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희- 아빠한테 와봐'
'아빠 나 밥 다 먹었는데에'
'아빠가 오늘 너무 바빠서 먼저 가봐야 될 것 같아'
'치이..응..'
'엄마랑 기사아저씨 차타고 집에 가고 엄마 말 잘 듣기로
아빠랑 약속 했던거 기억하지? 다음에는 더 멋진 장난감 사줄께'
'있잖아 아빠....'
'응 말해'
'준희 집에 장난감 엄~청 많고 그거 친구 다 줘도 돼.
말도 잘들을테니까...아빠도 준희랑 엄마랑 같이 살면 안돼?
이거 엄마한테 말하면 안돼요- 엄마울어'
'......아빠가 전에 준희한테 말해준 적 있지?
아빠 마음속에 있는 악마가 엄마 마음을 아주아주 아프게했다고.
그 상처가 나을려면 아주아주 오랜시간이 지나야하는데, 아직은 엄마가 많이 아픈가봐.
아빠가 약도 발라주고, 호- 불어도주고 안아도 줘서 얼른 낫게 할께
그때 꼭 준희랑 엄마랑 아빠랑 같이살자. 아빠가 약속할게'
'그럼 준희도 엄마 마음 아야하지말라고 호 해줘야겠다 그치?'
'우리 아들 다컸네 다 컸어.
엄마 말 잘듣고 아빠 보고싶으면 울지말고 전화하고.
오늘 이 얘기한건 엄마한테 비밀이야- 알지?
먼저가서 미안하고, 사랑해 아들'
'응응 비밀이야! 준희도 아빠 많이 사랑해요'
세훈은 조막만한 손으로 새끼손가락을 내밀며 웃던 준희가 눈에 밟혀 몇일간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14살이 아닌 이제 고작 4살이 된 아이는 이별에 무뎠고, 또 강했다.
아주 어릴때를 제외하곤 제 아빠와의 이별에서 눈물을 보인적이 없을만큼.
아빠와 떨어져 사는것또한 당연하게 받아드리던 아이가 함께 살면 안되냐고 물었을때,
세훈은 어딘가에 머리를 맞은듯 멍해졌다.
아이는 이별을, 아빠의 부재를 당연하게 생각하던게 아니라 그냥 참아왔던나보다.
엄마가 울고, 아빠가 미안해하니까 모른척하며.
"정신 좀 차려 임마. 벽뚫어지겠다
오늘 레이 들어오는 날이잖아"
"아. 어. 오늘 레이 입국이네"
"변백현이 너한테 살인예고한건 알고있냐?
2주넘게 독수공방하셨다고 난리도 아니던데"
잠시 넋을 놓고있었던 세훈이 종인의 등장으로 정신을 차렸다.
레이에게 하던 일을 맡기고 급하게 들어온게 일주일이 넘었으니
준면과 준희를 만난지도 얼추 일주일이 되었다.
"안그래도 매일같이 새벽에 카톡으로 쌍욕을 하길래 데이터 끄고 잤더니
바로 문자로 갈아탔더라. 여유있으니까 일주일 정도 쉬라고해
집으로 변백현이 좋아하는 와인하고 과일바구니도 하나 보내고."
"그거가지고 살인예고 취소하겠냐. 내일 미팅끝나고 다같이 저녁이나 하던가.
야 너 전화왔다. 무음으로 해놓고 쌩까니까 나한테 전화몰리잖아"
종인의 툴툴거림을 들으며 들어올린 휴대폰 액정에는 준면의 이름이 떠있었다.
전자파 때문에 준희에게 휴대폰을 주지않는 준면이라 준희일리는 없었지만
준희를 만나는 날도 아닌데 준면이 먼저 전화를 거는 일은 극히 드물었기에
조금은 긴장하며 통화버튼을 눌렀다.
"어..나야"
퇴근하는 차들로 꽉 막혔던 거리가 조금씩 뚫리면서
세훈은 무서운 기세로 차를 몰았다.
신호도 보이지않았고 네비게이션의 안내음성을 들을 정신도 없었다.
세훈의 머릿속은 오직 준면의 흐느낌소리와 준희의 걱정으로만 가득찼다.
뛰는 듯한 걸음으로 병원에 들어선 세훈이 응급실이 있는 통로에서 눈으로 준면을 찾았고
시끌시끌한 분위기 속에서 준면은 복도의자에 앉아 울고있었다.
준면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세훈이 준면의 손을 잡았다.
"준면아 나 왔어. 준희, 준희는 어딨어? 아직 검사중이야? 준면아-"
"이틀전부터 열오르고 아프댔는데..바쁘다고 신경도 안썼어
오늘 아침에도 울면서 안기는걸 억지로 어린이집 데려다주면서 혼까지냈어
준희 저렇게 만든거 나야. 나 어떡해? 나 진짜 나쁜엄마야 세훈아 우리준희 어떡해"
준면이 무너져내렸다.
세훈이 준면의 머리를 제 가슴팍에 기대게하고는 어깨를 감싸안았다.
"김준면 니 잘못아니야. 미안해- 내가 다 미안해. 미안해 준면아"
미안하다는 말만 계속 되뇌었다.
내 세상에 너를 끌어들인것도, 떠나보낸 것도,
이 모든 상황을 이렇게 만든것도 미안해 할 수 밖에 없었다.
무너져내리는 준면을 보는건, 꼭 3년만이었다.
"오준희 어린이 보호자분되시죠?
검사 끝나서 환자는 바로 중환자실로 올라갔구요
보호자분은 저 따라서 프론트가서 입원동의서 쓰시고
담당선생님한테 검사결과 들으러가시면되요"
"준면아 여기 앉아서 기다리고있어.
나 서류작성하고 의사선생님 만나고올테니까 나하고 같이 병실 올라가자.
준희한테 아무일도 없을꺼니까 그만울고. 정신차려 준희엄마"
중환자실이라는 소리에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지만 애써 준면을 달래고 일어섰다.
덜덜떨리는 손 때문에 글자가 몇번이나 엇나가기를 반복하고서 서류를 다 작성했고
간호사를 따라 담당의사 앞에 앉아 설명을 들을때까지 손의 떨림은 멈추지않았다.
"감사합니다"
의사에게 인사를 하고 방에서 나온 세훈이 곧장 준면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검사결과 다행히 의심했던 뇌수막염은 아니지만 폐렴의 일종이라
오늘까지는 중환자실에서 경과를 보고 일반병실로 내려갈 수 있다고했다.
치료만 잘하면 크게 휴유증은 없을 거라는 세훈의 말에 그제서야 준면이 눈물을 멈췄다.
휘청거리는 준면의 어깨를 단단히 감싼 세훈이 엘레베이터로 들어섰다.
"준희 일어났을 수도 있으니까 들어가기전에 세수하고 가자.
기사님한테 연락할테니까 준희보고 곧바로 집에 가있어
병원엔 내가있을꺼니깐 눈좀붙이고 내일 아침에 짐챙겨서와"
"오늘 밤에 경과봐야한다며...짐만 챙겨서 바로 올래 그냥"
"마음같아선 너도 옆침대에 눕혀서 영양제 한대 맞추고싶으니까
고집부리지말고 나 믿고 쉬었다와. 잠 안자고 준희 잘 지키고 있을께"
"....내일 아침 일찍올께. 하루만 고생해줘"
"먼저 병실가있테니까 세수하고 들어와.
준희 퇴원하면, 우리 둘 얘기 좀 하자. 준면아"
세훈이 혼자 병실로 들어섰을 때 아이는 잠에 빠져있었다.
고열과 가래때문인지 쌕쌕거리는 숨소리를 내는 준희의 작은 손이 잠결에 움찔거렸고
세훈은 링거 바늘을 건들지않게 아이의 손끝을 살짝 부여잡았다.
여린 손등에 꽂혀진 링거 바늘이 세훈의 마음까지 날을 세워 찔러왔다.
'배낭여행간다고 사람 속 뒤집어놓더니 병원에서 뭐하는거야!
오세훈은 진짜 나쁜놈이야. 나쁜자식이야 너는
난 결국 속도 모르고 아픈애한테 짜증이나낸거잖아'
엉엉우는 준면을 세훈이 끌어안아 달래자
백현과 종인을 비롯한 친구들이 대단한 신파나셨다며 저마다 웃기바빴었다
세훈과 준면이 대학생일때 위에 작은 혹이 발견되서 수술날짜를 잡은 세훈이
친구들과 입을 맞추어 배낭여행 간다고 거짓말을 한채 입원을 했었다.
퇴원할 때까지 비밀이었던 작전은 레이의 말도안되는 연기력 때문에 하루만에 다 들통나버렸지만.
아이처럼 서럽게 엉엉울며 안겨오던 모습과 응급실 복도에서 홀로 울고있던 준면의 모습을 겹쳐떠올린 세훈이 씁쓸하게 웃었다.
유일하게 풀어지고, 기댈 수 있었던 사람이었던 나는. 지금은 그애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을까
오늘도 읽느라 수고하셨어여ㅠㅠㅠ |
작가님 어디가셨냐며 찾던 비회원님의 댓글을보고 정신을차려 3화로 돌아왔네요 늦게와서 죄송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쓰다가 너무 마음에 안들어서 아예 싹 갈아엎으면서 차일피일 하느라.. 늦게와서 죄송한 마음에 오늘은 브금도 깔아봤어요! 헿
1,2화 모두 댓글 40개를 넘기며 인티가입하고 처음으로 하루지만 초록글도 올라가봤네요 부족한 글 재밌게 읽어주시는 그대들에게 뭐라 감사해야될지모르겠어요 갈수록 부족해지는 것 같지만 계속 봐주실 분이 계시다면 앞으로 책임감 가지고 연재할께요 암호닉 신청해주신 그대들도 고맙습니다! 암호닉 당연히 환영이구요, 다음화 올때 예쁘게 정리해서 올께요! 글보다 잡담이 더 길어지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크지만 부족한 저와 갈등깊은 세준부부, 깨알분량 귀여운 준희까지 사랑해주셔서 감사하고 제가 독자님들 더 사랑함ㅋ(박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