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종을 누르니까 버튼하나만 누르면 되는 걸 또 직접 문을 열고 나오심. 덩그러니 물건만 놓고 나오기엔 뻘쭘해서(그래도 애인인데?) 같이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티비를 보는데 초인종이 한 번 더 울림
열림버튼을 누르시곤 다시 자리에 정착하심. 난 괜히 안절부절 못 함
"어 커피~ 아직 안갔어?"
과장님이 등장하심
"아 맞다"
얼떨결에 문을 여셨다고 하시는데 나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셨던 것..?
"뭐 가져다주러 온 거 맞아~~?"
"아니면 뭐. 커피한잔 먹여 보낼랬다"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으시곤 그럼 나도 한잔 줘~ 하심. 차장님은 무심하게 커피를 타러 가시고 이 과장님은 아직 내가 있을 줄 몰랐다며 헤실헤실 웃으심
고등학생 때부터 친구였다고 하시길래 이것저것 물어봄. 사실 내가 물어본 건 아니고 먼저 알려주심
"여자친구 없었지~ 워낙 딱딱하셔서"
어느샌가 차장님이 나오셔선 왜 왔냐고 빨리 올라가라고 하심
과장님은 내가 뭘 ~ 하시고 두분이서 투닥거리시는데 귀여우셨음
"집에 먹을게 없어서 왔어 밥이나 먹자고"
"너는 정말 뭐 먹고 사냐. 우리집이 식당이지"
오늘은 미리 장 봐놓은게 없다며 나가서 먹자고 하셔서 엉겁결에 나도 따라나섬
"너는 장가 안가냐"
이과장님 말씀에 묵묵부답하심
"만나는 사람은 없냐"
"있어"
"어우야 좀 서운하다. 누군데 말도 안하고"
말 대신 고갯짓으로 나를 가리키심
"뭐야, 커피 너였어?"
"네?? 저요??"
갑작스러운 공개에 나는 1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음
"야 지금까지 너 혼자 연애했나본데?"
이과장님의 질문에 그런건가? 하시며 나를 쳐다보심
"아니요아니요 맞아요 맞죠 네 여자친구"
"능력 좀 되네, 나이가?"
"스물 다섯이요"
"와. 대단한데?"
"시끄럽다"
"얘가 잘해주나, 막 사랑한다 좋아한다 이런말도 하고?"
생각해보니 저런 말은 들은 적이 없네.. 살짝 마음이 시려웠음
"아니요 뭐 그냥..."
잔뜩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니 마지못해 내 얼굴을 보고 아무도 안 볼 때 입모양으로 사랑해, 좋아해, 하심. 로봇인 줄 알았음
오늘은 내가 사주께~ 하시며 계산을 하시곤 쿨하게 나가심
-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술을 좀 거하게 마심. 덕분에 오는 연락을 다 무시해버림
[뭐해요]
[연락]
잠깐 정신차리고 차장님께 전화를 걸었음
"네 저 좀 놀고있슴닥"
[얼마나 마셨어요]
"이제 집에 갈겁니다"
[어디야]
"ㅇㅇㅇ입니다"
하곤 전화를 끊고 양팔을 베게삼아 테이블에 엎드려 자고있었음
누가 나를 톡톡 건드려 깨우길래 고개를 살짝 돌렸더니 옆자리에 차장님이 앉아계심
"자꾸 이렇게 아무데서나 자면, 여자가 말이에요"
"가야지 빨리 집에"
집나간 여동생 찾으러 온 오빠처럼 계산을 하시곤 스윽, 나가셔선 어서 오라는 눈빛을 마구 쏘심
차장님 차에 타선 쏟아질 잔소리가 무서워 등받이에 기대 눈을 감고 있었음
아휴, 데리고 살아야지 아주. 하시며 궁시렁거리시는 소리가 간간히 들림 또 내 머리를 넘기시며 예쁘다. 하시곤 다시 운전대를 잡으심
어색하지만 애정표현이 전보단 부쩍 늘었다는 느낌이 듦
집에 다왔는데 내가 자니까 또 못 깨우시고 가만히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심.
타이밍을 봐서 일어나야겠다 하고 실눈을 떴는데 운전대에 한 팔을 올려 턱을 괴시곤 뚫어져라 자는 나만 쳐다보심
-곧 내야죠..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