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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민윤기] 우리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기 위해서 3 (부제 : 가끔 네 생각이 나는 걸) | 인스티즈

 

어색하다.

멍하니 휴대폰 액정을 바라보고있는 나를 툭툭 친건 민윤기였다.

정확히 10분후 뛰어왔는지 숨을 헉헉대는 민윤기가 왔고,

우리는 버스정류장에 나란히 앉아있다.

예상대로 민윤기는 말이 많은 편은 아니였다.

‘..............’

‘ 애들이랑 놀던거 아니였어? ’

‘ 아, 당구장간다길래 별로 안가고싶어서.’

‘아.. 집가려구?’

‘ 응.’

‘ 너 몇 번타는데?’

‘ 우리집말고. 너네집 ’

‘........ 어? ’

‘ 니 데려다 줄거라고.’

‘ 괜찮은데. 뭐하러 돈아깝게 너까지 버스타구가 ’

민윤기는. 아무말없이 고개를 돌려 내 두눈을 마주보았다.

작지만 깊은 눈. 무표정의 민윤기의 눈은 더욱 깊어보인다. 빨려들어갈 것 같아.

내가 먼저 피했나. 민윤기가 먼저 앞을 보았었나.

그건 중요하지 않았나보다. 기억이 잘 나지않는걸 보니.

오지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민윤기와 이것저것 이야기를 꽤 했다.

알아낸 사실은 민윤기는 학교 밑 꽤 좋은 아파트에 산다는 것과,

부모님은 두분다 바쁘셔서 해외로 자주 나가시고, 외동아들이라는 것.

음악을 좋아하고 시끄러운것보다는 조용한 것을 더 좋아한다는 것.

무서운 영화를 싫어한다는 것과 사람이 많은 곳을 싫어한다는 것.

나는, 적어도 혼자 남겨졌다는 기분을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더욱 밝아보이게 웃고, 더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한다.

민윤기는, 그런 나와 조금 다른 사람 같다.

혼자인 것을 적어도 즐기는 것 처럼 보인달까.

민윤기하고 같이 있으면 왠지모르게 편안한 기분이다.

좋다. 민윤기.

 

15분을 더 기다린 후 버스가 왔고 내 뒤를 민윤기가 올라탔다.

‘근데 니 어디사는데 이거 타?’

‘아, 나 감천동 사는데. 이거 타고 내려서 좀 더 걸어.’

‘감천동? 학교까지 꽤 머네. 걸어다니기 힘들겠다.’

‘응. 닌 바로 밑이라서 부럽다~’

‘ 우리집에서 나랑 같이 살아라 그럼.’

민윤기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저런 말을 잘 내뱉곤 했다.

심지어 장난스러운 표정이라거나, 웃음도 전혀 머금지 않고 말이다.

게다가 스킨십도 자연스럽다. 물론 과하지 않게.

뭐야. 여자 많이 안만났다고 들었는데 선수인가.

‘뭐야~ 변태.’

‘그게아니라. 니 혼자있는거 싫어하잖아’

민윤기는 저 말과 동시에 내 머리를 큰 손으로 감싸 가볍게 흔들었다.

내가 한 이야기들을 다 기억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민윤기는. 이해하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렸다. 집까지 걸어올라가야 하는데.

민윤기에게 우리 집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좁은 판잣집이 모여있는 우리동네.

‘데려다줘서 고마워. 얼른 가 너두. 늦었어 ’

다행히 더 이상 묻지 않고 아무말없이 큰손을 들어 내 앞머리를 꾹 누르는 민윤기.

애가 은근 머리를 만지는 걸 즐기네. 앞머리 엉망되게 시리.

‘ 조심히 들어가라. 아직 추우니까 얇게 입고 다니다가 감기걸리지말고 ’

‘응. 너두 잘가.’

잘가라는 말에 손을 슥슥 흔들어 보이고 뒤돌아 가는 민윤기.

밤이되면 아직 쌀쌀한 날씨인지라, 얇게 입은 옷에 춥다.

민윤기가 돌아가는 것을 보고 나도 빨리 가파른 골목을 올라가 집으로 향했다.

계단이 꽤 되는지라 시간도 꽤 걸린다.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데 진동이 느껴진다.

아까 버스안에서 민윤기가 내 휴대폰을 빼앗아가 자기멋대로 저장시킨 번호.

[윤기]

진짜 민윤기답게 저장해놨네.

[여보세요]

[집 들어갔나.]

[아니 아직 가는 중인데.]

[정류장에서 꽤 머나보네.]

[응. 닌 집 가고 있나]

[어. 내일 학교안가니까 늦게 자겠네.]

[당연하지. 늦게까지 티비봐야지 ~]

[빨리자라. 키안큰다 꼬맹아.]

[야 벌써 다 컸거든? 그리고 나 여자치곤 그렇게 안작거든]

[쪼꼬만게. 귀엽네 ]

민윤기랑 전화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실실 웃고있는 나를 발견한다.

집에선 웃는 일이 자주 없는 데.

 

그 날 이후 민윤기와 썸 아닌 썸을 타기 시작했다.

학교에선 폰을 내기 때문에 연락을 할 수는 없지만,

야자를 마치고 항상 민윤기와 하교를 같이했다. 물론 민윤기는 학교 바로 밑에 살지만

항상 20분 거리의 우리동네까지 같이 걸어주었다. 처음엔, 안그래도 된다고 했지만,

은근 고집있는 민윤기의 고집에 못 이겨 결국 같이 하교하고 있다.

늘 같이가던 다영이는 민윤기와 잘해보라며 쏙 빠져버렸고.

하교를 할때는 항상 같은 패턴이다.

내가 일방적으로 민윤기에게 조잘조잘 떠드는 것.

수업시간에 잠 왔던 이야기, 우리 반 친구들 이야기, 오늘 급식이 맛없었다는 이야기,

야자시간에 떠들어서 혼난 이야기, 수학이 어려워서 힘들다는 이야기까지.

어쩌면 민윤기는 재미없을 법도 한데.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중간중간 그랬냐. 좋았겠네. 힘들었겠네. 나도 그 단원은 싫어한다. 맞장구도 쳐주고.

항상 헤어지는 지점은 같다.

우리 동네로 올라가기 딱 그전.

‘집까지 데려다 줄게’ 라고 말한적은 단 한번도 없다.

 

오늘도 민윤기와 헤어지고 어김없이 전화가 온다.

긴 계단을 올라가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민윤기와 전화를 하며 집으로 간다.

민윤기와 나란히 하교하는 모습을 본 애들은 가끔 이런 질문을 한다.

‘ 채영아, 너 민윤기랑 사겨?’

그럴때마다 아니라고 친구사이라고 웃으며 넘기는 나를 보고,

다영이는 썸만 백만년 탈거냐고 언제 사귈거냐고 묻는다.

난 민윤기와 사귀고 싶은 걸까.

그치만 지금 처럼 이런 사이가 제일 설레고 좋은데.

민윤기와 사귄다면, 더 깊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면.

지금과는 다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날은 왠지. 집에 가기 싫었다.

몇일 전부터 계속 돈 문제 때문에 말다툼을 하시던 부모님.

돈이 뭔지, 예전에는 순하기 그지없었던 아빠를 그렇게 변하게 하는지

엄마가 우는 것또한 듣기싫었다. 아직 철이없었던 나인지라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괜히 짜증이 났고, 또 원망스러웠다. 왜 우리집은 남들보다 못사는건지.

기말고사가 얼마 남지않았기 때문에 몇몇 아이들도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있었다.

9시에 야자를 마치고 집에 가봤자 공부는 되지 않을 것 같기에 학교에 남기로 했다.

야자 중간 쉬는시간에 몰래 복도의 폰가방에서 폰을 빼 윤기에게 카톡을 했다.

[윤기야 나 오늘 남아서 공부하고 갈게]

[오. 공부 잘되는가보네]

[ 안되는데 집가면 더 안될거같음 ㅠㅠ]

[ 나도 남을까]

[아냐 먼저가도되. 나 다영이랑 갈게]

[그래그럼. 열공해라]

민윤기랑 썸아닌 썸을 타면서 나는 스스로 한가지 법칙을 만들었다.

바로 기대지 않기. 피해주지 않기다.

누군가에게 기대게되면 분명 상처받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민윤기에게 피해주는것도 싫고. 그래서 나도모르게 한발 물러나게 된다.

다른 친구들에게도 마찬가지. 그래서 특히 다영이는 벽치는것같다고 서운해 하곤한다.

뭐, 민윤기는 별로 서운해 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결국 되지도 않는 공부를 하겠다고 남아서 끙끙대다, 한시간동안 엎드려 잠만 잤다.

자기네 반에서 공부하다 집에가자는 다영이의 재촉에

잠이 덜깬 상태로 마구잡아로 교과서를 가방에 집어넣고 학교를 나왔다.

‘뭐야 공부한다더니 잘 주무셨어여~~?’

‘ 아 공부해야하는데. 공부 드럽게 안되. 그냥 집가서 잘란다’

다영이와 헤어져 집까지 올라가는데 괜히 조용한 휴대폰을 켰다 껐다 만지작된다.

민윤기 연락도 없네. 집에서 공부중인가.

 

대문을 따고 집으로 올라가는 순간. 엄마아빠의 말소리가 들린다.

정확히 말하면 아빠의 고함소리. 엄마의 울음소리.

아직 11시 가 조금 더 넘은 시간이라 두 분 다 일하고 계실 시간인데.

순간 아빠가 집 밖으로 나와 나를 지나쳐 나갔다.

집으로 들어가기 싫었다. 울고있는 엄마를 볼 자신이 없었다.

그냥 눈물이 났다. 복합적인 감정이였다. 힘들다고 그때는 생각했을 테지.

등에 맨 가방속 아까 마구잡이로 넣은 교과서가 유독 무겁게 느껴진다.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다시 대문을 나섰다. 어차피 안들어온다고 걱정할 사람도 없는데.

아직 추운 밤공기에 춘추복 와이셔츠만 입은 팔이 시렵게 느껴진다.

가로등이 꺼진 골목은 어두컴컴하다. 가방끈을 꼭쥐고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교복치마의 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진다.

[집 들어 갔나 ]

민윤기다. 민윤기의 카톡

휴대폰을 닫아 다시 주머니에 넣고 계단을 내려와 윤기와 항상 헤어지던 슈퍼 앞 평상에 주저앉았다.

17살의 서채영은 그게 뭐가 그렇게 큰일이라고 펑펑 눈물이 치솟았다.

나는 엄청 불행한 아이다 라고 생각하면서 펑펑.

어쩌면, 이렇게 울면 조금은 편안해질까 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골목, 드라마속 여주인공이였다면 앞에 소주라도 한병 있었을 장면이라고 생각하면서.

치마 주머니에서 진동이 주기적으로 느껴진다.

울음이 맺힌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 채동아 ]

채동이는, 유일하게 민윤기가 나를 부를때 쓰는 말이다.

민윤기의 낮은 목소리를 들으니 괜히 더 눈물이 차오른다.

윤기에게는 내가 왜 우는지 설명해줄 자신이 없는데 말이다.

[....응]

[니 울었나.]

[..........]

[무슨 일 있나. 어딘데 지금]

윤기의 목소리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흘렀다.

왜 그렇지 않은가. 누군가 무슨일있었냐고 물으면 , 누군가 울지말라고,달래주면

더 서럽게, 울게되는거. 그때 민윤기의 목소리가 너무 다정해서, 나를 걱정해 주는 것 같아서 더 펑펑 울고 말았다. 그렇게 한참을 펑펑 우는 내 울음소리를 가만히 듣던 민윤기는,

 

뛰어온건지 헉헉 숨을 몰아쉬고. 평상위에 앉아있는 나를 가만히 안아주었다.

민윤기의 심장소리가 쿵쿵 뛰는것이 느껴졌다. 편안해지는 기분.

‘ 다 울었냐.’

‘..............’

‘ 오빠 숨차 죽겠다.’

‘.............’

‘ 추운데 왜 이렇게 입고 있냐’

민윤기는 아무말없이 자기가 입고있던 후드집업을 벗어서 입혀주었고, 후드 모자를 내게 씌운 뒤.

‘ 우니까 더 못생겼다. 우리 채동이 ’

결국 웃고 말았다. 민윤기의 장난스런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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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버스타고 가는거리를 설마 뛰어온겨????!!!! 여주는 복받았네ㅠㅠㅠㅠㅜㅜㅜㅜㅜㅜ
8년 전
녹차모찌
학교에서는 버스타고 안다니고 걸어다녀요~ 윤기랑도 항상 걸어서 하교합니다 ! 멀긴 하지만 ..!! 버스 장면은 시내에서 놀고 와서 나온 장면입니다 ! 오해 없으시길 바래요 ㅎㅎ
8년 전
독자2
작가님 이런거 물어봐도 될지 모르겠지만 완벽하게 백퍼센트가 다 실화는 아니죠..?ㅠㅠㅠㅠ
8년 전
녹차모찌
음 실화를 바탕으로 쓰긴하는데 멘트같은거는 조금 바꿨네요. 굵직한 에피소드는 제 이야기 쓴거구요. ㅎㅎ
8년 전
독자3
아...ㅠㅠㅠㅠㅠ 실화라 그런가 작가님 글 읽는데 슬픈 장면이 아닌데도 뭔가 계속 울컥해요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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