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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chaser 

Written by FM 


 


 


 


 

"정국, 고등학생들은 다 이래?" 

 

 "뭐가?" 

 

"이렇게 늦게까지 공부하는 걸 몇 년동안 군말없이 하는거냐고." 

 

"응. 그래서 내가 학교 다시 가는건 싫다고 했었잖아." 

 

 "솔직히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없긴 하다." 

 


 뷔는 학교에 나가기 시작한 지 정확히 일주일 째 되는 날부터 학교에 흥미가 떨어진 듯 했다. 그도 그럴것이 학교라고는 모르고 살아왔을 뷔가 새벽같이 일어나 등교하고 저녁 11시가 되어서야 집에 들어가는 스케줄에 익숙해질 수 있을리가 없었다. 삼 년을 그렇게 살아왔던 정국도 책상에 앉아 있으려니 좀이 쑤셨으니 뷔에게는 고문 수준일 것이다. 

 


"나가자." 

 

"지금?" 

 

"응. 너도 어차피 누워만 있잖아." 


"누워있는거랑 나가는거랑은 다르지. 우리 담임 호랑이야. 교실 왔을 때 우리 없는거 알면 내일 난리날 걸." 


 

뷔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정국은 베고 있던 수학의 정석 두 개 중 하나를 빼내고선 뷔에게 건냈다. 지루하면 너도 자. 담임이 자는건 뭐라고 안하니까. 뷔는 정국이 건넨 책을 받아들곤 '탁' 소리나게 책상에 내려놓았다. 두꺼운 책 덕에 조용한 교실에 둔탁한 소리가 울리자 잠시 이목이 집중되었다. 뷔는 갑작스레 늘어난 시선에 어색하게 웃고는 책 쪽으로 몸을 바짝 뉘였다. 뷔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서는 편안한 자세를 찾곤 눈을 굴렸다. 아무래도 아직 나가고자 하는 마음을 접지 못하고 잔머리를 굴리고 있는게 분명했다. 



"선생님만 교실에 안 들어오면 되는거야?" 


"담임 불쑥 불쑥 잘 들어오니까 포기해." 


"나가자." 


 

뷔가 책상에 늘어져 있던 몸을 일으켰다. 선생님 안와, 그러니까 얼른 나가자. 뷔가 아까보다도 훨씬 조용하게 속삭였다. 그리고는 조심히 의자를 빼내고는 몸을 일으켰다. 정국은 뷔의 행동에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뷔를 따라 조용히 일어섰다. 야자 째는거야 지금? 정국이 책상 옆에 걸린 가방으로 손을 가져가자 옆 분단의 지민이 놀라선 물어왔다. 나도 모르겠다. 정국이 답하며 가방에서 손을 뗐다. 아무래도 가방과 책은 두고가는 편이 조금이나마 더 안전할 듯 했다. 


뷔는 언제 계단을 내려갔는지 복도로 나왔을 때는 이미 모습이 사라진 후였다. 정국은 조용한 복도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조심히 걸어서 계단을 내려갔다. 3층에서 1층까지 내려가는 계단에서 혹여 누군갈 마주칠까 얼마나 조심스러웠는지 모른다. 정국! 계단을 지나 운동장 쪽으로 걸어나왔을 때 뷔는 정국을 큰 소리로 불렀다. 정국이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돌아보자 뷔는 왜이리 늦게 나왔나며 툴툴대며 정국이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갑자기 그렇게 나가면 어떡해." 


"교실은 너무 답답했단 말이야. 수업 시간엔 선생님이 수업이라도 하지 야자는 내가 할 게 아무것도 없어서 너무 지루해." 


"그래도 이렇게 나가면 내일 후폭풍 장난 아니야." 


"담임 말하는거면 괜찮아. 교실에 안 와." 


 "어?" 


 "내가 못오게 했어. 잘했지?" 


"사람은 통제 못한다며. 어떻게?" 


"사람은 통제를 못해도 상황은 만들 수 있잖아. 담임 컴퓨터 앞에서 문서 작성 하길래 내가 파일 날려버렸어. 다시 만들려면 시간 좀 걸릴 걸." 

 


허. 정국이 바람 빠진 소리를 냈다. 그렇게 머리를 굴리더니 기어이 밖으로 나갈 수를 만든 것이다. 뷔는 정국의 반응에 뿌듯했는지 신나선 말을 이었다. 그 문서 다시 다 작성하면 담임 책상 옆 화분이 깨질거야. 그리고 화분 다 치우면 담임이 찾는 책이 없어질거고. 아마 오늘 야자 끝나기 전까진 내가 해 둔 일 다 못 끝내실거야. 뷔가 정국을 보며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그렸다. 뷔의 계획에 정국이 못말린다는 듯 결국 교문으로 발을 돌렸다. 


 

"너 근데 어디 갈지는 생각하고 나온거야?" 


"응? 어딜 가? 집에 가야지." 


"기껏 야자 째고 집에 갈 생각이었어?" 



뷔는 말이 없었다. 뷔에게 이 공간 안에서 이동 경로라고 할 수 있는 곳은 집과 학교가 전부였기 때문에 뷔는 정국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정국이 보기에 그런 뷔는 우물 안 개구리가 따로 없었다. 재미없다고 하면서 정작 본인이 재미없는 틀에 갇혀 있다. 


 

"정문 나가서 집 가는 방향 반대편 길로 쭉 내려가면 패스트 푸드점 있었는데 그거나 만들어 봐." 


"어? 어." 

 

"만들었어?" 


"응. 내려가면 생겼을거야." 

 

"잘했어. 가서 햄버거랑 아이스크림 먹자." 


 

정국은 조금 뒤쳐진 뷔의 팔을 잡아 끌었다. 당연히 집으로 갈 생각이었던 뷔는 생각지도 못했던 행선지에 조금은 얼떨떨해져서 정국을 따랐다. 햄버거와 아이스크림이 무엇인지 몰랐으나 분명 맛있을 것 같았다. 다소 경직됐던 뷔의 얼굴에서 차츰 미소가 떠올랐다. 어쩐지 마음이 붕 뜨는 기분이었다. 




 





"야, 천천히 먹어." 


"이렇게 맛있는데 어떻게 천천히 먹어! 나 여기서 먹었던 것 중에 이게 제일 맛있어! 이게 이름이 뭐라고?" 

 

"햄버거." 


 "우리 이거 내일 또 먹자. 내일 모레도. 이거 매일매일 먹으면 진짜 행복할 것 같아." 


 

뷔는 햄버거를 아주 마음에 들어했다. 정국이 주문하고 햄버거를 받아올때까지 멀뚱히 보고만 있더니 포장을 벗겨 한 입 베어 물고는 계속해서 감탄사를 내질렀다. 이런 음식을 인간만 먹는건 사치라는 말도 했던 것 같다. 너무 크게 말하는 통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져 정국은 열심히 햄버거를 오물거리는 뷔의 입을 콜라로 막아버렸다. 그러자 뷔는 이번에 콜라에 대해 감탄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햄버거랑 같이 먹었을 때 천국을 봤다나뭐라나. 아무튼 햄버거가 맘에 들었다는 것은 틀림없었다. 


 

"정국, 학교 다니면서 뭐 떠오르는 건 없어?" 

 

"딱히." 


"분명 신이 고등학생으로 돌아가라고 했는데 왜 그러지? 뭔가 기억이 나야 정상인데." 

 

"맨날 집, 학교, 집, 학교만 가고 얌전히 수업 듣고 잠만 자다 오는데 기억이 안나는게 정상이지." 

 

"그건 그렇네. 그래도 신이 과거로 돌아가라고 한 나이는 분명 지금이야." 


 "그걸 기억하는게 그렇게 중요한거야?" 


 "그럼." 


"그럼 그게 왜 중요한건지 나한테 어필을 해 봐. 정말 중요한 것 같으면 나도 노력해볼게." 


 "정국, 네가 과거를 기억해내는 건 아주 중요한거야. 왜냐면 난 네가 좋거든." 


 

탈락. 정국은 단칼에 뷔의 말을 잘라냈다. 뷔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한 이유라는 것은 정국에겐 너무 닭살스러운 종류의 것이라 되려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진심인데 왜 그래? 뷔는 다시 한 번 정국을 소름돋게 했다. 



"지금말이야 너무 뜬금없는데 그게 또 너무 소름돋기까지 해. 내가 이유를 말하랬지 소름돋게 하랬냐." 


"이게 내 이유야. 이해 안되는거 나도 아는데 묻지 마. 내가 너랑 계약서를 썼듯이 신이랑도 계약서를 쓰거든.  물론 신과의 계약서는 너한테 누설 금지야." 


"......" 


"나는 네가 굉장히 맘에 들어. 그래서 되도록이면 네 꿈을 꼭 해결하고 싶고. 그냥 내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면 안 될까?" 


 

뷔가 손에 들고 있던 햄버거를 내려놓고 턱에 팔을 괴었다. 그리곤 정국과 눈높이를 맞췄다. 일전에 말했듯이 뷔는 귀찮은 종족이다. 시끄럽고, 어딘가 어눌했으며 매사에 장난스런 모습 투성이인. 그래서 뷔는 귀찮고 손이 많이 가는 존재였다. 



"알았어. 노력해볼게." 


 

그러나 그랬기때문에 뷔는 싫은 존재가 아니었다. 뷔가 저와 같이 무뚝뚝하고 모든 일에 하나하나 따지고 들었다면 아마 숨이 턱턱 막히는 하루 하루를 보내야 했을 것이다. 정국은 장난기 없는 얼굴을 대면한 지금에야 그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히, 고마워. 그리고 나 이거 하나만 더 사 줘. 또 먹고싶어." 


 

뷔는 정국의 대답에 금새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평소와 같이 모지리같이 웃었고, 그 모지리같은 웃음을 머금은 채 햄버거를 가르켰다. 먹어라, 먹어. 정국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갑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뷔는 신이 나서 한 입 가량 남아있던 제 햄버거를 들어 입에 넣었다. 



"햄버거 시키면 감자튀김 또 나오니까 내꺼에선 손 떼고." 


 "아, 들켰네." 


 

정국은 조심스레 제 자리에 놓인 감자튀김으로 손을 옮기는 뷔를 곁눈질로 확인하곤 뷔에게 들릴 정도로 말했다. 뷔가 들킨게 민망했는지 뒷 머리를 긁으며 또 바보같이 웃었다.  


정국은 뷔에게서 완전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제야 정국의 얼굴에도 웃음이 옅게 걸렸다. 어쩌면 뷔는 가장 영악하고 영특한 존재일지도 몰랐다. 제가 아는 한 세상에서 가장 바보같이 웃다가도 필요할 때면 진지해질 줄 알고 상황을 이용할 줄 알았다. 무엇이 진짜 모습인지 모를 정도로 뷔는 두 가지 모습 다 본인의 것 같았다. 사실 어느것이 본 모습인지는 정국에게 크게 중요하진 않았다. 중요한 건, 


 

"또 당했네." 


 

자신이 이미 뷔에게 약점을 잡혀버렸단 사실이었다. 









뷔는 책상에 앉아 나란히 놓인 두 개의 종이 뭉치들을 만지작거렸다. 정국과 나란히 집에 돌아온 후, 뷔는 반복해서 그 종이들만 읽어내렸다. 하나는 정국과 자신의 계약서. 그리고 다른 하나는 신과 자신의 계약서. 정국에게 말했다시피 모든 일엔 틈이 있다. 이 꿈에도 그리고 이 계약서에도. 틈을 찾아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파악하려는 것의 본질만 조금 생각해본다면 틈을 찾는 것은 꽤나 쉬웠다. 정국과 자신의 계약서를 예로 들자면 이렇다. 계약서와 이것이 꿈이라는 것만 베이스로 깔고 있다면 틈은 보이게 된다. 보통의 드림 체이서들은 계약자가 비몽사몽하거나 정신없이 바쁠 때 간단한 싸인이라는 말로 싸인을 받아내곤 계약서를 완성시킨다. 그리고 다음은 일상적 대화속에서 그들에게 자신과 계약서를 썼다는것을 상기시키면 그들은 당황하게 되고 그 때 몇몇가지 조항들을 읊어주면 계약자들은 계약서를 받아들었을 때, 가장 먼저 체이서들이 읊은 조항부터 찾게 된다. 여기서 일차로 성격이 급한 인간들은 계약서를 패대기치곤 체이서를 찾아와 사기꾼이라며 질책을 하곤 한다. 그리고 조금 더 참을성 있는 인간이라면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처음부터 조항을 읽어나간다.  작은 글씨의 첫 조항들은 이미 한 번의 설명으로 그들에겐 익순한 종류의 것이고 절반을 채 다다르지 못해 보통은 마지막 페이지 혹은 마지막 조항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 조항들 역시 이미 알고있는 사실이거나 꿈을 단축시키거나 중지시키는데 크게 도움되지 않는 조항들이므로 그들은 계약서에 흥미를 잃고 다신 계약서를 꺼내지 않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예상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대다수가 읽지도 않고 지나가는 조항은 이 계약서에서 제 16조 5항쯤 된다. 


 

"꿈의 주인은 자신이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을 버리거나, 꿈의 지배자에게 증여할 경우 기한을 채우지 않아도 꿈을 끝낼 수 있다." 


 

뷔는 꿈의 주인들이 지나쳤을 조항을 손으로 훑으며 작게 읊었다. 심리를 조금 이용했을 뿐인데 이 조항을 발견하는 인간은 극히 드물었다. 정국 역시 이 조항을 발견하지 못한 건 마찬가지였다. 정국은 특유의 귀찮음으로 이 조항까지 오지 못했다. 이 꿈을 끝내고 싶어하는 정국에게 아는 내용 투성이인 계약서는 오래 읽어나가지 못할 내용이었다. 네가 이 내용을 끝까지 읽어내렸으면 어땠을까? 이 꿈이 조금은 쉬워지지 않았을까? 뷔는 생각했다. 정국에겐 그의 죄를 찾아내는 일보다는 소중한 것 하나를 포기하는 편이 더 빠를 듯 했다. 하, 뷔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엔 신과 자신의 계약서 차례였다. 


 

'나는 네가 굉장히 맘에 들어. 그래서 되도록이면 네 꿈을 꼭 해결하고 싶고.' 


 

정국이 죄와 소중한 것 모두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이 꿈을 해결하기 위해선 제가 신과의 계약서를 통해 계약 내용을 뒤엎을만한 허점을 발견하는 방법밖엔 없었다. 그러나 이미 수백, 수천번을 읽은 신과의 계약서에는 허점이 없었다. 몇 번을 읽어내려가도 마찬가지였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것은 완벽하다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계약서가 되어가고 있었다. 


 

"제 8조 1항. 보라색 테두리를 가진 꿈의 주인은 꿈의 지배자와 함께 백 일을 꿈 속에서 보내게 된다." 


 "제 8조 2항. 꿈 속에서의 시간과 현실에서의 시간의 흐름은 동일하며 꿈의 주인에게 이 사실은 발설할 수 없다." 


"제 8조 3항. 보라색 테두리의 꿈은 사고, 병 등으로 인한 죽음 직전의 상황에서 발생하며 죄를 찾고 뉘우칠 경우 신의 권한으로 이승으로 돌려보내나 죄를 찾지 못하고 백 일이 지날 경우 죽게 된다." 


 

뷔는 몇 번이고 8조 3항을 되뇌였다. 죽게 된다. 죽게 된다. 죽게 된다. 결국 머릿속에서 죽게 된다라는 말만이 맴돌았다. 정국이 기억하는 현재는 아주 똑똑했고, 몸에 이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건강한 상태였다. 그런 정국에게 어린 나이에 죽음의 문턱에 이를만한 지병이 있었을리는 없다. 그렇다면 스스로 죽음을 택했거나, 죽음에 이를만큼 큰 사고를 당했다는 소리다. 아마도 정국의 성격을 본다면 후자쪽이 가까워보였다. 아무렴 큰 상관은 없었다. 정국은 이 꿈이 마음에 들지 않아했지만 이 꿈은 사실 누구보다 살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주어진 기회였다. 무엇이 되었건 정국은 살고싶어한단 소리였다. 뷔는 손에 든 계약서를 첫 장으로 넘겨 다시 글자 하나하나를 읽어 내려갔다. 아마도 그 행동은 며칠이고 반복될 것이었다. 


나는 너를 죽게 두지 않을거야. 뷔는 다짐했다. 









"야 오늘 집에 박지민 올거야." 

 

"몇 시 쯤에?" 


"지금. 방금 집 앞이라고 문자 왔어." 


"빨리도 말해주네." 


 

뷔는 소파에 늘어져 있던 몸을 일으켰다. 지민이 오기 전에 방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전정국, 나 들어간다! 그와 동시에 지민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렸다. 말은 '들어간다.'였지만 지민은 이미 현관에 들어온 상태였다. 그 순간 뷔는 정 없어 보인다고 담을 허물어버렸던 제 자신을 자책했다. 지민은 여지껏 정국의 집에선 보지 못했던 뷔의 얼굴에 의문스런 표정을 보였다. 학교에서 존재감 없이 지내는 탓에 뷔의 존재가 지민에겐 충분히 의문일만 했다. 


 

"내 사촌. 안 친해도 이름정돈 아니까 말 안해줘도 되는거지?" 



정국은 빠르게 선수쳐서 들어왔다. 지민은 그제야 의문이 풀린 듯 예의 그 몽실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뭐야, 둘이 사촌인거 왜 말 안했어?" 


"말하기 입 아파서." 


 "실 없는 새끼. 하여간 너도 정상은 아니야." 


 

지민은 말을 하며 손에 들린 쇼핑백을 정국에게 던졌다. 정국은 쇼핑백을 정확하게 받아들었는데 한 눈에 보기에도 묵직한 쇼핑백이 무거웠는지 인상을 썼다. 정국이 쇼핑백을 들고 제 방쪽으로 향했다. 지민 역시 현관에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두고 정국의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뷔는 조심히 그들과는 반대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어디 가?" 

 

"어? 난 내 방." 

 

"그런게 어딨어. 너도 같이 놀자. 명색이 같은 반인데 말도 몇 번 안해봤는데 이 기회에 나랑도 좀 친해지자." 

 

"난 괜찮은데, 둘이 놀아. 난 아마 방해 될 거야." 

 

"뭐가 방해 돼. 너도 같이 놀자. 어?" 


 

뷔는 당황해선 정국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정국은 방에 들어가려다 말고 문고리를 쥔 상태로 몸을 반쯤 돌려 뷔를 보고 있었다. 뷔는 아무말이 없었지만 도와달란 신호를 열심히 보내고 있었다. 지민의 말을 기분 상하지 않게 거절하려 제 딴에는 머리를 굴리고 있는 듯 했는데 억지로 웃고 있는 입에 경련이 나기 직전이었다. 야, 너도 들어 와. 혼자 있으면 심심하잖아. 정국이 말하고 지민이 팔을 잡아 끌었다. 결국 뷔는 홀리듯 정국의 방 안으로 들어섰다. 

 

지민이 가져온 쇼핑백에는 만화책이 한 가득 있었다. 지민은 쇼핑백을 뒤져 정국에게 만화책 뭉텅이를 건넸고,  자연스레 침대 헤드에 기대 자신의 무릎팍에 책 여러권을 올려두었다. 뷔는 둘의 움직임을 멀뚱히 바라보다가 너는 뭐 볼래? 라며 물어오는 지민에 그것들이 무엇인지부터 묻기로 했다.  


 

"미안, 그 책들이 뭔지 잘 몰라서." 


"헐. 너 설마 만화책 한 번도 본 적 없어?" 

 

"응." 

 

"헐. 말도 안돼. 만화책을 본 적 없는 사람이 존재하다니." 

 

"근데 헐, 이건 뭐야?" 

 

"너 혹시 외국 살다 왔어? 헐은 놀라거나 어이없거나 화나거나 그냥 모든 상황에서 쓸 수 있는거야." 

 

"헐. 세상에 그런 단어가 있다니. 이렇게 쓰는거 맞아?" 

 

"어, 완전 맞아. 너 응용력 장난 아니다." 

 

"박지민 좋은거 가리친다. 닥치고 만화책이나 봐라. 얘가 읽을 책은 내가 줄테니까." 


  

정국은 둘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다가 어이가 없어 대화를 끊었다. 지민은 툴툴대면서도 제 무릎에 놓인 만화책을 펴기 시작했다. 정국은 지민이 가져온 만화책을 보다가 그것들은 1편부터 시작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곤 제 책장으로 가서 읽을만한 만화책을 몇 권 골라 뷔에게 건넸다. 아, 그거 내가 준거야. 지민은 정국이 골라 온 책을 보고는 제가 준 것이라며 생색을 내는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정국은 정국대로, 뷔는 뷔대로, 지민은 지민대로 각자의 만화책을 할당받았다. 

 

지민은 가장 열심히 만화책을 보았다. 정국은 지민만큼은 아니었지만 열심히 책장을 넘기며 쌓아놨던 만화책을 줄이고 있었다. 그리고 뷔는 안타깝게도 만화책 장수만 넘기고 머리는 멍한 상태였다. 뷔는 만화책과 그닥 맞지 않았다. 만화책이 뷔의 흥미를 끌긴 역부족이었다. 더구나 전날 밤에 잠을 적게 자서 피곤한 것도 있었고, 배가 고픈 것도 무시하지 못했다. 꼬르륵. 결국 뷔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크게 났다. 정적을 깨는 소리에 지민이 소리내어 웃었다.  


 

"야, 나도 배고프다. 우리 밥 좀 먹자." 

 


그리고 지민은 뷔가 민망하지 않도록 자신의 배를 잡으며 배가 잔뜩 고프단 모션을 취했다. 


  

"밥 없어. 시켜먹던 나가서 먹던 해야 해." 

 

"정국, 햄버거 먹자. 햄버거!" 


  

뷔는 나가서 먹어야 한다는 말에 눈을 반짝이더니 햄버거를 열심히 외쳤다. 지민도 햄버거를 먹자는 말에 동의하는 것인지 좋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뷔는 메뉴가 정해지자마자 정국의 침대에서 내려와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어디 가냐 묻는 말에 호기롭게 겉옷을 챙기러 간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야, 귀찮은데 그냥 배달 시키자." 

 

"헐. 햄버거가 배달도 되는 음식이야?" 

 

"응. 전화로 주문하면 배달해 줘. 그러니까 일어난 김에 부엌 찬장가서 전단지 모아둔거 가져와라." 


 

뷔는 신이 나선 부엌으로 향했다. 지민은 뷔가 나가자마자 다시 한 번 뷔가 외국에서 살다 왔느냐고 물었다. 정국은 잠시 고민하다가 그렇다고 답했다. 점점 거짓말이 느는 것 같았다.  


 

"야, 전정국 근데 너 향수 뿌리냐?" 

 

"갑자기 웬 향수? 내가 향수를 왜 뿌려." 


"그래? 이상하네. 요즘 너한테 처음 맡아보는 향기가 나길래 향수 뿌리는 줄 알았지." 

 

"나한테 향이 나?" 

 

"응. 처음 맡아보는 향이라 뭐라 설명은 못하겠는데 아무튼 있어. 흙 냄새 같기도 한데 흙 냄새랑 다르게 좀 향기로운거." 

 

"정국! 전단지 이거 맞아?" 


 

타이밍 좋게 뷔가 전단지 뭉치를 들고 방으로 돌아왔다. 제일 윗 장의 전단지에 뷔가 원하는 햄버거 이미지가 가득했다. 정국은 전단지를 받아들곤 지민에게 건넸다. 지민에게 먼저 메뉴를 고르라 말하자 지민은 메뉴판으로 빠져들어 정국에게 관심도 주지 않았다. 정국은 뷔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 향이 네 꿈이 풍기는 향이야. 이 향이 풍기는 동안에는 네가 꿈이란걸 계속해서 자각하라고.' 


  

처음 만났던 날 분명 뷔가 말했었다. 향을 자각하라고. 그동안 한 번도 그 향에 대해 생각한 적이 없었다. 향은 금방 적응됐고, 꿈에도 무덤덤해지고 있었다. 정국은 그제야 자신의 주위를 감싼 향을 맡으려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분명 제 주위엔 늘 향이 가득했다. 


  

'향을 좇아라.' 


  

정국은 향을 찾았다. 이제는 정말로 향을 좇을 차례였다. 





 

  ** 


 


 


 


 

 다음편부터 본격적인 내용이 시작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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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내용이정말 신선해서 정말재밌게 읽었습니다!!
다음편도벌써기대되요~!!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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