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스트리트 1번지
w. 정국학개론
" 다들 엠티 갈 거지? "
" 가기 싫은데…… "
" 그럼 다들 가는 걸로 알고 명단 적는다! "
" 나는 싫은데…… "
" 넌 좀 조용히 하고. "
1학년 1학기 초를 제외하고 엠티를 가본 기억이 없었다. 그땐 과 엠티도 좋다고, 동아리 엠티도 좋다고 이런저런 행사에 참 많이 참여했던 것 같은데 겨우 한 살 더 먹었다고 이런 일들이 귀찮아진다. 평소와 다른 잠자리에서 잠이 드는 것도 상당히 불편한 일이고, 그것도 별로 친하지 않은 선배들, 후배들, 혹은 동기들과 같은 방을 쓸 생각을 하니 막막했다. 내 방 따로 줄 것도 아니면서. 투덜대는 말을 꾹 눌러 삼키며 어깨를 늘어뜨렸다. 호석 오빠는 벌써 외워버린 낯선 이름들을 명단에 적고는 내일까지 다들 이만 원씩 준비해오라며 싱글벙글이다. 가기는 싫은데 졸업 전 마지막 엠티라며 사정을 하던 호석 오빠가 떠올라 입을 꾹 다물었다. 그래, 마지막 엠티라는데.
*
아무리 호석 오빠의 마지막 엠티라도 내심 아저씨가 가지 말라며 나를 붙잡고 늘어져 주기를 바랬다. 아저씨에게서 그런 면을 보고 싶은 것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가 가고 싶지 않아서였다. 예상과 다르지 않게 아저씨는 잘 갔다오라며 쿨하게 나를 보내 주었고 덕분에 이 꼴이다. 명단에 떡 하니 이름은 적어두고 제 시간에 나타나지 않은 씨걸이나, 분위기 살린다며 의자에 제대로 앉지도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호석 오빠나, 또는 원래 친하진 않았지만 평소보다 더 어색한 사이가 되어버린 김태형이나, 아니면 그 옆에 앉아 있는 박지민이나, 어느 하나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없었다. 다시 말해서 나는 그냥 아싸다. 아싸.
내 옆에 나와 어색하지 않은 사이의 누구라도 있었다면 씨걸의 생각을 한 톨도 하지 않았을 텐데 내 빈 옆자리를 보니 절로 한숨이 나와 씨걸에게 문자를 넣었다. 답이 없었다. 엠티를 가는 내내 답이 없었다. 일부러 씹는 건가, 싶어 인상을 찡그리며 버스에서 내렸다. 무리를 지어 숙소로 짐을 옮기길래 가장 가벼운 짐 하나를 들었더니 하 선배가 달려와 낚아챈다.
" 힘도 좋은 게 왜 이걸 들어? 너 저거 들어, 저거. "
주책맞게 후배들 엠티에 따라오기는. 안 그래도 찡그렸던 얼굴을 더 찡그리며 척 보기에도 무겁게 보이는 상자를 들었다. 그리고 느꼈다. 아, 허리가 나가겠구나. 짐을 최소화한다고 해도 2박 3일의 짐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옷과 화장품들로 한가득인 백팩을 매고서 고기로 가득찬 박스를 들어올리는 게 겨우 이쯤이야 정도로 지나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힘겹게 한 발, 한 발 딛으려는데 금세 손이 가벼워졌다. 고개를 돌리니 어깨에 검은색 스포츠백을 맨 김태형이 내 고기 상자를 들고 걸음을 옮긴다. 의외의 상황에 당황한 표정으로 발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가만히 서 있는데 김태형 뒤를 따라가던 박지민이 몸을 살짝 돌려 나를 부른다.
" 김OO, 안 오나! "
나랑은 한 마디도 안 해 본 게 친한 척하기는. 내키지 않은 표정으로 박지민의 뒤를 따랐다. 그 앞에서 묵묵히 상자를 들고가던 김태형의 걸음이 하 선배 옆에서 잠시 멈춘다. 동시에 박지민도, 그 뒤에 있던 나도 발을 멈추었다. 김태형이 딱딱한 얼굴로 하 선배를 조용히 내려다보다 곧 입을 연다.
" 무거운데. "
" 아, 무거워? 그러게 이거 왜 들었어… 내가 김OO 줬는데… "
" 존나 무거운데. "
" 아… "
" 그냥 그렇다고요. "
*
씨걸이 뒤늦게 도착했다. 내 문자에는 답도 안 하더니 호석 오빠에게는 연락을 넣은 모양이다. 도착하자마자 호석 오빠가 수고했다며 어깨를 쳐 주기에 무슨 상황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니 그제서야 실실거리며 내 옆으로 와서는 내 머리카락을 만지작댄다. 왜. 무슨 일인데? 내 물음에 그제서야 제 허리를 몇 번 통통 두드리며 울상을 짓는다.
" 누나 저 기합 받았어요. "
" 기합? "
" 선배들이 막 아침에 불러서… 이거 봐요! 멍 안 들었어요? "
씨걸이 늘 입던 하얀 티셔츠를 홱 까버렸다. 그러니까. 갑작스럽게 보인 매끈한 맨등에 그곳을 멍하니 향하던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이런 반응이 재미있기라도 한지 씨걸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눈은 왜 감냐며, 눈 뜨라며 내 무릎을 쿡쿡 찌르기에 괘씸하다 싶어 매섭게 눈을 부라리려는데 무릎으로 빠르게 들어오는 작은 머리통에 놀라 당황한 표정으로 씨걸을 내려다보았다.
" 누나 귀엽다. "
" 죽고 싶지. "
" 아, 진짜 귀엽다~ "
" 야 너 안 일어나? "
" 아, 편하다~ "
씨걸의 얼굴이 내 배쪽을 향하기에 숨을 훅 들이켰다. 호석 오빠가 사 준다기에 휴게소에서 밥에다 군것질까지 엄청 많이 먹었는데. 혹시나 느껴질 뱃살을 걱정해 숨을 내쉬지도 못하고 얼굴이 뜨거워질 때까지 아무 말도 못한 채 씨걸을 내려다보았다. 성에 차지 않았는지 곧 내 허리에 한쪽 팔을 두른 씨걸의 얼굴이 위를 향했다. 그러니까 아주 못생기고 못생겼을 내 얼굴을 보았을 게 분명하다.
" 얼굴 빨갛다. "
" …아니거든. "
" 겁나 빨간데. "
" 아, 아니거든 진짜. "
" 귀여워. "
*
역시 신입생이라 저들 주량 모르고 부어라 마셔라 하는 건지, 끔찍할 내일을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술자리를 빠져나왔다. 나오기 전 본 씨걸의 마지막 모습이 멀쩡한 걸 보면 씨걸은 아직인 듯했다. 숙소 밖으로 나오자마자 느껴지는 시원함에 뻐근한 목을 좌우로 움직이며 기지개를 켰다.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탓에 술자리엔 영 익숙해질 수가 없었다. 주량이 그렇게 센 편도 아니었고.
숙소 앞 계단에 앉아 턱을 괴었다. 산 속이라 딱히 볼 건 없었지만 뒤늦게 올라온 취기에 기분이 좋아 아무도 듣지 못할 정도로 아주 작은 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렸다. 열두 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이렇게까지 기분이 좋은 건 오랜만이었다. 늘 아빠가 퇴근하시는 시간에 맞춰 방문을 닫아 잠가야 했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 써야 했다. 가끔 문 밖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귀를 막아야 했고, 술자리를 갖게 되어 늦게 들어가는 날엔 어김없이 지옥이었다. 그러니까 정말 오랜만이다, 이 여유는. 아마 빨개졌을 두 볼을 찬 손으로 식히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는데 옆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좋지 못한 시선을 가지고 뜬 눈에 담기는 건 얼굴이 새빨개져서 온 박지민이다. 얘도 그렇게 술이 센 편은 아니구나. 그래, 뭐 취한 사람이니까.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리는데 박지민이 옆에서 나를 뚫어져라 보는 게 느껴져 다시 고개를 돌렸다. 술을 마셔서 그런 건지, 아님 원래 그런 성격인지 박지민이 마주친 눈을 초승달처럼 접는다.
" 왜, 뭐. "
" 야 니 좀 예쁘네. "
" …뭐래. 취했으면 들어가서 자든지. "
훅 들어오는 바람에 멍해지는 정신을 겨우 붙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를 뱉었다. 박지민이 고개를 돌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떻게 저렇게 똑같은 자세로 똑같은 표정을 지을 수 있는지 한동안을 나를 보고 실실 웃던 박지민이 이번엔 조심스럽게 손을 올리더니 검지 손가락으로 내 볼을 쿡 찌른다. 이게 진짜 미쳤나, 싶어 눈을 매섭게 뜨는데 취해서 저런 건지, 원래 성격이 이렇게 유한 건지 여전히 바보처럼 웃고만 있다.
" 야 너 취한 것 같으니까 내가 김태형 불러… "
" 가시나, 볼수록 예쁘네. "
" …아, 좀… "
예쁘다, 귀엽다, 애정이 담긴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이러고 있는 박지민이 얼른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내 간절한 외침이 닿았던 건지 김태형이 숙소 문을 열고 나온다. 아직도 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 박지민을 애써 무시하고 애처로운 눈빛으로 김태형을 봤더니 정말 내 마음을 아는 듯 박지민 등을 발로 두어번 찬다.
" 야. 박지민. 취했다. 들어가자. "
" 아, 좀. "
" 취했다고. 들어가자고. "
" 데이트하고 있는 거 안 보이나. "
" 안 보인다, 새끼야. "
마지막 말을 끝으로 김태형이 박지민의 양 겨드랑이에 팔을 집어넣고 거의 질질 끌다시피 데려간다. 끝까지 가지 않으려 발버둥을 치면서도 끌려가는 것이, 정말 많이 취했구나 싶다. 쟤는 취하면 답이 없겠다. 특히 클럽 가서 취하면 더 답이 없겠어. 혀를 차며 휴대폰을 확인하는데 어느새 시간이 30분을 넘어간다. 박지민 덕에 취기도 사라졌고, 슬슬 몸이 시려와 이제 그만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키는데 문득 아저씨가 생각나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음 끝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이 시간에 자는 사람도 아니면서 자고 있었던 건지 괜히 밀려오는 미안함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아저씨, 자고 있었어요? "
" 아니. 그냥 불 끄고 있었어. "
" 다행이다. "
" 술은. "
" 별로 안 마셨어요. "
아저씨가 잔뜩 잠긴 목소리로 웃었다. 엠티를 갈 때마다 이렇게 전화를 하는데 아저씨는 늘 그랬다. 자고 있었으면서도 불을 끄고 있었다, 말하고 그 다음은 늘 내가 술을 주량에 맞게 마셨는지 물었다. 그리고 조금의 정적이 흐른 다음은.
" 빨리 와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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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전 찌민이가 너무 좋아요! 지민아 날 가져! (강제선물) BGM ~ 허각 - 1440 |
암호닉 |
그리 뭉실 ㅈㅈㄱ 웃웃웃 맑공 정콩국 새별 손가락 비비빅 형뚜 0418 오구리 방치킨 시나브로 슈테른 뿌야 냥냥이 미니미니 플랑크톤회장 소뿡 핑크보이 열아홉 부랑이 정꾸 이과생 인사이드아웃 미늉기 꾸꾹이 잼잼 방구대왕뿡뿡 핑슙 꽃님 조막부리 예에에 방탄나라정국공주 토끼 물고기 고구마 침을태태 ♡오렌지♡ 또또 막꾹수 인연 937 용용이 흥탄 이부 푸딩 사용안함 너를위해 스미마셍 민이 큄 #원슙 요를레히 스며들면 태권브이 몬무이 현지짱짱 소녀 민빠답없 기타치는소녀 요맘때 독자1 야끙 태태뽀뽀 호리호리 슈가몽 후엥 정쩔 수저 민트 오레오 코코팜 은류 박듀 윤아얌 계피 꿀떡맛탕 그로밋 작가님사랑해여 알라 히동 화원의낭자 윤기쟁이 태형워더 변탄소 태태한침침이 피닝 초코송이 슙꽃 젤리 규짐 디디 김치만두 지민쓰짝사랑 요덮아놀쟈 정국이마누라 달다리 1013 골드빈 맴매맹 탱탱 818 기화 여름밤 흥탄♥ 본시걸 태퉤 얌냠 영감 호빗 론 전장꾸 쿠마몬 초코 태태퉤 국쓰 몽쉘 돌핀이 괴물 8개월 웬디 비림 체리 달똥달 디즈니 토끼총총 꾹꾹이 허니꿍 썸남 김태형보스 아짓 꼬이 초딩입맛 침침 달콤윤기 팅커벨 자몽에이드 맴매야 쟉하 언더더쎄임문 97꾸 딘시 모매아 몽슈 아틸다 이삐 꾸꾸야 슈팅가드 땡스투전정국 사람 토마토마 스 J 밍꾹 박듀 매직핸드 꽃소녀 복숭아 즌증국 문현 밤비 슙큥 지금당장콜라가먹고싶다 SAY 정구기데발염 호비의물구나무 윤기야 ☆요다☆ 레인보우샤벳 오페라 김치찌개 치명 증원 너와나의연결고리 정국아블라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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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남자 주인공을 정하지 않고 갈까요? 하는 말은 남자 주인공을 밝히지 않고 갈까요? 하는 말이었어요! (독자님들의 반응에 따라 남자 주인공을 정하겠다는 말 맞슴다!)
근데 정국이를 남자 주인공으로 원하시는 분이 많으신 것 같아서 그대로 가겠슴다! 혹시 다른 의견 있으시면 댓글에 고고!
후하후하 여러분이 댓글을 확인하시지 않는 것 같아서 여, 여기 다시 올려요!
(신알신 해 주신 모든 분들 사.랑.해.요!) (감.동.받.았.어.요!) (알.라.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