遊學日記 유학일기
(부제 : 당신에게, 호그와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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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 어마어마한 크기의 한옥 형식의 저택의 구석진 별당은 집안일을 해 주시는 분들도 가까이 가지 않는 곳이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재수가 없다는 말을 내밷으며 지나가고, 나의 부모님조차 가까이 하지 않는 그런 곳.
온갖 호화로운 집기들로 둘러싸여 있는 나의 방과는 너무나 다른 이 곳은,
' 난 보검이 집에서 방학 보내고 학교 다시 올게. 정 비서님께는 그렇게 전해줘.'
'... 알겠어.'
집안 사람들 눈치를 보느라 호그와트 진학 후 단 한번도 본가에 들어오지 않았던, 내 쌍둥이 동생 녀석의 방이었다.
. . .
DIAGON ALLEY, LONDON
"기범이한테는 연락 안 해?"
"어. 공자님, 공자님, 하며 집안 사람들이 어련히 잘 모시고 오겠지. 헐, 야, 님부스 신형 나왔다. 대박."
"... 김세나, 너 지금 집에 몇년째 안 들어가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보검아, 거기 내 집 아니야. 나 집 없어진 지 오래다... I'll take the new one... What? I'm talking about Nimbus, not Cleansweep...(아니, 내가 언제 클린스윕 산다 그랬어요? 저기 님부스 달라고요.)"
이미 있는 빗자루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아무 미련 없이 신형 님부스를 예약하는 세나를 보며 보검은 혀를 찼다. 집 한 채 값은 넉넉히 앞지르는 님부스와 파이어볼트의 신형 모델들이 나올 때마다 척척 사 내며 집안에 눈이 뒤집어질 듯 한 청구서를 매년 보내는 게 그녀의 연중행사였다.
'이거 다 원으로 환전하면, 일,십,백,천,만,십만,백만,천만...... 미쳤네, 미쳤어.'
"오늘 8월 30일이지? 그럼 1일에 학교로 바로 보내달라고 해야겠다. 야, 나 펜 아무거나 하나만. 머글것도 괜찮음."
"여기 ...그나저나 벌써 개학이라니......"
"이번해에는 교수님이 얼마나 우리를 굴릴지 가늠도 안된다. 우리 이번해에 O.W.L 치잖아."
"마법이랑 어둠의 마법 방어술 빼고는 다 자신 있는데, 이상하게 지팡이는 영 못 쓰겠어서."
"너한테는 차라리 한국이 훨 나을텐데..."
"어짜피 한국 돌아가도 찬밥. 가주위도 못 받는 팔자, 차라리 유럽이 살기 더 쉽지. 안그래? "
" 맞네. 너나 나나 가주 자리 못 얻고 깨갱거릴 기구한 직계 팔자. 야, 그래도 넌 좋은 집안에서 막내아들이라고 부둥부둥 이쁨 받으면서 팔자 좋게 자랐잖아. 나 봐. 열 살때 동생한테 자리고 뭐고 다 털리고 무슨 불운의 상징 취급받잖아. 더 재밌는거 알려줄까? 내가 쓰던 건물 주변에 이제 지나가는 사람도 거의 없대. 재수 없다고. "
"......"
"야, 왜 그래. 조금 빡치기는 하는데 완전 어렸을 때 처럼 막 슬프고 세상 다 잃은 것 같고 그렇지는 않아."
"... 내가 괜히 이야기 꺼냈다..."
"태어나보니 집안이 그따구인걸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그냥 가끔씩 이렇게 엿 먹여주면서 사는 거지. 근데 이 인간들은 내가 집 한채 값을 날려도 반응이 없어요. 부모라는 사람들이 혼 내는것도 안 해. 항상 사고치고 돌아다녀도 기범이랑 세령이만 혼내고."
가게 직원이 건낸 고급 용지에 청구 금액이 적힌 영수증을 팔랑팔랑 흔들며 앞서 가는 세나에게 힘빠진 웃음을 애써 지어 보이는 보검이었다.
"그래, 그 정도 투정은 부리면서 살아야지 뭐 어쩌겠어."
. . .
Heathrow Airport, England
경호는 지금 미칠 지경이었다. 집안을 뒤집어 놓고 영국으로 훌쩍 날라온 기범때문에 이번에도 줄어드는 건 자신의 월급이요, 커지는 건 두려움 뿐이었다.
"너희 둘은 대체 왜 그래... 한명은 매년 집 한채 값의 빗자루를 서슴없이 지르고, 한명은 장로들을 병상에 뉘여놓고 나오고! 어! 내가 하루에도 몇 번이나 사직서를 썼다 찢었다 하는 거 너 모르지?! 야, 나 좀 살자. 너희 둘 사고친거 뒷처리 하다가 세령이랑 내가 항상 숨이 넘어가요 넘어가!"
"형, 그럼 그만 둬요. 내가 장로들 반쯤 또 쳐 죽여서 퇴직금은 빵빵하게 줄게."
"......말을 말자. 그냥 내가 죽지, 죽어... 죽어야지..."
"잔말 말고 택시 좀 잡아줘요. 리키 콜드런 방 잡게요."
"리키 콜드런?? 너 제정신이야?? 차라리 호텔에서 숙박을 해!! 리키 콜드런 그 냄새나는 곳에 뭐 하러 가려고! 가주님 아시면 나 뒤져! 안돼!"
"... 그럼 형 때고 가죠 뭐."
어렸을때부터 기범의 가문의 후원을 받고 공부를 시작한 경호는 얼마 전 부터 가신(家臣) 자격으로 기범을 수행하게 되었다. 하지만 성격이 뭐 같은 도련님 때문에 몸과 마음은 상할대로 상해 남아 있는 곳이 없었고, 기범의 성격과 그 부모인 가주들의 성격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살얼음 판을 걷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연중행사로 방학이 끝날 때마다 깽판을 치고 나오는 이 녀석에게 심하게 당해 가문의 장로들과 어른들은 모두 기범에게 탈탈 털린 채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장로들이 기범 덕분에 전부 다 병상에서 끙끙 앓는 소리를 내게 되자, 곤란해지는 것은 가주인 부모님과 사고를 처리하라고 기범의 뒤에 붙여 준 경호인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이화원(肄華院)으로 전학하기가 그렇게 싫어? 너 어짜피 가주직 물려받을 사람이라 1년은 그 곳에서 있어야 되는 거 몰라? 학업기간 단축시키면 얼마나 좋아."
"졸업 하고 1년 거기 다니는 거 내가 괜찮다니까. 왜 그렇게 인간들은 내 학업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요? 내 인생인데 왜 그 사람들이 간섭질?"
"...뭐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이번은 좀 경우가 심했어. 나는 몇 년 전 그 재앙이 다시 다가오는 줄만 알았잖아."
"......형."
"...미안, 말조심 할게."
꺼내선 안 될 말을 꺼낸 듯이 급히 입을 닫는 경호에게 매서운 눈길을 주며 택시를 잡아탄 기범은 차 문을 닫고 밖의 경호를 보며 말했다.
"형은 한국으로 돌아가요. 김세령 대려 오던가 말던가. 하지만 그 요물이 한번만 더 세나 앞에서 위선 떨어 속 긁는 거 보이면 그떈 동생이고 뭐고 내가 죽여요."
"......"
"세나 빗자루 안장도 준비시켜 줘요. 장인 찾아서. 이번에 새 빗자루 산 거 같으니까. 님버스 신형에 맞춰서."
"......"
"대답 안 해요?"
"알았어."
와, 저 답없는 시스콤. 내가 이번에 진짜 때려치...... 고...... 옴마야 오늘 월급날... 이번학기 잘 보내세요 도련님!
휴대전화의 월급날 알림에 품에서 꺼낼 뻔 한 사직서를 다시 급히 집어 넣는 경호였다.
. . .
안녕하세요 망상입니다.....
이렇게 짧은 한 편 써질러 놓고 달아나는 저를 용서해 주세요
빨리 빨리 돌아올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 독자님들 모두 애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