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ng long ago - Acustic Cafe
by. 쮸쀼쮸쀼
유난히도 쌀쌀한 밤이었다. 자철은 그날따라 등골이 오싹한 불쾌한 기분에 잠에서 깨어났고, 한통의 메세지를 확인한다. 부잣집 딸을 죽이라는 위에서의 명령. 후 하고 한숨을 쉰 뒤, 몽롱한 잠 기운이 가신 뒤 다시 대상의 이름과 정보를 확인하려 다시 휴대폰을 들어 확인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다름아닌 그가 죽일 대상이 그의 오랜 연인이기 때문이었다. 예상치 못한 의뢰에 당황한 자철은 꿈일거라 애써 부정하며 따귀를 때려보지만, 머지않아 빨갛게 부어오른 그의 볼이 현실임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내일 밤 12시. 그는 그녀를 죽여야만 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인 상황에서, 자철은 명령을 거부할 수도, 그녀를 죽일 수도 없었다. 여태껏 수많은 사람들을 죽여왔던 것에 대한 벌일까. 곧 자철은 두려운 눈빛을 숨기지 못하고 손이 덜덜 떨렸다. 잔인하고도 깜깜한 현실을 맞이한 자철은, 이성이라곤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냉정히 선택하려 마음을 애써 달래보려 하지만, 그 어떤것도 그를 편안하게 만들 수 없었다. 한참을 공황상태에 빠져있는 자철을 깨운건, 그의 연인에게서 온 전화 벨소리였다.
"…여보세요?"
"응 오빠. 어디야?"
"…아…나…나 지금 집이지."
"어디 아파…? 목소리가 왜…"
"아니, 아니야…. 그, 그냥 복잡해ㅅ…"
"에이-. 아닌것 같은데? 오늘 데이트는 못하겠다. 내가 죽끓여서 금방 갈게"
"…어? 아니…"
"왜,싫어…?"
"아. 아니…"
"그럼 금방 갈게. 쉬고 있어."
"…그래"
여느때와 다름없는 그녀의 목소리가 자철의 복잡한 마음을 파고들었다. 감당 할 수 없는 감정이 그를 둘러쌓고 쌓아서 단숨에 삼켜버렸다. 지옥이 있다면 이런 기분일까, 싶을정도로 그는 이 잔혹한 현실속에 힘없이, 아무런 저항도 해보지 못한 채 삼켜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도 잠시, 도어락이 풀리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목소리가 집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졌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휴대폰을 숨기며 그녀를 맞이했고, 하얗게 질린 자철의 얼굴을 걱정스레 바라보며 정성스레 끓여온 죽을 꺼내어 한숟갈, 한숟갈 입속에 넣어주었다. 자철은 뜨거운 죽을 삼킬 때마다, 깨진 유리조각을 삼키는 듯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약까지 건낸 뒤, 그녀는 가지고 온 죽을 반찬통에 담아 늘 그랬듯 익숙하게 냉장고에 넣어두곤, 현관문에서 나갈 채비를 마쳤다.
"…가려고?"
" 응, 냉장고에 죽이랑 밑반찬 몇가지 담아놨어. 끼니 거르지 말구."
"…"
"식탁위에 약 올려놨어. 그리고…아프면 아프다고 얘기해. 아까처럼 숨기지 말구."
"…알았어."
"그럼…. 갈게. 전화해."
"…ㅇㅇ아."
"어?"
"미안해."
"…그럼 아프지 마."
그녀는 가겠다는 말과 함께 자철의 볼에 가볍게 키스한 뒤, 현관문을 나섰다. 자철은 그녀가 나간 뒤에도 한참을 그녀가 나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
어느덧, 밤 열두시가 되었다. 자철은 늘 그랬듯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이미 이성을 잃은 자철은 자포자기한 상태로 그녀의 집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잡고 앉아, 그녀를 향해 차가운 총을 꺼내 들었다. 그리곤, 지금 나오라는 메세지를 그녀에게 전송했고, 얼마 안 돼 집 앞에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쿵쾅대는 가슴과 떨려오는 손, 톡 하면 터질것 같은 눈물을 삼키며 그는 그녀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그리고, 작은 총알 앞에서 그녀는 힘없이 무너졌다. 하얀 가디건이 금새 빨갛게 젖어들었고, 자철은 그녀에게 다가가지도 못한 채, 조용히 집으로 향했다. 한참을 멍하니 거실 한 가운데에 덩그러니 서 있다가 TV장 위에서 웃고있는 그녀의 사진들을 차근차근 떼어냈다. 그렇게 그는 그녀의 흔적을 지워내는데에 밤을 보냈다.
가슴이 많이 아팠던 터일까, 자철은 아침이 밝아오는걸 보다가 답답한 마음에 물을 마시려 냉장고를 열었다. 그리고, 어제 오후, 아프지 말라며 그녀가 끓여놓았던 죽과 반찬들, 그리고 다시금 선명해지는 어젯밤의 기억. 자철은 한참을 냉장고 앞에서 흐느끼며 울다, 결심한듯 서랍 속에서 총을 꺼내 자신의 머리를 향해 겨누었다.
'나 이제 간다.'
*
오랜만에 유부남 자처리 망상이네용..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전에 익잡에서 꿈얘기라며 봤던 글인데, 문득 생각이 나서 적어봤어요.
감정이 잘 안잡혀서 글 정리가 안되네요.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