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seven days(7일 동안) # Thursday5
쑨양의 옷을 입고 그의 체취를 느꼈다. 그러면 꼭 그의 품에 안겨 있는 것 같았다.
그의 옷에는 햇빛같은 따뜻함이 배어 있었다.
쑨양의 티셔츠와 융단이 안겨주는 포근함과 편안함에 취해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지친 육체는 곧잘 수면에 빠뜨리곤 했다. 예전에 없던 낮잠도 쉽게 잠이 들었다.
꿈조차 꾸지 않고 달게 잤다.
"하아암~"
얼마나 잠이 들었을까?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폈다.
창밖을 바라보니 여름이 옴에 따라 오후 7시를 넘겼어도 대낮처럼 밝았다.
시간이 슬슬 쑨양이 퇴근해서 올 때가 되었다.
그를 기다리기를 10분, 20분. 그러나 초인종은 울리지 않았다.
집에서 홀로 그를 기다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언제나 있었던 일인까.
그렇지만 이렇게 늦게 온적이 드물었고 혹여 야근이라도 하면 연락이라도 줬다.
쑨양에게서 연락이 왔을까?
낮잠을 자느라 방치해둔 휴대폰이 떠올라서 거실바닥에 덩그러니 누워 있는 휴대폰을 들었다.
확인하니 부재중 1통과 문자메시지 1통이 와 있었다.
모두 쑨양에게서 온 것이었다. 먼저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다.
《전화를 안받네요. 태환, 낮잠이라도 자나봐요^^ 오늘은 평소보다 늦을 것 같아요.
10시쯤 될 것 같으니까 피곤하면 먼저 자요. - 쑨양》
괜스레 힘이 빠졌다. 소파에 앉아 무릎을 끌어안아 턱을 기대었다.
그를 기다리는 시간이 참 좋았고, 혹시라도 일찍 올 때면 행복했다.
최근들어 그런 기다림이 익숙해지는 것일까.
평소보다 늦는다는 문자를 보자마자 온 몸이 힘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전화는 하지 않았다. 분명 일을 하고 있을테니 방해될까 해서 차마 전화하지 못했다.
전화하면 나때문에 더 일이 늦게 끝나서 집에 늦게 들어올까봐 전화하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와주면 좋았으니까 참았다.
고요한 집안이 왠지 오늘따라 쓸쓸한 기운이 감돌아서 싫다.
처지는 기분을 애써 지우며 리모컨을 들어 TV를 켰다.
[...꺄하하. 재밌네요. 그렇죠...그리고....]
[...회사의 주가상승이 되어....]
[...주간 날씨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기저기 채널을 돌려봐도 별다른 내용이 없었다.
평소에도 TV프로그램을 즐겨보지 않는 나에게 전혀 흥미거리조차 제공하지 못했다.
결국 채널만 어지럽게 돌리다가 전원을 꺼버렸다.
쑨양의 티셔츠와 내 옷을 모두 벗어버리고 꽤 거칠게 욕실로 들어갔다.
쑨양이 보낸 문자처럼 먼저 씻고 자버릴 셈이었다.
따뜻한 물로 몸을 씻고 마른 수건으로 몸을 닦다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근육과 살이 얼마 없는 말라버린 몸과 심퉁난 표정으로 서 있는 내가 보였다.
참 우스운 모습이 따로 없다.
삐죽삐죽 거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너무 깨물어버린 것인지 비릿한 피맛이 혀끝에 느껴졌다.
"이게 무슨 꼴이야..."
지금 이렇게 삐친 내 모습이 어린아이같아서 짜증이 났다.
원래 난 이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암이라는 질병이 이토록 나약하게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쑨양을 너무 사랑해서 이토록 나를 변화시킨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둘 다 포함되는 것일까.
"하아..."
한숨을 내쉬어도 답답한 마음은 풀리지 않았다.
욕실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 앞에는 좀 전에 제멋대로 벗어놓은 옷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허리를 숙여 옷들을 집어들었다. 모두 다 세탁바구니에 넣으려고 했다가 내가 입었던 옷들만 넣어버렸다.
손안에 잡히는 쑨양의 티셔츠는 차마 넣지 못했다.
그의 옷을 끌어안고 숨을 들이켰다. 옷에 남아 있는 그의 냄새가 맡아졌다.
따뜻한 느낌이 나서 눈물이 조금 났다.
아직 쑨양이 오려면 멀었기 때문에 그 동안 그의 옷을 붙잡고 있으면 이 외로움이 조금이라도 묻혀질 것 같다.
방금 샤워하고 나오느라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내몸 위에 쑨양의 티셔츠를 끼워넣었다.
아까와 달리 맨몸에 입은터라 그의 옷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조금 부끄러워서 절래절래 고개짓하고 손바닥으로 뺨을 살짝 때렸다.
수건을 젖은 머리에 감싸고 침실로 들어왔다.
젖은 머리 그대로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쑨양의 티셔츠만 걸친 채 이불로 돌돌 말아 잠이 들었다.
그의 따뜻한 품 대용으로 이불의 포근함을 벗삼아 잠이 들었다.
-
"쿡."
"으음..."
잠결에 들리는 옅은 웃음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달게 잔 낮잠 덕분에 깊게 수면에 들지 못한 모양이었다.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웃음 근원지를 찾아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흐릿한 눈을 몇번 깜빡거렸다.
눈에 맺히는 잔상이 또렷해진다.
"어?"
"아, 깨웠어요?"
쑨양이었다. 미소를 가득 머금고 잠이 든 나를 내려보고 있었다.
"언제 왔어요?"
"좀 전에요."
이미 샤워했는지 조금 젖어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잠에서 막 깨어 몽롱한 정신을 꼭 붙들었다.
"머리는 다 말리고 잤어야죠. 감기 들어요."
"아...귀찮아서. 감기 들어도 상관없는걸요."
"그러지마요."
안타깝게 일그러뜨리는 그의 표정을 차마 보지 못하고 이불 속에 숨었다.
이만큼 아프고 죽을 듯 말듯 한 내가 감기라도 걸리면 결코 성치 못할 것이다.
감기 또한 체력이 좋아야 쉽게 이겨낼 수 있는 병이었다.
쇠약한 내가 받아내기에는 만만치 않은 존재였다. 지금의 나는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
뒤집어쓴 이불 너머로 쑨양의 목소리가 들여왔다.
"왜 내옷 입었어요?"
"아, 그냥 입을게 없어서..."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변명을 하는 내입이 미웠다. 젠장.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분명이 엄청나게 붉어져 있을 얼굴을 더욱 가리려고 이불을 꼭 잡았다.
"...외로웠어요?"
"...!"
그의 직설적인 말에 몸이 굳어버렸다.
이불을 움켜쥐었던 손가락에는 모조리 힘이 풀려 쑨양이 이불을 끌어내리는 것도 몰랐다.
"나도 태환이 그리웠어요. 혼자여서 외로웠어요. 일을 내팽겨치고 오고 싶었어요. 하지만....그렇게 하면 태환이 싫어할테니까 참았어요."
그의 달콤한 단어 나열에 눈물이 났다.
아니 눈물이 흐르는지도 모르고 쑨양을 올려다 보았다.
그가 손을 뻗어 눈물을 훔치는 것을 보고서야 내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깨달았다.
손가락으로 집요하게 눈물을 쫓던 쑨양은 동작을 멈추고 손가락 대신 입술로 눈물의 궤적을 쫓아갔다.
그의 혀가 뺨에 닿을 때마다 몹시 뜨거워 열상을 입는 느낌이 들었다.
눈물을 모두 핥은 쑨양은 나의 입술에도 짧게 입을 맞추고 떨어졌다.
"태환, 섹시해요. 내 옷이 이렇게 에로틱한 줄 몰랐는데..."
"......!"
"거기다 알몸에 티셔츠라...유혹하는거죠?"
묘하게 섹시한 미소를 입에 걸고 다가오는 쑨양을 밀쳐내지 못했다. 오히려 끌어안았다.
쑨양은 옷 안으로 손을 집어 넣어 나의 가슴을 희롱했다.
헐렁한 티셔츠는 쉽게 자리를 내어주었다.
손은 나의 가슴에 입술은 나의 입술에 다리는 나의 허벅지에 하나씩 점령해갔다.
마치 적을 무자비하게 섬멸하는 정복자처럼 나의 마른 몸을 정복했다.
아무것도 없는 나의 손 중에서 하나는 그의 목을 끌어안고 다른 하나는 그의 가슴을 지분거렸다.
언제나 서로에게 미쳐있는 우리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짧은 여름 밤을 아주 기나긴 밤으로 탈바꿈시켰다.
서로의 향기에 중독되어 쾌락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 나락은 꿀보다 무척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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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챕터 다섯번째 이야기 끝!
정말 목요일챕터 많이 길어지네요...'ㅅ';;;
아직도 목요일챕터에서 그려야할 내용이 많은데..ㅋㅋ 어쩔ㅋㅋ
독자님 기대하셨던 뒷이야기가 되셨나요?
아직 불꽃은 달지 않습니다^^ 아쉬워도 참아주세요.
★ 전 항상 즉석으로 글을 써서 올립니다.
그래서 오타가 생기는데, 오타가 눈에 보이면 주저없이 지적해주세요^^
★ For seven days(7일동안)은
프롤로그 + 본편(월요일 ~ 일요일) + 에필로그 + 외전 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아직 목요일 챕터 후반과 금, 토, 일, 에피, 외전이 남아 있습니다.
독자님들이 궁금해하시는 것 같아 언급해봅니다^_^
암호닉+추가 |
린연 / 팬더 / 슈밍 / 마린페어리 / 흰구름 / 광대승천 / 허니레인 / 포스트잇 / 여름향기 / 아와레 / 보석바 / 순대 / 쌀떡이 / 태꼬미 / 렌 / 땅콩이 쿠엔크로 / 쥬노 / 아스 / 텔라 / 루키 / 잼 / 샤긋 / 빌보드 / 비둘기 / 사과담요 / 박쑨양 / 응가 / 초코퍼지 / 소어 / 회사원 / 촹렐루야 / 피클로 SY / 우구리 / 태쁘니/ 무슈 / 태쁘닝 / 플레인 /찰떡아이스 / 부랄 / 빠삐코 / 레인 / 토야 / 하양 / 쑨양자기 / 양갱 / 소띠 / 연두 / 뺑 /아마란스 <추가암호닉> 에트리 / 태환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