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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 몬스타엑스 강동원 이준혁 성찬 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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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D YOU 에필로그 ------------------------------------------


철커덕. 쿠다닥. 




까맣던 화면에 빛이 번지면서 익숙한 인테리어가 보였다.  낡은 풀색의 창틀 밖으로 개나리색 어닝이 보였고 그 뒤로는 늘 지나다니던 골목의 담장과 그 위로 삐죽 솟은 나무의 빈가지들이 보였다.  스르륵, 탁. 화면이 옆으로 빙그르 돌며 누워버렸다. 






"냐아옹"






부스럭부스럭 소리가 나더니 또 다시 화면이 빙그르 돌아간다. 구겨진 냅킨이 데굴데굴 화면 한구석으로 굴러갔다. 뽀송한 하얀 발이 화면 끝을 툭툭 쳐댔고,  회색 얼룩이 살짝 묻어있는 분홍색 젤리가 보였다.






"야아아옹-"


"음... 묭묭아, 안돼. 나 지금 바빠. "


"야아아아옹...."


"안돼 이쪽으로 오면. 너 거기 피아노 위에만 있으라고 했잖아."


"냐아아아아아......."


"나 지금 타르트 만드는 중이잖아.  자꾸 그러면 너 나가야 돼."






부스럭부스럭부스럭. 탁탁탁. 화면이 계속 흔들렸다. 묭묭이 녀석이 계속 카메라를 치는 것 같았다. 한번 더 탁소리가 크게 나자 그제서야 화면에 싸부의 얼굴이 보였다. 정확히 왼쪽 모서리에 거꾸로 서있는 모습으로. 싸부는 이 쪽을 보더니 놀란 표정을 하며 황급히 손을 털고 다가왔다.






"묭묭아, 그거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 그거 가진이가 비싼거라고 했는데..."






싸부가 손을 뻗기도 전에 문열리는 소리가 났다. 싸부가 고개를 돌리면서 다시 화면 밖으로 사라졌다. 






"어, 꾹아. 알바 끝났니?"


"누나 여기 안왔어요?"






후다다다다다닥. 탁. 화면밖으로 황급하게 사라지는 묭묭이의 노란 꼬랑지가 보였다. 피아노 건반 쪽으로 뛰어내리는 묭묭이의 꼬리에 치이면서 화면이 한번 더 빙그르 돌았다.  띵띠리리링.... 피아노소리가 울렸다. 빙그르르 도는 화면이 정지하자마자 보이는 건 꾹이의 동그란 뒤통수였다.






"저녁에 약속있다고, 가방 부탁하고 다시 학교로 간다고 했어. 선배라는 사람이 밖에서 기다리더라."


"무슨 일인데 방학에 학교를 가요?"


"동아리 일이라던데... " 


"언제갔는데요?"


"얼마 안됐어. "






싸부가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요이삼일 가진이 좀 기분 안좋아보이던데... 너네 싸웠니?"






툭툭. 꾹이가 말없이 발바닥을 바닥에 쳐대는 소리만 났다.






"싸웠구나?"


"싸우긴 뭘 싸워요. 아무일도 없구만."


"너네 사귀는 거 아니니?"


"아 쫌..."






꾹이가 옆으로 고개를 휙 돌리다 멈칫하며 시선을 고정하는 게 보였다.






"저거 가진누나꺼 아니에요?"


"응? 아... 가진이가 다시 돌려줬어."


"이게 여왕카드라고 했나?"


"응. 여왕카드지."


"뭐야 이 여왕님은 임산부예요?"






싸부가 화면 밖에서 웃는 소리가 났다.






"응. 주로 임신한 모습으로 표현되긴 한다더라. "






툭툭. 꾹이가 계속 바닥에 애꿎은 발끝을 쳐대다가 한숨을 쉬었다.






"싸부형님. 나도 점 좀 봐 줘요."


"꾹아, 나도 잘..."


"뭐 가진누나는 좋다고 부적으로 들고 다니고 그러던데. 싸부가 점 봐준거 아니에요?"


"나도 잘 몰라. 그냥 좋은거 뽑았길래 행운이 붙으라고 선물로 줬던거야."


"뭘 줬다 뺐었다 해요 치사하게..."


"나도 그냥 줬는데 가진이가 짝 안맞을 까봐 걱정하면서 돌려줬어."


"그럼 다시 주고 하나 더 빼면 되네.  그니까, 나도 해줘요. 여왕카드랑 짝이 맞으려면 뭐 왕이나... 그런 카드가 있으면 되는거 아니에요?"


"음... 나도 잘 모르지만, 일단 여왕카드가 만능이긴 한데.... 뭐 황제카드도 있고."


"황제 좋네. 그럼 나 황제카드 나오게 해줘요 싸부형."


"그게 나오게 하는게 아니라 일단 네가 뽑으면..."


"가진누나는 좋은거 해주고 왜 나는 안해줘요."






꾹이가 싸부의 테이블 위에 있던 사과를 한 손으로 집었다 . 허락을 구하듯이 사과를 슬쩍 들어보였는데, 싸부가 웃으며 고개를 끄떡였을 거라는 건 안봐도 비디오지.






"가진이가 좋은 카드를 뽑은거라니까."


"그러니까 나도 뽑을테니까 좋은 거 나오게 해줘요 그럼 되잖아"


"꾹아 타로카드는 그렇게 하는게..."






꾹이가 카드가 장식된 벽쪽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사과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퍼석. 사과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어... 어...어떤 걸 원하는 건데?"


"여왕카드랑 짝 맞는거.... 암튼 여왕카드만큼 좋은거요."


"짝..짝이 되길 원하는 거면... 연인카드 이런거 뽑으면 되겠네"


"오 연인카드. 그거 뽑으면 연인되는거에요?"


"그게 무조건 뽑는다고 되는게 아니고 꾹아..."






꾹이가 부서진 사과를 들어보였다.






"어, 응;;  그래 꾹아. 연인카드 너 선물로 줄께. 가져가."


"오오 고마워요 형!"






꾹이가 부셔뜨린 사과조각을 싸부의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건냈다.






"드실래요? 이건 뭐... 빵에 넣는 거에요?"


"응... 애..애플 타르트...."


"사과 맛있네."






웅얼대며 다른 한 손으로 카드를 집어들던 꾹이가 이번에는 카메라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응? 저건 뭐예요?"


"아, 저건 ....."






성큼성큼, 카메라 쪽으로 다가오던 커다란 손이 멈칫했다. 카메라 화면이 다시한번 빙그르 돌았다. 목소리만 들리던 싸부가 당황한 표정으로 화면 안에 나타났다. 부스럭부스럭. 상자 안에 담겨있던 카드와 구겨진 냅킨이 펼쳐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거 가진누나꺼에요?"


"아..... 응."


"........"






달그락, 달그락. 카메라가 다시 한바퀴 돌면서 화면이 꺼지기 직전, 꾹이의 마지막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가진누나 지금 누구랑...."


























































"이 다음에 나에게 달려온거냐?"


"아니지, 끄고 싸부가 뭐라하는데 녹화된 게 있길래 그거도 보고. 그러고 바로 달려간거지."


"확실하군"


"내가 말 안했나. 나는 확실해질 때까진 기다리는 사람이라고. 대신 확신이 서면 게임 끝이지. "


"말해줘야 아는 사람이란 건 잘 알지."


"엑스트라가 촬영감독님한테 까부네."


"새끼감독님도 감독님이긴 하죠. 메인 카메라엔 손도 못대면서."


"맨날 관객 열명도 안되는 극단에서 있는 사람 구제해주고 있구만 뭔소리야. 고맙다고 해야지."


"아이구 겁나 고맙네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기념일 선물로 영화오디션 넘버 받아오는게 어딨냐"


"그렇게 튕기면서 왜 하겠다고 한거냐"


"너 일하는거 보고 싶어서 왔지."






내가 무슨 너랑 멜로를 찍겠니. 나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촬영장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나는 꾹이가 가져온 카메라를 내려놓고 다시 대본을 손에 들었다. 내 맞은 편에서 스토리보드를 챙기던 꾹이가 내려놓은 카메라에 손을 뻗었다.






"어쨌든, 너 연기하는 거 내가 이걸로 찍어줄께"


"그냥 휴대폰으로 찍어도 되는구만. 그렇게까지..."


"뭐 어때. 김피디형이 그래도 된다고 했어."






처음 보는 영화 촬영 현장에 주눅이 들어있었는데, 안면있는 얼굴이라고 친절하게 대해준 피디님이 떠올랐다.  역시 얼굴이 잘생긴 사람이 마음도 잘생긴 법이야.  저 잘생긴 얼굴로 배우를 하지 왜 피디를 할까.  






"꾹아 점심 먹었니? 오늘은 밥차 온다고 거기서 해결하라던데, 넌 어떻게 할래?"


"전 괜찮아요. 누나가 도시락 싸왔어요"


"오오오... 여자친구가 싸온 도시락이라니. 겁나 부럽다 야?!"






내게 눈인사를 건낸 뒤 다시 뒤돌아가는 그 옆에 누군가 서 있는게 보인다. 프리하게 입은 사람들 틈에서 혼자 차려입고 서있는 모습이 뭔가 달라보인다. 배우는 아닌 것 같은데.  꾹이가 내 시선을 따라 보더니 바로 알려주었다.






"우리 대표님이야."


"와... 무슨 대표가 저렇게 젊어?"


"집이 부자래"


"와... 멋있고 돈 있고 혼자 다하네."


"뭐야, 왜 눈이 자꾸 저 쪽으로 돌아가? 저 둘 다 임자 있거든?"


"누가 뭐래? 세상 잘난 남자들 다 데리고 와봐라, 나는 우리 꾹이가 제일 멋있구만."






꾹이가 말을 멈추고 부드러운 눈빛을 보냈다. 내가 눈을 깜빡이며 웃어주자 꾹이가 나를 따라 씨익 웃더니, 캡을 뒤로 슥 돌려썼다.  동그랗게 뺨이 차오르는게 귀엽고, 한쪽만 쓱 올라서는 짙은 눈썹이 멋있어서, 나는 계속 그런 꾹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취. 그렇게 나만 보는거다. 알았냐 윤가진아" 






그리고는 두 손으로 경주마 눈 가리듯이 내 얼굴 양 옆을 잡더니 입을 쪽 맞춰왔다. 나는 바로 꾹이의 이마를 밀어냈다. 야 지금 사람들 많은데서 뭐하는거야;;;  꾹이가 다시 자세를 바로 잡으면서 얼굴을 들이밀었다. 괜찮아 다들 바쁘잖아. 여기 촬영장 구석에 엑스트라 하나, 촬영팀 꼬맹이 하나 정도는 있는지도 몰라 다들.






"저저저... 신성한 직장에서 뭐하는 짓이야. 확, 작가한테 말해서 대본에 뽀뽀씬 넣어줄까부다"






구석에 있는대로 꾸겨져있었는데 둘이서 동그랗게 쪼그리고 앉아 있는게 더 눈에 띄었던 걸까. 김피디님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다가오자 꾹이가 벌떡 일어섰다.






"아, 안돼요!"


"임마 배우 애인 두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아 안돼요. 절대 안돼. 누나, 키스신 이런 건 절대절대절대 안돼. 알았어?"


"야... 창피하니까 그냥 우리 찌끄러져 있자..."


"왜!! 할거야!? 진짜 할거야? 나 놔두고 딴놈이랑 키스하기만 해 봐라"


"야... 김피디님이 뽀뽀씬이라고 했잖아. 키스 아니야"


"뽀뽀나 키스나!!!!"






존재하지도 않는 키스씬, 아니 뽀뽀씬 때문에 얼굴이 벌개진 꾹이를 보고는 대표님도 웃으며 다가왔다.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뽀뽀와 키스의 차이는 역시 혀의 유무지."






뭐지, 이 익숙한 대사는? 나는 웃으며 다가오는 대표님의 얼굴을 쳐다봤다. 대표님은 한 손은 바지주머니에 넣고, 다른 한 손에는 제티를 들고 우리를 내려다보며 웃고 있었다.






"허억;;;;"






나는 꾹이의 손을 잡아당겼다.  벌떡 일어나 길길이 날뛰던 꾹이가 그대로 큰 절하듯이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왜?"


"도...도...도도도...도..."


"도?"


"도플갱어야 도플갱어!!!! "


"뭐가?"


"너네 대표님하고 우리 맥반석하고 도플갱어라고!!!!!"


"맥반석?"






꾹이가 의문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웃으며 김피님과 대화하는 대표님을 보던 꾹이가 아, 하고 작게 소리를 냈다.






"어? 진짜 닮았네?"


"야, 닮은 정도가 아니야, 도플갱어라고!"


"그정도는 아니구만 뭔 소리야... 차라리 우리 김피디형이 2층형하고 더 닮아보이지"


"허어어어억"






나는 돋아나는 소름 때문에 양팔뚝을 잡고 계속 쓸어댔다.






"허억.. 맞아 어딘가 익숙하다 했더니 태평양하고 꼭 닮았어!!! 으아아아 소름돋아. 야, 너네 스튜디오 뭔가 이상해. 너네 회사 사람들 우리 동네 절대 오게 하지마, 알았어? 위험하다고!"


"뭐가 위험해?"


"도플갱어끼리 마주치면 둘 중 한명은 죽는댔단말야!!!"


"하여간 윤가진 너는 그 미신 믿는거 부터 고쳐라 쫌...."






열심히 고개를 맞대고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는 우리 둘을 보며 두 사람이 다시 저쪽으로 가버리고 나서야 나는 한숨을 돌렸다.






"와... 이건 진짜 말도 안돼. 와 나 진짜 도플갱어 처음 봐!"


"아우 무슨 도플... 아 진짜.... 그럴 시간에 대본이나 봐라!"


"그러는 너는! 연인카드 싸부님한테 돌려줬어, 안돌려줬어?"


"시끄럽다"






꾹이는 내가 들고 있던 대본을 펼쳤다.  내가 나올 장면을 찾아내서 한 번 죽 훑더니, 카메라를 들고 자세를 잡았다.






"대사는 다 외웠지? 자, 여기보고 다시 해 봐.  점심시간 아직 여유있으니까, 몇 번 더 해보면 이따 좀 더 자연스러울거 같아. NG는 피해야지."






나는 심각하구만. 걱정스레 다시 한번 대표님과 김피디님한테로 시선을 돌리는데 꾹이가 스읍-하는 소리를 냈다.






"가쥔씨~? 여기 보고. 대사는 물론 다 외웠을테고. "


"뜨믄뜨믄 나오는 거 합쳐서 열줄인데 그걸 못외울까봐?"


"배우는 대사로만 연기하지 않습니다-"


"알았어 알았어."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표정을 정리했다.






"열심히 하네요."






 대본과 카메라를 들고 마주보며 앉아있는 우리 두 사람 위로 그림자가 지더니 음료수병이 보였다.






"멋져요. 이거 드시고 쉬엄쉬엄하세요."






깊이를 알 수 없는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나는 눈앞에 놓인 음료수 병을 두 손으로 받아들면서 벌떡 일어섰다.






"작은 역인데도 이렇게 열심히 하시다니 존경스러워요. 제가 주연인게 부끄럽네요. 배우고 갑니다."






순수한 느낌을 주면서도 진하게 음영이 사는 묘한 이목구비. 외꺼풀의 커다란 눈이 섬세하면서도 고독한 느낌을 주면서 신비롭게 빛나고 있었다.  삼백안의 눈이 이렇게나 이쁘게 보일 수도 있구나. 나도 모르게 입이 떡 벌어졌다. 아름답다. 남자가 이렇게 아름답다는 말이 어울리다니. 실물로 영접하니 진짜 장난아니네.  와, 역시 연예인은 다르구나. 






"아니...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훗. 아름다운 그가 고개를 외로 꼬고 한 손을 턱 밑에 갖다 대며 눈을 감았다. 






"윤동주의 시를 읽었어요."


"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계속 눈을 감은 채로, 그가 붉은 입술로 유명한 싯구절을 읊었다. ........... 조금 있다가 내가 엑스트라로 촬영에 들어 갈, 저 아름다운 배우가 주연으로 크랭크인을 시작한 독립영화의 제목이 '서시'라는 건 알겠는데. 이 뜬금없는 시낭송회는 뭐지?  당황한 나와 당당한 그 사이에서 꾹이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죽어가는 모든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턱 밑에 있던 손이 천천히 눈가로 향했다.  시 내용을 온 얼굴로 음미하듯이, 그의 미간에 작게 주름이 졌다. 곧게 뻗은 손가락이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그의 얼굴 위에서 싯구절을 따라 발레리노의 손끝처럼 흔들렸다.






"오늘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감미로운 목소리로 시를 끝까지 꾸역꾸역 읊고 나서 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 약간의 여운을 즐긴 뒤, 부드러운 밀빛 머리카랔을 흐트러뜨리며 그는 후- 작게 한숨을 쉬었다.  연기하듯 어색해보일 수도 있는 동작조차 그의 외모처럼 아름답기는 하다만.... 지금 이 상황은 뭔가..... 뭔가..........






"오늘도 저는, 제게 주어진 길을 부끄럽지 않게 걸어가야겠어요. 덕분에 오늘 하루도 많은 걸 배웠네요."






그리고는 살짝 윙크를 한 뒤 빙그르 뒤돌아서 그는 가버렸다. 온몸에 닭살이 돋아난 나를 뒤로하고.  나는 심드렁하게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는 꾹이에게 물었다.






".......원래 저런 캐릭터야?"


"응. 이 바닥에서 유명해."


"와 난 댓글에선 몇번 봤는데 진짜루 실제로도 저럴지는 몰랐다. 우아..... "


"냅둬라. 제 멋에 저러고 사는건데."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다시 주저 앉았다.  그가 사라진 방향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음료수 병을 열고 벌컥벌컥 마시다가, 나는 그대로 음료수를 뿜어버릴 뻔했다. 내가 들고 있는 음료수병에 아까처럼 느끼한 윙크를 날리는 그의 얼굴이 인쇄되어 있었다.






"켁-켁켁- 콜록콜록... 아으...."


"천천히 마셔, 사레 걸렸어?"


"와씨, 주는 것도 자기 얼굴 박힌 걸 주네. 진짜 왕자병인가봐."


" 그래도 남한테 피해는 안끼치니까 됐다."


"야, 근데 내가 무슨 유명배우도 아니고, 그냥 몇분 나오는 엑스트라인데 이렇게까지 오버하는 건 좀...."


"왜, 일부러 촬영장까지 카메라 챙겨가지고 왔구만. 이렇게 열심히 해야 다른 사람들도 좋게 봐준다. 방금도 봐라."






그래. 그러니까 저렇게 왕자병 걸린 인간이 와서 참견을 해대잖아. 꾹이는 계속 카메라에만 집중한 표정으로 내말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 거 같았다.






"됐다. 오오 역시 이 카메라가 화면이 이쁘게 나와. 조아~쓰~.  우리 벚꽃구경 갈 때 내가 이거 가지고 가서 진짜 이쁘게 찍어줄께"






네 카메라에 내가 이쁘게 담기는 게 그렇게 신날 일일까. 나는 쑥쓰러워서 렌즈를 피하면서 대본을 내려다 보았다.






"너는 나중에 내 매니저해도 되겠다."'


"...내가 매니저해주면 연기 더 잘 할 수 있어?"






아차. 






"아니. 난 네가 나 찍어주는 게 더 좋아. 그러니까-"






꾹이가 렌즈의 촛점을 이리저리 돌리며 다시 한 번 나에게 포커스를 맞췄다. 나는 고개를 들어 카메라 렌즈를 쳐다보았다.  살랑이는 바람이 얼굴을 간지럽힌다. 턱에 닿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기자마자 코끝에 다가온 봄. 두꺼운 외투를 걸치지 않아도 이젠 춥지 않다. 봄이 오고 있었다. 






"그러니까 계속 나 그렇게 찍어줘. 평생. 알았지?"






카메라를 들고 있는 꾹이가 봄꽃처럼 환하게 웃었다.  벚꽃이 피려면 아직 남았지만, 우린 이미 봄 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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