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무서운 건 폭풍우가 몰아치기 전 고요함으로 물든 검은 바다 일지도 모른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무 움직임도, 아무 것도.
*
나는 늘 그렇게 생각해왔다.
무방비, 무의식, 무, 무, 무. 그래 아무 것도 없고, 없는 그 상태가 가장 무섭고 두려운 것이다.
손아귀에 쥐여진 게 없는 사람과 쥐여진 게 있는 사람의 차이는 생각보다 꽤 크다.
사는 집, 먹는 밥, 입는 옷, 심지어 생각하는 방법까지도.
그래서 너와 내가 만날 수 없는거다.
나에게 너라는 존재는 어쩌면 전부일지도 모른다.
너에게 나라는 존재는, 어쩌면 일부일지도 모른다.
내 욕심으로 이 관계를 유지해 간다면,
아니, 네가 나에게 끌려오기라도 한다면 나는 네가 뜨겁게 달궈진 족쇄라도 괜찮다.
*
표정 없는 네 모습이 무섭다.
시리다.
아프다.
따갑다.
어디가 시리고 아프고 따가운 건지는 몰라도 그렇다.
사람은 오감의 동물이 아니다.
육감의 동물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느끼는 이 통점은 어디로 부터 오는 것인지 설명할 길이 없다.
이건 오감의 그 어느 영역에도 포함 될 수 없으니까.
*
각얼음은 검은 물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아메리카노의 색은 여전히 검었다.
"윤기야."
네 목소리와 함께 플라스틱 재질의 투명 컵을 따라 물방울이 흘렀다.
차가운 것이 손가락을 타고 흘렀다.
차가운 것이 목울대를 넘었다.
차다, 시리다.
달고, 쓰다.
너 같다.
*
힘들지 않다면 그건 거짓말.
너 보다 못난 나의 모습이 혐오스럽다. 그래 이건 열등으로부터 오는 극한의 자기 혐오.
질투와는 다르다. 순수한 의미의 자기 혐오.
내가 못났기 때문에, 너는 잘 났기 때문에.
너는 나와 어울리지 못한다.
곰팡이 가득 핀 반지하 속 다이아 같은 존재.
반지하 속에서도 다이아는 어떻게든 빛을 뿜어낸다.
밖이 궁금하지?
다이아에게 물었다.
다이아는 대답했다.
"응. 궁금해."
'너는 왜 날 놓아주지 않는거야?'
고통의 환청.
*
"헤어지자."
"싫어."
내 욕심.
지독히, 지독하게 이기적인 내 욕심.
"헤어지자."
그리고 이건 내 진심.
지독히, 지독하게 이기적인 내 진심.
*
의미의 전부를 잃은 사람의 결말은,
검다.
주저리 |
곧 올게요. 이건 그냥 심란해서 적어보는 낙서같은 낙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