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야겠네 오랜만에"
나는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지폐들 사이에서 오만 원짜리 지폐를 집어 주머니에 구겨 넣었다. 그리고는 대충 가디건을 찾아 걸치고는 가방을 찾아 어깨에 걸쳤다.
"가게? 진짜 갈 거야?"
"..."
"에이 안 들리는척하는 거 다 알아 방금 멈칫했잖아"
빨리 가야겠다 싶어 문고리를 잡으려고 뻗은 손을 누군가 낚아챈 건 한순간이었다.
"가지 마 우리 대화하는 거 오랜만이잖아"
".. 이거 놔"
"왜 피하는데?"
"좋아하는 사람 있어"
나는 그 상황에서 어떤 변명을 하기 위해 뱉은 말에 당황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거짓말 하지 마"
"믿기 싫으면 믿지 말던가"
"진짜야? 그럼 나는? 응?"
"..."
"진짜 우리 오랜만에 대화인데 이렇게 끝낼 거야?"
"그만하자"
"에이 왜 그래"
"그만하라고 정호석!"
내가 소리를 지르자 놀란 나머지 내잡고 있던 내 손목을 놓쳤다.
"윤기야"
"내 이름 부르지 마!"
나는 문을 세게 닫고 빠른 걸음으로 집을 빠져나왔다. 유난히 햇빛은 뜨거웠고 기온은 높아서 도로 위에 아지랑이가 선명하게 보였다.
"아 모자 쓰고 나올걸"
햇빛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굉장히 싫어하는 날씨라 더욱 걸음을 재촉했다. 10분 정도 걸으니 숲이 나왔다. 평소보다 빠르게 걸어 원래 15분 걸리는 곳을 10분 만에 도착했다. 이제부턴 그늘이라 편하게 걸었다. 걷다 어느 한 작은 오두막집에 이르렀다. 나는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그 오두막집에 문을 열고 들어가니 준수한 외모의 남자가 내 쪽으로 시선도 주지 않고 말했다.
"아 윤기 왔어? 오랜만이네"
"그러네요 선생님은 하나도 안 변하셨네요"
"야 누가 들으면 몇 년 만에 보는 줄 알겠다"
"선생님 저.."
"호석이가 다시 보여?"
"네?... 네"
"그래도 다행이네 생각보다 약 효과가 나쁘지 않은 거 같아 잠깐 거기 소파에 앉아있을래?"
나는 대답을 하지 않고 가방을 소파에 먼저 내려놓고 그 옆에 앉았다. 몇 분도 채 지나지 않고 선생님은 내 쪽으로 어떤 통을 들고 오셨다.
"윤기야 이거 봐 이번에 새로 산 건데 약통같이 안 생겼지?"
"네"
"내가 이거 사고 너한테 빨리 보여주고 싶어서 너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
"대답 없는 건 여전하네"
"..."
"혹시 약통 가지고 왔니?"
나는 가방에서 약통을 꺼내 건네자 선생님은 약통을 들고 작은방으로 들어갔다 다시 나와 침대 앞으로 갔다.
"윤기야 여기 누워봐"
나는 침대에 가기 위해 약간 세게 일어나자 약간 현기증이 나 살짝 휘청거렸다. 다시 중심을 잡고 침대로 가 누웠다. 선생님은 약간의 검사 후 나에게 약 한 알과 물을 건넸다.
"먼저 이거 먹고 쉬어"
"..."
"이제는 대답할 때도 되지 않았냐?"
"..."
"난 나름 우리가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약을 먹는 걸 확인한 후 선생님은 웃으며 작은방으로 들어갔고 나는 침대에 누웠다. 침대에 누워 방 내부를 천천히 훑어보았다.
"어째 여기는 볼 때마다 낯선 것 같냐"
그때 작은방의 문이 열리고 선생님이 고개만 내밀어 나를 보았다.
"방금 뭐라고 했어?! 뭐 불편해?!"
"아니요"
"불편한 거 있으면 바로바로 말해! 알겠지?!"
"네"
나는 다시 천천히 훑어봤다. 새로운건 없지만 그래도 낯선 느낌 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참을 훑어보니 금세 약기운이 올라와 나른해졌다. 작은방에서 들리는 달그락 소리와 침대 위 걸려있는 벽시계의 초침 소리 그리고 밖에서 들려오는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합쳐져서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고 창밖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기분 좋게 잠들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은 석진이구여 다음편부터 회상씬이라 지민이가 안나올거같아요 댓달고 포인트 받아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