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레빗 - Wonderful World
가끔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를 보며 이런 착각을 하곤 한다.
'우리 아이가 천재는 아닐까?'
말을 하는 걸 보며, 엄마에게 이거 저거 말하는 걸 보며 심지어는 숟가락질을 하는 걸 보면서도 엄마와 아빠는 이런 생각을 종종 한다고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을 했었지.
'그거 다 그렇게 하면서 크는 거 아니야?'
또는
'모든 아이는 천재지. 그걸 끄집어내지 못하는 거야.'
이렇게.
이 말인 즉슨 난 저 말을 절대로 믿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런 거 하나로 천재라고 하면 세상 모든 아이들이 다 천재일걸?
24년이라는 삶을 살아오면서도 이 생각은 절대 변한 적이 없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모태솔로 민윤기의 세쌍둥이 육아일기
03 (우리 애는 천재다.)
w. 복숭아 향기
"형아야. 머해여?"
"형 지금 책 읽고 있어요."
"채기가 머에여?"
"재미있는 거에요."
"그럼 뛰뛰가튼 거에여?"
"비슷한 거에요."
이 날은 매우 평번한 날이었다. 아침으로는 주먹밥을 먹었고 점심으로는 아이들이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볶음밥을 먹었었지.
간식은 역시나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요구르트를 먹었고.
형이 처음 보내준 300만원이 마냥 큰 돈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것도 또 아니더라. 이런저런 옷도 사고 먹을 것도 사고 나니까 생각보다 돈은 빠르게 사라졌다.
그래도 잘 먹으면 된 거지. 안먹어서 속썩이는 것 보다는 훨씬 낫잖아.
태형이는 내 옆에 딱 달라붙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있었다.
원래도 말이 많은 아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제부터인가 그제부터인가 부쩍 질문이 많아진 태형이었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모두 질문거리였다. 주먹밥 안에 들어가는 재료부터 시작해서 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이며 밥은 어떻게 만드는 건지도 물어볼 정도였으니까.
쌀이 뭐냐고 물어봤던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그런 모습이었다.
'형아야. 이거봐요.'
'이게 뭐야?'
'태태가 만든 맘마에요.'
수제비 하려고 놔뒀던 밀가루 반죽을 하나하나 조금씩 뜯어서 이게 맘마라고 말을 하던 그 모습을 내가 어찌 잊을 수 있으랴.
그 날 나는 쌀이 어떤 거고 벼는 어떤 거고 모는 어떤 거고 논은 어떤 거고 이 모든 걸 태형이에게 설명을 해줘야 했다.
평소에는 그냥 헤헤 웃으며 지내던 태형이가 거의 유일하게 고집을 피울 때가 있었으니 그 때가 바로 뭔가 궁금한 게 생겼을 때였으니까.
아. 하나 더 있군. 먹기 싫은 거 있을 때는 또 죽어도 안먹지.
처음 한두 번은 귀엽구나, 오구 호기심이 많네 하고 넘길 수는 있지만 이게 너무 많이 지속이 되면...
조금 피곤해지곤 하는 나였다.
아니. 피곤했다. 심각하게 많이.
-
"..."
"형아아."
"... 정국아..."
"형아야."
"형아야. 맘마 머그자요."
오늘도 알람은 정국이였다.
이제는 이런 묵직한 알람도 어느정도 적응이 되었다. 태형이랑 지민이랑 한꺼번에 올라오는 것보다는 낫지.
가끔 태형이랑 정국이랑 같이 올라올 때도 있었는데... 그 때는 정말 지옥이었다. 숨을 쉴 수가 없으니까.
정국이는 내 배 위에 엎드린 채로 눈을 말똥하게 뜨며 내 볼을 쿡쿡 찔러대고 있었다. 하면 안돼요. 라고 말을 하기는 했지만 듣지 않았다.
돌아오는 대답은
'형아도 지미니 볼 꾸꾸기 하자나요.'
였으니까. 논리적으로도 반박이 불가능한 대답이니 포기한 것이었다.
아이를 대할 때 앞뒤가 다르게 대하면 안된다고 인터넷에서 봤었다. 이왕 키우는 거 잘 키워야지.
내가 맡은 일은 충실히 해야 나중에 형이 미국에서 돌아왔을 때 김치 싸대기라도 날릴 명분이 생기는 거니까.
장난감으로 난장판이 된 거실 역시 익숙한 풍경이었다.
밀가루나 쌀 뒤집어 엎어놓고 놀지 않는 게 어디야. 적어도 저건 장난감에 담으라고 말만 하면 되잖아.
나는 허허 웃으며 부엌으로 향했다. 거실에서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던 태형이와 지민이가 쪼르르 따라 들어왔다.
정국이는 오늘도 내 잠옷에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오늘 맘마 뭐야요?"
"뭐야요?"
"태태 마안두 먹구 시퍼요!"
"마안두!"
"지미니는 까까!"
"까까는 맘마 먹고 먹는 거야아."
"까까 마니 머그면 튼튼해지지가 아니야요."
등 뒤에서 도란도란 들려오는 대화소리도 이제 익숙한 것이었다.
정확히 무슨 말을 하고 싶고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서로서로 대화가 잘 통했다.
옆에서 보면 가끔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늘은 볶음밥이에요."
"바압이래."
"밥!"
"태태 아라요. 그거 싸리에요. 쌀!"
이따만큼 커써!
태형이는 두 팔을 쫙쫙 벌리며 지민이와 정국이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지난번에 봤던 사진이 꽤나 인상적인 모양이었다. 그렇게 컸었나?
저 멀리서 사람이 추수를 하고 있고 가까운 곳에는 벼들이 빼곡하게 있는 모습을 봤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겠군.
그걸 또 기억하니 신기하네. 나는 푸스스 웃으며 만들어진 볶음밥을 식판 위에 가지런히 담았다.
언젠가 TV에서 봤던 송일국이 된 기분이었다. 원래 애들 키우면 다 이런 기분이 드는 건지 잠시 의문이 들었지만.
"꾸꾸기 맘마..."
저기서 울먹거리고 있는 정국이를 보면서까지 그런 생각을 할 여유는 없었다.
지난번에 정국이가 우는 거 한 번 봤는데... 어우... 태형이가 우는 거하고는 비교도 안됐으니까.
살다살다 그렇게 우는 애는 처음 봤었지.
-
"이거는 싸리에요."
"응. 맞아. 태형이 똑똑하네."
"싸리 크면 벼가 되는 거야요."
"옳지."
"태태야. 벼가 머야?"
"노란 거야."
"노란 거?"
입가에 밥풀이 묻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태형이는 신나서 지민이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정국이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오로지 밥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방금 줬던 식판에 벌써 바닥이 보이고 있었다.
정국이는 숟가락을 쪽쪽 빨며 나를 올려보았다. 그리고 오물거리며 입을 열었다.
"형아야. 맘마..."
더 줄게... 나는 프라이팬에 남은 볶음밥을 정국이 식판에 덜어주었다. 잘 먹어서 그런가. 정국이는 삼둥이 중에서 키도 덩치도 가장 좋았다.
그에 비해 지민이는 숟가락도 천천히 씹는 것도 천천히. 옆에서 역시나 두 팔을 쫙쫙 벌려가며 말하는 태형이에게 고개를 끄덕여주느라 밥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제 그만 밥 먹으라고 해야겠지.
"저기. 태형아. 이제..."
"태태야."
"으응?"
"지미니 맘마 머글래."
"태태도 맘마 머글거야!"
알아서 잘 먹는구나. 나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괜히 물 한 잔을 꿀꺽꿀꺽 들이켰다.
쪼꼬매서 나름 걱정이라 잊고 있었는데 지민이도 꽤나 잘 먹는 그런 아이였다.
"맘마랑 쪼꼬우유도 머글거야."
그 중에서도 가장 잘 먹는 건 역시 쪼꼬우유지. 하얀 스펀지 동동 띄운 쪼꼬우유.
코코아 탈 준비나 해야지. 나는 한숨을 내쉬며 주전자에 우유를 담고 데우기 시작했다.
-
어느새 식사를 마친 아이들은 코코아까지 다 먹고 나서야 거실로 나와 신나게 뛰어놀고 있었다.
1층에 살아서 다행이지... 윗집에 살았으면 층간소음으로 바로 신고 들어왔을 거야. 나는 쇼파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놀 때는 또 자기들끼리 알아서 잘 노니까 잠깐 쉬어도 괜찮겠지.
지민이는 한 쪽 구석에서 담요를 차곡차곡 접고 있었고 정국이는 그런 지민이의 옆에서 이거 뭐야? 저거 뭐야? 이러면서 하나하나 물어보고 있었다.
지민이 입술이 오물거리는 것을 보아 나름 열심히 대답도 해주는 것 같았다. 역시 호기심이 왕성할 나이인 건가.
나는 푸스스 웃으며 옆에 있던 쿠션을 끌어안았다.
근데 태형이는 어디있지?
"지민아."
"으응?"
"태태는?"
"쩌어기."
"쩌어기?"
"으응. 채기 보러 가써요.
"채기?"
채기라니... 무슨 말이지?
설마 책 말하는 건가? 아직 한글도 안배웠는데 책은 갑자기 왜?
내가 책을 읽어줬던 적이 있었나? 지민이가 가리킨 곳은 내가 책들을 모아놓은 가장 구석에 있는 작은 방이었다.
저기에 어린 애들이 읽을만한 책은 없는데... 그냥 글자도 모르고 그림만 보려고 간 건가? 그러다 책들 쓰러지거나 하면 큰일인데.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방문을 열어보았다. 방 안에서는 믿기지 않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
"형아야! 채기 재미이써요!"
태형이는 책을 깔고 앉아 자동차를 타듯 질질 끌며 빵빵거리며 놀고 있었다.
저거... 나 아직 다 읽지도 못한 건데... 책 표지는 이미 너덜너덜해진지 오래. 하얀 책표지에는 검은색으로 긁힌 상처도 가득했다.
어쩌다가 책 보는게 저렇게 변한거지...
그 순간 언젠가 태형이와 나눴던 대화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형아야. 머해여?'
'형 지금 책 읽고 있어요.'
'채기가 머에여?'
'재미있는 거에요.'
'그럼 뛰뛰가튼 거에여?'
'비슷한 거에요.'
씨발... 얘는 천재가 분명했다.
-
(다 나가주세요. 혼자 있고 싶어요.jpg)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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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 워더 베가 짐짐
아이들 앞에서는 찬 물도 마시지 말라는 말이 있죠.
역시 어른들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랍니다.ㅋㅋㅋㅋㅋ
암호닉 신청해주실 때 달랑 암호닉만 신청해주시는 거 조금 그래요...
물론 암호닉 신청해주시는 거 자체가 정말 감사한 일있지만 뭐랄까... 그것만을 위해서 댓글을 다는 거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거든요.
저 되게 소심합니다ㅠㅠㅠㅠ
신청해주실 때 조금만 성의 보여주시면 더더더 감사하겠습니다. 물론 암호닉은 아직도 받고 있습니다.
비회원 댓글은 바로바로 보지 못해서 바로 업뎃이 안되는 경우도 가끔 있어요. 이 점 정말 죄송합니다.
오늘도 제 글 읽어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사랑해요. 뿅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