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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샤이니 온앤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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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어색하다. 차가운 밤길을 저 형이랑 둘이 걷고 있으니 둘 사이의 적막이 나를 짓누르고 있는 진짜 한 사람의 무게보다도 더 무겁게 다가왔다. 그나저나 이 새끼는 뭘 먹었기에 키도 큰 놈이 이렇게 가벼워. 술에 취해 힘이 없어 점점 흘러내리는 몸에 김종인을 다시 고쳐 업었다. 귀 바로 옆에서 색색거리는 숨소리를 내며 잠에 취해선 정신줄을 완전히 놓아버린 김종인에 반해 나는 분명 술을 엄정 들이켰던 거 같음에도 취한 느낌은 커녕 정신이 더 맑아지고 있었다. 뒤에서 세상 모르고 자고 있을 김종인이 밉다. 나는 이런 스킨쉽 하나에도 미치겠구만. 혼자서 세상 편하지 아주.

 

"세훈아."

"?!"

 

와씨, 깜짝아. 옆에서 변백현을 업고 조용히 걷던 형이 뜬금없이 내 이름을 불렀다. 김종인 형이라 그런가. 괜히 긴장된다. 땀이 차오르는 손을 더욱 꽉 잡아 미끄러지지 않게 했다. 아오, 이 놈의 술은 도와주지는 않을망정 정신을 더 깨워버리냐. 저 형은 뭔가 무서운데.

 

"...백현이 집 어딘지 알지?"

". 저 골목이에요."

 

말 앞에 공백 있는 거 보면 할 말이 이게 아닌 거 같은데. 아씨, 똑같이 계속 쳐다보는데도 도경수형이랑 눈빛이 달라. 그 형은 멍해서 안개 속인 것 같은 기분인데 이 형은 발가벗은 기분이야. 미치겠다. 김종인은 여전히 내 귓가에 뜨거운 숨소리만을 뿜어내고 있고, 난 땅바닥만 보면서 걷고, 저 형은 날 꿰뚫어보고, 미치겠네.

 

"원래 말 많은 편이야?"

"아뇨?"

"……. 주사인가……."

 

나 설마 입 밖으로 소리 내서 말한 거야? 아닌데. 저 형 진짜 무서워. 뭐야. 왠지 나를 한 눈에 꿰뚫어 버린 듯 한 느낌에 온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시선을 땅바닥에 고정했다. 곁눈질로 흘끔흘끔 쳐다볼 때마다 묘하게 눈 마주치는 기분도 들었다. 이런 류의 사람은 또 처음이다. 이 형제들 뭔데 날 막 들었다 놨다 하는 거야.

 

"너는 집 어디야?"

"김종인이랑 반대방향이요."

"집에 늦게 들어가도 괜찮겠어?"

"어차피 방학인데요. 아무도 안 기다려요."

"그럼 차라리 자고 갈래?"

 

저 형 뭐야……. 무서워……. 살짝 보이는 입가의 미소에 악의는 없어보였다. 내가 김종인 좋아하는 거 모르는 건가. 아는 거면 대체 무슨 속셈인거야. 무서워 죽겠네. , 나야 땡큐지만. 한 번 시작된 상념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져 어색했다고 느꼈던 기분은 사라지게 되었다. 옆에서 계속 나를 쳐다보고 있는 건지 아닌건지도 모르겠다. 그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게 이어지던 생각이 어느 순간 김종인이라는 사람에게 닿았고 그 순간부터 최대한 편하게 잘 수 있도록 자세를 고쳐 잡으며 넘어지지 않게 걷는 것이 다였다. 박찬열형 집에서 멀지 않은 변백현집에 다다라 형이 변백현을 떨구고 나올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형이 빈 손으로 나올 때 순간 설마 김종인을 건네주고 집으로 가야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지만 형은 의외로 아무 말 없이 집으로 향했다.

 

"세훈아."

"?"

 

저렇게 부를 때마다 긴장돼 죽겠네.

 

"...넌 나중에 커서 뭐하고 싶어?"

 

뭔 뜬금이래.

 

"현실적인 꿈은 아버지 사업 물려받는 거요."

"이상적인 꿈은?"

"...비웃지마요."

"안 비웃어."

"...댄스크루 리더요."

"다행이네."

"?"

 

뭐야 이 형. 도경수형보다 더 속을 모르겠잖아. 다행이다만 뭔 신종 개소리야. 형은 편안한 옷차림을 한 채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내 쪽으로 시선을 주지 않은 채 나보다 조금 더 앞서 걷고 있었다. 그런 형을 바라보며 걷다가 생각지도 못한 대화의 방향에 하마터면 김종인을 떨어뜨릴 뻔했다. 안 되지 안 돼.

 

"종인이도 그 쪽으로 가고 싶어 하거든. 바보같이 나 때문에 부모님 기대에 파묻혀서 어영부영 공부 쪽이 꿈이라고는 하지만."

 

.... 어쩐지. 계속 댄스부와서 기웃거린다 했더니. 나 때문이 아니라 그것 때문이었나. 이 자식이 나를 좋아해주길 바란다거나 그런 어이도 없는 상상을 하진 않았다. 그래도 적어도 이유가 내 쪽에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러니까 내가 어떤 무리에 있든 간에 순순히 같이 다니는 거 아니었나.

 

"학기 초에, 눈에 띄는 아이가 있더래. 무섭게 생겼는데, 춤을 잘 추더래."

 

나쁜 놈. 사람 외모가지고 판단하면 안 돼지... 하긴 뭐 그렇다고 내가 행실이 바랐던 건 아닌 거 같은데.

 

"친해지고 싶었대. 그래서 처음으로 소원을 빌어봤는데, 이뤄졌더래. 먼저 손을 내밀어 줬대."

 

...친해지고 싶었다라. 무슨 의미일까. 김종인이라면 순수한 이유겠지. 때가 낄 수 없는 느낌이니까.

 

"그런데 친해지고 나서 보니 무섭다더라. 종인이는 나 때문에 항상 착하게 남아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 그런데 그 아이는 일탈을 밥 먹듯이 하는 아이라고. 그래서 자기가 나하고 멀어질까 봐 무섭고, 그 아이와 어울리지 못할까 봐도 무섭다고 하더라."

 

병신. 내가 아무리 밥 먹을 때마다 새치기를 한다지만. 내가 정말 범죄를 저지르는 그런 사람은 아닌데. 김종인이 먼저 나랑 친해지지 않겠다 해도 내가 놓지 않을 건데.

 

"우리 집 여기야. 어떡할래."

"뭐가요?"

"지금 여기 들어오고 싶으면 하나 약속해 줘. 일탈행위 일체 하지 않겠다고. 학교생활 제대로 하고 공부도 하겠다고."

"싫다면요?"

"종인이 넘겨주고 그대로 발 돌려서 집 가면 돼."

 

이 형 무섭다고 했잖아. 앞서가던 발을 멈추고 이제야 나를 돌아본 형은 가로등 뒤쪽에 있어 표정이 명확히 보이진 않았다. 그럼에도 형의 분위기나 압박은 고스란히 느껴졌다. 빛이 없는 곳에서도 나를 다 안다는 듯이 쳐다보는 눈만은 나를 여전히 똑바로 직시하고 있었다. 너 종인이 좋아하지. 다 알고 있어. 어서 대답해. 어쩌면 남들에겐 뻔한 답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내가 저 압박에도 대답을 미루고 있는 이유는 둘 다 놓기 싫어서겠지. 남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탈행위는 나에게 있어서 하나의 숨구멍과도 같은 존재였으니까. 그걸 버리라니. 왜 김종인과 일탈 둘 다 취하면 안 되는 거지. 지금까지 그래왔잖아.

 

"헛생각 하지 마. 종인이가 아무리 너를 좋게 봐도 아직 나만큼은 아니니까."

 

분명 나를 우습게 보는 거다. 짜증나. 똑똑하면 사람 마음 알아채고 이용해도 되는 건가. 젠장, 내가 이런 거에 망설일 사람이 아닌데. 내가 가지고 싶은 건 다 가졌었는데.

 

"사람 마음 갖고 놀면 재밌어요?:

"너는 사람 인생 가지고 놀면 재밌어? 종인이 책임질 수 있는 거 아니면 지금 깔끔히 포기하고 니가 원하는 삶 살아. 우리 종인이까지 건들지 말고."

"너무하네. 남의 개인사도 모르면."

"알 바 아냐. 넌 남이지만 종인이는 아니거든."

 

쿨한 형일 줄 알았는데. 무서워, 역시. 내 등에 업혀져서는 돌아가는 상황은 커녕 꿈 속에서 구름과 같이 떠나니고 있을 이 녀석을 저 형에게 넘겨줘야하는 걸까. 싫은데. 내가 왜. 그렇다고 일탈을 포기할 수도 없고. , 씨발. 뭣 같아.

 

"...지금 내 상황 굉장히 뭣 같은 거 알아? 방금 전까지만 해도 기분 째질 것 같았는데. 뜬금없이 짐에서 자고 가라고 해서 사람 헷갈리게 하질 않나. 김종인 속마음 멋대로 말해주질 않나. 이젠 내 일상이랑 김종인 중에서 하나 선택하라고 하질 않나. 내가 왜 댁 말을 들어야 돼요? 여기서 김종인 업고 튀면 되는데."

"해 봐. 못 할 걸?"

 

씨발. 역시 내 머릿속에 들어왔다 나간데 틀림없어. 김종인 데리고 튀어봤자 다리병신이 아니니 제 집 정도는 찾아가겠지. , 짜증나.

 

"종인이 자잖아. 빨리 결정해. 하나만 결심하면 되는 건데. 왜 그렇게 오래 걸려?"

"뭘 안다고 진짜……."

 

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나. 한 번 더 흘러내려져가 있던 김종인을 다시 업었다. 그 충격에 살짝 불편했던 것인지 우웅, 하는 소리를 내며 나한테 더 밀착해 업혀온다. ……. 씨발. 이 새낀 지가 이렇게 치명적인지 1도 모르겠지.

 

"...열쇠 화분 밑에 있어."

"미쳤어요? 누가 들어오면 어쩌려고요."

 

결국 또 내 맘대로 하지 못했다. 일탈을 대신할 방법으로 김종인이 내 옆에 있으면 된다. 그런 이유로 나를 자기 합리화시켰다. 그동안 김종인 말이라면 어기지 않고 지켜왔으니... 아씨, 생각하면 할수록 열 받아. 왜 이렇게 제멋대로 하는 게 줄은거야.

 

"세훈아. 많은걸 바라는 게 아니야. 종인이가 죄책감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

". 알아요, 알아. 짜증나니까 좀 닥쳐줄래요?"

"...그래. 종인이 방 맨 끝 방이야."

 

뭐야, ? 뭐 바닥에서 자라던가 이불 옷장 안에 있으니까 더 꺼내 쓰라던가 그런 말 없어? 내가 뭔 짓 할 줄 알고? 나의 뭘 믿고? 우리가 안 지 며칠이나 됐다고? 의아함에서 비롯된 찜찜함은 묻어둔 채 김종인의 방으로 향했다. 한쪽에 잘 정리되어있는 침대에 김종인을 눕히고 생각보다는 오랜 시간을 걸어 피곤해진 다리를 편 채 침대 옆에 앉았다. 평소에 이렇게 자세히 본 적이 있었던가. 젠장, 그러고 보니 그 형 말을 듣는다고 해서 이렇게 이쁜 애가 내 멋대로 되리란 보장이 없잖아. 가만히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구경해나가다가 아직까지도 교복차림인 게 눈에 띄었다. 어쩌지. 쓱 둘러본 방 안에는 분명 잠옷임에 틀림없는 옷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뭐 어때. 나는 전혀 흑심을 품은 게 아냐. 오히려 선량한 마음에 잘 때 불편하니까 갈아입혀주려는 것뿐이야. 거기에서 생각이 멈춘 나는 침대 위로 조심히 손을 뻗어 넥타이를 빼고 니트를 잡아 당겨 벗겼다. 잠귀가 어두운가. 업혀 올 때도 잘 자더만... 김종인과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떨리는 손을 어떡해야 하는 걸까. 조용히 크게 숨을 들이쉰 나는 조심스레 와이셔츠의 단추를 풀러나가기 시작했다. 불을 안 킨 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밖에서 들어오는 옅은 불빛에 희미하게 드러난 김종인의 속살이 내 눈에 들어왔다. 마냥 범생이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몸 선이 예쁘다. 넌 왜 못난 구석이 없냐. 색색거리며 미동도 없는 김종인의 상체를 조심스레 일으켜 와이셔츠를 완전히 벗겨내고 잠옷에 손을 뻗었다. 아씨, 조금만 더 가면 잡히는데.

 

으응…….”

 

...깼나? 멈칫하며 시선을 돌린 곳에서 김종인은 예의 반 쯤 감긴 눈을 하고선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일 났네. 오해하기 딱 좋은 상황인데.

 

세후나…….”

, ?”

같이 자…….”

 

미친 거 아냐? 아무리 잠에 취하고 술에 취해있다고 해도 넌 그런 말이 쉽게 나오냐? ? 니가 자꾸 그러면 나야 오예겠지만. 비죽거리는 웃음을 꾹 참으며 계속 자자며 칭얼거리는 김종인을 달랜 나는 잠옷집기를 포기 한 채 그대로 김종인과 같이 침대에 누웠다. 자연스레 내 품에 안겨서는 다시 잠들어버린 김종인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니 아까 짓지 못했던 웃음이 결국 얼굴 전체에 퍼졌다. 겁도 없지 진짜. 아기 코알라처럼 나한테 꼬옥 안겨있는 김종인의 등을 살살 쓸어 주다가 이마에 몰래 뽀뽀했다. 어차피 기억 못 할 텐데 뭐.

 

김종인.”

“...으응.”

“...아냐, .”

.”

 

넌 어떻게 이마저도 귀엽냐. 대답을 한 건지 아닌건지. 어쨌든 잘 자라. 김종인. 너 덕분에 나도 잘 자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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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잘보고가여ㅎㅎ 찬디!!!! 좋아여ㅎㅎㅎ 종인이랑 세훈이 같이자고... ㅎㅎ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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