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뮤지션-Give Love
그 아이는 생김새부터 행동까지, 나 놀아요 하고 동네방네 알리고 다니는 것만 같았다. 노랗게 탈색된 머리에 불량스레 올라간 눈꼬리부터, 꽉 조이는 바지통까지. 또래 아이들과는 달리 꽉 막힌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는, 그 꼴이 불쾌하기만 했다. 그래서인지, 복도에서 그애가 보이면 피하기 일쑤였고, 그애가 내 주변에 스치기만 해도 나는 담배냄새에 코를 찡그렸다. 그런 나에게 시련이 찾아온건, 2학년 반배정을 받는 날이었다. 친구와 같은반이 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들어간 새로운 반에는, 뒷자리에 보란 듯이 그 아이가 다리를 꼰 채로 의자를 비스듬히 기울인 채 앉아있었다. 그에 지나가는데 방해가 되어, 비켜달라는 뜻으로 의자의 등을 톡톡 건드리면, 그 아이는 줄곧 입에 물고 있던 막대사탕을 입에서 뺀 채, 내게 눈썹을 치켜올려 보였다. 그의 입모양은 내게 말하고 있었다.
어쩌라고?
그런 그의 태도에 화가 나, 얼굴에 열이 오르는게 느껴졌다. 아니, 교실 통로를 막은 채 하는 말이 고작, 어쩌라고? 그렇게 물어오는 그 아이의 사나운 눈초리에 지지 않고 대답했다. 비키라고. 내 말에 그 아이는 웃기다는 듯 한번 픽,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어보이더니 대답했다.
미안,
한 손을 흔들어보이며 사과하는 그의 얼굴은 전혀, 미안한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웃겨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그의 가슴께엔, 비뚤어진 채 달려있는 명찰에 제 이름 석자가 적혀있었다. 권 순영.
권순영은, 내 인생에 갑작스레 들어와선 내 일상의 균형을 하나씩 차근차근히 깨트려가기 시작했다. 반 배정을 받은 날 처음 정하는 나의 짝은, 정말 우습게도 다른 누구도 아닌 권순영이었다. 왜 하필 너냐, 하는 나의 작은 투덜거림에 권순영은 활짝 웃어보이고선 대답했다.
으응, 내가 너랑 짝 시켜주면 공부 열심히 하겠다고 담임이랑 약속했거든.
그의 말에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아니, 왜 하필 그런 약속을 해? 나의 물음에 권순영의 미소는 더욱 진해졌다.
여주 너 예쁘잖아. 내 옆자리에 앉혀서 두고두고 보려고.
권순영의 그런 대답에 얼굴에 열이 오르는게 느껴졌다. 그런 나의 얼굴을 마주보며 웃어보이는 권순영의 모습이. 퍽 귀여워보였다면 모순일까. 하지만 권순영이 귀엽게 보이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는 어찌됬건 뼛속까지 양아치였고, 그가 밖에 나가서 하는 행동은 나에게 대하는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날은 권순영이 1교시만 들어오고 나머지 수업은 싸그리 빼먹은 날이었고, 나는 그런 권순영을 점심시간까지 찾아오는 임무를 담임선생님께 넘겨받은 상태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향한 소각장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권순영이 자리하고 있었다. 권순영은 제 무리 가운데에 서서 저보다 두뼘은 작아보이는 남자아이의 가슴팍을 툭툭, 치며 작은 웃음을 내보였다. 문득, 그 웃음이 내게 보여주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게 느껴져 등허리께에 소름이 돋았다. 호선을 그리며 올라가는 권순영의 입가에 매달린 담배가 권순영의 손짓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좋게좋게 끝내자, 응?
권순영의 말에 남자아이는 잔뜩 겁에 질린 채 고개를 끄덕여 보였고, 권순영이 그 남자아이의 손에서 지갑을 가로채려던 그 순간, 화가 있는대로 난 나는 권순영에게로 걸어가 그와 남자아이의 사이에 섰다. 뭐해 너, 나의 물음에 권순영은 있는대로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였고. 그럼 난 권순영의 손을 이끌고 교실로 향했다. 교실로 향하는 복도 앞에서, 난 권순영에게 말했다. 난 정말 너같은 부류, 최악이야. 내 말을 들은 권순영의 표정은, 형용할 수 없는 모양새로 일그러졌다.
그 후로부터 일주일간, 권순영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그런 그의 행동이 신경쓰이지 않았다고 할 순 없지만, 분명 순영이 잘못한 일이었기에 그에게 미안한 감정은 정말 추호도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일주일 후, 권순영은 마치 다른사람이 된 양 교실에 들어와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그의 노랗고 부스스한 머리는 차분한 검은머리가 되어 있었고, 몸에서 항상 나던 담배냄새는 어느새 미약한 비누냄새로 바뀌어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놀란 표정도 잠시, 내게 말을 걸어오는 순영의 모습에 그 표정을 거둬냈다.
나, 이러니까 더 잘생겼지.
하지만 그래, 그의 모습은 예전의 것보다 훨씬 더 좋아보였다. 그 탓에 순영의 얼굴을 보고선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훨씬 낫네. 속마음과는 다르게 태연히 대답하는 내모습에 순영은 제 얼굴을 내쪽으로 들이밀고선 물어왔다.
그럼 나, 이제 여주 맘에 든거지?
그의 물음에 웃어보일 수 밖에 없었다. 정말, 너무나 아이같은 모습이었기에. 변한 모습과 비례하게 순영은 더더욱 발전된 모습들을 보여줬다. 학교가 끝나도 내옆에 붙어서 저도 공부를 하겠다며 야자시간까지 학교에 붙어있었다. 공부 대신 휴대폰을 꺼내 게임을 하는게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그래도 밤늦게 거리에 나다니는 것보단 나았기에, 딱히 핀잔을 주지 않았다. 언젠가 피곤하다면서도 책상에 붙어있는 순영에게 피곤하면 집에 가지, 뭣하러 남아있냐고 물었을 때, 순영은 웃으며 내게 대답했다.
여주 너, 밤에 혼자 집가면 무섭잖아.
권순영은 예나 지금이나 나에게 항상 따스하게 대해줬고, 그런 그의 행동은 나로 하여금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친구들에게 물은 결과, 순영은 절대 그런 성격의 소유자가 아니었고, 친구에게 순영이 내게 대하는 행동에 대해 말하면, 별일이라며 다들 내게 놀란 표정으로 대답을 해왔다. 그렇게 고민을 하던 와중, 순영이 내게 방과후에 도서관에 갈꺼냐며 물어왔다. 그런 그의 물음에 아니, 하고 대답하면 순영은 아쉽다며 제 뒷통수를 두어번 쓸었다. 그에 내가 뭐가 아쉽냐는 질문을 하면, 순영은 웃으며 내게 대답했다.
아, 여주 좀 더 오래 보려했지!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순영이 참 야속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치만 나도 마음 한켠은 순영과 조금 더 오래 있고 싶었기에. 순영에게 그러면 머리도 식힐 겸 근처 카페에 좀 있다 가자며 순영을 학교 앞 카페로 이끌었다. 그렇게 마주한 권순영은, 내게 그 특유의 생글생글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문득 그런 순영이 답답해져, 탁자에 손을 탁, 올린 채 물어왔다. 야 권순영, 너 왜 나한테 이렇게 잘해줘? 너 다른 애들한테는 다 못살게 굴면서.
내말에 순영은 웃으며 제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린다. 그에 내가 뭐야, 왜그래? 하며 물으면 순영은 얼굴이 잔뜩 달아올라선 바닥을 쳐다보며 대답한다.
나는, 여주가 좋은데... 여주는 나 밉다고 하고...
그래서 잘해주려고 예쁘게 말한건데 여주는 그거 알아주지도 않구...
말을 잠깐 멈춘 순영은 갑자기 날 똑바로 응시하더니 다시금 말을 이어간다.
나 여주 많이 좋아하는데,
여주는 나 아직도 미워?
꽃봉오리 |
안녕 다시 온 올빼미 만개임미당! 오늘은 순영이의 양아미를 느끼며... 브금고민 200시간 했어요..... 그래서 늦었슴미당....ㅠㅠ 죄송해요... 그리고 꽃님들 혹시 장편에서 조각조각 따서 맛보기로 올리는거 싫어요? 오늘 올리구 싶은 글 있는데...ㅠㅠ 댓글로 말해주세용! 소재 준 독방 봉이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
꽃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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