던 일이었다. 지금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도 쪼금은 눈치채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기두 하고(물론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리고 전부터 고개를 빼꼼빼꼼 내밀고 있었지만 애써 부정해왔던 생각도 있었다. 그게 뭐냐면, 그러니까……. 내가 최민호 그 진성호모를 조, 조, 좋아하는게 아닐까 하는…….
“어윽. 김종현 존나 병신, 병신, 병신새끼!”
그러나 내 의지와는 다르게 아직까지 쿵쾅대며 떨리는 가슴은, 부정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다들 개학시즌이신가봐요'-'...
저는 그저 잉여롭게 집에서 놀고 있슴다 부럽져?ㅋㅋㅋㅋ
..
죄, 죄송합니다..
불꽃마큰지 불마큰지 달려다가 그냥 안 달았어요 저 마크 달만큼 야한 것도 아니고
저거 때문에 괜히 조회수 높아지는 것도 싫고 해서(사실 민망해서ㅋㅋ)
저는 순수하게 제 글을 좋아하는 분들을 위해 글을 씁니다ㅠㅠ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모두 고마워요
요건 내 마음→♥ 반품 불가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