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완은 이제 지금 무슨 일인가 싶어 멍하니 수정을 바라보았다. 주현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웃으며 나는 빠질께… 하고 도망치다 슬기에게 붙잡혀 있는 상태였고. 여주를 제외한 나머지 아홉 명은 - 당연히 박지민을 포함했다 - 전정국을 마주하고 있었다. 창밖으로 교문을 바라보던 태형이 여주를 발견하고선 정국에게 말했다. 오늘은 같이 등교 안하네, 태형의 말에 정국이 웃었다. 오늘 누나 혼자 오고 싶다고 해서요.
“3학년 반에 막 들어오는 애는 아마 너 혼자일꺼다.”
여주의 자리에 앉은 호석이 하품을 하며 말하자 정국이 웃었다. 저 지민형에게 할 말 있어요. 지민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물었다. 뭔데? 지민에게 정국이 답했다. 여주누나랑 조금만 떨어져서 지내주시면 안될까요. 아까까지 웃고있던 정국은 없었다. 지민은 정국이 정말 무서운 아이구나 하고 생각하며 물었다. 왜?
“제가 누나 많이 좋아하는데, 자꾸 불안해서 그래요.”
정국은 솔직했다. 그리고 지민은,
“미안, 짝이라서 떨어져 지내는 거는 안될거 같고.”
“…”
“나는 여주하고 딱히 멀어지고 싶지 않아.”
지민의 말에 정국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야 전정국 화났다, 주현이 슬기의 귀에 속삭였다. 승완도 수정에게 이러다 정말 큰일나겠다며 속삭였고, 그 때 뒷문을 열고 들어온 여주에게 정국이 웃으며 달려갔다. 누나, 오는데 나 없어서 심심하지는 않았어요? 정국과 여주가 나가는 것을 확인한 태형이 지민의 팔을 잡고는 찡찡거렸다.
“야이 바보야, 그냥 전정국에게 알겠다고 하고 보냈어야지!”
“왜 나도 좋아할 수 있는거지.”
지민의 말에 다들 멍해져서는 가만히 지민을 바라보았다. 자신에게 모인 여덟명의 시선을 느낀 지민이 수정에게 물었다. 왜? 수정이 지민의 어깨를 꽉 잡고는 대답이 아닌 물음을 던졌다. 너 여주 좋아해? 수정의 말에 지민은 웃으며 답했다. 아니, 내가 왜 걔를 좋아해?
“스치면 인연 스며들면 사랑” 믿으면 내가 바보다! 그래 내가 바보다.
EP 04: 나는 모르겠어
뭔가 이상한 분위기에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이상하게 박지민은 오늘 하루종일 나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았고, 딱히 말을 걸고 싶지 않았던 나도 입을 다문채 하루를 지내고 있었다. 글쎄, 딱히 말을 걸고 싶지 않았던 거가 아니라 박지민이 대답을 안해줄 거 같아서 나도 말을 걸지 않은 것이었다. 쉬는시간에 친구들이 와도 나는 엎드려 잠만 잤고 - 어제 제대로 못잤거든 - 박지민은 어디론가 급하게 나갔다. 3교시 쉬는시간까지도 박지민과 나는 둘이 싸웠어? 라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서로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래도 어제는 박지민이 먼저 말 걸어줬는데, 짝피구 누구랑 할꺼냐고.
“중간고사도 끝났다, 이제 남은 거는 체육대회와 기말이네.”
윤기쌤의 말에 애들이 으으 하고는 신음소리를 냈다. 젊은 것들이 벌써부터 쓰러지고 난리야, 윤기쌤이 교탁을 두어번 탁탁 출석부로 치고는 빨리 나갈 사람을 정하자고 했다. 그래 벌써 체육대회 시즌이구나. 한 것도 없는거 같은데. 도데체 나는 뭘하고 있었던 거지, 이상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똑똑- 교실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윤기쌤은 네에 하고 답을 했고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전교 부회장 - 2학년이었다 - 윤아미였다. 부회장이 여기는 웬일이냐 묻는 윤기쌤에게 윤아미는 트레이드마크인 눈웃음을 보이며 ‘저 체육쌤이 지민선배 데리고 오라고 하셔서… 같이 준비해야한다고… 선배님이랑 저랑 스포츠 담당이잖아요’하고 답했다. 박지민은 윤기쌤에게 다녀오겠습니다 하고는 나에게 인사도 없이 먼저 윤아미와 나가버렸고 나는 멍하니 박지민의 자리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
“그 소문 들었냐”
“뭐”
“밥먹을때는 조용히 하자고 내가 몇번을 말했ㄴ…”
“박지민이랑 윤아미랑 사귄단다.”
내 옆에서 급식을 먹던 김태형의 말은 참으로도 믿을 수 없었다. 나만 못믿는 것이 아니었는지 주현이와 수정이도 헐- 하고는 밥먹던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슬기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가 솔로인데 커플이 뭔상관이냐며 승완이와 열심히 급식을 흡입하고 있었다. 밥맛이 없었다. 어느정도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박지민은 아니었나보다. 하긴 톡도 별로 안하는데 친해진거는 아닐거 아니야, 정여주 바보같네.
멍해진 내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던 정호석은 넌 왜이리 얼탱이가 빠졌냐 돼지야 오늘 왜 많이 안먹어? 라며 내 속을 박박 긁어놨고, 나는 결국 나 먼저 가볼께 라며 반으로 향했다.
“…어?”
뒷문을 여니 박지민이 보였다. 밥 먹었어? 아무렇지도 않게 물어오는 박지민이 미웠다. 왠지 모르겠지만 - 이게 섭섭함인거 같다 - 박지민이 미워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내 자리에 엎드렸다. 아 맞아, 나 박지민 짝이라서 피할 수 없지. 박지민은 점심을 먹으러 가려던 거 같았는데, 걸음을 돌려 내 옆에 앉아서는 괜찮아? 하고 물어보고 있었다. 이상했다. 박지민이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에 기분이 나빴다, 아니 뭔가 속이 비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선배!”
“아 어”
“빨리요! 빨리!”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윤아미의 부름에 박지민은 아무 말도 없이 - 조금 있다가 올께 처럼 자주 해주던 말을 하지 않았다 - 문을 닫고 가버렸다. 허전했다. 승완이와 애들이 와서 너 몸 많이 안좋아? 하고 물어보기 전까지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내가 왜 박지민을 신경써야해? 전정국 하나로도 이미 머리 아픈데 왜 박지민은 신경쓰이고 난리야? 박지민이 미웠다.
***
머리가, 아니 온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윤기쌤께 저 조퇴해야 할거 같아요, 하고 말하니 선생님이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쌤, 제자가 아무리 예뻐도 그렇게 쳐다보시ㅁ…”
“너 진짜 많이 아픈가보구나.”
“…아…”
윤기쌤은 조퇴증을 써주고는 주기 전에 할 말이 있다고 했다. 뭔데요? 선생님을 보면 - 아니 그냥 누군가의 눈을 바라본다면 - 울것만 같아서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문학소녀 아프면 안되는데… 윤기쌤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따뜻한 손길에 웃음이 나왔다. 문학소녀 아프지 말고, 너무 몸 안좋으면 병원 꼭 가고, 약 먹어라 알겠지? 선생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퇴증을 받아 반으로 올라왔다. 박지민은 아직도 윤아미와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짐을 챙기는 내 모습에 뒤에 앉아있던 승완이와 김태형이 물었다. 조퇴? 김태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 먼저 갈께 하고 뒷문을 열자,
“…어? 여주야 너 많이 아ㅍ…?”
“내일 봐”
박지민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프냐고 물어봐주려던거 같았는데. 일단 박지민에게서 벗어나면 조금은 괜찮아질 거 같아서 부랴부랴 1층으로 내려왔다. 집에 가서 한숨자고 나면 괜찮아지겠지.
***
“여주 많이 아파?”
지민이 태형에게 물었다. 태형이 승완에게 그런거 같지? 하고 묻자 승완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침에는 괜찮아 보였는데 왜 그런거지. 지민은 비어있는 옆자리를 가만히 바라봤다. 아프지 말지. 핸드폰이 아직 교무실에 있다는 사실을 까먹은 지민은 핸드폰을 찾으려 마이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도로 뺐다. 아 핸드폰 받자마자 몸 괜찮냐고 물어봐야지. 많이 아프면 약이라도 사가야 하나. 아 나 여주 집 주소 모르는데.
***
“막냉아~ 배추왔다!!!”
침대에 누워서 깜빡 잠이 들었나보다. 하긴 점심도 제대로 안먹고 기력이 없는채로 집에 왔는데 멀쩡히 깨어있는게 더 이상한거 아니겠어. 집 문 밖이 시끌벅적해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으로 문을 열자 이게 뭐야, 왜 일곱 명씩이나 온건데. 주현이가 헤헤 웃으면서 미안 애들이 자기들도 온다구 해서, 하고는 집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괜찮냐.”
정호석이 내 이마에 자기 손을 올려놓으며 물었다. 열은 나지 않는거 같은데, 속이 안좋은거야? 정호석의 물음에 고개를 두어번 끄덕이니 한숨을 쉬고는 약봉투를 손에 쥐어준다. 이거 먹고 내일은 기분 좋게 학교 오라고. 항상 나를 챙겨주는 건 정호석이지. 약봉투를 가만히 바라보자 정호석이 웃으면서 아이고 오빠가 챙겨주니까 우리 애기 기분 좋아요? 하고는 내 머리를 쓰다듬고 거실로 가버렸다.
“아 맞다 전정국이 너 찾던데”
“하여간 김태형 저거는 도움이 안되는구만”
“아니 뭐 누가 찾는다니 알려주는게 맞지 않아?”
“그냥 내가 전정국에게 오늘 정여주님 무슨 일 있으셔서 먼저 가셨다고 하고 왔어. 나 잘했지?”
수정이가 과자들을 펼쳐놓으며 말했다. 아 여기 내 집인데, 너네 집 아닌데. 속이 울렁거렸다. 다들 웃으면서 이렇게 다같이 - 박지민과 승완이가 없었지만 - 모여 과자파티 하는 거는 처음아니냐며 열심히 과자 봉지를 뜯고 있었고, 나는 나 몸 진짜 안좋은거 같아서 먼저 방에 들어갈께, 하고는 내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똑똑-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주현이가 헤에 웃으면서 내가 누워있는 침대로 다가왔다. 많이 몸 안좋은거야? 하고 묻는 주현이에게 고개를 끄덕거림으로 답을 하자 울상이 되어서는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 나 애기 아니라고. 내 말에 주현이가 웃었다. 그러게 누가 아프래?
“…그냥 조금 아픈거 뿐이야.”
“왜 아픈지는 몰라? 감기는 아닌거 같은데. 두통? 너 오늘 그 날은 아니잖아.”
“…조용히해 배추전아…”
“너 오늘 먹은 거도 없잖아. 초콜렛도 안먹은 애가 왜 아프데?”
“…그러게나 말이다아”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눈을 감고는 잠을 청했다. 너 그거 알아? 주현이는 눈을 감은 나를 바라보며 계속 말을 했다. 너 박지민이 여자친구 생겼다는 이야기 듣고나서부터 이상한거, 주현이의 말에 눈이 번쩍 뜨일 뻔 했다. 뭐가 묻고 싶은거야, 눈을 뜨며 묻자 주현이가 웃는다. 아니 그냥 타이밍 참 이상하다고.
***
“여주 잠들었어.”
주현이 조심스레 방문을 닫으며 말했다. 많이 안좋은거야? 슬기의 물음에 주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까지만 해도 건강하던 애가 갑자기 무슨일이래, 남준의 말에 수정이 사람의 몸과 마음은 제 멋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며 웃었다. 슬슬 우리도 집에 가야지, 호석의 말에 다들 거실을 깨끗하게 치우기 시작했고 주현은 가져온 죽과 호석이 산 약봉투에 포스트잇을 붙여놓고는 집을 나섰다.
[아프지 말고 내일 봐 막냉]
***
눈을 떠보니 7시였다. 부모님이 들어오시기 까지는 약 세시간이 남아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바람이라도 쐬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 집을 나서려는데 혼자 나가기에는 쓸쓸했다. 누구라도 불러볼까 하는 생각에 핸드폰을 보니 정국이가 건 다섯통의 전화가 찍혀있었다. 왜이리 전화 많이 한거야,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다 가장 먼저 생각이 난 정호석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 케이크 먹고 싶어.
“아 진짜 내가 오빠노릇을 그만두던지 해야지.”
문자를 보낸지 몇 초 되지도 않아서 정호석은 바로 전화를 해왔다. 너 어딘데, 정호석의 물음에 집이라 대답을 하자 케이크 먹으러 가자며 데리러 오겠다 했다.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여니 정호석이 숨을 헉헉 내쉬며 벽을 짚고 있었다. 왜 뛰어온건데, 하고 묻자 씨익 웃으며 말한다. 너가 케이크 먹고 싶다며.
“아침에는 조용해서 무슨 일 있나 싶었는데 점심 때부터 아프다며 조퇴해. 밥도 안먹어. 하이고 오빠가 이래서 우리 여주 어디 시집 보낼 수는 있을까?”
“…너 시끄러”
가까운 카페에 가서 좋아하는 코코아와 치즈케이크를 시키자 정호석은 점심도 안먹었는데 많이 먹으면 안된다고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한숨을 쉬며 도데체 오늘 왜그러냐고 물어보는 정호석의 목소리에 포크를 입어 물고는 가만히 정호석을 바라보기만 했다. 뭐 내가 맞춰보라고? 정호석이 다시 한숨을 쉰다.
“그냥 오늘 하루종일 기분이 안좋네.”
“…너 그날이야?”
“…아니거든”
“그러면 왜그래 정말”
“…글쎄”
정호석은 원하는 답을 듣지 못했다는 듯이 그저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고, 내 눈치를 보는 정호석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다 먹었으니까 가자, 내 말에 정호석이 그제서야 웃으며 말했다. 역시 정여주 돼지 맞나봐 진짜 잘먹어.
##작가사담##
여러분 4화가 왔습니다 두둥
왜이리 박지민 글을 달리냐고 물어보신다면 박지민 글은 이미 완결을..
어떻게 내야할지에 대해 구성이 다 나와잇는 상ㅌ.ㅐ....랍니다....
그래서 아직 끝이 가깝지는 않다고 말씀드리려구 여기 왔습네다...ㅎ...
5화는 아마 내일쯤.... 태형이 글도 아마 내일쯤.... 으앙
이번 주에 제가 많이 달리네요 어허허허허헣ㅎㅎ
저는 그러면 태형이 글이랑 지민이 글 쓰러 갑네다.....후..... 오늘 열심히 달리쟝^^
암호닉은 계속 받아요!! 전편을 기준으로 계속 업데이트 되구요
중복되지 않게 해주세요 ㅠㅠ 애정해요!!!
아 맞아 암호닉 분들 자주 봤으면 좋겠어요 ㅠㅠㅠ 못보니 아쉬워라ㅠㅠㅠ
@너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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