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이 엄마가 생겼다구요! 생각하는 아빠와 들뜬 병아리 - 1 w.오구오꾹
눈에 핏발이 섰다. 누적돼가고 있는 피로에 몸이며 정신이며 어디 한군데 성한 곳 없이 천근만근이다. 눈을 살짝 덮는 앞머리를 아무렇게나 쓸어 넘기다 두 손으로 눈 두덩이를 매만졌다. 울먹거리며 엄마를 찾는 정국이가 안쓰러워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말을 하기야 했지만 이젠 여기에는 없는 엄마를 어디서 데리고 올 수도 없고, 새로운 엄마를 한순간에 뚝딱 만들어 낼 수도 없는 일이 었다. 이제야 '마음이 약해졌어도 더 참을 걸 그랬나.' 라는 생각이 들어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하나 밖에 없는 저의 아들이 엄마가 보고 싶다 하는데 저가 뭘 어쩌겠나, 보고싶어 하는 엄마 만나게 해줘야지. 그런데 그게 말이 간단하지. 제 머리채를 쥐어뜯으며 핸드폰 연락처를 뒤적거렸다. 제 전화번호부에 있는 여자라고는 엄마와 할머니 그리고 정국이가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이 전부였다. 최근 들어 저에게 은근한, 아니 강력한 추파를 보내고 있는 연예계에 몸담고 있는 여자들이 잠깐 떠올랐지만 곧바로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저의 아들의 존재는 회사 관계자들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었을뿐더러 까만 속내가 보이는 여자들에게 제 아들의 엄마인 척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고는 저와 정국이가 살고 있는 둘만의 아지트에 들인다니, 죽어도 싫다. 아-. 저와 알고 지내는 친구라도 있었으면 편히 속내를 말한 채 내일 딱 하루만 엄마 역을 부탁했을 텐데. 하지만 저에게는 모두에게 흔한 그 여사친, 여자 사람인 친구 한명이 없는 걸. 남중, 남고, 공대 루트를 차근차근 밟아온 저에게는 여자라는 다른 성을 대하는 것이 많이 어려웠다. 물론 제 아들의 엄마를 제외한 여자들이 말이다. 정국이를 낳는 중에 숨을 거두었던 정국의 엄마는 제 첫사랑이자 유일하게 저와 마음을 나눈 여자였다. 서툴고 여기저기 모났었던 형편없는 제 애정표현에도 웃어주며 저를 꼬옥 안아주었다. 어느 미운 구석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모든 게 사랑스러운 여자에게 난 속수무책으로 빠질 수밖에 없었다. 정국이는 그 여자가 나에게 마지막으로 준 선물이라 생각한다. 비록 나와 같은 성 씨가 아니지만, 나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들이지만 정국이를 사랑하지 않은 순간은 단 한 번도 없다. 내 아들이니까. 나를 아빠라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 정국이에게 너무 고맙다. 정국이를 처음 만난 날을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히 기억한다. 그날부터 나는 절대로 혼자가 아니였으니까. 쪼글쪼글한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완두 콩알만 한 게 얼마나 울어대던지 아직도 양쪽 귀가 따끔거리는 것 같다. 대학을 자퇴하고는 한참 풋내 나는 무명 연기자로 열심히 연기를 해 오던 그때는 속해있던 소속사도 없었기에 혼자서 필사의 발버둥을 쳤었다. 무슨 역인지 보지 않고 오디션을 보러 가 닥치는 대로 프로필을 돌렸던 나는 24살에 아빠가 되었다. 잘 다니고 있던 대학을 말도 없이 자퇴해버리고 불쑥 연기를 할 꺼라며 설치던 철없는 아들을 끝까지 반대하셨던 부모님에 나는 사춘기 중학생 마냥 무작정 집을 나왔다. 그렇게 혼자의 힘으로 집을 구해 부모님을 떠나 23살에 자취를 하기 시작했다. 어린애같이 고집이 그득하여 멍청하고 철없던 행동에도 여자는 늘 그래왔듯이 다정스레 눈을 맞혀 오며 나를 안아왔고 저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부모님에 대해 푸념만 하던 저를 묵묵히 달래주며 사랑을 고백해왔다. 영원히 내 옆을 보면 나를 향해 웃고 있을 것 같았던 여자는 내 마음이 무색하게도 어느 날 불쑥 임산부복 차림으로 나를 찾아왔었다. 나를 보자마자 눈물을 터뜨린 여자는 부른 배에 뒤뚱거리며 내 앞으로 바짝 걸어와 미안하다는 말만 해댔다. 그런 여자를 나는 이제 안아 달래줄 수 없었다. 오래전부터 내가 아닌 다른 남자의 아내였고 배 속의 아이의 엄마였으니까. 이제 더 이상 내 사람이 아니였다. 한동안 나를 피해왔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을까, 나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 한채 미안하다며 울고 있는 여자를 보며 원망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들지 않았다면 그건 하얀 거짓말이다. 눈물 범벅이 된 여자에게 차츰 시선을 내려 초점을 맞추었다. 머리가 아닌 마음이 어지러웠다. 나한테는 정말로 미안하다고, 아는 오빠와 실수를 해버렸는데 애를 지우고 싶지 않아 곧 식을 올릴 거라고 내게 말했다. 여자가 힘겹게 이어가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무어라 대답하기도 화를 내기도 힘들었다. 지금 이 상황 자체가 나약해빠진 내게 너무 버겁다. 나를 장난이나 거짓으로 사랑한 적은 정말 없었다며 여전히 울고 있는 여자의 손에 택시비를 쥐여주며 여자의 어깨를 느리게 밀어냈다. 잘 살아. 여자가 떠나고 정말로 나는 혼자가 되었고 한 박자 늦게 아려오는 마음에 좁은 자취방에서 술을 마시며 며칠을 울었었다. 길면 길고 짧으면 짧았던 반년 동안 덩그러니 혼자 남겨져 있었던 시간들이 얼마나 외로웠는지 하소연할 사람조차 없었다. 그 시절에 나는 완벽한 혼자였으니까. 나에 대한 죄책감과 자괴감에 고립되어있던 나를 구해준 은인이 정국이가 아닐까 싶다. 9월이 끝나갈 때 즈음, 밖에서 생뚱맞은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치질 않는 울음소리에 끙끙 힘겹게 몸을 일으켜 현관문을 열었다. 밖에 있는 장애물에 걸려 잘 열리지 않는 문에 살짝 열린 문 틈새로 낑낑거리며 나왔다.그러자 아기의 울음소리는 더 크고 선명히 들리기 시작했고 소리의 출처가 제 앞 유모차에 담겨있는 아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가 뉘엿뉘엿 져 가고 있는 터라 날이 꽤 쌀쌀했었다. 쌀쌀해진 날씨에 아이를 그저 방치해 둘 수는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유모차를 끌어 술 냄새가 진동을 하는 저의 자취방 안으로 들였다. 자취방 안으로 아기를 들여서야 태어난 지 얼마 안돼 보이는 아기를 조심히 품에 안아들었다. 어설프게나마 아기를 품에 안자 방이 떠나가라 울던 그 큰 울음소리가 신기하게도 점점 그쳐갔다. 아기를 감싸고 있던 이불을 정리해 주다 아기의 얇은 손목에 산부인과에서 아기를 구별하기 위해 감아둔 것 같은 병원 태그를 발견했다. 손목에 감겨있던 병원 태그를 뜯어내어 보니 놀랍게도 산모의 이름 란에 여자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여자의 아기라니, 아기를 한 손에 안아든 채 아기가 태워져있던 유모차를 뒤져보기 시작했다. 두 통의 분유와 젖병, 포장이 뜯어지지도 않은 옷과 신발들 사이에 정갈하게 접혀져 있는 종이가 있었다. [대뜸 아이를 두고 가버린 저를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제 아내와 결혼하기 전에 만났다던 남자가 맞으신지요. 민윤기씨가 맞다면 염치없지만 이 편지를 꼭 끝까지 읽어주세요. 아이의 이름은 전정국입니다. 9월 1일생 입니다. 아내는 정국이를 낳다가 갑작스러운 쇼크로 숨을 거두었지만 아이는 살아있었습니다. 어렵게 살아난 이 아이를 저는 키우지 못 하겠다고 말 전하고 싶어서 이렇게 편지를 써넣었습니다.] 저가 민윤기인 것은 맞지만 얼굴도 본적 없는 남자의 요구대로 편지를 끝까지 읽을 생각따위 없었다. 여자 없이는 아이를 책임질 자신이 없다는 변명들만 나열해 놓은 글은 읽을 가치가 없었다. 편지를 바닥에 내려놓아서야 여자가 죽었다는 문장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이제는 울며 여자를 그리워할 힘이 조차 없었지만 제 품에 꼭 붙어서 자고 있는 아기를 보니 아이의 엄마인 여자가 생각나는 건 저도 어쩔 수가 없었다. 잘 살라고까지 했었는데, 왜. 너도 혼자가 됐구나, 나도 혼자야. 그런데 이제 너도 나도 혼자가 아니야. 더 이상 혼자가 아니였다.
달이 질 때까지 머리를 싸매며 고민하다 해가 밝아올 때서야 결국 육아도우미를 고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른 아침부터 집 주변에 있는 육아도우미센터에 전화를 걸어 살금살금 방으로 들어가 곤히 자고 있는 정국이를 확인한 뒤 통화를 이어나갔다. "오늘 하루만 베이비시터 좀 고용하고 싶은데요,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5살 남자애 하나예요. 아 참, 일하시는 분들 중에 제일 예쁜 분으로 불러주세요. 안 예쁘면 다시 돌려보낼 거니까. 제일 중요해요, 예쁜 분. 주소는 문자로 넣어드리겠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수고가 많으시네요" 동료 여배우, 어린이집 선생님, 제 친구들이 알고 있는 여자 지인 등 꽤 여러 가짓수를 가지고는 엄마 역을 누구에게 부탁할지 한참이나 고민했었다. 결국 가장 쉬운 방법인 육아도우미를 불렀다. 대충 엄마 역을 해달라고 하면 순진한 제 아들은 속아 넘어갈 것이 분명했고 딱 오늘 하루이니까. 그리고 오늘이 지나면 가까운 미래에 정국이에게 사실대로 말해줄 거라는 마음의 준비를 했다. 정국이도 나도 서로의 나름대로 마음이 많이 힘들겠지만 계속 누군가에게 엄마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이젠 무어라 아들에게 거짓말을 쳐야 할지 뇌가 굳어가 생각도 안 난다. 이제야 겨우 해결돼가는 듯한 일에 몸에 힘이 풀려 잠이 온다. 아직 오전 6시 32분이니까, 아직도 천사같이 잠들어있는 제 아들의 입에 쪽 뽀뽀를 하고는 옆에 누워 제 품에 꾸역꾸역 정국이를 안으며 눈을 붙였다. 그렇게 얼마나 잤을까, 꺄르륵 웃으며 제 배 위에 앉아 통통 뛰어대는 정국이에 얼마 안 가 잠에서 깼다. "아빠야 빨리 이러나, 이러나!" "쿠키가 아빠한테 뽀뽀해주면 생각해볼께" "뽀뽀 해써! 이제 이러나아 오늘 엉마 오는 날이야-" "지금 몇 신데?" "지금이 ...- 지금 시간은 7시 9초야! 빨리 일어나 아빠야" 저를 재촉해오는 정국이에 겨우겨우 일어나 시계를 보니 짧은 바늘이 7, 긴 바늘이 9에 있었다. 7시 45분이네, 7시 9초는 또 뭐야. 제가 일어나자 앉자 볼에 뽀뽀를 해오는 정국이의 볼을 아프지 않게 앙 깨물었다. 정국이 손을 잡고서 밍기적 밍기적 화장실로 걸어갔다. 자꾸만 더뎌지는 정국이의 걸음에 저도 나란히 멈춰서는 정국이에게 말했다. "정국이 세수 똑바로 하고 치카치카 구석구석 잘 해야 엄마 온다?" "알아떠...- 정구기 치카치카도 하고 어푸어푸도 하꺼야-" "치약 내려줄께 치카치카하고 있어, 알았지 아들?" "웅, 아라떠어-." 썩 믿음이 가지 않는 정국이를 뒤로한 채 간단히 옷을 갈아입은 뒤 아들과 둘이서 먹을 아침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밥은 어제 해놨었고 간단하게 햄이랑 계란만 있어도 잘 먹는 제 아들에 대충 아침 준비를 해 나갔다. 문어 모양으로 비엔나소시지를 잘라 익힌 다음 계란을 부치기 시작했다. 평소와 다르게 조용하기만 한 아들에 불안해져서는 계란을 접시에 옮겨담아 케첩을 짜며 정국이를 불렀다. "정국아 밥 먹자" "웅! 아빠야 엉마는 언제와?" 옷방에서 도도도 달려 나오는 제 아들의 옷 꼬락서니를 보자 마시고 있던 물이 입 밖으로 나올뻔했다. 스스로 옷을 꺼내 입은 건지 저와 비싼 레스토랑에 갈 때만 입히는 어린이 턱시도를 입고 있는 제 아들은 위풍당당하게 제가 서있는 곳까지 걸어왔다. 아이고, 쿠키야. "정국이 옷 갈아입자." "아니이! 엉마 오니까 머시게 입으꺼야." "나비 넥타이 머리에 하는거 아니야, 단추도 다 잘못 잠궜잖아. 빨리 갈아입자." "아니야! 정구기 지금 이뻐요-" "우리 아들이야 뭘 입어도 이쁘다만 오늘 그 옷은 아니야, 얼른 아빠한테 오세요." "시져어!" "전정국 또 고집부린다? 빨리 이리 와" "시져어어-!" 저를 피해 요리저리 달아나는 아들을 쉽게 잡아챘고 그 자리에서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볼을 부풀리며 훌쩍훌쩍 울고있는 제 아들의 꼴이 참 볼만했다. "엄마는 정국이가 토끼그려진 옷 입은게 제일 좋데" "으응...- 토끼 옷 어디써?" 이런 순진한 녀석, 토끼 옷을 꺼내주고는 정국이가 입는 것 까지보고 화장실로가 나도 뒤늦게 씻기 시작했다. 정국이는 도대체 어떻게 씻었길래 화장실 곳곳이 물난리다. 지 혼자서 전쟁놀이라도 했나. 양치와 세수까지 끝내고 수건을 꺼내던 중 초인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밥을 먹다말고 뛰쳐나가는 정국이를 보며 놀래 나도 한 걸음에 뛰어나간 현관문에는 이미 정국이가 문을 열어준 뒤 맨발로 뛰어나가 문 밖에 서있는 여자에 포옥 안겨있던 후였다. "우웅... 엉마 왜 이제와써어" - 항상 감사합니다 -♡ 0화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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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화 암호닉 ㅈㅈㄱ님 , Q&A님, 윤기꽃님, 양념치킨님, 국그릇님, 국쓰님, 닭키우는순영님, 코코팜님, 올림포스님, 스물하나님, 너와나의연결고리님, 메로나님, 챠챠님, 쀼쀼님, 젱둥젱둥님, 다이오드님, 정꾹님쿠님, 윤국님, ㄴㅎㅇㄱ융기님, 현님 항상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