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싸가지, 전정국변호사님 12=
(부제:말하지 못한 것)
내가 취직을했는데 글쎄, 얼굴은 멀쩡한데 싸가지가 없어!
*
만나야 했다, 김태형을. 만나서 오해가 있었다면 풀어야했다.
변호사님은 나에게 모든 이야기를 해 주셨다. 말을 마치고는 '내가 아는건 여기까지.' 라며 다시 일을 시작하셨다. 변호사님 말을 듣고 나니 오히려 머리가 더 복잡해지는 기분이였다. 그래서 잠시 생각을 한 후, 변호사님께 잠깐만 나갔다 오겠다고 한뒤 사무실을 나섰다.
사무실을 나오면서 생각을 해 보았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복잡한 마음에 사무실을 나왔지만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해야할지 도통 떠오르지 않았다. 방황하고 있을 쯤, 휴대폰이 울리며 문자 한통이 왔다.
김태형 이였다. 이전 같았다면, 휴대폰이 울리고 문자를 확인한 후 나는 휴대폰을 놓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나아진것인지, 아니면 김태형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서인지 모르겠지만 하나도 떨리지 않았다. 긴장이 되지도, 무섭지도 않았다. 김태형의 '만날까'라는 문자에 '어디서볼까' 라고. 그 날 이후, 내가 김태형에게 처음 보낸 문자로 답을 했다. 설레이지도 좋지도 않았지만, 마음이 편안했다. 마치 오랜 친구와 연락하는 기분이랄까. 말 몇마디에 김태형에게 이런 감정을 다시 가지게 될 줄은 몰랐다. 역시 주위에서 말하는 것에 따라 사람 이미지가 바뀐다는게 맞는 것 같다. 특히 믿고 의지하는 사람 입에서 나온 말들은 더욱.
*
"..왔네"
"응.오랜만이다."
김태형과는 자주가던 바에서 만났다. 좋은 회사이니만큼, 회식도 고급진 곳에서 자주 하곤 했는데. 김태형과 나는 가끔 술을 마실때 이 곳에 와서 마시기도 했다. 분위기도 좋고, 집도 가까워 자주 찾은 듯 하다.
오랜만에 만난 김태형은 훨씬 말라있었다. 예전에는 보기 좋을 정도로 말라있었는데, 지금의 김태형은 정말 아파서 밥도 못먹고다니는 사람같았다.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나올 뻔 했다. 너무 안쓰러운 김태형의 안색에. 그리고 슬퍼보이는 눈동자에.
"..잘 지냈어?"
"그냥.."
'...."
잘 지냈다고 하기엔 그동안 힘들었던 시간들이 떠오르고, 잘 못지냈다고 하기엔 행복한 요즘 일상이 떠올랐다. 그리고 말할만큼 미치게 행복했던 적이 없으니, '그냥'이란 말이 가장 적절 한 것 같았다. '너는'. 되묻는 내 질문에 김태형은 바람빠지듯 웃더니 '잘, 못지냈어' 라며 내 마음을 아려왔다.
"어디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잘 모르겠어."
"...."
"그리고 내가 이런다고 나에 대한 미움이 사그라들지 않을걸 아니까."
"괜히 감정낭비 안하고 싶고."
"...모르는거지."
"응?"
"내가 알고있는 사실들만 가지고 너를 판단하고 미워한거니까."
"다 알고나면 내 생각이랑 다를수도 있는거잖아."
"...그러네."
"...."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내 마음이 전해지려나."
*
"김태형!!!"
"그러지말아요, 네?"
"놔!! 내가 오늘 저새끼 버르장머리, 똑바로 고쳐놓을테니!"
늘 좋은건 형의 몫. 사랑과 관심 모두 형의 몫이였다. 엄마, 아빠의 피가 있는건 난데. 형은 엄마의 아들도 아니고, 온전히 아빠만의 사랑 결과물인데. 왜 내가 아닌 형이 사랑받는지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사랑을 받으며 자라지는 못할 망정, 자신의 앞에서 형만 죽어라 사랑하는 아빠를 보며 자랐다.
그래도 내가 부족해서 그러겠지, 하며 노력했다. 공부, 열심히했다. 남들 8시간 잘때 6시간, 5시간씩 자면서까지 공부에 매진했다. 친구들이 그러다 너 죽는다고 할 정도로, 열심히했다. 당연히 내 성적은 하늘을 찌를듯 높았고, 전교권에서 항상 놀곤 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없었다. 친구들의 부러움, 선생님들의 기대. 그리고 엄마의 웃음. 그토록 원하던 아빠의 사랑과 관심 대신, 부담감이 내 어깨위에 자리했다. 그래, 엄마가 행복하면 된거야. 애써 나를 위로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아빠가 형만 챙기고, 사랑해도. 내겐 엄마가 있으니까. 나밖에 모르는 엄마가 있으니까, 그거면 된거라고 생각했다.
나밖에 모르던 엄마가 형을 챙기기 시작했다. 예전엔 그래도 아침 먹을 때는, 늘 나를 깨워서 같이 먹게 하곤 하셨는데. 요즘엔 깨워주시지도 않고, 밥도 같이 안차려 두셨다. 처음에 한, 두번은 바쁘셨겠지. 순간 잊으신거겠지, 하고 넘겼다. 하지만 그게 4일이 되고, 일주일이 되면서 알았다. 엄마 마저도 나를 버렸구나. 그 이후로 나는 막 살았다. 이제 나를 걱정해주고, 생각해주는 사람따위 없는데. 열심히 한다고 알아주는 사람하나 없는데 죽어라 노력해봤자 나만 힘들다고.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졌다. 자랑도 아니고, 다시 입밖으로 꺼내봤자 좋은 일이 아니지만. 막 살았다. 여자들도 마음대로 가지고 놀다 버리고, 함부로했다. 어차피 다들 내 돈, 권력만 보고 들이대는데. 진심을 보여봤자 피해보는것은 내 쪽이였으니까.
사는게 사는것 같지도 않던 내 인생에, 빛을 보여준건 너였다. 함부로 대할줄밖에 모르고, 거짓밖에 보일줄 몰랐던 내가. 엄마가 변하고 난 이후에 처음으로 진심을 보인 사람이였다. 너랑 연인이라고 할 정도로 행복했던 날들 중에, 거짓이였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나중에 점점 내가 변한건. 다 아버지 때문이다.
"여자 만나고 다니냐."
"알아서 뭐하시려고 그러십니까."
"아버지한테 말하는 꼴 하고는.."
"뭐하는 여자냐."
"저희 회사 신입입니다. 신경쓰지마십시오."
"만나지마. 아버지가 소개시켜주는 사람 만나라."
"아버지!"
"시끄럽다. 니가 해결하지 못하면, 내가 나서는 수 밖에."
"..아버지가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는 형은 뭡니까."
"네 형은 사랑하는 여자랑 결혼해야지."
"저는, 저는 아버지 아들 아닙니까?"
"맞지. 근데 이 바닥에서는 누구 한명쯤은 희생해야한다는거, 잘 알지않냐."
"그게 왜 하필 접니까? 아버지가 사랑하는 형,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네가 희생하는거야. 왜 굳이 알지 않아도 될 것들을 알아내서 상처를 받고 그러나. 허허."
"...제 아버지, 맞습니까?"
"뭐?"
"아무리 절 미워하신다고 하셔도, 저도 아버지 아들입니다!!! 제 생각도 좀 해주십시오."
"됐다. 그냥 나가라. 내가 한 말, 새겨듣고."
설마, 정말 그러시겠어. 하고는 무시했다. 아버지가 정말 사람이 아니시라고해도, 그런 짓 까지는 안하실 줄 알았다. 설마가 역시로 바뀌는건 한 순간이였다. 내가 시혁이를 밀어내지 않고 계속 품고 있으니, 아버지께서 손을 쓰셨다. 예를들어, 갑자기 회사에서 대인관계가 안좋아 진다거나, 자잘한 사고로인해 입원을 하는 둥. 여러 안좋은 일들이 생기곤 했다. 아버지가 한 짓인걸 안 후, 바로 아버지께 달려갔다.
"아버지!"
"내가 말했지 않느냐."
"정말, 이정도 일줄은 몰랐습니다."
"적어도, 적어도. 사람이 못할 짓은 안하실줄 알았습니다."
"뭐야?"
"예. 아버지가 원하는대로 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되는겁니까?"
".."
"김시혁. 제발 가만히 두십시오. 아버지가 원하는대로 할테니까."
"역시, 김시혁을 건드는게 빠르긴하네. 이제 나가봐."
*
그렇게 나는 너를 조금씩 밀어냈다. 티 안나게 조금씩. 덜 아프도록. 그런 날 알아챘는지, 더 다가오는 너 때문에 조금은 힘들었다. 하지만 아버지 때문에 독해질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데이트아닌 데이트를 한 날. 술김에 말한 다른여자 이름은, 아버지가 소개해준 여자이름이였고. 괜시리 그 여자가 미워 이름 몇번 부르며 속으로 욕을 했던것이다. 다음날에 회사에 이상한 소문이 돈것은, 아버지가 너랑 같이 있는 나를 보고. 회사에 퍼뜨리신 헛소문이다. 나도 알자마자 아니라고 말하고싶었지만, 그러면 다치는건 너이기에. 나는 다시한번 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후회할 말들을 잔뜩 입밖으로 내보냈다. 그렇게 너와 끝이였다.
그렇게 네게 상처를 주고 좋아하지 않았던 술을 달고살게되고, 질이 좋지 않은 친구가 준 약 같은것을 먹고 내가 조금씩 이상해졌었다. 술김에 뭔지도 모르고 받아먹었는데, 그 놈이 내가 취했을 때마다 먹이곤 한 것 같다. 그래서 약간 스토커같은짓을 네게 했던 것 같았다. 이건 전부 내 탓이니, 백날 미안하다고 머리를 조아려도 모자랄 일이다. 공포감을 준게 너무 미안해서. 나 때문에 하루하루 불안에 떨며 살았을 너를 생각하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서.
그렇게 지내다, 엄마가 이혼 준비를 한다는 것을 알게되고, 전정국을 만났다. 너랑 있는 걸 보고, 처음에 네게 몹쓸짓을 하긴 했다. 전정국한테 손도 조금 댔고. 다 내 잘못이고, 후회하고 있다. 엄마가 이혼소송을 준비하면서 마음 고생을 하셨다. 내게 미안하다며 울며 사과도 하셨다. 너를 일부러 밀어 낸 것이 아니라며. 다 이혼을 위해 그런거라며 내게 사과하셨다. 아버지의 눈에 들어, 주식을 모아 아버지와 이혼 후, 엄마가 회사를 이끌어 갈 계획이셨던거다. 엄마랑 아버지가 결혼을 하시고, 엄마의 회사. 지금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가 아버지의 손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그래서 엄마는 다시 되찾기 위해, 참고 살아오신거라고.
참 힘들었다. 엄마가 이혼준비 하기까지도, 내가 예전으로 돌아오는 것도. 엄마가 이혼준비를 하면서부터 좋지 않은것들을 전부 끊고, 회사 일에 전념했다. 엄마도 저렇게 노력하는데, 아들인 내가 아무것도 할수 없는게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뭐라도 하자, 싶어 일을 했다. 회사에서 높은 직급이 되면, 엄마에게 더욱 도움이 되겠단 생각에 그랬다. 엄마는 내게 고맙다며 우셨다. 당연한 일인데, 눈물을 흘리시면서까지 말하는 엄마의 모습이 너무 불쌍해보였다.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게 없는 아들이라서, 처음으로 죄송했다.
엄마가 이혼소송을 준비중인걸 아버지는 죽어도 모르는 눈치셨다. 이제 법원에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다행이였다. 아버지가 미리 알았다면 난리를 치며 더 정신없이 만드셨을거다. 법원에 가고, 소송이 끝나면. 이제 나는 엄마와 둘이 행복하게 살거다. 그동안 못해본거, 이제라도 다 할거다. 남 부럽지 않게, 하루하루 행복해서 미칠정도로.
*
그들의 지난 날들은 아팠다. 제 3자에게 묻는다면 저기 울고있는 그녀, 오직 그녀만이 아프다고 말할것이다. 그러나 당사자들에게 묻는다면 서로 아팠다고 말하는 그런 지난 날들이였다. 여자가 알고있는 사실들로만은 제 3자와 같은 말을 하게 만든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말이 있듯. 함께 울고있는 그만 알고있는 그런 사실들을 합한다면. 더럽고 악한 세상을 탓할 수 밖에 없는 사실들이 만들어 진다.
거의 대부분, 아니 모든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을 믿고 그것을 진실이라 믿는다. 그러지 말자고 자신들을 가르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 낼 만한 능력이 있지 않는 이상 그러기가 쉽지 않다. 그도 그런 그녀를 알기에 여자를 미워하지 않고, 안타깝게도 자신을. 또 자신을 탓하며 해친다.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음에 울며, 매일 밤을 술을 마시다 잠들곤 한다. 그러다가 잘못된 사람을 사귀어 손을 대면 안될 것에 손을 잠시 대며, 그녀를 다시끔 힘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모든걸 알고 난 후, 그녀는. 그를 원망하지 않았다. 아니 조금은, 원망한다.
왜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느냐고. 혼자 힘들게 만든 것 같아 미안하다고.
이제와 모든 진실이 밝혀졌다.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았던, 길었다고하면 길었다고도 할 만한 그런 시간동안 진실을 묻어둔채 불행했다. 드라마에서는 그런 진실들이 밝혀지면서 남자와 여자가 다시 사랑에 빠지며 행복해지며 끝이난다. 하지만 현실은 아니란걸 우리는 잘 알고있다. 그와 그녀 모두, 예전 행복했던 때로 돌아갈 수 있을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상상도, 혹은 기대도. 지금 우리에게 닥친 현실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그리고 돌이키기엔 너무나도 많이 달라진 그들과, 환경을 알기에. 그래서 그들은 각자 주어진 환경을 최적의 환경으로 만들어 가려 노력한다. 그는 새로운 사랑을 찾아, 그녀는 지금 그녀의 곁에있는 사람을 평생 곁에 두기위해 노력한다.
너무 아팠지만, 행복했던 그들의 과거.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생기지 않게, 그들을 응원한다. 그토록 원하던 행복을 지키려 발악하는 모습이 아닌, 넘치는 행복을 주체하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게. 외로웠던 시간만큼 옆이 채워지길, 흘렸던 눈물만큼 행복하길, 간절히 바라는 그들에게 용기의 박수를.
*
안녕하세여
크리스마스 잘 보냈나여?
ㅁ원래 크리스마스 지나기전에 올릴라햇는데
친구의 연애중을 보고..충격에서 헤어나오지못해 컴퓨터 앞에서 멍때리고 한참있던것 같아요
...메리솔크
섹시석진색시ㅈㅈㄱ슈탕복동소녀탱탱덜렁덜렁알라비싸버블버블데빌애플릭양양이꽃소녀꾹봄
ㅇ오늘 분량 쫌 쩌는듯
ㅎ 아님말고..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