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boiled pink 05
w.마귀
오늘 수업이 어떻게 흘러갔고,점심 메뉴로 무엇이 나왔고,요즘 눈에 띄게 떨어진 성적때문에 한 상담내용이 무엇이였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내 좁아터진 머릿속은 계속해서 쑨양의 모습만 생각하게 만들었다.하루종일 멍하게 있는 내 모습에 기성용과 구자철은 살아있는 시체 같다며 농담을 해댔다.나는 조례가 끝마치자마자 가방을 들고 도망치듯 교실을 빠져 나갔다.뒤에서 기성용이 어딜 그리 바쁘게 가냐고 소리를 질렀지만 대답해주고 싶은 마음은 별로 들지 않아 무시하고 걸었다.급히 계단을 뛰어 내려가다 발이 엉켜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바닥에 찧인 무릎이 알싸하게 아파왔다.아픈 무릎을 감싸안고 잠시 앉아 있다 일어섰다.넘어진 무릎에는 피가 나는 것 같았다.뛸 때마다 다친 무릎에 자꾸만 닿이는 교복 바짓자락 때문에 더욱 아팠다.결국 나는 뛰는 것을 멈추고 절뚝절뚝 걷기 시작했다.학교 정문에 도착하고 나서야 숨을 돌릴 수 있었다.의미를 알 수 없는 무언의 기대감이 가슴 속 가득히 봄을 맞이한 꽃처럼 피어났다.정말로 나를 데리러 왔을까.그렇다면,정말로 그렇다면….
“박태환.”
아아.나는 한 번에 알 수 있었다.이 묵직하고 낮은 톤의 목소리는 틀림없이 그의 것일거라고 부푼 내 가슴이 말해주고 있었다.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뒤 돌아 보았다.역시나 쑨양이였다.그는 회사에서 퇴근하자마자 온 것인지 짙은 네이비 색의 수트를 입고 서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진하고도 짙은 쑨양의 시선에 나는 온 몸의 털이란 털은 다 곤두 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왜‥왔어요?”
바짝 마른 입술을 열어 겨우 말을 꺼내었다.바보 같게도,그에게 묻는 내 목소리는 살짝 떨려있기도 했다.다행히 쑨양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아까 말했잖아.데리러 온다고.”
“겨우 그거 하나‥,때문에?”
“그럼 별 다른 이유가 있어야 하나?”
“……….”
무언의 기대감 때문에 부풀었던 가슴이,땅 속 깊숙히 꺼져버렸다.마치 부푼 풍선을 날카로운 바늘 끝으로 찌르면 푸시식 터지듯이.쑨양은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는 얼굴로 운전석에 탔다.나도 그를 따라 절뚝거리는 다리로 겨우 차를 탈 수 있었다.집으로 향하는 동안 어느 말도 오가지 않았다.나는 메고 있는 가방의 끈을 괜히 만지작 거렸다.얼마 있지 않아서 집에 도착했다.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에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편하다면 편하고,불편하다면 불편한 이 침묵 속에서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를 몰랐다.도어락을 열어 비밀번호를 치고 집 안에 들어가니 어머니는 아직 오지 않은 것 같았다.나는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 놓아 둔 다음 방으로 향했다.한시라도 아픈 무릎을 치료하고 싶어서 교복을 벗어두고 구급상자가 있는 거실로 나왔다.
“…‥.”
거실로 나오니 한 눈에 보이는 것은 쇼파에 누워서 눈을 감고 있는 쑨양의 모습이였다.그 모습에 치료해야 할 무릎을 잊고 쇼파 가까이로 다가갔다.규칙적으로 오르락 내리락 하는 탄탄한 가슴을 보니 잠들었나 싶었다.그제서야 안심하고 나는 바로 앞에 쪼그려 앉아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다부진 입술,짙은 눈썹,긴 속눈썹.영화배우 같은 얼굴이였다.나는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의 얼굴 위로 가져다 댔다.만져도 될까.심장이 마치 100m 달리기를 마치고 난 것 처럼 쿵쿵쿵,하며 거세게 뛰었다.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이마에 손을 올렸다.예상 외로 여자처럼 매끄럽고 좋은 피부에 놀랐다.관리라도 받는 건가….천천히 코를 따라 얼굴을 쓰다듬었다.그러다가 붉고 두꺼운 입술에 손이 닿이자 움직임을 멈추었다.손 끝에 닿인 그의 입술이 너무 뜨거워서 내 손도 그의 입술을 따라 붉어지면 어쩌나,란 쓸데 없는 걱정이 들때,쑨양이 감고 있는 눈을 번쩍 떴다.
“뭐하는 거지?”
“…….”
“그렇게 섹스가 하고 싶었나.먼저 달려들 만큼?”
깜짝 놀라 손을 떼려다가 쑨양에 의해 손이 붙잡혔다.당황한 얼굴로 놓아달라고 했지만 쑨양은 눈 한번 깜빡하지 않았다.그냥 무시하고 치료할껄.또 이렇게 당하는건가.온 갖 만감이 교차할 때 쯤,쑨양은 내 팔을 그대로 잡아 당겨 저의 밑에 오게 한 다음 내 목에 입술을 묻었다.나는 그의 품 속에서 벗어나려고 버둥거리다 쇼파의 단단한 부분에 다친 무릎이 닿이게 되었다.
“아야!”
내가 눈물이 그렁그렁 한 체로 신음소리를 내 뱉자 쑨양은 인상을 찡그리며 내 목에서 얼굴을 들었다.그리고 내 위에서 몸을 일으켜 쇼파에서 벗어났다.나는 아픈 무릎을 부여 잡고 눈물만 뚝뚝 떨구자 쑨양이 입을 열었다.
“‥왜 그러지?”
“아,아까 다쳐서요‥.”
“어쩌다가?”
“학교에서 내려오다가….”
젠장할.쑨양이 욕을 내 뱉으며 거실에서 구급상자를 찾기 시작했다.재 빠르게 찾은 다음 구급상자를 열어 젖혔지만 마데카솔이나 후시딘 같은 연고는 보이지 않았다.쑨양은 중국어로 뭐라뭐라 중얼거리더니 잠시만 기다려.라며 신발을 신고 밖으로 뛰쳐 나갔다.그의 의외인 모습에 나는 어안이 벙벙할 뿐이였다.내가 아는 쑨양은 내가 다치거나,죽거나 신경도 쓰지 않을텐데 오늘의 그는 정말로 이상했다.그리고 그의 모습이 내 가슴 속 깊숙히 박혀,거센 심장의 뜀박질에 보태어 주고 있었다.나는 아픈 무릎을 감싸 안았다.그러자 엄청난 속도로 뛰고 있는 심장이 느껴졌다.
“이상하다….”
내 심장이 왜 이렇게 빠르게 뛸까.정말로 왜 그럴까.내가,혹시,그를….
* * *
허허허 엄청 빨리 뵙네요 스릉흐는 독자님들 허허허 .. 마침 오늘이 휴교라길래 재 빨리 써서 올렸지용 ♥ 치..치..칭찬 해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태환의 짝사랑이 시작됩니다.이 이야기는 더 더욱 본격적으로 흘러가게 되는 것이죠!!후후후 기뻐라 후후후후후후후후
이번에도 분량이 짧은 것 같다면 환각입니다.네.환각이예요.그래도 익잡에서 만난 독자분들ㅋㅋㅋㅋㅋㅋㅋㅋ늠 반가웠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한편으론
민망하기도 했써용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럼 우리 잠시만 안~녕~ ♡*_*♡
(+)BGM :: 잠이 안와 - 매슬로(with 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