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뒤 돌아보시곤 안갈건가? 하시곤 잠시 멈춰 기다리심
바지주머니에 한 손을 넣고 서계시는 차장님한테로 쫄래쫄래 따라감
아무 말 없이 걸어가는데 걸음이 빠른 차장님을 쫓아가느라 애먹음
집이 생각보다 멀었던지라 잠깐 벤치에 앉았음
"회사 어때요"
"다닐만하면 됐고"
"좋죠, 재밌어요"
"일이?"
"일도 할만하고 그냥 즐거워요 대체로"
말없이 끄덕끄덕 하심
또 서로 아무 말 없이 앉아있었음
"어린나이에, 놀지도 못하고 일하느라 애먹네"
"연애도 못하고"
"일하다가 생길 수도 있죠 뭐"
농담을 섞은 소울리스 대답에 의문을 품은 눈으로 눈썹을 꿈틀대며 내 눈을 쳐다보심
"우리 대리들은 다 여자가 있는데"
나는 아 네~ 네~ 하는 표정으로 대답을 대신 함
"차장님은 연애 언제하시게요, 이제 결혼인가?"
결혼은 무슨. 이라는 대답과 함께 피식 웃으심
"때 되면 다 할 거에요"
"서른 다섯이면.."
정색하시더니 내 눈을 보고 한 번 찌릿. 하심
하지만 이내 곧 수긍하는 눈치 ㅋㅋㅋㅋㅋㅋ
"그렇죠....? ...제말이 맞.. 죠?"
"그렇게 내가 결혼을 했으면 좋겠나"
아니요 .. 절대 아닌데 ..
세차게 고개를 휘저음
"아닐 건 또 뭐야"
하시곤 또다시 웃으심
"연애도 해야지 일만하다가 이사원도 서른 다섯까지 결혼 못 할라"
"같이 하는 방법이 있긴 한데요"
"딴 생각 말고"
한 적 없는데요
"일어나죠"
그렇게 또 일어나서 걸어서 집까지 감
집앞에 도착해서 취기에 신명나게 90도 인사를 하고 들어가려다가 한 번 뒤를 돌아봤는데
담배를 꺼내다가 나와 눈이 마주친 차장님은 화들짝 놀라시며 담배갑을 떨어뜨리심
황급히 줍고는 아니라며 손을 흔들고 ㅋㅋㅋㅋ 멋쩍게 뒷짐을 지고 돌아가심
-
오전에 팀 회의가 있어서 커피를 타려고 주문을 받음 세잔은 연하게 한잔은 진하게 (한잔 = 나의 것)
커피를 들고 조심조심 회의실로 갔음
딱 쟁반을 내려놨는데
"어"
대리님들시선이 나에게로 쏠림
"어떡하지"
"왜왜왜"
박대리님이 물으심
차장님도 등받이에 기대셔서 나를 쳐다 보심
"뭐가 뭔지 생각이 안나요"
"이게 연한거..? 진한거...?"
"그냥 대충 마시지 뭘"
하시면서 한 잔을 가져가셔서 앞에 두시는 차장님
"아 이거 진한거다"
한 모금 드시고는 이대리님이 말하심
"어 그럼 그건 제가 마실게요 주세요"
말과 동시에 손을 뻗었는데
차장님이 어디서 남자가 입 댄 컵을 받아마시냐.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시면서
"그냥 아무거나 마시는게 어떨까"
둘다 차장님의 근엄한 포스에 쫄아서 그냥 대리님이 진한 거 드심 ㅋㅋㅋㅋㅋㅋㅋ
회의중에 셔츠 걷고 머리 쓸어넘기시며 집중하시는 차장님의 나른섹시.. 한번 더 쫄음
점심시간에 기대에 가득차 구내식당 메뉴를 살펴보니 안 먹는 것 투성이..
메뉴를 보고 풀이 죽어있는데 뒤에 오시던 차장님이 왜그러냐고 물으심
"맛이 없어서.."
라고 대답하니 자리로가 자켓을 챙겨서 뭐 먹으러 갈 건가. 하시고는 사무실을 나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