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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끄럽게 울려대는 알람 소리에, 백현은 겨우 꿈에서 헤어나올 수가 있었다. 늘 그래왔듯이 백현은 피아노를 연주하게 되면 그 날에는 꼭 악몽을 꾸곤 했다. 그래서 최대한 연주를 기피해왔었지만 그럴 수록 나락으로 추락하는 것은 자신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백현은 어제 몰래 피아노를 했던 것인데, 하필이면 그 연주를 찬열이 몰래 듣고 있었다니. 백현은 저절로 숙여지는 고개에 일으켰던 몸을 다시 뉘어버렸다. 아직 다듬어지지 못했던 그 연주는 완전 꽝이었다. 물론 백현 자신으로 보면 몇 년동안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지만 찬열의 앞에서라면-

 

왠지 모르게 찬열에게 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 오늘도 기분은 다 말아먹었네... "

 

 

백현은 겨우 이불 속에서 나와 샤워실로 직행했다. 물론 이른 시간이라 깨어나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백현의 발걸음은 왠지 바쁘게만 움직였다. 그런 백현이 샤워실로 들어간 시간은 5시 27분. 물론 새벽이다. 일반적인 학생이라면 이 시간에도 여전히 꿈나라를 헤메이고 있어야 할 시간이었다. 심지어는 큰 사업을 하는, 한 기업의 사장인 백현의 아버지마저도 아직은 눈을 감은 상태인데 백현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아침을 깨우고 있었다. 필자인 나마저도 이해를 할 수는 없지만 이게 백현의 작은 행복과도 같았다. 전신욕을 즐겨하는 백현은, 매일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 곧바로 샤워실로 직행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죄가 씻겨져 나가는 기분- 이런 건 드라마에서나 형용하는 부자연스러운 미사여구일 뿐, 딱히 커다란 이유는 없었다. 그냥 따뜻한 게 좋아서. 온 몸을 감싸안는 그 온도가 좋아서. 뭐, 이런 어린 아이같은 이유라면 들 수가 있겠지만 말이다.

 

백현은 긴 시간의 전신욕을 마친 채로 샤워가운을 둘러 샤워실에서 나왔다. 머리카락에는 아직 물방울들이 매달려 있었지만 백현은 그것들을 닦거나 말릴 생각이 없어보였다. 지금의 백현은 그저 이 온기를 조금이나마 더 유지하고 싶을 뿐인 것 같았다.

 

 

 

" 오늘도 일찍 일어났구나. "

" 좋은 아침입니다, 변 회장님- "

 

 

 

백현은 자신의 아버지를 마주하자마자 곧바로 제 방이 있는 2층 계단으로 올라가버렸다. 심지어는 '아버지','아빠'라는 쉬운 말도 입에 담지 못한 채로 말이다. 이것이 백현의 의사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그의 아버지가 거리를 두자고 한 것인지는 두고봐야할 일이긴 하다만.

 

방에 들어오자마자 백현이 한 것은, 교복으로 갈아입는 것이었다. 아직도 젖은 머리가 방 안을 물기로 가득채워가고 있었지만 백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제 더이상 온기라고는 남아있지도 않은 물방울임에도 말이다. 백현은 제 머리때문에 교복 조끼가 촉촉하게 젖어들어가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상태에서 조용히 밥 먹을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 아침을 잘 먹지 않는 백현이었지만 오늘은 유난히 시간이 많이 남아 오랜만에 먹고 가보기로 했다. 공복을 잘 느끼지 못하는 백현에게는 그리 의미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뭐. 멍하니 제 의자에 앉아 방바닥만 주시하던 백현의 눈이 오늘따라 불안해보였다. 느낌이 좋지 않다. 백현을 지켜보던 그의 아버지도, 또 백현마저도 느낀 감정이었다.

 

 

 

" 식사 준비했습니다! "

 

 

 

1층에서 들려오는 중년 여성의 목소리에 백현은 느릿하게 방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갔다. 내려가자마자 식사실에서 보이는 제 아버지의 실루엣이 밉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발걸음을 멈추지는 않았다. 백현의 등장에 그는 꽤나 당황한 듯한 반응을 보이며 괜히 헛기침만 뱉어댔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만 있자니, 백현은 헛웃음만 새어나왔다. 제 아버지지만 정말로 이해할 수가 없다 - 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TV나 주변 지인 앞에서는 아들 밖에 모른다는 듯이 행동하면서도 집에만 들어서면 가부장적인 사람으로 변해버리는 것을 시작으로, 자식인 백현에게 큰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게 예전에는 그렇게 확 와닿지 않았었지만 방향을 잃어버린 지금은 달랐다. 백현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왠지, '역시나.'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서.

 

결국 백현은 숟가락을 내려놓고야 말았다. 백현이 박차고 사라진 식탁 앞에서 백현의 아버지는 천천히 고개만 내저을 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데데한 놈

 

02

 

 

 

 

 

 유난히 오늘의 교실은 시끌벅적했다. 물론 그 틈에는 백현과 찬열도 있었다. 백현은 옆에서 신나서 떠들어대는 친구들의 말에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고, 어느 새 백현의 친구들과도 친해진 찬열은 그들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백현과 찬열의 귀에 훅 들어온 목소리가 있었으니.

 

 

 

" 아, 맞다. 이번에 오세훈 선물 다들 뭐 해줄거냐. "

 

" 미친, 우리가 여자냐? 낯 간지럽게 선물은 얼어죽을... "

" 그만큼 크게 하는 거면 선물 정도는 예의지. 격이 없네. "

 

 

 

그 주인공은 경수와 종인이었다. 종인에게 격이 없다 - 라고 말하며 고개를 절레 절레 저어대는 경수와 이에 발끈하는 종인을 보며 피식 웃은 백현은 창 밖으로 아예 시선을 돌려버렸다. 그러고보니 세훈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들 사이에서 세훈과 가장 친하다고 말하기는 애매했지만, 그렇다고 베스트 프랜드라는 이름 아래 빼놓기에도 민망한 사이였다. 모든 걸 털어놓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친하지 않은 것도 아닌. 조금 애매한 사이? 그렇다고 불편한 것은 아니지만 왠지 벽이 느껴지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세훈과는 단순한 농담들을 제외하고는 크게 진지한 대화를 나눠보지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세훈의 취향이나 관심사를 크게 알지 못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백현은 경수가 사는 것을 보고, 대충 비슷한 느낌으로 사려고 했건만, 경수는 이미 그의 선물을 산 눈치였다. 물론 지금 이 자리에 없는 세훈이 이들 모두를 초대할 지도 알 수가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세훈이야 자기 친구들로만 그 연회장을 가득 채우고 싶겠지만, 비즈니스 적인 관계도 엮여있을 것이다 - 라고 백현은 직감했다. 백현을 비롯한 몇몇 아이들에게 흔히 있는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고개를 살랑살랑 저어대던 백현이, 자연스럽게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며 물었다.

 

 

 

" 그래서 뭐 샀는데? "

" 나는 시계 정도? "

 

 

경수의 말에 백현의 표정이 묘하게 구겨졌다. 사실 이도 저도 결정하지 못 하면 시계나 줄까 - 하고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경수가 이미 선수를 쳐버린 상태였다니... 백현은 다시 머리를 굴리며 이번에는 준면에게 질문을 던졌다.

 

 

 

" 김준면 넌? "

" 게임 좋아하니까, 한정판 게임팩이나 사줄까 - 생각 중인데. "

 

" 아씨, 난 뭐 사주냐고! "

 

 

 

백현은 결국 제 머리를 쓸어올리며 성질을 내고야 말았다. 결국에는 쾅! 터져버린 것이다. 이렇게 복잡한 생각을 하는 게, 누군가에게 맞춰주기 위한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게 끔찍하게 싫은 백현이기에 그 스트레스는 더 했다. 심지어는 세훈마저도 백현처럼 깐깐한 성격에다가 자기 취향이 확실한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세훈의 취향 하나도 모르는 백현은, 자신이 참 어이없게 느껴질 정도였다. 정말 오늘은 잘 안 풀리는 구나 - 싶던 백현의 머리 위에 묵직한 손 하나가 올려졌다. 종인이나 경수겠지, 하고 고개를 들어올린 백현은 토끼눈이 된 채로 제 머리에 손을 올린 상대를 올려다보았다.

 

다름아닌 그는 박찬열.

 

갑작스러운 찬열의 행동에 백현의 동공이 묘하게 흔들렸지만, 찬열은 그런 백현의 반응이 오히려 더 재밌다는 듯이 입꼬리를 당겨 웃으며 말했다.

 

 

 

" 아니면 나랑 같이 가던지. "

" ... 뭘. "

" 오세훈 선물 사러. "

 

" 그건 더 싫으니까 손이나 떼라. "

" 왜? 너 결정장애도 있잖아. "

 

 

찬열의 말에 백현은 입술을 말아넣으며 그를 째려보았다. 백현은 나름 무섭게 보이려고, 혹은 위협을 가하려고 그랬던 것이지만 찬열에게는 큰 자극이 되지 못 했던 것 같았다. 오히려 자체 필터링으로 인해 그가 더 귀엽게 보인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 백현과 찬열을 쳐다보던 준면과 경수, 종인은 둘이 안 지 오래된 사이인 것 같다고, 백현이 결정장애 있는 것은 어떻게 알았느냐고, 이 상황을 눈치채지도 못한 채로 신나서 질문을 던져대고 있었다. 백현은 처음으로 제 친구들이 바보같이 느껴졌다. 물론 나쁜 뜻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좋은 뜻만 품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백현의 아버지와 찬열의 아버지가 누군지 뻔히 다 알면서도 둘을 여기서 처음 보는 사이로 간주하는 것부터가 참 웃긴 일이었으니.

 

 

 

" 야, 그럼 나도 데려가라. "

" 네가 여기 왜 껴. 변백현이랑 친해지려고 가는 건데. "

" 서러워서 살겠냐, 나도 데려... "

" 뭐냐. 왜 나 빼고 다 모여있어. "

 

 

갑작스러운 세훈의 등장에 다들 대화를 나누던 것을 멈추고는 일제히 세훈을 쳐다보았다. 그런 제 친구들과 찬열을 쳐다보며 정말로 거짓말을 못 하는 아이들이구나 - 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웃으면서 넘어가려고 하면서도, 사실 백현은 아까부터 자꾸만 걸리는 것이 있었다. 물론 그 주인공은 우리가 예상하듯이 찬열이었다. 어제 저녁에 혼자 잔뜩 성나서는 먼저 가버려놓고는 갑자기 백현에게 세훈의 선물을 사러 같이 가자니. 늘 느끼는 것이었지만 정말 찬열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게 백현이 찬열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상대를 꿰뚫어봐야만 하는 위치에서 찬열이라는 아이는 참 막막하게만 느껴졌다. 늘 백현을 깔보듯이 조소를 흘리다가도, 갑자기 잘 챙겨주는 모습과 또 반대로 갑자기 혼자서 성을 내는 등 너무 많은 면을 보여주었다. 그러니 백현이 혼란스러울 수 밖에.

 

그렇게 흐지부지했던 시간들이 지나가고, 어느덧 하교 시간이 다가왔다. 다들 가방을 챙기고, 그와중에 게임을 즐기는 무리들 사이에서 백현은 여전히 고민으로 가득 들어차있었다. 백현의 아버지, 세훈에게 줄 선물, 또 찬열. 백현을 괴롭히는 것은 그 무게와 상관없이 그의 머리 속에 난무한 상태였다. 지끈지끈해지는 머리에 얼른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 라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뒤에서 찬열이 백현의 손목을 낚아챘다. 그러고는 -

 

 

 

" 가자, 이제. "

" 뭐야. 어딜 가는 건데? "

 

" 아까 가기로 했잖아, 싫어도 가. 내가 가고 싶으니까. "

 

" 약 먹었냐? 진짜 왜 이래, 요새! "

" 변백현. "

" ...... "

 

" 내가 불편하다며. 조금이라도 편해져야 할 거 아니야. "

 

 

 

찬열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한 백현은, " 그게 이거랑 무슨 상관이야? " 라는 말을 내뱉으려고 했지만 냅다 달리는 찬열때문에 그 마저도 삼켜지고야 말았다. 학교 복도에 발걸음 소리를 울리며 요란하게 학교 건물을 빠져나온 둘은, 왜 이렇게 뛰어대냐는 학생 주임의 말 마저 무시한 채로 교문을 통과했다. 물론 그 후에도 찬열의 발놀림은 멈추지 않았다. 도대체 왜 뛰는 지는 모르겠으나, 찬열과 백현은 계속 달리고만 있었다. 그 후에 번화가 골목에 도착하고 나서야 백현은 겨우 숨을 돌릴 수가 있었다. 백현은 무거운 가방때문에 안 그래도 어깨가 아프건만, 힘들게 뛰어와서인지 더 쿡쿡 자신을 찔러오는 어깨를 두드리며 찬열을 노려다보았다. 이에 찬열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 이렇게 안 하면 차가 따라붙거든. 너도 마찬가지잖아? "

 

" ... 그래도 숨 차서 뒤질 뻔 했잖아. "

" 안 죽었으면 됐지, 뭐. "

 

 

백현의 가쁜 숨이 안정적인 호흡으로 변하자, 찬열은 다시 밝게 웃으며 백현을 잡아 이끌었다. 이 넓은 골목에서 둘이 꼭 붙은 채로, 심지어는 자신의 손목이 잡힌 채로 나란히 걸어가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 백현이었지만, 굳이 내색하지 않기로 했다. 언론을 통해서 가장 친한 사이라는 유언비어아닌 유언비어가 퍼져버렸으니, 찬열의 행동을 아예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뭔가... 이 모든 게 연기인 것만 같았다.

 

그렇게 혼자만의 생각을 이어가던 백현의 귀에 찬열 특유의 낮은 목소리가 꽂혀 들어왔다.

 

 

 

" 변백현. "

" ... 왜. "

" 그렇게 싫다는 티 팍팍 내면 내가 많이 무안하거든. "

" 아, 미안. "

 

 

찬열의 말에 굳어있던 표정을 그나마 푼 백현은, 지금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이해하기로 했다. 지금 백현과 찬열을 알아보고, 무어라 떠들어대는 사람들의 시선들이 느껴지고 있고. 게다가 찬열도 오늘은 백현을 놀리기 위해서, 골려먹기 위해서 이러는 것은 아닌 것 같았으니 말이다.

 

백현과 찬열은 평소 해보지 못 했던 것들을 해보기 시작했다. 늘 들리던 백화점들 대신 로드샵들도 들리고, 정말 오랜만에 분식 음식도 먹어보고. 또 심지어는 게임방도 다녀왔다. 이상하게도 백현은 찬열과 게임방을 가는 게 그리 어색하지 않게 느껴졌다. 이 나이의 아이들이라면 당연한. 그런 익숙한 무언가로 느껴졌다. 자신의 이런 변화를 눈치챈 건지, 아닌지 백현은 이런 쓸데없는 걱정은 집어삼킨 채로 지금의 상황에 충실하고 있었다. 물론 그게 그리 오래가지는 못 했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닌 찬열과 헤실대는 자신의 모습에, 백현은 갑자기 표정을 확 굳히며 찬열을 올려다보았다.

 

 

 

" 아니, 지금 우리 둘이서 실컷 놀고 있잖아. 나는 이러려고 온 게 아니라, 오세훈 선물 사러 온 거라고. "

" 실컷 잘 놀다가 이제와서 생색은. "

 

" ... 뭐 사주지. "

 

" 평소 오세훈이 뭐하고 다녔는지를 잘 생각해봐. "

" 다 했잖아. 시계는 도경수가 사버렸고, 게임팩은 김준면이... "

" 힌트를 줘도 모르냐. "

 

 

자신을 보며 혀를 차는 찬열을 노려보던 백현이, 문득 떠오른 생각에 어딘가로 냅다 뛰어가버렸다. 그제서야 눈치를 챈 건지, 갑자기 사라져버린 백현에 찬열은 어이가 없었다. 늘 애늙은이 행세를 하는 백현이었지만 찬열이 보았을 때는 백현마저도 그저 어린 아이로 보일 뿐이었다. 어쩔 때는 중학생 정도로 보일 때도 많고. 저 멀리서 희미하게 보이는 백현의 실루엣만 지켜보던 찬열도 걸음의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늘 그랬듯이, 백현은 달리고 찬열은 걷는다. 그렇게 거리를 둘러보며 걷던 찬열은, 제 옆을 스쳐지나가는 커플들을 보자마자 어제 민석과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무의식 중에 또 평소처럼 행동해버렸지만... 찬열은 곧바로 백현을 따라 뛰기 시작했다. 이런 작은 부분부터라도 바꿔나가야 백현을 잡을테니까. 바람이 스쳐지나가는 느낌이 좋았다. 오늘은 찬열에게 있어 가장 즐거운 날이다. 행복? 까지는 아직 아니니까.

 

 

 

 

***

 

 

 

 

 길면 서도 짧았던 시간을 끝내고, 백현은 오랜만에 밝은 얼굴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자마자 보이는 것은 백현의 아버지였다. 그는 평소와는 달리 뿌듯한 표정을 지은 채로는 백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백현은 오소소 소름이 돋는 듯한 기분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은 잘한 게 없는데. 심지어는 과외마저 빼먹고 찬열과 놀다 오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백현의 아버지는 웃고 있었다. 그에 의문을 품은 백현이 먼저 입을 떼려던 찰나, 그의 아버지의 목소리가 백현의 귀에 박혀들어갔다.

 

 

 

" 오늘 찬열 군과 시간을 보냈다고 들었다. "

" ...... "

" 지금처럼 좋게 좋게 지내줬으면 해. 그게 우리 정영그룹에게 더 좋은 길이 될테니까. "

 

 

그의 입에서 나온 얘기는 또 비즈니스였다. 백현의 표정이 묘하게 뒤틀렸음에도 그는 꿋꿋하게 뒷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그것은 백현을 오히려 더 틀어놓아버렸다.

 

그 뒤에 들려오는 말이 비수가 되어 버렸으니까.

 

 

 

" 애초에 피아노 하나 때문에 구차하게 굴 필요 자체가 없었던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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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
8년 전
뱅케이크
우엇 안녕하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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