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친구가 남자로 보이는 썰 06
w. 니니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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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라 그런지 고요한 집에 시끄러운 알람이 계속 울리는 거야 그 소리에 못 견디고 결국 느릿느릿 몸을 일으켰어
"으음... 지금 몇 시지..."
졸려서 잘 떠지지 않는 눈을 힘겹게 뜨고 시간을 확인해 보니 벌써 11시가 다 되어 가더라
어제 종인이가 알게 모르게 신경이 쓰여서 뒤척거리면서 잠을 잘 못 잔 탓인지 아직도 피곤함이 몰려오는 거야
약속도 없는 터라 잠이나 더 자야겠다 싶어 다시 바로 누웠는데
"아 맞다 소개팅...!!!!!!"
나도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 건지, 오늘 1시에 소개팅이 있다는 게 지금에서야 생각이 난 거야
뭐 어째 헐레벌떡 일어나서는 준비하기 시작했지
"아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아침부터..."
"아침은 무슨, 해가 중천에 떴어!"
내 알람 탓인지 아님 내가 너무 분주하게 움직인 탓인지 얼마 안 가서 세훈이가 졸린 눈을 막 부비면서 방에서 나오더라
...절대 절대 일부러 본 건 아니고 세훈이가 나오면서 방 문이 열려 우연히 본 건데 종인이도 일어난 것 같았어
"으응 누나......"
"...뭐라고? 악!! 얘가 미쳤나 또 왜 이래!!!"
울 세훈이가 잠이 덜 깨면 완전 아가가 되거든 ^^... 비몽사몽 중얼거리면서 안 그래도 정신 없는 나한테 와서 날 막 끌어 안는 거야
전에도 몇 번 이래서 이젠 익숙해야 하는데 이럴 때마다 소름이 쫙 끼치는 거 있지;;
"저리 좀 가, 누나 지금 바빠"
"왜... 누나 나 밀어내지 마......"
"세훈아 당장 세수하고 나와라 제발 정신 좀 차려 ^^;"
그렇게 세훈이를 화장실에 욱여놓고 난 얼른 준비를 해야겠다 싶어 입고 나갈 옷을 고르고 있었어
"이건 너무 촌스럽고, 이건 너무 유행을 탔고... 아 왜 입을 옷이 없는 거야!?"
그래도 이왕 나가는 거 예쁘게 하고 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막 옷을 뒤지다가
예전에 친구랑 같이 홧김에 질렀던 좀 많이 짧은 스커트를 찾았어
"어 이거...! 어딨나 했는데 여깄었네? ...짧긴 한데 괜찮겠지? 에이 그래, 내가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또 입겠어..."
어쩌다 찾은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거울 앞에서 힘껏 자태를 뽐내고 있을 때 이제야 잠이 깬 건지 멀쩡한 얼굴로 화장실에서 세훈이가 나오더라
"...야, 뭐냐 그 꼬라지는?"
"오구 울 세후니 아가 와쪄?"
"뭐래 미친 약 먹었냐?"
"기억 안 나? 니가 좀 전에 나한테 으응 누나 나 밀어내지 마 ㅠ.ㅠ 막 이랬잖아"
";; 내가 너한테? 돌았냐? 꿈이라도 꿨어?"
ㅋ... 우리 세훈이는 잠결에 그런 건 죽어도 기억이 안 난다고 하더라고? (다 기억이 나는데 부끄러워서 모르는 척하는 건가)
다음부턴 아주 동영상으로 모조리 찍어서 다 남겨야겠어
"암튼, 너 꼴이 왜 그러냐고"
"왜? 오늘 누나 좀 예뻐?"
"허이고 진짜 염병하네... 니가 예쁜 거면 이 세상에 예쁜 사람들 다 사라졌다냐?"
^^ 그래 내가 오세훈한테 뭘 바라냐...
아니 그래도 그렇지 지 누나한테 빈 말이라도 예쁘다고 한 번 해 주면 어디가 덧나?!
"누나 그러고 어디 가는데요?"
...헐? 헐 헐 종인이다
종인이가 방금 나한테 먼저 말 걸었어 ㅠㅠㅠㅠㅠㅠㅠㅠ 갑자기 너무 안도감 드는 거 있지... 방에서 언제 나온 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잠시만 저 귀여운 얼굴은 어쩔 거야... 얼굴 부은 거 봐 ㅠㅠㅠㅜㅜ 아가다 아가
울 종인이 아직 완전히는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어제보단 표정이 밝은 것 같았어
"어? 어어... 음, 누나 오늘 약속이 있어서!"
"아, 그래요?"
"으응 친구 만나러 가"
"그렇구나... 조심히 다녀와요"
동생들한테 소개팅하러 간다고 말하는 게 좀 민망하고 쪽팔리기도 하고
그냥 왠지 종인이한테 소개팅 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아서 친구 만난다고 거짓말을 했는데
...조심히 다녀와요? 그게 끝이야?
아니 그럴 수도 있는 건데 왜 섭섭하게 느껴지고 아쉬운 느낌이 드는 거지...??? 너징아 너도 잠이 덜 깬 거지...?
"언제 나가?"
"...지금 갈 거야"
"언제 들어와?"
"왜, 누나 보고 싶을까봐?"
"야 김종인 애들 불러서 게임하자"
"미친놈"
"ㅎㅎ 세훈아? ^^"
"어 누나 보고 싶을 것 같으니까 아주 천천히 늦게 와~"
아침인 탓인지 어제의 일 탓인지 다정다감 종인이의 모습과는 다른 것도 뭔가 서럽고 처맞을 짓만 저렇게 골라서 하는 오세훈도 그렇고...
더 있다가는 혈압이 오를 것 같아서 예정한 시간은 아직 안 되었지만 한숨을 푹 쉬고는 그냥 집에서 나왔어
"하아...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온갖 생각을 하면서 얼마나 걸었을까, 소개팅을 하기로 한 장소에 도착했어
아직 1시가 되지 않았기에 당연히 내가 먼저 왔으리라 생각하고 어디에 앉을까 고민하면서 두리번거리고 있었는데
"어, 혹시 오너징 씨?"
"......?"
웬 말끔하게 생긴 남자가 내 이름을 부르면서 아는 척을 하는 거야
"아 혹시..."
"네 맞아요 오늘 만나기로 한 하진석이라고 합니다"
"아 네..."
"아아 잠시만요 제가 해 드릴게요"
내가 자리에 앉으려고 하니까 벌떡 일어나서는 내 의자를 빼 주더라
다른 사람들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인지 좀 오글거리고 창피하긴 했는데 막상 또 내가 이런 대우 받으니까 기분은 좋더라...
"근데 왜 이렇게 일찍 나오셨어요?"
"그러게요, 오늘따라 유독 일찍 나오고 싶더라고요"
"아하하..."
"사진으로 봤을 때도 너무 예쁘셨는데 실물이 훨씬 더 예쁘세요"
"어우, 아니예요"
아니 이 남자가 자꾸 예쁘다면서 무슨 날 작품 감상하듯이 훑어서 보는 거야
그만 좀 봐라 얼굴 닳겠다...
하여간 예쁜 것도 죄야 죄~
...미안해 우리 그 돌은 좀 놓고 얘기하자
"아, 식사 아직 안 하셨죠? 뭐 드실래요?"
"저는 다 잘 먹어서... 같은 걸로 주문해 주세요"
그렇게 주문을 하고 나서 얼마나 지났을까 음식이 나오고 우린 먹기 시작했어
내가 걱정했던 대로 어색함이 슬슬 올라오기 시작하더라
그것 뿐이면 다행이게? 지금 이 자리에서 마저도 아침에 종인이의 모습이 자꾸 생각이 나는 거야 ㅠㅠㅠㅠ
"여기 음식 괜찮네요"
"......"
"너징 씨?"
"...네? 아, 어 죄송해요 뭐라고 하셨어요?"
"아니예요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아 그냥 조금..."
이건 무슨 좋아하는 사람 혼자 몰래 생각하다가 걸린 기분...
괜한 민망함에 내 앞에 있는 음식만 오물거리면서 먹고 있었어 근데 이 사람이 밥을 먹다 말고 날 되게 흐뭇하게 쳐다보면서 웃는 거야
"먹는 모습이 참 귀엽네요"
"......푸읍,"
갑자기 귀엽다고 하는 바람에 물을 마시다가 뱉었지 뭐야 완전 당황해 하면서 그 사람 얼굴을 봤는데 아니 왜 종인이 얼굴이랑 겹쳐서 보이는 건데...?????
'먹는 모습 귀여운 게 옛날 그대로야'
예전에 종인이가 나한테 했던 말이랑 비슷해서 그랬던 걸까?? ㅠㅠ
"아... 혹시 제가 실례가 되는 말을 한 건가요?"
"아뇨, 아뇨! 아니예요 하하..."
"아님 어디 불편하세요? 안색이 별로..."
"어... 제가 낯을 좀 많이 가려서 그럴 거예요"
ㅋ... 내가 낯을 가리기는 무슨 매우 매우 베리 베리 그냥 불편해!!!!! 쓸데없이 자꾸 신경이 쓰이는 종인이도 그렇고...
아 소개팅을 받지 말았어야 했어... 갑자기 집에 너무 가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
"그럼 다행이네요, 식사 벌써 다 하셨어요?"
"아 네... 입맛이 별로 없어서요"
"저런, 혹시 영화 좋아하세요?"
"...영화요?"
"표정을 보니 별로 안 좋아하시는 것 같다"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래요? 그럼 보러 가요 우리"
"지금요?!"
"예약도 다 했는 걸요 갑시다"
난 아직 보러 가겠다고 대답도 안 했는데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음식 값을 혼자 지불하고는 내 손목을 덥석 잡아서 밖으로 나가는 거야!!!
아니 우리 초면 아니야?! 집에 가려고 했는데 뜬금없이 영화에 이 손목을 잡고 있는 손을 또 뭐고... 왜 말도 없이 계산을 혼자...!
남들이 보면 어딘가에 억지로 끌려가는 것 같이 보였을 거야... 응...
암튼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우리는 근처 영화관에 도착을 했어
"저기 죄송한데 전 아무래도 이만 가는,"
"팝콘 드실래요?"
"...방금 밥 먹었잖아요"
"조금만 기다리면 곧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사람 지금 의식적으로 내 말 무시한 거 맞지...?
뭐 이런 막무가내인 사람이 있나 싶더라 어쩔 수 없이 나란히 빈 자리에 앉아서 시간이 가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어, 잠시만요 여기 뭐 붙었다"
"...네?"
뭐가 붙었다면서 내 머리에 손을 뻗어 털어주는 그 소개팅 남자의 손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냥 얼떨떨하게 있었는데
저기 반대쪽에서 종인이처럼 생긴 사람이 우리가 앉은 쪽으로 오는 것처럼 보이는 거야
당연히 종인이가 여기 있을 이유는 없으니까 이젠 하다하다 헛것도 보이나 싶어서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는데
"......씨발"
...잔뜩 화가 나있는 것 같은 진짜 종인이가 내 눈 앞에 있는 거야
"종인아 네가 여기 어떻게..."
"친구라며"
"...응?"
"친구 만나러 간다며, 근데 뭐? 소개팅?"
뭐야 내가 소개팅하러 온 거 어떻게 안 거지?? 아니 그건 그렇다고 쳐도 그게 그렇게 화가 날 일인가...? 왜? 도대체 왜??
"일단 집에 가자 누나"
"아니 저, 잠시만 종인아..."
내 손을 거칠게 잡고는 날 일으켜 세우더니 그대로 당장 영화관을 박차고 나갈 기세였어 근데 그 소개팅 남자가 딱 막아서더라
"이봐, 지금 이게 무슨 짓이야? 너 누군데"
"내가 뭐든 말든 댁이랑 뭔 상관이야"
"뭐? 이게 딱 봐도 어린 새끼가... 네가 이 사람 남자친구라도 돼?"
"......"
"대답 못해? 웃기는 놈이네 이거~ 꼬맹아 몇 살이냐? 남 데이트 망치지 말고 공부나 해 새꺄"
좀 전까지 나한테 했던 그 자상한 말투와 모습은 다 어디로 가고 당장이라도 종인이를 칠 것 같이 어깨를 툭툭 건드리면서 계속 비하하는 말만 하는 그 소개팅 남자의 모습에 내가 다 화가 나더라 다 가식이었구만?
아니 김종인은 왜 바보 같이 가만히 있는 거야 기분 나쁘지도 않나!?
"저기요 얘 제가 아끼는 동생이에요 무슨 말을 그렇게 하세요?"
"네? 아 아니 이 자식이..."
"언제 봤다고 이 자식이에요? 본인 나이 많은 게 자랑스럽기라도 한 건지..."
"...너징 씨"
"안 그래도 집에 가고 싶어서 죽을 뻔했는데 우리 착한 동생 덕분에 갈 수 있겠네요 밥 잘 먹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저기요, 야! 이런 씨발 뭐 저런...!"
이번에는 내가 종인이의 손을 덥석 잡고는 성큼성큼 밖으로 나와 버렸어
밖으로 나와 시원한 공기를 마시니까 그제서야 긴장이 풀린 건지 힘이 쭉 빠지더라
"야 김종인"
"...네 누나"
"넌 진짜 바보냐? 왜 그런 말을 그냥 듣고만 있어? 기분 안 나빠?"
"맞는 말인데 어떡해요 그럼"
"...응? 뭐가 맞는 말이야"
"...나 누나 남자친구 아닌 거 맞잖아요 그저 아끼는 동생이잖아"
그 말을 딱 듣는데 되게 마음이 아픈 거야 뭐라고 해야 될까 그냥 자꾸 뭔가 엇나가는 기분...?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내 마음도 헷갈리고 동생 친구라고 생각하니까 용기도 안 나고...
"종인아, 누나는"
"됐어요 집에 가서 얘기하자"
"......"
"궁금한 거 많을 거잖아요 예를 들면 내가 소개팅 존재를 어떻게 알았나 이런 거?"
우리 종인이 독심술을 할 줄 아나...? 내 속을 정확히 읽었네
하긴, 그래 간단하고 짧게 얘기가 끝날 것 같지는 않겠다 싶어서 나도 동의하고 집을 향해서 발걸음을 옮겼어
가는 동안에 나는 지금 내가 여태 느꼈던 감정을 정리하면서 뭘 어떻게 말해야 생각을 하느라 아무런 말도 없었는데 갑자기 종인이가 겉옷을 벗어서는 내 허리에 둘러주는 거야
"...나 괜찮은데? 안 추워"
"내가 안 괜찮아요 치마가 왜 이렇게 짧아"
"......"
진짜 이렇게 끝까지 복잡하고 신경 쓰이게 만드는 종인이가 이젠 미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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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니니치킨입니다...... 일단 먼저 너무 죄송하고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는 말을 독자님들께 전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자꾸 안 좋은 일이 터져서 수습하고 처리하고... 그러면서 계속 미루고 미루다 보니까 이렇게 늦어진 것 같아요 ㅠㅠ
게다가 학생의 신분인지라 개학하고 뭐하고... 너무 정신이 없었어요 (공지라도 올리고 이랬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도 못해서 너무 너무 죄송합니다)
여차여차 겨우 마음도 추스리고 일도 마무리하고 연재 준비를 했는데 그 과정에서 글은 자꾸 안 써지고 기껏 썼더니 두 번 날아가고... (정말 눈물이 다 났습니다...)
에잇 이렇게 구구절절 변명만 늘어놓으면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그저 너무 죄송하고 기다리신 독자님들께 감사할 뿐입니다 (조금이라도 용서를 구하고자 분량을 나름 많이 뽑았... 네 죄송합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글 올라오는 텀이 이렇게 좀 오래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최대한 일찍 오도록 노력할테니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 ㅠㅠㅠ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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