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끝나고 박수치며 상영관을 나왔는데 차장님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먼저 휭하고 지나가심
영화관과 이어져있는 건물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갔는데 식당에 앉아있는 내내 이대리님이 휴대폰 액정만 들여다 보고 계셨음
"너는 다 커가지고"
차장님이 물 한 모금 하시며 절레절레하심
"보나마나 소희씨네 ~~"
소희씨 = 이대리님 여자친구분
"시끄러워"
"맞잖아 ~~"
"너도 하잖아"
"난 잘하지"
박대리님과 이대리님이 투닥거리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음
엄마미소로 싸움구경중이었는데
"아무때나 그런 표정이 나오나?"
차장님이 또다시 툴툴거리심
"아까부터 뭐가 그렇게 못마땅해가지곤,,,"
함부로 대들진 못하고 말끝을 흐렸음
차장님과 눈이 마주쳤는데 곁눈질로 서로 째려봄 흡사 누가누가 더 험악하게 생겼나 대회
그렇게 폭풍같은 식사시간을 보내고 차타고 가는데
내가 계속 말을 안들으니까 휴대폰을 꺼내, 그동안 찍은 내 사진을 보여주심. 나쁜사람
내가 깨갱하는 표정을 지으니 만족하신 듯 끄덕이며 휴대폰을 집어넣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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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층 사무실을 쓰는 직원분들 중에 약간 진상... 남자 대리님이 계셨음
예를 들자면 아무 여직원한테나 질척거리고 같은 부서도 아닌데 잡일 시키고 뭐 그런 분 이셨음
불행하게도 나도 그 타겟중에 하나가 되었음
입사하고 야유회가서도 꾸준히 친한척을 하셨는데 나는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별로 달갑지 않았음
나보다 높은 직급이시니까 말 놓는 건 별 상관안했지만 가끔 기분나쁜 터치? 라고 해야하나 톡톡치는게 정말 싫었음
냉장고에서 차장님 드릴 마지막 남은 헛개수를 하나 꺼냈는데 그 대리님과 마주침
"어 ~ 나 목말랐는데, 나 주려고?"
"아니요 차장님 심부름이요"
"에이 ~ 그냥 줘 ~"
"죄송해요 차장님께 혼나요"
"이름이 뭐였더라? 아 ~맞다 하정우"
존칭없이 차장님 이름이 저렇게 막 불리는것도 기분나빴고 또 은근슬쩍 손을 얹으시길래 불쾌했음
"나 불렀어"
능청스런 차장님의 등장에 그 대리님과 내 표정 ㅇㅁㅇ
"내이름도 부르고 하는 거 보니 우리가 말도 한번 안섞어 봤지만 굉장히 친한사이였나봐요"
그 대리님은 입을 꾹 다무시고 아무런 말도 없으셨음
"일단 그 손 좀 치우시고"
"곱게 갈까요 아니면 이과장 불러서 얘기 좀 할까"
"죄송합니다.."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해져서는 도망치듯 자리를 피하심
손을 턱. 하고 내미시는 차장님에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소 하는 표정으로 있었더니
내 손에 들려있던 음료를 가져가시고 손이 얹혀있던 내 어깨를 두번 털어주신 다음 나가심
저번에 참가했던 포토콘테스트 3등을 해서 상금으로 회식을 했음 (굳이 상금아니어도 자주 하지만)
오늘은 장어가 맛있기로 소문난 집에 감
이렇게 먹어야 맛있다, 저렇게 먹어야 좋다 열심히 알려주시는 차장님 얘기에 대리님들은 다 경청함
뭐하려고 그렇게 열심히 드셨데 하고 혼자 꿍얼거렸는데 토끼눈이 되셔선
"못 하는 말이 없어 진짜"
하시곤 동공지진 발생
전 아무 생각도 안했는데요? 하곤 시치미를 뚝 뗌
많은 생각에 잠기셨는지 단추까지 서너개 푸시곤 몇분동안 연거푸 소주를 털어넣으시며 하절부절하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