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를 주신 독자님, 감사드립니다.
Tori Kelly - Paper Hearts
윤기가 정국이를 따로 불러 한 가지 부탁을 했으면 좋겠다.
준이의 사진을 찍고 싶어.
왜 찍고 싶은지는 차마 그 뒷말을 잇지 못하는 윤기를 보며 정국이는 얼핏 그 마음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겠다.
능력 좋은 동생 둬서 형은 다행인 줄 알아요.
정국이는 제 마음 한 켠에 지민이를 떠올리며 바로 스튜디오 주소를 알려주었으면.
약속된 날이 되자 윤기는 남준이의 옷이 어느새 절반을 차지하는 옷장을 열어 차근차근
남준이의 옷을 챙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 옷도 혹시 모르니 챙겨오라던 정국이의 말에 제 옷까지 몇 벌 챙겼으면.
또 여행을 가는 거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남준이를 보다 작게 웃으며 손을 뻗어 남준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익숙하게 뺨을, 미간을, 그리고 목덜미까지 부드러운 손길로 쓰다듬고 난 뒤에
언제나처럼 손을 내리지 못하고 가만히
남준이의 숨결을 느꼈으면 좋겠다.
준아.
응, 주인아. 우리 또 여행 가?
여행은 아니고, 사진 찍으러 갈거야. 정국이, 알지? 걔가 사진을 찍거든.
지금 네 모습을 최대한 예쁘게, 멋있게,
선명하게 남기기 위해서.
정국이가 보내준 주소를 따라 찾아간 스튜디오는 지하 1층에 위치한, 생각보다 널찍하고 깔끔한 스튜디오였으면.
정국이의 성격을 담아낸 필요한 물건만 있는, 한 켠에는 또 잡동사니가 쌓여있지만 그마저도 자연스러운 그런 곳이었으면.
왔어요?
카메라를 만지고 있던 정국이가 웃으며 둘을 맞이하고 스튜디오 문을 걸어잠근 뒤
윤기가 가져온 남준이의 옷들을 훑어보다 몇 벌을 골라내었으면.
그렇게 남준이의 사진 촬영이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어색하게 하얀 배경 가운데 자리한 남준이의 모습이 한없이 순수해보여 정국이 옆에 쭈그리고 앉아있던 윤기가
절로 나오는 웃음을 삼키지 못했으면.
어색한 표정으로 얼마정도의 시간을 보낸 뒤,
윤기가 박수를 작게 치고, 남준이가 그 소리에 반응해 저를 바라보면
최대한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었으면.
그 얼굴을 본 남준이가
따라서 가장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정국이는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필름에 담아내었으면 좋겠다.
여러 옷을 갈아입고,
오랜 시간동안 이어진 촬영에도 군말없이 남준이는 하라는 대로 따랐으면.
그러다 마지막에 윤기와 같이 촬영할 때
모든 사진에는 남준이와 윤기가 가장 빛이 나도록 담겨졌으면 좋겠다.
최대한 다양하게
귀와 꼬리를 내보인 모습도,
심지어 대형견의 동물 모습 그대로도,
온전한 사람 모습도.
지금의 남준이가 보일 수 있는 모든 표정과 모습을 담아내길 윤기는 원했고,
정국이는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겠다.
사진 촬영이 끝나고
모두 작업을 마치고 바로 문자를 보내주겠다는 정국이의 말에 윤기는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스튜디오를 나왔으면 좋겠다.
어느새 반쯤 어둠이 가라앉은 길거리를 걸으며
아무 말도 없는 윤기와
역시나 아무 말도 건네지 않는 남준이가
어느덧 집에 도착했으면 좋겠다.
주인아.
응.
사진, 예쁘게 나왔으면 좋겠다.
신발을 벗으며 건네는 남준이의 말에 윤기는 먼저 거실로 들어가다가 몸을 돌려
언제나처럼 웃고 있는 남준이를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그대로
울음을 터뜨렸으면 좋겠다.
사실 네가 없을 어느 날,
미래의 그 때를 위해 사진을 남겨둔거야.
나중에 이제 네가 없으면
나는 그 종잇조각들만 보면서 널 회상하겠지.
널 추억하겠지.
네가 없을,
그 날을 벌써,
나는.
모든 말을 속으로 삼킨 채 울음을 토해내는 윤기가 무너지듯 그대로 천천히 허리를 굽히며
마른 몸을 웅크리면서 무너지면
남준아, 너는 아무 말 없이 다가가 윤기를 끌어안아 줬으면.
제 주인이자 연인이 느끼는 그 두려움은
사실 자신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속으로 중얼거린 채 붉어진 눈시울을 애써 감추며 윤기를 토닥였으면 좋겠다.
위로가 아닌 공감으로, 그렇게 같은 마음을 가진 채 윤기의 잘게 떨리는 어깨를 감싸고,
위태롭게 흔들리는 마음에 못지 않게 떨리는 네 마음을 맞대었으면.
그칠 줄 모르는 윤기의 울음에 그대로 턱을 들어올려 눈물로 젖은 뺨을 엄지로 쓰다듬고
입을 맞췄으면 좋겠다.
달디단 온기가 아닌 짠 내가 물씬 나는 슬픔을 나누는 입맞춤이었으면.
눈물을, 슬픔을, 다급해지는 호흡을 모두 먹어버리는,
입술이 떼어질 때마다 서로의 이름만을 겨우 뱉어내는,
서로가 다가오질 않길 바라는 미래의 어느 때를 애써 잊으려는
그런 입맞춤을 나누었으면 좋겠다.
준아, 나는 지금 행복해.
앞으로도 행복할거야.
근데 그 행복에 마침표가 찍히는 날이 온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누구에게 빌고 빌어야 지금 품고 있는 이 온기를 잃지 않을까.
준아, 넌 알고 있어?
울음 속 숨겨진 윤기의 물음이 그대로 허공에 흩어져 슬픔만이 잔상처럼 남아 짙게 그 둘을 내리 눌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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