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감정에 있어서는 난 한참이나 둔했다. 통증,걱정,배고픔과 같이 신체 혹은 얼굴에 즉각적으로 신호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고, 관심ㅡ애정ㅡ사랑과 같이 단어 한 끝에 오묘한 차이를 내담는 감정에 대한 그 '차이'를 느끼지를 못했다. 내가 누군가에게 가졌던 관심이 사실은 사랑이였음을 깨닫는 것. 그 중에서도 내가 민윤기를 좋아하구나, 느낀 건 아마 아무렇지않게 내 볼을 스치고, 내 손을 스쳐가는 그의 큼지막한 손의 온도를 느꼈었을 때였던 듯 싶다. 그 전까지만해도 난 내가 가진 이 설렘은 관심일까,애정일까,사랑일까? 이 세가지의 질문지에 섣불리 체크를 하지 못하고 단어의 심오한 뜻만 파악하려하고 있었다. 그러니 내가 내 마음을 파악하지 못하는 수 밖에. 이 감정이, 느낌이 사랑이구나. 하는 건 오로지 민윤기의 작용이 컸다. 따스한 손이 내 볼에 닿았고,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퍼졌다. 곧이어 뎅, 뎅. 머릿 속에는 종이 울리고, 그동안 내겐 익숙했던 이 떨림이, 사랑임을 감지하는 알림이 울렸다.
시간이 꽤 흘렀다. 개학을 하고,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빛 탓에 얇아졌던 교복도 쌀쌀한 가을 바람에 전보다 두터워졌다. 본격적으로 수시 철을 맞은 민윤기는 민윤기대로 바빠지기 시작했고, 학기가 시작되어 나는 나대로 또 바빠지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도 서로 바빠 자주 마주치지 못하기도 했었고, 한창 바쁠 민윤기에게 얼굴 좀 보자고 말을 꺼내기가 그렇게 어려웠다. 대뜸 뭐하냐고 물으면 민윤기는 면접 준비를 한다, 자소서를 수정하고 있는 중이다, 상담을 하는 중이다. 라는 식의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는 대답밖에 없었고, 빼곡히 쌓여가는 그의 투두리스트에 내가 할 말이라곤 그저 열심히 해, 수고해. 이런 말뿐이 없었는데 내가 어떻게 얼굴 좀 보자고 찡찡대겠느냐고. 허나 애타는 마음을 숨길수는 없는 노릇였다. 눈에 띄게 줄어든 연락 빈도수에 애꿏은 휴대폰 액정만 만지작거리며 몸을 베베꼬자 정수정이 서운하진않고? 하며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내게 물어오기도 했다. 글쎄, 서운하거나 속상하지는 않았고, 그냥.. 얼굴이라도 좀 보고싶다는 마음이 컸다. 웃는 모습이라도 보면 마음이 좀 놓아질텐데.
매일 그래왔듯이 나의 체감보다 몇 십배는 더 빠른 시간에 허덕이며 일상을 보낸 하루였다. 저녁을 맞이할 준비를하는 하늘은 느긋히 자취를 감추는 중이였다. 중간 고사 시즌을 맞이함과 함께 학원에서는 다를 것 없이 보충을 진행했고, 민윤기도 학교에 남아 할 일이 있다길래 오늘도 학교에서 얼굴 한 번 보지도 못하고 학원으로 직행했다. 아쉽다, 얼굴 좀 자주 보고싶은데. 몇 자 안되는 문자에도 민윤기의 아쉬운 감정이 내게까지 전해지는 것 같았다. 나도.. 학원 끝나면 문자할게. 답장을 보내면서도 밀려오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휴대폰 화면을 껐다. 제 머릿칼을 스치듯 부는 칼칼한 바람과는 다르게도 갈증난 것처럼 속이 시원치못했다.
학교에서 조차 만남이 뜸해지다보니 우리 둘 모두 아쉽다며 끙끙대기만 했다. 뜸해진 연락과 함께 다가오는 시험의 압박에 차라리 공부를 하라는 신의 계시일 것이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애달픈 마음을 붙잡고 있다기보다는 연필을 드는 것을 선택했다. 어느 때든 민윤기는 항상 학원이 끝나는 시간부터 내가 잠이 들 때까지 피곤할만 할테도 굴하지않고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오늘은 공부 열심히 했어? 죽겠다, 보고싶어서. 졸린 눈을 깜빡이며 듣는 그의 낮은 목소리는 어린 아가를 다독이는 자장가만큼이나 달큰했다. 달달하게 민윤기의 목소리에 잠에 서서히 취해가는 느즈막한 새벽이 좋았다.
중간 고사가 모두 끝난 날 당일이었다. 시험 일정에 맞춰 학교에 나오지않은 3학년들에 학교가 조용해졌다. 마지막 시험을 앞두고 밤 늦게까지 달달달 암기를 하는 내게 민윤기는 너네 덕분에 늦잠을 자는 것도 마지막이라며 아쉽다고 너스레를 떨었고, 그에 여자친구가 공부를 하는데 자냐며 내가 장난섞인 타박을 주자 민윤기는 진짜로 내가 새벽까지 공부하는 내내 잠도 안 자고 버티고 있었다. 나보다 몇 배는 피곤할 사람이. 자? 몇 분의 텀을두며 보내는 카톡에 설마 안 자겠어, 하고 문자를 보낼때마다 사라지는 1과 함께 재빠르게 오는 답장에 미안함이 밀려와 어쩔 줄을 몰랐다. 왜 안 자, 얼른 자. 진짜 자도 돼.. 하며 잠 좀 자라고 요청을 해도 되도않는 핑계를 대며 민윤기는 내가 잘 때까지 안 잘 것이라며 꽤나 강한 의사를 내비쳤다. 꺾을수도 없는 말도 안되는 고집에 결국엔 알겠다며 일찍 공부를 끝내고 오겠다는 말에 천천히 공부를 하고 오라며 나를 선뜻 기다려주겠다고 했다. 민윤기의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휴대폰을 잠시 꺼두고는 빛의 속도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픽하면 쓰러질 것 같은 사람에게 밤을 새게 할 노릇은 할 수 없었다. 결국 새벽 두 시가 조금 넘어서야 잠에 들 수 있었다. 시험이 끝나고는 정말로 오랜만에 민윤기와 만날 계획이였기에 설레이는 마음을 다 잡고 잠을 청하느라 죽을 맛이었다. 잠이 안 와.. 칭얼거리는 내게 민윤기는 얼른 자야지, 내일 시험 보고 나 봐야지.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듯한 목소리에 작게 대답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까무룩 잠이 들었다.
노리플라이 - Where is Love (feat.정준일)
러브 로열티 10 :: Love is Here
“잘 가라, 이 커플충들아!”
“우리 간다!”
“눈치도 없냐. 빨리 꺼져, 너네.”
“시발! 더러워서 간다!”
시험을 잘 치루었던 아니던, 가채점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던 말던 우리는 그냥 중간 고사라는 짐을 내려놓았다는 잠시의 기쁨에 취해있기로 했다. 나를 제외한 셋은 오늘 뷔페를 털러 가기로 했다고. 본전 뽑는답시고 정수정은 아침도 안 먹고 와서 시험시간에 꼬르륵 대느라 죽는 줄 알았다고 했다. 아무쪼록, 우리 둘이랑 반대 방향으로 나가는 셋에게 허공에서 열심히 손을 흔들어주었다가, 그 셋이 점이 되어 조금씩 사라질 즈음에 좌우로 흔들던 손을 내려놓자마자 민윤기가 덥썩 손을 잡아온다. 마치 기다렸단 듯이. 어라, 보니까 학교도 안 나와도 되는데 교복까지 단정하게 입고 왔다.
“근데, 교복은 왜 입고 왔어?”
“얼마 안 남았잖아, 교복 입을 날도.”
“...”
“입을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그 전에 실컷 입고 너랑 자주 다녀야지.”
안 그래? 대답을 들으려했던 의도가 담기지않은 질문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제 말이 끝나자마자 내 얼굴 가까이 끼쳐들어온 민윤기의 얼굴에 그대로 굳어 어,어.. 응. 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베시시 붉어진 내 얼굴을 보더니 뭐가 그렇게 좋은건지 코까지 찡긋거리며 웃는데 진짜 설레서 죽는 줄 알았다. 연애를 시작한 지 몇 개월이 지났는데도, 이렇게 민윤기의 체취가 고스란히 내게 전해질 때면 그에 따른 민첩한 대처를 아직도 유연하게 하지를 못 하겠다. 얼굴에 뭐가 묻었다며 내 양 볼은 두 손으로 잡고 이곳 저곳을 만진다던가, 반대로 지금처럼 얼굴을 쓱 들이민다던가, 했을 때의 행동들. 민윤기처럼 나도 능글맞게 군다든지, 좋은데도 싫은 척, 부끄러워하며 살짝 밀어낸다든지의 행동은 생각지도 못하고 항상 쉽게 굳어버렸다. 문제는, 민윤기가 이런 내 반응을 알고도 더욱 능글맞게 구는 것이였다.
“아, 어떡하지. 귀여워서 죽겠다.”
귓가에 동요하듯 일렁이는 낮은 음성에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이어 느껴지는 민윤기의 꿀 떨어지는 눈빛에 나도 모르게 입술을 앙 다물었다. '청량함'. 그의 말간 웃음을 보면 생각나는 단어였다. 조각 구름이 만개한 높디 높은 가을 하늘의 청량함. 그 자체의 가을 하늘. 그는 가을을 닮았다. 티없이 하얗고, 맑고, 깨끗한 웃음이 마치 가을 하늘의 청량함을 떠올리게 했다. 푸르름을 가득 담은 하늘, 그의 깨끗한 미소. 꼭 잡은 두 손과, 큼직하게 널어뜨린 인도, 평일 오전의 한산함까지. 나른한 우리 두 사람 사이로는 잔잔한 가을 바람이 불었다.
*
벚꽃이 만개한 봄도, 따사로운 햇볕 가득하게 쬐는 여름도, 진부하기 그지없는 창 밖 세상에 흰 옷을 덮혀주는 겨울도아닌, 그저 트이는 바람과, 시원한 설레임. 몽글 몽글 떠있는 아기 자기한 구름. 거품없이, 또 허물없이 가을은 솔직했다. 다른 계절에 비해 별다른 뚜렷한 특징없이 선선하기만 했던, 치장없이 솔직하게 제 모습을 보여줬던 늦가을이 지나고, 쉼없이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은 어느덧 겨울을 맞고 있었다. 쓸쓸하다 느껴질 수 있을만큼 제법 쌀쌀해진 가을 날씨 아래 말라있던 나뭇가지에는 어느새 흰 눈이 얹혀져 절경을 이루고, 변해가는 날씨에, 변해가는 세상에 따라 몸을 움직이던 우리는 중간 고사가 끝난 지 얼마 되지않아 다시 몰아치듯 불어오는 시험에 정신없이 지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근 1년 간의 모든 시험을 마무리하는 기말 고사가 끝나며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학교 전체가 들뜬 분위기였다. 이제 숨 좀 트였겠다, 그간 날 바짝 조여온 긴장감이 풀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창 밖에는 어제 저녁부터 여전히 흰 눈이 내리고 있었다. 빠듯하게 연말을 마무리하는 모든 이들에게 수고의 선물을 주듯 지상에 흩뿌려지는 마법의 신기루마냥. 보잘 것 없는 광경임을 알았지만서도 그 수수함에 반해 눈이 내리고, 녹고, 다시 흩뿌려지는 장면에 넋을 놓았다.
온 거리에 흰 물이 들었다. 꽁꽁 언 길가에 어쩔 수 없이 걸음이 조금 더 느려지고, 칼바람에 피부는 쉽게 건조해지기 쉽상이였다. 아, 또. 민윤기가 대학에 합격했다. 합격자 발표가 나오는 날, 결과를 받고 우리 반으로 온 민윤기가 나한테 아무 말없이 안기는 거다. 연말이라 선생님들도 수업에 제때 안 들어오셔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연말 선물로 학생부에 끌려갔을 지도 몰랐을 터였다. 아무튼, 도통 말이 없는 민윤기에 어떻게 됐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나한테 안기자 그 상황에서 내가 어설프게 괜찮아, 괜찮아하며 등을 서투르게 토닥이니 그제서야 민윤기가 내 품에서 떨어져나와 내 얼굴을 마주봤다. 민윤기의 등장에 뭐야, 뭐야. 하며 몰려든 셋 중에서 궁금한 걸 절대로 못 참는 박지민이 민윤기의 어깨를 마구 흔들며 물었다. 형, 붙었어?
“…….”
“결,결과는 나왔어?”
“응.”
“아 형! 붙었어, 안 붙었어. 빨리 말해.”
“..붙었어.”
민윤기의 말을 끝으로 셋은 약속이라도 한 듯 와!!워!!호우!! 각기 다른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갑자기 난리통이 된 교실에 반 아이들의 관심이 쏠렸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기가 대학에 붙은 것 마냥 축하해주는 세 마리 비글에 민윤기가 되려 창피한듯 닥치라며 그 중 가장 큰 환호성을 지르는 김남준의 등짝을 몇 번이고 내려쳤다. 소리가 줄어들자 잠잠해진 교실에 민윤기는 가보겠다며 다시 교실을 나서는데, 내 손목을 잡고 교실을 나서려는 게 아닌가. 나는 왜..
“너도 같이 가야지, 나랑.”
“와, 이젠 하다못해 눈 앞에서 염병을..”
“다 꺼져! 너도 가!”
그렇게 비글들의 보챔에 민윤기에게 손목이 잡힌 채로 학교만에 마련되어있던 그 쉼터로 찾아갔다. 아예 없을 줄로만 알았던 곳에는 나와 민윤기처럼 조용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하고있는 학생들이 몇 명 있었고, 우리는 둥근 테이블에 마주보고 앉았다. 그니까 거의 반 년전 쯤에, 막 전학을 왔을 때라 민윤기가 학교를 구경시켜주겠다며 날 여기로 데려왔었는데. 자신이 건의해서 안쓰던 교실을 개조해 쉼터를 만들었다며 어색함에 웃기만하던 날 어떻게해서든 풀어지게 해주려 애를 쓰던 모습이 생각나 살풋 웃었다. 그때는 내가 민윤기를 이만큼이나 좋아할 지도 모르고, 단지 내게 잘해주는 민윤기한테 고마워하기만 했었는데. 반 년이 지난 지금, 얇았던 교복이 두터워지고, 전보다 조금은 더욱 성숙해진 낯으로 찾아온 이 곳이 후에 조금은 뜻 깊게 남아있을 것 같기도하다. 밀려오는 애틋함에 엄지 손가락으로 민윤기의 손등을 괜히 몇 번씩이고 쓰다듬었다.
“나 수고했지.”
“그럼, 엄청 수고했어.”
“꾹 참으니까 다 끝나네. 그동안 자주 못 봐서 진짜 힘들었어.”
“저번에도 봤으면서..”
“그래도, 이제는 더 많이 볼 수 있잖아. 내가 이때까지 얼마나 참았는데.”
좀 이상하게 보일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런 식으로 민윤기가 내게 투정을 부릴 때가 제일 좋다. 아까 전까지만해도, 또래 남자아이들이 하는 것과 같이 욕 섞인 비속어를 쓰다가도 둘만 남겨지면 아이마냥 툴툴 거린다던가, 예쁜 입술을 움직이며 투정을 부리는 게 나만 알 수 있는 민윤기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니까 그게 또 그렇게 좋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남자친구한테 모성애를 느낀다는 게 난 좀 이해가 가지 않았었는데, 가끔 이런 모습을 볼 때면 나보다 오빠라는 느낌보다는 내가 부둥부둥 키워준 막내 아들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민윤기에게 아, 귀여워. 라고 하면 그렇게 정색을 해대는 게 그 표정이 또 너무 웃겨서 마구 웃음이 났다.
“..대학교 가면, 이제 우리 자주 못 만나겠지?”
“그치, 아마 내년이면 올해보다 더 보기 힘들겠다.”
“..바람나면 안돼.”
“그걸 지금 걱정이라고.. 너한테 코 꿰인지 얼마나 됐다고 무슨 다른 여자를 만나, 내가.”
“것보다, 오빠 탐내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어.”
“성에도 안 차, 그니까 걱정하지마. 알겠어?”
불신이라기보다는, 온전히 걱정에 차있는 나를 꿰뚫어보듯이 쳐다보는 민윤기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방금까지만해도 귀엽다며 발버둥을 쳤는데도, 내가 툭 내던진 걱정거리 한 마디를 덥썩 물고는 걱정 말라는 듯 내 손을 꼭 잡아오는 손이 너무 듬직했다. 추위에 못 이겨 조금씩 덜컹거리는 창 밖에는 흰 눈이 날리고 있었으며, 가녀린 채로 날아와 사뿐히 땅에 내려앉는 흰 결정체를 우리는 바라보고 있었다. 둘이서 함께 맞는 첫 겨울이였고, 우리는 우리를 기다릴 새 해를, 따스한 봄날을 기대하고 있었다.
*
새 해가 밝았다. 사실, 새해가 왔다하더라도 이제 고생 시작인 예비 수험생에게는 여느 때와 똑같은 하루의 아침이었는데도, 아침이 밝아오자마자 민윤기가 곤히 잠 들어있는 나를 전화로 깨우더니 얼른 나와보라는 것이였다. 비몽사몽한 정신에 세수를 하곤 대충 옷을 껴입어 집 밖으로 나가니,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우리 집 앞 아파트에 민윤기가 저만치 떡하니 서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갑작스러운 등장보다 더 놀란 건 바로.
“어, 염색했다!”
“옳지, 딱 알아보네.”
항상 봐오던 까만 생머리가 아니였고, 성인이 되자마자 밝은 갈색으로 머리를 물들은 민윤기였다. 아니, 어떻게 사람이 염색을 했는데도 단정해보이는 건지 진짜 의문이다.
“집에서 염색 하자마자 바로 너한테 왔어.”
“진짜?”
“응. 제일 처음으로 보여주고 싶어서.”
“잘 했어. 예쁘다, 색깔도 잘 나온 것 같구.”
“또?”
“..또?”
“할 말, 없어?”
“..음?”
정신이 아직 덜 깬 탓에 인지하지 못한 게 하나있다. 오늘은 1월 1일이였고, 민윤기는 막 성인이 된 아침이였다.
“..스무살 된 거 축하해, 오빠.”
스무살이 되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하루 아침 사이에 민윤기가 대담스러워진 것 같다. 작년, 아니 어제까지만해도 입술을 닿아오는 것이 이렇게 저돌적이진 않았던 것 같은데.. 입을 다물 타이밍을 주지도 않은 채 그대로 돌진해오는 민윤기에 입술에 그자리에 우뚝, 서서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었다.
*
2월의 한 가운데. 며칠 전까지 펑펑 내리던 눈은 자취를 감춰 땅에 스며들었고, 메마른 가지들은 어째 더 앙상했다. 고요한 겨울의 한낮과는 다르게도 강당은 아침부터 부산스러웠다. 졸업 축하무대를 꾸미는 재학생들의 리허설도 있었고, 강당 입구부터 즐비한 화환에, ‘졸업은 새로운 출발’ 이라는 졸업식의 단골 현수막까지. 종업식이 끝난 후 오후에 시작하는 졸업식에, 나는 학교에 남아 민윤기의 졸업을 축하해주기로 했다. 학생회장이 된 김남준이 졸업식의 진행을 맡기로 했고, 혹시라도 폐가 끼칠까 멀뚱 멀뚱, 준비 되어가는 졸업식 예행을 지켜보고 있었다. 내 졸업식이 아닌데도 왠지 모르게 막 설레였다. 민윤기가 교복을 입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는 날이기도 했고, 이제야 정말로 성인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시켜주는 예식이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려나. 졸업생들이 빈 의자에 존재감을 채우기 시작하고, 곧이어 식이 시작되었다. 멀리서 지켜보는데도 그렇게 신이 난 건지 옆에 있는 친구랑 쪼잘대며 떠드는 게 그렇게나 귀엽다. 개인 표창장을 받으러 모두의 박수 갈채를 받고 단상 위로 올라가는 모습에 또 헤실거리며 그 뒷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따라서 찰랑거리는 갈색빛 뒷통수가 귀엽다.
졸업 축하 영상에 모두가 울고 웃는 졸업식이 끝나고, 민윤기가 가족들이랑 있을 시간에 방해가 될까봐 박지민과 뒤로 빠져있던 나는 곧 민윤기의 손에 이끌려 반강제적으로 사진이 찍혔다. 얼떨결에 두 손에 들고있던 꽃다발과 민윤기의 며칠을 고심하며 고른 졸업 선물까지 모두 품에 안겨주니 그렇게 고마운지 입꼬리와 눈꼬리가 만나 서로 손이 잡힐듯이 곱게도 웃는다.
“언제 준비했어, 이건 또.”
“오빠 몰래 다 했지.”
“예뻐, 진짜로. 고마워.”
항상 날 볼 때마다 변하지 않았던 그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날 쳐다보는 민윤기가, 두 손 가득 꽃다발에, 선물에 날 안을 손도 부족하면서도 두 팔을 벌리는 민윤기에 그 안에 쏙 들어가자 고마워, 하면서 등을 토닥거려준다. 오빠. 하고 민윤기를 부르니 품에서 날 떼어내 두 눈을 크게 뜨며 날 쳐다본다.
“응?”
“졸업 축하해.”
수줍게 고백을 하듯 퍼져나간 말에는 그리고, 사랑해. 라는 무언의 뜻도 포함되어 있었다. 졸업 축하해. 진부한 그 말이 이렇게나 달콤하게 전해질 수 있을까. 나의 작은 음성이 그의 귓가에 퍼지고 온화하게 얼굴에 번지는 그의 미소에, 푸른 하늘, 그 아래 돋아난 새싹이 발돋움을 준비하여 판국에는 한아름 피어난다. 러브 로열티 ㅡ 나의 모든 사랑의 로열티는 오롯이 난생 첫 가슴 떨린 사랑을 느끼게해준 그에게 바치는 것이였고, 또한 내 모든 사랑의 끝은, 애정의 끝은 모두 그에게 향한 것임을. 내가 그토록 찾아헤매던 진정한 사랑은 멀리 돌고 돌아, 바로 그의 곁에, 따스한 그 옆에 자리 잡고 있었음을. 사랑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끝이다.........드디어...끝이났다...!
독자님들 저 진짜 엄청 늦었죠 진짜 죄송해요 진짜로ㅠㅠ 너무 미안해서 며칠 내내 러브 로열티만 주구장창 써내리고 했어요 더 나은 글을 위해서..
사실 쓰차를 먹은데다가, 그 전에는 글이 너~무 안 써져서 진짜 나름대로 고민을 너무 많이 했어요ㅠㅠ.. 약간의 현타가 오기도 했고.
저는 사실 글을 참 못 써요. 연재를 하겠다고 노트북을 켰던 것은 이번이 아예 처음이였고, 초등학교 고학년 이후로는 작정하고 글을 써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누구보다 제일 제가 미흡했었을 거에요. 글을 예쁘게 꾸밀 줄도 몰랐고, 내 감정에도 익숙하지 않은 미성년자라 글 속 주인공의 감정을 헤아리는 게 저한테는 정말 어려웠어요. 감정 묘사를 정말로 못 하거든요. 그래서 많은 글잡, 또 팬픽을 읽으며 연습을 했어요. 조금 더 독자들에게 진정으로 다가올 수 있는 문장을 쓰는 법을. 저랑은 감정묘사의 깊이부터가 다르다고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ㅠㅠ 아무리 소재가 슬픈 소재라해도, 작가 본인이 그것을 가슴 절절하게 풀어내지 못한다면 독자들은 슬픔을, 애통함을 느끼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게 바로 저였던 것 같고. 그래서 제가 쓴 글들은 맨 처음에 썼던 정국이 조각 말고는 다 가벼운 소재였어요. 그렇게 슬픈 요소가 들어가있지도 않고. 독자분들도 읽기 쉽게, 나도 쓰기 편하게. 근데, 제가 제 글을 읽어봐도 너무 재미가 없는 거 있죠. 그래서 한참 글을 쓰기 싫었었어요. 러브 로열티 마지막 편이 이렇게 늦게 나온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싶어요. 거기에 쓰차까지 먹었으니 환장할 노릇이였죠ㅠㅠ...
사실 그렇게 많은 수는 아니지만, 제 글을 좋아해주시는 정많은 독자님들에게 너무나 감사해요. 아직도. 독자님들의 끊임없는 댓글이 아니였으면 아마 러브 로열티는 연재 중단을 했고, 저는 과감하게 이 필명을 버렸을 지도 몰랐을 것 같아요. 모든게 다 독자님들 덕분입니다. 독방에서 제 글이 추천이 되고 있다는 글에는 진짜 너무 놀랬어요. 독방에 썰 식으로 썼던 알바한테 치대는 정국이나, 첫 연재물인 러브 로열티나, 두번째 정국이 조각인 첫과 짝의 차이. 이 세가지가 다 추천을 받고 있더라구요.....저 진짜... 너무 감사해요ㅠㅠ.. 독자님들이 해주신 것에 비해 저는 항상 늦은 연재텀만 내고 있으니 제가 너무 죄송해집니다ㅠㅠ 진짜로 죄송해요..ㅜㅜ
제가 원래는 진짜 대학교 다 붙으면 오려고 했었거든요? 근데.. 너무 좋은 소재가 생각이 나서 그게 안될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미치겠다 죄송해요..엉엉.. 그래서 저...진짜 죄송하지만.. 글 하나만 싸지르고 갈게요.. 연재 텀 진짜 쓰레기지만... 마지막으로 한번 더 예쁘게 봐주시면 안될까요..?
사실 선물처럼 제가 러브 로열티 10화를 쓰면서 같이 썼던 정국이 주연 글잡을 딱! 놓고 가려고 했어요. 조각으로요. 근데... 이야기가...너무..길어질 것 같아서...
1화만 딱 올리고 저는 뿅 사라질 것 같아요. 저 너무 뻔뻔하지만 그래도...자주 오도록...하..겠습니다....
바로 새 글을 올릴겁니다ㅜㅜ 어제 새벽에 글잡 제목 좀 정해달라고 제가 글을 올렸는데, 몇 가지 괜찮은 소재가 나왔어서 제가 간추려서 짜잔! 하고 제목을 지었어요.
제목은 좀 있다 확인하는 걸로 하고, 지금까지 러브 로열티를 사랑해주셨던 모든 독자님들 너무 감사합니다! ㅜㅜ 너무 너무 고마워요 다들..♡
아, 그리고 저도 작가라그런지 그 뭐야.. 그 좀 질문 좀 받아보고 싶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질문 몇 개 받아놓고 따로 공지사항에 QnA글로 올릴게요. 너무 감사해요. 다음 글잡에서 봐요 우리~♡
♡남준아 여기봐/1013/8ㅅ8/귤/회색별/권지용/0324/슙슙/비빔밥/버누/민군주님/인사이드아웃/씨걸정국/사귀자/춘심/국아여기봐/짐그래/들국화/눈부신/슈가슈가슈가너만이나의스타/외로운쿠키/론/박지민/꺄룰/핑슙/밤비/탱탱/밍/녹차/페이볼/달걀/짱구/마름달/슈팅가드/천상여자/짱구/토끼/밀짚모자/햄쮸/젤리/들레/이부/짐짐/미니미니/제이/이삐/매직핸드/윤기꽃/슈민트/현/슈징슈징/분홍빛/밤식빵/0103/밍뿌/눈누난나/숭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