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친구 김태형과 한 지붕 아래 살게 된 이야기.txt
오늘은 내가 그리고 그리던 mt에 가는 날이었다. 사실 그리고 그린 정도는 아니고, 그냥 집에서 하루 벗어나 잠을 잔다는게 좋았다.
물론 가봤자 선배들은 밤새 술파티를 벌일테고 나는 벌써부터 내가 취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어젯 밤부터 김태형은 내게 mt를 보내기 싫다며 찡찡댔고, 박지민은 그런 김태형이 자꾸만 자신을 들들 볶는다며 찡찡댔다.
나는 아침밥을 먹기 전 내 방에서 더 챙겨야 할건 없는지 짐가방을 확인하고 있었는데, 김태형이 느닷없이 들어와 나를 덥석 안아버렸다.
"안 가면 안 돼?"
"갈거야."
"보고싶으면 어떡해."
"어쩔 수 없지. 비켜 봐. 밥 먹게."
나는 김태형이 나를 감싸고 있는 팔 밑으로 탈출해 방에서 나왔다.
나를 뒤따라 나온 김태형이 그럴 거면 밥이랑 사귀지 왜 자신과 사귀냐는 말을 하길래 얼른 뛰어가 입을 막았다.
엄마가 아직 출근할 시간이 아니어서 안방에 있을까 싶어 그랬던건데, 김태형은 자신의 입을 막은 내 손을 떼고선 나를 흘겨본다.
"이모 오늘 일찍 출근하셨어."
"아, 그래?"
"좀 들으면 어때서."
"삐지지마, 아침부터."
딱 봐도 내 행동에 삐졌다는듯한 표정을 짓고있길래 엉덩이를 팡팡 두드리고선 밥을 먹기 시작했다.
내 맞은편에 김태형이 앉아 젓가락을 드는 것을 확인하고선 다시 밥을 입안 가득 우겨넣었는데, 김태형의 잔소리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나보다.
"학교에 모여서 가?"
"응."
"너 버스에서 누구랑 앉아."
"모르지. 박지민? 정국이?"
"안 돼. 너 조교님이랑 앉아."
"미쳤나 봐."
정말 말도 안되는 말을 지껄이는 김태형을 향해 인상을 찌푸렸다. 자꾸 그러면 정국이와 팔짱끼고 갈거라는 말을 하니 그제야 조용해진다.
밥그릇을 싹싹 비우고 집 앞에 와있다는 지민의 문자를 받은 내가 가방을 들...려고 했지만 이미 김태형은 내 가방을 들고 현관에 서있었다.
내놓으라고 해서 내놓을 양반은 아니니 곱게 닥치고 신발을 신었다. 아파트 입구엔 같이 나오는 우리를 꼴사납다는듯 바라보고있는 지민이 있었다.
김태형은 마지막까지도 나를 짧게 품에 넣었다. 나는 박지민의 입에서 욕이 곧 나올 것 같은 예감에 서둘러 자리를 뜨려했다.
연락을 계속하라며 손을 흔드는 김태형을 향해 손을 마구 흔들어주고선 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커플 짜증난다. 정말."
"난 아무 짓도 안했잖아."
"어쨌거나 너도 커플이잖아."
"응...미안."
학교에 가는 길에 우리는 맞은 편에서 걸어오던 정국을 만나 같이 동행했다. 우리 과를 태우기 위한 관광버스가 학교 주차장에 잔뜩 서있었다.
선배들이 이끄는대로 버스에 오르니 마침 맨 뒷 자리가 비어 우리 셋은 나란히 앉았다. 어쩌다보니 나는 그 둘 사이에 앉아있었다.
김태형이 알면 난리가 나겠다는 생각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기는 무슨, 누구보다 빠르게 지민의 방향에서 찍은 셀카를 보냈다.
[ 사진 ]
[ 짠 ]
[ 야 너 내려 - 김태형 ]
[ 지금 어디 앉아있는거야? - 김태형 ]
[ 지민이랑 정국이 사이에^^ ]
[ 아이쿠 어뜨케 버스가 출발하네^^ ]
[ 와...넌 갔다오면 혼난다 - 김태형 ]
[ 그럼 집 안갈래 ]
[ 박지민네서 살래 ]
[ 미안해 내가 - 김태형 ]
김탄소 승! 놀리기 성공에 뿌듯한 표정으로 폰을 내려놓고선 늘 그랬듯이 잘 준비를 했다.
이러다 저번 오티때처럼 정국이 어깨에 기대게 될까봐 최대한 긴장한 상태로 잠을 청했다.
도착하고나서야 안 사실이지만, 정국이 어깨에 기대지않으려 했더니 이번엔 박지민에게 기대서 잠을 잤다고했다.
목이 가냘퍼 슬픈 여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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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엠티에 빠질 수 없는게 술 아니겠는가. 그리고 분명 술게임을 할 때마다 되도록이면 내가 걸리지 않도록 다들 배려해주고, 내가 걸려도 흑기사로 거의 마셔주었건만 왜 지금 나는 무슨 이유로 술에 취해있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새벽 2시를 달려가며 술자리는 더욱 무르익었고, 내 얼굴도 같이 무르익고 있었다.
"지미나."
"...어?"
"나 취해따."
"알아..."
나는 이 날 박지민을 한 오십 번 정도 불렀다고 했다. 나중에는 내가 하도 박지민을 불러서 자신의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릴 정도라고 했으니까.
그리고 그에 만만치 않게 정국이도 많이 불렀단다. 불러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눈 앞에 보여도 지민과 정국을 찾았으니 대강 어느 정도로 취했었는지 알 것 같았다.
지민과 정국은 나를 무척이나 챙겨주었던 것 같다. 지금 남아있는 내 기억상으로는 그랬다.
"정국아..."
"응?"
"너 왜 돌고있어...?"
"...많이 취했구나."
"그만 돌아...어지럽자나..."
돌은건 정국이 아니라 내 머리인듯 하다. 따지고보면 정국 뿐아니라 방 전체가 돌고 있었는데 왜 정국에게 돌고있냐고 묻다니, 나도 참...병신이다...
물론 시간이 흐를수록 김태형에게서 온 메세지는 더욱 쌓여갔다. 그 동안은 술에 취했다는 것을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어서 일부러 답장을 하지 않았는데, 술을 더 마시니 오히려 정신이 손을 지배하지 못하고 미친듯이 답장을 해놨더라.
[ 김탄소 답장 안 해? - 김태형 ]
[ 답ㅂㅈ댕 ]
[ ...어...? - 김태형 ]
[ ㅌ채형ㅇ ㅏ ]
[ 나 티햇ㅅ서 ]
[ 안니]
[ 나 티ㅜ햇어 ]
[ 어 너 취했어 그만 마셔 - 김태형 ]
[ 웅♡ ]
[ 헐? - 김태형 ]
[ 하트보낸거야 나한테?? - 김태형 ]
[ 취하니까 이런게 좋긴 좋네ㅎㅎㅎ - 김태형 ]
[ 탄소야? - 김태형 ]
이런 병맛같은 카톡을 보내놓질 않나, 매번 이렇게 이불 뻥뻥 찰 일들만 만드니 술을 안 마시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해도 나는 결국 취해있다.
한 번은 보다못한 박지민이 바람이라도 쐬려 나를 데리고 밖에 나갔는데, 때마침 김태형에게 전화가와서 한참 통화를 했다고 한다.
마침 나도 모르게 통화녹음이 되어 있어 들어봤는데, 그렇게 가관이 아닐 수가 없었다.
'술 더 마셨어?'
"아니..."
'하트 한 번만 더 해주면 안 돼?'
"하투..."
휴대폰 너머 김태형은 계속 웃었다. 바보같이 웃으며 내게 말을 했다. 시키는 곧이 곧대로 따라하는 나도 바보같았다.
'좋아해.'
"웅...나도 태혀이 조아해."
"지랄한다."
내 옆에 서있던 박지민의 목소리도 같이 녹음되어 있었다. 응...내가 들어도 지랄맞다...지민아, 미안...
여전히 김태형은 흐흫, 거리며 웃고있었다.
'이뻐 죽겠다. 진짜.'
"태혀이도 이뻐."
"작작해라, 이것들아."
듣다못한 나는 휴대폰 녹음을 꺼버렸다. 여러모로 기억을 잃었지만 어쩐일인지 기억에 남는 엠티가 되었다.
그 후로는 기억을 되찾을 무언가가 없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내가 동기들에 의해 연행되어 방에서 곱게 잠을 잤다는게 마지막 이야기였다.
어쩐지 내가 아침에 잠에서 일어났을 때, 나만 빼고 전부 초췌해보였다. 아마 밤새 술파티를 벌였기 때문이겠지.
"정국이 다크써클이 턱까지 내려왔네. 속상해라."
"야. 너 데리고 다닌 나는 안 보여?"
"지민이는 곧 다크써클로 줄넘기 하겠네."
덕분에 나는 아침부터 거의 반좀비 상태로 걸어다니는 친구들의 안색을 살피기에 바빴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타고 학교로 가는 도중에도 그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골골댔다. 엠티 때완 달리 멀쩡한건 나 하나 뿐이었다.
학교에 버스가 도착하자 모두들 힘들어 최대한 빨리 해산을 했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학교에 있던 김태형을 만났다.
나름 학교라고 바로 껴안지는 않았고, 대신에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와 눈을 마주친다.
"어제 김탄소 귀여웠는데."
"...응? 내가 어제 뭐 했었나. 하하."
"기억 안 나는 척 하네."
"무슨 소리야, 하하."
"속은 괜찮아?"
"물론."
나를 일찍 재운 덕에 숙취는 딱히 없었다.
다만 어딜가나 집이 아닌 곳에서 잠을 자면 이유없이 밀려오는 피곤함에 눈을 감고선 김태형의 어깨부근에 이마를 기대니 자연스럽게 내 등을 쓸어내리며 피곤하냐 묻는다.
항상 그랬지만 조심스럽게 나를 다루는 다정한 손길에 잠이 오는 기분을 느낀다.
김태형은 다시 강의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고, 나와 같이 집에 가기 위해 박지민은 나를 찾아왔다.
해산 후 김태형을 만나느라 지민이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더니 아까보다 표정이 더 안좋아진채 우리에게 다가왔다.
"왕따가 되면 이런 기분일거야. 그치?"
"내가 김탄소 술 먹이지 말라니까 너는."
"봐, 오자마자 인사대신 욕부터 먹어. 나는 왕따가 맞아."
"그만해, 김태형! 내가 지민이 때문에 그나마 그정도였던거야."
"너 지금 누구편 들어?"
"...어, 편든건 아니야."
"나 혼자 집 갈란다."
나는 같이 가, 라며 혼자서 총총 걸어가는 박지민의 뒤를 쫓았다.
엄마, 나 남자 둘 사이에 껴서 이대로 살다간 요절할 것 같아요. 못난 딸은 먼저 갑니다.
[ 집가서 봐 - 김태형 ]
[ 내가 뭘 잘못했는데... ]
[ 귀엽다고 그냥 넘어갈 줄 알았나본데 - 김태형 ]
[ 집 나갈거야 ]
[ 그래도 안 봐줘 - 김태형 ]
[ 진심이야 ]
[ 그 말한걸 후회하게 될거야 ]
[ 알았어 - 김태형 ]
[ 미안해 - 김태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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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홉스데이네요!! 오늘은 호석이 사진 모으며 잠들어야겠어요 눈누난나♪
연재 고민하다가 짧게나마 올려요 근데 정말 짧아서 죄송함다...8ㅅ8
~♥~ ~♥~〈 소꿉친구 김태형 암호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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