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몬스타엑스 김남길 강동원 이준혁 성찬 엑소
보낸이 전체글ll조회 2270l 1

-



























w.보낸이






















05

완벽한 이혼


























“도아야,”


“너랑 할 얘기 없다고 분명 말했을 텐데.”



도아의 말에 도현의 숨이 멎었다.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던 도현이 힘겹게 입을 떼고 말했다.



“……미안해.”


나는 네가 이러는 게 싫어. 무조건 미안하다고 하는 게 싫다고. 네가 뭘 잘못했는데 대체. 도아가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머리를 쓸어넘겼다. 도현의 손이 떨렸다. 그를 지켜본 도아는 울음을 참기 위해 몇 번이고 고개를 들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녀는 속에 있는 애정 어린 말들을 꺼내는 것보다 묵묵히 담아두는 것을 선택했다.



“꺼져.”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할 건 아니었는데. 그냥 상처받은 네 얼굴을 마주하기가 힘에 겨워서, 그냥 뱉은 말이었는데. 도아가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손톱이 여린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도현의 눈동자에 기어코 파도가 밀려들어왔다. 그가 애써 웃으며 도아의 손을 잡았다.


“…이거 네 습관이잖아. 참기 힘들 때마다 주먹 쥐는 거.”


아니야, 이러지 마.


“다음에는 이렇게 상처 내지 말고, 차라리 나를 때려.”


그냥 그렇게 가버리지 마.


“…갈게.”


도현아,


“아프지 말고.”


가지 마.



그가 도아를 등지고 걸어갔다. 안 돼, 미안하다고 얘기해야 해. 저렇게 그냥 보내면 안 돼. 본드를 칠한 듯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현관문이 닫히자 도아가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렸다. 울지 말고, 일어나서 붙잡으라고. 권도아, 제발…, 일어나! 









“아…, 또 꿈.”


한숨을 내쉰 도아가 침대에서 일어나 시계를 확인했다. 얼굴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냈다. 들려오는 이른 아침의 새소리가 고요를 채웠다. 도아가 힘없이 창가로 가 커튼을 걷었다. 햇빛이 도아를 비췄다. 도아가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는 아침 해가 싫어. 내일의 해가 뜬다는 말이 죽도록 싫어. 다시 뜨는 해는 헛된 희망 같아. 도아가 주저앉아 무릎에 고개를 파묻었다. 햇빛에 반짝이는 도아의 작은 움츠림이 애석하기 짝이 없었다.



















[김선호] 05. 완벽한 이혼 | 인스티즈

 벽 한   이 



















“대표님, 이번 샘플들 도착했습니다.”


사무실 책상 위로 샘플들이 차례대로 놓아졌다. 도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위에 놓인 샘플들을 차례대로 만지기 시작했다. 무미건조하게 원단을 매만지던 도아가 세 번째 샘플을 바닥에 던졌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신입 사원들이 놀라 하던 일을 멈추고 일제히 도아를 쳐다봤다. 그녀의 비서는 이 상황이 익숙하다는 듯 아무 표정도, 소리도 없이 내동댕이쳐진 샘플을 집어 들었다.



“저번에 보내준 샘플이랑 재질이 아예 다르잖아. 이 새끼들 뭐 하자는 거야? 그리고 개더는 안 넣는다고 분명히 말했을 텐데. 아주 씨발 지들 맘대로네.”


“다른 회사랑 콘택트 해 보겠습니다.”


“당장.”


도아가 그렇게 말하며 사무실 밖을 나갔다. 그녀의 비서는 나머지 샘플들을 챙겨 대표실로 들어갔다. 사원들은 아무 말도 없이 일을 하기 시작했다. 차가운 적막이 사무실 안을 맴돌았다.





















“대표님, 누가 찾아오셨는데요.”


눈을 감고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분지르던 도아가 비서의 말에 한숨을 쉬었다. 누군데. 도아의 말에 비서가 말하기를 머뭇거렸다. 



“남편…이시라고….”


“하…!”



도아가 기가 찬 웃음소리를 내며 중얼거리자 비서가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지금 바빠서 못 만난다고 해.”

“안 만나면 너의 실수를 온 세상에 뿌려버리겠다고…”

“아 진짜 이 오빠가 미쳤나!”


도아가 소리치자 비서가 움찔했다. 재킷과 가방을 챙겨 분주하게 나갈 채비를 했다. 도아는 멀뚱하게 서 있는 비서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어, 자기야!”


로비로 나온 도아를 향해 선호가 손을 흔들며 외쳤다.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도아가 눈을 부라리며 한 쪽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녀의 걸음걸이가 퍽이나 급박해 보였다.



“뭐 하자는 거야?”


“뭐가.”


도아의 물음에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뻔뻔한 얼굴로 제 뒤통수를 쓰다듬는 선호에 도아는 기가 차서 미칠 지경이었다. 



“일단 나가자.”


도아가 선호의 손을 이끌고 건물을 빠져나왔다. 남들의 눈에 띄고 싶지 않은 듯 자신에게 등을 보이며 한참을 걸어가는 도아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선호가 맞잡은 손을 내려다봤다. 그러고는 걸음을 멈춰 서고 도아를 쳐다봤다. 도아는 갑자기 멍하니 멈춰있는 선호를 한 번 힐끗 보고는 다시 힘을 주어 그를 끌고 가기 위해 애썼지만 꿈쩍도 하지 않자 이내 손을 놓아버렸다. 선호가 놓친 손에 시선을 고정했다. 도아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왜 왔는데.”


“…할 말이 있어서.”


“전화로 하면 되잖아.”


선호가 도아의 손에 고정되어 있던 시선을 거두고 도아의 눈으로 옮겼다. 햇빛에 비친 그녀의 눈이 구슬처럼 반짝였다. 넌 그 눈으로 뭘 바라보고 있는 걸까. 반짝이는 네 두 눈에는 일말의 사랑도, 나조차도 없는데. 넌 뭘 보고 있는 거야. 그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고뇌에 잠긴 듯 멍하니 저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시선에 도아가 손을 들어 그의 코앞에 대고 흔들어 보였다. 요동치지 않는 진득한 눈빛이었다. 그가 깨어진 심연을 웃음으로 무마했다. 그러고는 다시 도아의 손을 잡고 입을 열었다.


“내일인데.”


“뭐가?”


“상견례, 바보야.”

[김선호] 05. 완벽한 이혼 | 인스티즈

w.보낸이






















05

완벽한 이혼


























“도아야,”


“너랑 할 얘기 없다고 분명 말했을 텐데.”



도아의 말에 도현의 숨이 멎었다.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던 도현이 힘겹게 입을 떼고 말했다.



“……미안해.”


나는 네가 이러는 게 싫어. 무조건 미안하다고 하는 게 싫다고. 네가 뭘 잘못했는데 대체. 도아가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머리를 쓸어넘겼다. 도현의 손이 떨렸다. 그를 지켜본 도아는 울음을 참기 위해 몇 번이고 고개를 들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녀는 속에 있는 애정 어린 말들을 꺼내는 것보다 묵묵히 담아두는 것을 선택했다.



“꺼져.”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할 건 아니었는데. 그냥 상처받은 네 얼굴을 마주하기가 힘에 겨워서, 그냥 뱉은 말이었는데. 도아가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손톱이 여린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도현의 눈동자에 기어코 파도가 밀려들어왔다. 그가 애써 웃으며 도아의 손을 잡았다.


“…이거 네 습관이잖아. 참기 힘들 때마다 주먹 쥐는 거.”


아니야, 이러지 마.


“다음에는 이렇게 상처 내지 말고, 차라리 나를 때려.”


그냥 그렇게 가버리지 마.


“…갈게.”


도현아,


“아프지 말고.”


가지 마.



그가 도아를 등지고 걸어갔다. 안 돼, 미안하다고 얘기해야 해. 저렇게 그냥 보내면 안 돼. 본드를 칠한 듯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현관문이 닫히자 도아가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렸다. 울지 말고, 일어나서 붙잡으라고. 권도아, 제발…, 일어나! 









“아…, 또 꿈.”


한숨을 내쉰 도아가 침대에서 일어나 시계를 확인했다. 얼굴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냈다. 들려오는 이른 아침의 새소리가 고요를 채웠다. 도아가 힘없이 창가로 가 커튼을 걷었다. 햇빛이 도아를 비췄다. 도아가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는 아침 해가 싫어. 내일의 해가 뜬다는 말이 죽도록 싫어. 다시 뜨는 해는 헛된 희망 같아. 도아가 주저앉아 무릎에 고개를 파묻었다. 햇빛에 반짝이는 도아의 작은 움츠림이 애석하기 짝이 없었다.



















[김선호] 05. 완벽한 이혼 | 인스티즈

 벽 한   이 



















“대표님, 이번 샘플들 도착했습니다.”


사무실 책상 위로 샘플들이 차례대로 놓아졌다. 도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위에 놓인 샘플들을 차례대로 만지기 시작했다. 무미건조하게 원단을 매만지던 도아가 세 번째 샘플을 바닥에 던졌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신입 사원들이 놀라 하던 일을 멈추고 일제히 도아를 쳐다봤다. 그녀의 비서는 이 상황이 익숙하다는 듯 아무 표정도, 소리도 없이 내동댕이쳐진 샘플을 집어 들었다.



“저번에 보내준 샘플이랑 재질이 아예 다르잖아. 이 새끼들 뭐 하자는 거야? 그리고 개더는 안 넣는다고 분명히 말했을 텐데. 아주 씨발 지들 맘대로네.”


“다른 회사랑 콘택트 해 보겠습니다.”


“당장.”


도아가 그렇게 말하며 사무실 밖을 나갔다. 그녀의 비서는 나머지 샘플들을 챙겨 대표실로 들어갔다. 사원들은 아무 말도 없이 일을 하기 시작했다. 차가운 적막이 사무실 안을 맴돌았다.





















“대표님, 누가 찾아오셨는데요.”


눈을 감고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분지르던 도아가 비서의 말에 한숨을 쉬었다. 누군데. 도아의 말에 비서가 말하기를 머뭇거렸다. 



“남편…이시라고….”


“하…!”



도아가 기가 찬 웃음소리를 내며 중얼거리자 비서가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지금 바빠서 못 만난다고 해.”

“안 만나면 너의 실수를 온 세상에 뿌려버리겠다고…”

“아 진짜 이 오빠가 미쳤나!”


도아가 소리치자 비서가 움찔했다. 재킷과 가방을 챙겨 분주하게 나갈 채비를 했다. 도아는 멀뚱하게 서 있는 비서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어, 자기야!”


로비로 나온 도아를 향해 선호가 손을 흔들며 외쳤다.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도아가 눈을 부라리며 한 쪽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녀의 걸음걸이가 퍽이나 급박해 보였다.



“뭐 하자는 거야?”


“뭐가.”


도아의 물음에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뻔뻔한 얼굴로 제 뒤통수를 쓰다듬는 선호에 도아는 기가 차서 미칠 지경이었다. 



“일단 나가자.”


도아가 선호의 손을 이끌고 건물을 빠져나왔다. 남들의 눈에 띄고 싶지 않은 듯 자신에게 등을 보이며 한참을 걸어가는 도아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선호가 맞잡은 손을 내려다봤다. 그러고는 걸음을 멈춰 서고 도아를 쳐다봤다. 도아는 갑자기 멍하니 멈춰있는 선호를 한 번 힐끗 보고는 다시 힘을 주어 그를 끌고 가기 위해 애썼지만 꿈쩍도 하지 않자 이내 손을 놓아버렸다. 선호가 놓친 손에 시선을 고정했다. 도아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왜 왔는데.”


“…할 말이 있어서.”


“전화로 하면 되잖아.”


선호가 도아의 손에 고정되어 있던 시선을 거두고 도아의 눈으로 옮겼다. 햇빛에 비친 그녀의 눈이 구슬처럼 반짝였다. 넌 그 눈으로 뭘 바라보고 있는 걸까. 반짝이는 네 두 눈에는 일말의 사랑도, 나조차도 없는데. 넌 뭘 보고 있는 거야. 그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고뇌에 잠긴 듯 멍하니 저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시선에 도아가 손을 들어 그의 코앞에 대고 흔들어 보였다. 요동치지 않는 진득한 눈빛이었다. 그가 깨어진 심연을 웃음으로 무마했다. 그러고는 다시 도아의 손을 잡고 입을 열었다.


“내일인데.”


“뭐가?”


“상견례, 바보야.”

[김선호] 05. 완벽한 이혼 | 인스티즈

w.보낸이






















05

완벽한 이혼


























“도아야,”


“너랑 할 얘기 없다고 분명 말했을 텐데.”



도아의 말에 도현의 숨이 멎었다.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던 도현이 힘겹게 입을 떼고 말했다.



“……미안해.”


나는 네가 이러는 게 싫어. 무조건 미안하다고 하는 게 싫다고. 네가 뭘 잘못했는데 대체. 도아가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머리를 쓸어넘겼다. 도현의 손이 떨렸다. 그를 지켜본 도아는 울음을 참기 위해 몇 번이고 고개를 들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녀는 속에 있는 애정 어린 말들을 꺼내는 것보다 묵묵히 담아두는 것을 선택했다.



“꺼져.”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할 건 아니었는데. 그냥 상처받은 네 얼굴을 마주하기가 힘에 겨워서, 그냥 뱉은 말이었는데. 도아가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손톱이 여린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도현의 눈동자에 기어코 파도가 밀려들어왔다. 그가 애써 웃으며 도아의 손을 잡았다.


“…이거 네 습관이잖아. 참기 힘들 때마다 주먹 쥐는 거.”


아니야, 이러지 마.


“다음에는 이렇게 상처 내지 말고, 차라리 나를 때려.”


그냥 그렇게 가버리지 마.


“…갈게.”


도현아,


“아프지 말고.”


가지 마.



그가 도아를 등지고 걸어갔다. 안 돼, 미안하다고 얘기해야 해. 저렇게 그냥 보내면 안 돼. 본드를 칠한 듯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현관문이 닫히자 도아가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렸다. 울지 말고, 일어나서 붙잡으라고. 권도아, 제발…, 일어나! 









“아…, 또 꿈.”


한숨을 내쉰 도아가 침대에서 일어나 시계를 확인했다. 얼굴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냈다. 들려오는 이른 아침의 새소리가 고요를 채웠다. 도아가 힘없이 창가로 가 커튼을 걷었다. 햇빛이 도아를 비췄다. 도아가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는 아침 해가 싫어. 내일의 해가 뜬다는 말이 죽도록 싫어. 다시 뜨는 해는 헛된 희망 같아. 도아가 주저앉아 무릎에 고개를 파묻었다. 햇빛에 반짝이는 도아의 작은 움츠림이 애석하기 짝이 없었다.



















[김선호] 05. 완벽한 이혼 | 인스티즈

 벽 한   이 



















“대표님, 이번 샘플들 도착했습니다.”


사무실 책상 위로 샘플들이 차례대로 놓아졌다. 도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위에 놓인 샘플들을 차례대로 만지기 시작했다. 무미건조하게 원단을 매만지던 도아가 세 번째 샘플을 바닥에 던졌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신입 사원들이 놀라 하던 일을 멈추고 일제히 도아를 쳐다봤다. 그녀의 비서는 이 상황이 익숙하다는 듯 아무 표정도, 소리도 없이 내동댕이쳐진 샘플을 집어 들었다.



“저번에 보내준 샘플이랑 재질이 아예 다르잖아. 이 새끼들 뭐 하자는 거야? 그리고 개더는 안 넣는다고 분명히 말했을 텐데. 아주 씨발 지들 맘대로네.”


“다른 회사랑 콘택트 해 보겠습니다.”


“당장.”


도아가 그렇게 말하며 사무실 밖을 나갔다. 그녀의 비서는 나머지 샘플들을 챙겨 대표실로 들어갔다. 사원들은 아무 말도 없이 일을 하기 시작했다. 차가운 적막이 사무실 안을 맴돌았다.





















“대표님, 누가 찾아오셨는데요.”


눈을 감고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분지르던 도아가 비서의 말에 한숨을 쉬었다. 누군데. 도아의 말에 비서가 말하기를 머뭇거렸다. 



“남편…이시라고….”


“하…!”



도아가 기가 찬 웃음소리를 내며 중얼거리자 비서가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지금 바빠서 못 만난다고 해.”

“안 만나면 너의 실수를 온 세상에 뿌려버리겠다고…”

“아 진짜 이 오빠가 미쳤나!”


도아가 소리치자 비서가 움찔했다. 재킷과 가방을 챙겨 분주하게 나갈 채비를 했다. 도아는 멀뚱하게 서 있는 비서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어, 자기야!”


로비로 나온 도아를 향해 선호가 손을 흔들며 외쳤다.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도아가 눈을 부라리며 한 쪽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녀의 걸음걸이가 퍽이나 급박해 보였다.



“뭐 하자는 거야?”


“뭐가.”


도아의 물음에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뻔뻔한 얼굴로 제 뒤통수를 쓰다듬는 선호에 도아는 기가 차서 미칠 지경이었다. 



“일단 나가자.”


도아가 선호의 손을 이끌고 건물을 빠져나왔다. 남들의 눈에 띄고 싶지 않은 듯 자신에게 등을 보이며 한참을 걸어가는 도아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선호가 맞잡은 손을 내려다봤다. 그러고는 걸음을 멈춰 서고 도아를 쳐다봤다. 도아는 갑자기 멍하니 멈춰있는 선호를 한 번 힐끗 보고는 다시 힘을 주어 그를 끌고 가기 위해 애썼지만 꿈쩍도 하지 않자 이내 손을 놓아버렸다. 선호가 놓친 손에 시선을 고정했다. 도아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왜 왔는데.”


“…할 말이 있어서.”


“전화로 하면 되잖아.”


선호가 도아의 손에 고정되어 있던 시선을 거두고 도아의 눈으로 옮겼다. 햇빛에 비친 그녀의 눈이 구슬처럼 반짝였다. 넌 그 눈으로 뭘 바라보고 있는 걸까. 반짝이는 네 두 눈에는 일말의 사랑도, 나조차도 없는데. 넌 뭘 보고 있는 거야. 그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고뇌에 잠긴 듯 멍하니 저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시선에 도아가 손을 들어 그의 코앞에 대고 흔들어 보였다. 요동치지 않는 진득한 눈빛이었다. 그가 깨어진 심연을 웃음으로 무마했다. 그러고는 다시 도아의 손을 잡고 입을 열었다.


“내일인데.”


“뭐가?”


“상견례, 바보야.”

[김선호] 05. 완벽한 이혼 | 인스티즈비디오 태그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입니다



아-.

도아의 짧은 탄성에 선호가 쓴웃음을 지었다. 네게 나는 딱 그 정도구나. 그 말을 뱉는 대신에 그는 그녀의 머리를 손으로 마구 흩트렸다. 도아가 아이씨, 소리를 내며 머리를 정리했다. 선호가 다정한 손길로 미처 정리하지 못한 도아의 머리카락을 쓸었다. 




“가서 일 봐 이제.”


“고작 그 말 하려고 바쁜 대표님 불러냈냐?”


“대표님이라니, 내 아내인데.”


“아, 오글거린다고!”


선호의 말에 도아가 까르륵 웃으며 뛰어갔다. 복사꽃처럼 말갛게 퍼지는 웃음이 싱그러웠다. 그래, 너는 그렇게 웃어야지. 나로 인해 웃어야지. 선호가 멀어지는 도아의 뒷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완 벽 한  이 























“오빠, 그거 진짜 말 안 할 거지?”


“안 한다고 삼십 번째 말했다.”


조수석에 앉아있는 도아가 다리를 달달 떨며 메마른 입술을 축였다. 혹시라도 도아와 선호가 한 계약이 들킬까 봐 불안한 듯 보였다. 그래도 상견례는 상견례라고, 이거 진짜 떨리네. 도아의 말에 선호가 피식 웃었다. 



“나 이러니까 진짜 결혼하는 것 같다. 그치.”


“진짜 결혼하는 건 맞지, 자기야.”


“아악!”



도아가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귀를 찹찹 때렸다. 선호가 큭큭 웃으며 주차장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가 어두워지자 급격히 조용해진 도아가 침을 꿀꺽 삼켰다. 벌써부터 저렇게 긴장하면 안 되는데. 선호가 도아를 살피며 옅은 숨을 내쉬었다.


[김선호] 05. 완벽한 이혼 | 인스티즈

완 벽 한  이 























“오빠, 그거 진짜 말 안 할 거지?”


“안 한다고 삼십 번째 말했다.”


조수석에 앉아있는 도아가 다리를 달달 떨며 메마른 입술을 축였다. 혹시라도 도아와 선호가 한 계약이 들킬까 봐 불안한 듯 보였다. 그래도 상견례는 상견례라고, 이거 진짜 떨리네. 도아의 말에 선호가 피식 웃었다. 



“나 이러니까 진짜 결혼하는 것 같다. 그치.”


“진짜 결혼하는 건 맞지, 자기야.”


“아악!”



도아가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귀를 찹찹 때렸다. 선호가 큭큭 웃으며 주차장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가 어두워지자 급격히 조용해진 도아가 침을 꿀꺽 삼켰다. 벌써부터 저렇게 긴장하면 안 되는데. 선호가 도아를 살피며 옅은 숨을 내쉬었다.


[김선호] 05. 완벽한 이혼 | 인스티즈

완 벽 한  이 























“오빠, 그거 진짜 말 안 할 거지?”


“안 한다고 삼십 번째 말했다.”


조수석에 앉아있는 도아가 다리를 달달 떨며 메마른 입술을 축였다. 혹시라도 도아와 선호가 한 계약이 들킬까 봐 불안한 듯 보였다. 그래도 상견례는 상견례라고, 이거 진짜 떨리네. 도아의 말에 선호가 피식 웃었다. 



“나 이러니까 진짜 결혼하는 것 같다. 그치.”


“진짜 결혼하는 건 맞지, 자기야.”


“아악!”



도아가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귀를 찹찹 때렸다. 선호가 큭큭 웃으며 주차장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가 어두워지자 급격히 조용해진 도아가 침을 꿀꺽 삼켰다. 벌써부터 저렇게 긴장하면 안 되는데. 선호가 도아를 살피며 옅은 숨을 내쉬었다.


[김선호] 05. 완벽한 이혼 | 인스티즈비디오 태그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입니다





















고급 진 금색의 엘리베이터가 오늘따라 유난히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도아가 버튼을 눌렀다. 도아의 손이 잘게 떨렸다. 선호가 도아의 손을 잡았다.


“아, 이따가도 이렇게 떨면 나 진짜 쪽팔리는데. 오빠가 나 커버 쳐 줄 거지?”


도아의 말에 선호가 옅게 웃었다. 누가 봐도 긴장 한 것 같은데. 간절한 도아의 눈빛에 그는 무어라 말하는 대신 “응”이라고 대답했다. 도아는 만족한 듯 선호에게서 시선을 떼고 숨을 골랐다.
















안녕하세요-.


양가 부모님들에게 인사를 올린 선호와 도아가 자리에 앉았다. 평범한 상견례 자리라면 각자 부모님과 함께 자리에 참석하는 것이 옳았겠으나, 그들은 달랐다. 집안끼리의 약조로 이루어진 혼인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비즈니스적인 관계인 것이다. 오직 늙은이들의 이익만을 위해 쓰이는 어린아이들이라니. 역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던 선호는 혹여나 제 표정에 드러날까 억지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후는 아주 진부하고 지루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사업 얘기를 하고, 재미없는 농담을 치면 애써 웃어주고. 선호는 제 앞에 앉아 음식을 깨작거리는 도아를 살피기에만 바빴고, 양엄마는 이 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도아에게 ‘마음으로 키운 아이’라는 타이틀을 달아주고 억지로 그녀를 치켜세워주기 바빴다. 사람이 돈에 미치면 무슨 짓이든 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내가 이 더러운 시궁창 속에서 잘도 자랐네. 도아는 아까의 긴장감은 존재한 적도 없다는 듯 하하 호호 떠들어대는 저들을 보며 새어나오는 가소로운 웃음을 감추기에 바빴다.



선호는 애가 탔다. 아무도 이 둘을 바라보지 않는 가시밭길 위에서 체념한 듯 찰나의 순간마다 픽픽 웃어대는 저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두려워졌다. 복사꽃같이 여리고 어린 저 아이가, 손톱만큼도 되지 않는 세월 동안 얼마큼 쓸리고 찔리면 태연하게 저들을 보며 웃는 지경에 다다랐을지. 서로의 목에 칼을 대고 덕담을 나누는 저들을 다 안다는 듯한 저 표정. 저 표정이 문득 두려워졌다. 너는 웃어야지. 도아야, 너는 웃어야지. 네 이름처럼 예쁘게 웃으면서 살아야지. 선호가 그렇게 생각할 때면, 도아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선호의 두 눈과 마주치곤 했다. 마치 저를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이.



















*




















상견례가 끝난 후 도아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양가 부모님들이 모두 나갈 때까지 계속해서 인사를 했다. 다들 상판에 주먹 한 대씩 꽂아주고 싶은 거 참는 중인데, 빨리빨리 좀 쳐 나갈 것이지. 억지로 끌어올린 도아의 입꼬리가 조금씩 떨렸다.




“도아야, 아빠는 이제 맘이 놓인다. 응?”


도아의 아버지가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 양엄마가 아버지의 옆에 딱 달라붙어 있는 꼴이 썩 좋지 않아 도아는 애써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 도아 잘 부탁하고.”


그의 말에 선호가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먼저 가보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도아에게는 잠깐의 시선도 주지 않고 매몰차게 떠나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도아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들었어? 잘 부탁한대. 그게 끝이야. 이제 아빠한텐 내가 딱 그 정도인 거야.”


도아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의 목소리에 물기가 가득했다. 선호는 아려오는 속을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제발 울지 마, 울지 마 도아야. 하고 속으로 되뇔 뿐이었다. 그리고 한참 동안 숨을 달싹이던 도아가 결국 고개를 떨궜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선호는 숨이 멎어 들어갈 것 같았다.




“나, 나 어떡하지.”


눈물이 가득 맺힌 도아의 눈동자가 선호를 향할 때면,


“나 진짜 버려지나 봐.”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조금씩 새어 나오면,


“오빠, 나 이제 어떡해?”


네가 온전히 나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되면 나는,


“나 이제 남은 게 없어….”


나는 좋아해야 할까,


“오빠, 오빠는 나 버리지 마. 나 버리지 마


슬퍼해야 할까.

















































[김선호] 05. 완벽한 이혼 | 인스티즈

완 벽 한  이 
























































-












제가 저번 화 올린 게 2주 전이더군여... 늦어서 죄송합니다ㅠㅠ

모두들 행복한 설날 보내셨나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습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비회원180.45
저ㅠ도ㅠ 감사해여 작가님 글 올려주셔서 ㅎㅏ 넘 재미져..
3년 전
비회원181.37
마지막 상견례 마친 후 도아의 모습을 본 선호의 마음이 많이 속상할 것 같아요ㅠㅠ
그리고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3년 전
독자1
헐 작가님 너무 재밌는데요..?
3년 전
독자2
헉 기다렸어요 작가님ㅠㅠㅠㅠ작가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3년 전
독자3
넘 재미써여.. 늦었지만 작가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3년 전
독자4
작가님 너무 재밌어요...하 대박이야 왜 이제 봤는지 몰라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3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강동원 보보경심 려 02 1 02.27 01:26
강동원 보보경심 려 01 1 02.24 00:4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633 1억 02.12 03:01
[이진욱] 호랑이 부장남은 나의 타격_0916 1억 02.08 23:19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817 1억 01.28 23:06
[배우/이진욱] 연애 바이블 [02 예고]8 워커홀릭 01.23 23:54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713 1억 01.23 00:43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615 1억 01.20 23:2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513 1억 01.19 23:26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517 1억 01.14 23:37
이재욱 [이재욱] 1년 전 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_0010 1억 01.14 02:52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415 1억 01.12 02:00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420 1억 01.10 22:24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314 1억 01.07 23:00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218 1억 01.04 01:01
윤도운 [데이식스/윤도운] Happy New Year3 01.01 23:59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120 1억 01.01 22:17
준혁 씨 번외 있자나31 1억 12.31 22:07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나의 타격_0319 1억 12.29 23:13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213 1억 12.27 22:46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118 1억 12.27 00:5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_end22 1억 12.25 01:21
이진욱 마지막 투표쓰11 1억 12.24 23:02
[배우/이진욱] 연애 바이블 [01]11 워커홀릭 12.24 01:07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_1617 1억 12.23 02:39
이준혁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1 1억 12.20 02:18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_1427 1억 12.19 0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