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윤기와는 병원을 기점으로 일주일간 만나지 못했다. 칼같은 녹화시간 덕에 그나마 편집이 수월한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급하게 분량조절과 대본을 다 완성해야해서 막내 작가인 내가 많은 일을 떠안게 되었다. 예를 들자면, 패널분들이 하신 말씀 다 받아 적기. 원래는 언니들과 한사람당 두세명만 하면 됐는데 어쩌다가 네명을 다 하게 돼서, 결국 일주일 째 집에도 못들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머리는 몇번 감았지만, 옷이 없어서 샤워는 포기한지 오래였다. 그건, 나 뿐 아니라 모든 스태프들에게 해당하는 말이였다.
'오늘도 집에 못들어가?'
졸린 눈으로 세수를 하고 나오자, 휴대폰이 짧게 진동했다. 아마도,
'아픈건 괜찮아?'
'어. 약 먹으니까 괜찮은 것 같기도하고'
다행이다. 한숨을 내쉬면서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몇 시간을 쉬지않고 같은 영상을 듣다보니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그럴수록 집중해야했다. 살릴 수 있는 부분도 놓치면 큰일이니까. 김남준의 말을 받아적으면서 느낀건, 괜히 사람들이 뇌섹남이라고 하는게 아니라는 것 정도? 서울대 고려대 나오신 분들과 말을 하는데, 전혀 뒤쳐지지 않았다.
"이름아, 얼마나했어?"
"저, 지금 김남준씨까지 했어요. 이제 한분 남았어요!"
"그러면 그거 옆에 미선이한테 넘기고 편집2실로 들어가봐. 김남준씨 편집할 때 캐릭터 잡아야되서"
"네"
남은 테이프들을 들고 일어섰다. 헤드셋을 벗어도 귓가에서 칼럼분들의 목소리가 웅웅거렸다. 아, 머리아파. 미선언니에게 테이프와 종이뭉치를 넘긴 뒤, 편집2실로 향했다.
김남준은 작곡계의 센세이션한 존재였다. 신인 작곡가가 저렇게까지 주목을 받다니, 싶을 정도로 김남준은 대단했다. 우연히 출연하게 된 방송에서 트렌디한 패션과 지적인 모습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일반인들에게도 얼굴이 잘 알려진 작곡가가 되었다. 방송 출연 제의가 너무 많이 들어오자, 자신의 본업은 노래가 아니냐며 모든 방송을 접었지만, 팬들은 여전했다.
김남준이 나온다는 소식이 어디서부터 출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초록창에는 기대에 찬 팬들의 글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굳이 초록창에 들어가보지 않아도, 김남준이 하나하나 올라올 때마다 캡쳐해서 자랑을 하니,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다.
'야'
'(사진)'
'감사하다고 작업실 방향으로 세번 절해라'
'어디서 개가 짖네...ㅎ'
김남준의 방송이 전파를 탄 날, 우리 팀은 그제야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물론, 나는 팝콘먹으면서 보자는 김남준의 말에 김남준의 집으로 갔지만.
'오빠, 나 이제 집가요'
민윤기에게는 일부로 집으로 간다는 문자를 보냈다. 그렇게 몸을 혹사하고 놀러가는걸 알면 민윤기가 걱정하지 않을리가 없으니까,
김남준 집에 들어가자,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팝콘을 입에 우겨넣는 정호석이 있었다. 야, 콜라는? 내가 자연스럽게 옆에 앉으며 묻자, 정호석은 이따가 치킨이랑 같이 온다는 말을 하면서 다시 티비에 집중했다. 김남준은? 걔 지금 화장실
"야, 성이름"
정호석은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캬라멜이 묻은 부분을 열심히 스캔하던 눈을 돌려 정호석을 쳐다보자, 정호석은 꽤나 진지한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뭐,
"너 샤워 안한지 얼마나 된거냐."
"한, 일주일?"
"야.. 미안한데 꺼져."
"야, 우리 사이에 일주일이 뭐 대수야?"
"심지어 고삼도 그렇게 학교 안다녀."
마침 광고를 하던 화면이 바뀌면서 연령가가 떴다. 티비나 봐, 임마. 김남준은 치킨을 들고 이내 벌어진 둘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앉았다.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이유가 어려운 시사상식들에 지루함을 느껴서였든, 너무 많이 본 덕에 꼴 보기도 싫어서였든, 나와 정호석은 빠르게 잠들었다.
눈을 떴을 때는, 안방이었다. 계속해서 울리는 전화벨과, 거실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 소란스러움에 잠에서 완전히 깨, 정신이 들 때에는 정호석과 김남준이 언성을 높이는 것이 들리기 시작했다.
"아니라고, 못믿냐."
"너라면 믿을 수 있겠냐, 애초에 이 사진이 우리 셋만 있는 사진인데"
"그니까, 나도 모른다고"
"네, 어련하시겠어요."
"야, 니네 아침부터 왜그러는데."
둘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다행히 주먹다짐은 없었는지 김남준과 정호석의 얼굴은 전날의 야식으로 부은 얼굴만 빼면 멀쩡했다. 짝다리를 짚고 정호석을 열심히 비꼬는 김남준과 두 눈이 붉게 충혈된 정호석이 대치상태였다. 곧 울 것 같은 정호석을 문 앞까지 끌고가자, 오해를 풀고 가겠다며 버텼다. 너 지금 이러는거 도움 안돼. 지금 집 가서 있어. 조금 있으면 울 것 같아, 너. 정호석이 문을 열자, 김남준에게 다가섰다. 김남준 아침부터 뭐하는거야. 왜 애를 비꼬는데, 호석이가 뭐 잘못했어?
김남준이 뒤로 돌아 식탁에서 휴대폰을 가져왔다. 내게 휴대폰을 건내며 낮게 읖조리는 욕설에 표정을 찡그렸다.
작곡가 김남준, 여자친구 때문에 방송 재기
작곡가 겸 가수 김남준(랩몬스터)이 스캔들과 함께 논란에 휩쓸렸다. "사실 김남준 여자친구있음."이라는 글과 함께 여자친구로 보이는 한 여성과 다정하게 팔짱을 낀 사진이 올라오자, 네티즌들은 추가적인 목격담들이 올리기 시작했다. 몇달 전 야구장에 함께 간 것을 목격했다며 키스타임에 카메라에 잡히기까지 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SNS에서는 "사실 김남준 여자친구 말인데..." 로 시작되는 글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자신이 여자친구가 누군지 알고 있으며 최근 김남준이 방송에 다시 모습을 보인 이유가 그 여자친구 때문이라는 내용이었다. 여자친구의 이름은 'ooo'이며, 방송작가인 그녀가 원하자 방송에 다시 나온 것이라며 김남준과 여자친구가 찍은 여러 사진들과 제작진에 이름을 올린 여성의 이름을 캡쳐해 보이는 등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앞서 작곡가 겸 가수 김남준은 자신의 직업은 음악이지 방송이 아님을 언급하며 모든 방송에서 하차한 전적이 있다.
- 김남준이 연예인도 아니고 왜 여자친구 있는걸로 욕먹어야함?
- 여자친구 존,나 이상한듯;; 얼마나 난리를 치면 김남준이 자기 말 번복하면서 방송을 다시 출연함?
- 여자친구가 김남준 앞길 막네..ㅋㅋㅋㅋㅋㅋㅋ
- 팬들이 다시 출연해달라고 울면서 멘션보낼 때는 묵묵부답이더니 여자친구가 부탁하니까 홀랑 가서 찍다니..ㅋㅋㅋㅋㅋㅋㅋ 배신감들어
- 근데 키스타임에 저 남자 김남준 아닌 것 같은데?
보아하니 원본 사진에는 내 얼굴이 가려지지도 않은 것 같았다. 김남준이 정호석을 의심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 계정에서 올라온 모든 사진들이 다 정호석과 셋이 찍은 사진을 마치 둘만 찍은 것처럼 잘라 올린 것들이었으니, 사진을 가진 사람은 셋 뿐인데 둘이 사건의 피해자가 되었다면 당연히 남은 사람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기자들한테 말은 했어?"
"아직, 혹시 몰라서 연락 다 무시하고 있어."
"미쳤다 진짜. 근데 호석이가 의심가는 것도 이해는 된다."
"알아, 정호석 그럴 애 아니야."
소파에 앉아 김남준에게 말하자, 김남준은 내 옆에 앉으며 차분하게 말했다. 일단, 정정기사 내달라고 해야되니까 사진들 원본이나 찾아야겠다. 휴대폰을 켜자, 선배나 후배들에게 문자와 전화가 참 많이도 와있었다.
내가 선배와 통화를 마치고 나오자, 김남준도 막 레이블과 통화를 끝낸 것 같았다. 김남준과 같이 있어서 그런지 일은 빠르게 해결되기 시작했다. 올라온 사진들에 정호석이 함께있는 원본사진을 찾아 기자님들에게 보내드렸다. 김남준 자신도 sns를 통해서 팬들에게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렸다.
생각보다 되게 허무하게 끝나버린 김남준의 첫 스캔들에 아쉬워하고 있을 때 쯤, 민윤기가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수 많은 부제중 전화와 메세지 사이에 민윤기의 문자는 보이지 않았다. 다시 한번 확인했지만, 역시 민윤기는 없었다. 아직 안일어난건가, 설마 알면서 전화 안하는건가, 불안한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나 가본다.'
"어."
김남준과의 짧은 인사를 마치고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때아닌 찬바람이 내 몸을 감고 돌았다. 휴대폰을 꺼내 민윤기에게 전화를 걸면서 마침 앞으로 오는 택시를 잡아탔다.
"아가씨, 어디로 가시냐고요."
"그니까..."
민윤기의 집을 내가 알지 못한다는 것을 자각하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아저씨에게 급한대로 작업실 주소를 불렀다. 민윤기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민윤기의 작업실로 가는 계단까지 내려와, 앉았다. 민윤기에게 다시 한번 전화를 걸며, 초초한 듯 입술을 물어 뜯었다. 내가 전화를 받지 않았을 때, 민윤기는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불과 일주일 전 일임에도 까마득해 보이는 그 기억을 끄집어냈다. 계속되는 기계적인 목소리 끝에, 민윤기의 목소리가 수화기 넘어로 들렸다.
"오빠,"
"어."
"...미안해요.."
해야할 말은 미안하다는 것이 아니였다. 기사는 보셨어요, 사실 다 거짓말인데, 알잖아. 걔랑 나는 친구사이야. 걱정하진 않았어? 왜 전화나 문자는 안했어. 오빠, 미안해요. 앞의 모든 말들은 끝내 입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삼켰다.
"그게 다야?"
"..."
"너 지금 어디야."
"...작업실"
민윤기와의 통화가 끊겼다. 묻고 싶은 말도 하고 싶은 말도 많았는데, 오히려 다행이다싶었다. 전화로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그것을 민윤기 역시 아는 듯 했다. 휴대폰을 찾아 기사를 다시 읽었다. 어디서부터 민윤기에게 설명해야할지 생각해야했다.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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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늦게 왔는데도 분량도 적다뇨... 돌맞아야 마땅합니다ㅠㅠ 글을 어떻게 이어나가야 좋을지 고민해봤는데 계속 막장으로 가는 것 같네요.. 항상 봐주시는 독자님들꼐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다시 전하면서 물러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