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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한/민석]내 어린 남자친구 04

 

 



딱,딱. 손톱을 잘근잘근 씹었다. 아이가 의사에게 진단을 받는 모습을 루한은 불안한 눈으로 지켜봤다. 아이의 눈을 까집으며 동공을 살피는 의사의 손을 예의집중했다. 루한은 아이가 누워있는 응급실 침대 주위를 맴돌았다. 의사는 몇분간 아이의 이곳저곳을 살피다가 루한에게로 다가왔다. 루한의 심장이 쿵쾅쿵쾅 빠르게 뛰었다. 큰병이면 어쩌지? 수술비는? 내가 내야하는건가? 내가 왜? 그나저나 쟤는 괜찮을까? 의사가 루한에게로 걸어오는 그 짧은 시간동안 오만 생각들이 루한의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 사이 의사가 입을 열었다.

 

 

"가벼운 탈진증상입니다. 나흘사흘 그대로 방치 되어있었다면 아이가 사망했을 가능성도 있었습니다만. 다행히도 발견하셔서.."

 

 

하아, 다행이다. 루한은 의사의 소견을 듣고나서야 크게 숨을 내쉬었다. 혼자서 써내려갔던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머릿속에서 리셋되었다.

루한은 퍽 홀가분한 표정으로 의사에게 답했다.

 

 

"아하 그것 참 다행이네요. 큰병은 아니다 그거죠?"

"예. 음, 환자분과는 어떤 관계가 되시죠?"

 

 

의사가 별안간 루한에게 물었다. 어.... 친척동생? 아니 이건 좀 아니고, 친구동생? 그 친구는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내려고. 자신을 지긋이 바라보는 의사를 시선을 피해서 루한은 눈을 이리저리로 굴렸다. 루한은 잠시 뜸들이다 대답했다.

 

 

"아....그게, 그러니까.. 아,아는 동생"

"그렇군요. 환자분 영양상태에 조금 더 신경 써 주셔야겠습니다. 영양실조도 있고, 가벼운 감기기운도 있구요."

"네네. 알겠습니다"

 

 

의사는 차트에 무언가를 대충대충 적어 내리더니 다른 침대로 이동했다. 의사는 몇 발자국을 가다 잊은것이 있었던건지 다시 루한을 향해 뒤돌아섰다.

 

 

"아! 환자가 깨어나면 바로 퇴원하셔도 무방합니다."

 

 

 **

 

 

루한은 의사가 완전히 물러가고 나서야 아이를 주의깊게 살펴볼수있었다. 시퍼렇게 창백했던 피부가 이제는 꽤 불그스름하게 건강한 빛을 띄고있었다. 혈색이 감도는 아이의 얼굴에 루한은 그제서야 긴장했던 어깨를 바로 펼수있었다. 얘는 빛도 못쐬고 살았나? 사실 뼈대가 그대로 보이는 마른 몸보다, 제 손의 반쯤 되보이는 아이의 작은손보다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이의 피부였다. 정말로 빛을 쐬긴 하였는지 의심이 갈만큼치리 아이의 피부는 새하앴다. 물론 건강한 의미의 것은 아니였다. 실핏줄이 적나라하게 비치는 피부는 병이라도 걸린것처럼 투명하고 여렸다. 한참을 말없이 아이를 바라보던 루한은 곧 깨닳았다.

 

 

"내 가방! 핸드폰!"

 

 

아이의 집에 내버려두고온게 분명했다. 쓰러진 아이의 모습에 놀라 가방을 챙겨오는것을 잊어버렸던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들자 루한은 그제야 다리가 슬금슬금 저려오기 시작했다. 제 등에 업혀있던 아이의 존재에 힘든 줄도 모르고 그 엄청난 수의 계단을 내달린 덕이었다. 내일 당장 출근해야한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그 집으로 돌아가 소지품들을 챙겨올수도 있었으나 루한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깨어났을때 혼자일 아이를 위해 루한은 아이가 깨어난후 그때 같이 아이의 집에 들려야겠다며 마음먹었다. 그래, 저 조그만애가 얼마나 외로워하겠어.

 

 

**

 

 

 

"...으...음"

 

루한이 보호자를 위한 간이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있을 즘 아이가 작은 신음을 흘렸다. 루한은 자는 와중에도 용케 그 작은 소리를 캐치해내고 벌떡 일어섰다. 정신이 드니? 루한이 빠른걸음으로 아이가 누워있는 응급실침대로 다가갔다. 루한은 무의식적으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에 닿는 아이의 머리카락은 푸석하고도 윤기가 없었다. 아이의 눈커풀이 부르르 흔들렸다. 눈가가 몇번 더 달싹거렸다. 장막처럼 긴 속눈썹에 가리워져있던 맑은 눈동자가 나타났다. 초점 흐린 아이의 눈이 깜빡거렸다. 루한은 아이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 가슴이 뭉클해옴을 느꼈다. 갑작스럽고도 당황스러웠다. 처음 느껴보는 알수 없는 감정에 루한은 심장이 오르락내리락 바이킹을 타고 흔들렸다. 아이의 눈동자는 연한 다갈색이었다. 아이는 온몸의 색이 옅었다. 그 중 아이의 눈동자는 유일하게 생기를 잃지않아 진하디 진해보였다.

 

 

"누, 누구?"

 

 

아이의 동공이 확대되었다가 줄어들었다. 아이의 입술에서 모래섞인 칼칼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이의 눈을 맞추던 루한이 귓가에 들리는 아이의 목소리에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아 그게, 나는. 루한은 떠듬떠듬 제대로 말을 이어나가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루한은 아이를 안심시키기위해 자신이 사람들의 호감을 이끌어내기위해 사용했던 예의 그 웃음을 지어보였다. 입꼬리를 한껏 끌어당기고 눈가를 곱게 휘어접었다. 루한은 저가 아이를 구한 영웅이라도 된것마냥 느껴졌다.

 

 

"쓰러져있었어. 난 널 발견했고, 그래서 넌 나와 함께 여기있는거고"

"쓰러졌었나요? 제가?"

 

 

아이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아이는 그렇게 반문한 뒤 갑작스럽게 얼굴을 붉혔다. 부끄러워서나 쑥스러워하는 몸짓같아 보이진 않았다. 얼굴이 붉어짐과 동시에 아이는 인상을 팍 썼다. 내가 뭐 잘못 말했나? 루한은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 표정에 균열이 감을 느끼고 루한은 서둘러 표정을 갈무리했다. 내게 강같은 평화 내게 강같은 평화. 후우.

 

 

"어어, 이름이 어떻게 되?"

".....김.."

 

 

김. 거기서 말이 뚝 끊겼다. 아이는 루한과 제 조그만 손을 번갈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잠시 고민하는듯 입술을 달싹거리던 아이가 까끌해보이는 입술을 다시 열었다.

 

 

"김민석이요"

"김민석...민석이구나?"

 

 

루한은 민석의 이름을 되뇌었다. 혼자만의 생각이었지만 김민석, 그 이름은 아이를 닮아 작고 귀여운 것 같았다. 민석이구나, 하고 다시 확인하는 루한의 말에 민석이 다시 인상을 찌부렸다. 아이는 심술맞아 보이는 얼굴을 하더니 루한에게 물었다.

 

 

"당신은 이름이, 아니 나이가 어떻게 되요?"

 

 

음? 루한은 웃음을 가득히 머금은 표정 그대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시만, 아저씨도 아니고, 형도 아니고 당신??  루한은 황망한 표정으로 민석을 바라보았다. 혼내주는게 맞을까? 아냐, 방금 깨어난 애한테 어떻게 그래.. 루한은 뒷목을 벅벅 긁었다.

 

 

"내 이름은 루한이야. 그리고 나이는 스물여섯. 형, 생각보다 동안이지?"

 

 

루한은 유난히 '형'이라는 단어를 억세게 발음했다. 루한은 장난끼 가득한 얼굴로 민석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하하. 더 어려보이지? 하하. 민석은 대꾸도 없이 루한을 빤히 쳐다보았다. 민석의 표정이 대신 대답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웃기고 자빠졌네,라고. 하하..하. 시큰둥한 민석의 반응에 루한의 웃음소리가 점점 기어 들어갔다. 무안해진 루한은 다시 한번 뒷목을 긁었다. 차갑다 차가워.

 

 

"아"

"응? 어디아파? 배고파서 그런가? 죽이라도 사올..."

 

 

루한은 호들갑을 떨며 부산히 움직였다. 민석이 가만히 손을 뻗어 루한의 손목을 잡아쥐었다. 루한은 정전기가 오른듯 손을 부르르 떨었다. 작은 민석의 손은 루한의 손을 채 그러쥐지못했다. 왜 그래 민석아? 민석이 입을 꾹 다물었다. 루한은 굳이 손을 빼내려하지않고 멈춰서 민석의 입이 열리길 기다렸다. 방금전처럼 한번더 민석의 얼굴이 붉어졌다.

 

 

"계단이 많잖아요"

 

 

예상치 못한 첫마디였다.  

 

 

"어디? 아, 너희 집 올라갈때?"

"밤엔 위험하기도 해요"

"...응"

"그 손, 다쳤잖아요. 나 때문에 아니에요?"

 

 

루한은 제 손등 위 거무죽죽하게 딱쟁이가 진 자리를 바라보았다. 민석이 조심스럽게 루한의 손목을 쥔 손을 떼어냈다. 아프지않아요? 민석이 물었다. 루한이 어색하게 웃었다. 누가 누굴 걱정하는건지.  

 

 

"글쎄, 그때는 거길 내려가는게 제일 중요했어서.. 그리고 하나도 안아파"

 

 

어른이라면 아파도 참아야지. 루한은 습관처럼 웃음지었다. 민석의 눈동자가 루한에게 향했다. 루한도 민석의 눈을 피하지않았다. 민석은 어물쩡하게 입술의 호선을 그려냈다. 어슬픈 듯 가공되지않은 미소에 속이 간질간질해옴을 느꼈다. 이 맛에 남들 돕고 그러는거구나.

 

 

"..감사해요"

"응?"

"..어....배고프다구요"

"아! 그래그래. 죽 사가지고 올게 기다려!"

 

 

채 민석이 대답도 하기 전 루한은 다리를 바삐 움직였다. 어느샌가 루한은 저 멀리로 뛰어가고있었다. 막 응급실을 벗어나려던 루한이 청록색의 불투명한 응급실 문앞에서 멈춰섰다. 커텐 사이로 다급한 손길으로 호주머니를 뒤지는 루한의 모습이 보였다.

 

 

"있다! 이만원!"

"여기서 뛰시면 안돼요!"

"보호자분 뛰시면 안돼세요!"

 

 

여기저기서 간호사들의 경고가 비같이 쏟아져내렸다. 구겨신은 남색의 스니커즈 위로 보이는 땡떙이무늬 양말이 우스꽝스러워 한번, 다리가 땅을 박차고 나갈때마다 엉거주춤 움직이는 루한의 엉덩이에 또 한번. 슬쩍 열어진 창문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차가운 새벽의 공기가 어느때보다 따스했다. 어느새 비릿한 소독약 냄새에서부터 달짝지근한 설탕내음이 풍겼다.

 

 

"지금 열린 가게 없을텐데"

 

 

사실 배도 안고픈데.. 에라 모르겠다. 민석은 응급실 침대 위로 발라당 쓰러져 눈을 감았다.

온 몸에 진동하던 쾌쾌한 먼지냄새가 이제는 맡아지지않았다.

 

 

 

 

 

 

 


더보기

비축분 이제 바닥났다.. 띠로리..

열심히 써볼게요

최대한 가까운시일내에 5화 가지고 찾아올게요!

암호닉 Jay님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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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왕, 드뎌 만낫네요! 루민이들이ㅎㅎㅎ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이어질지 너무 궁금해요..!!
10년 전
어노나임
정주행 정말정말 감사해요~ 뒷 내용도 기대많이많이 해주시고요 다음화에서 꼭 만나요
너무 기다리시지 않게 가지고 돌아올게요 ㅎㅎ

10년 전
독자2
엏 역시 밍쏘깈ㅋㅋㅋㅋㅋㅋㅋ 루한이가 저케 행동하는거보니까 괜히 제가 간질간질 !!!
10년 전
어노나임
저도 쓰면서 간질간질 ㅋㅋ 아직은 사랑보단 호감과 관심정도겠죠? ㅎㅎ
10년 전
독자3
헐 지금봤네요ㅠㅠ재밌어오!! 암호닉 신청되는건가여??ㅎㅎㅎ그러면 찌인빵 으로신청할게요 루하니 ㅠㅠㅠ첫눈에 반했구나...으이궇ㅎㅎㅎㅎㅎ
10년 전
어노나임
칭찬도 암호닉도 감사해요~ 찌인빵님! 다음편에서도 꼭 같이해주세요(하트하트)
10년 전
독자4
Jay 에요!!!!!!!!! 아니...이게무슨....!(감격) 민석이가 말한마디 했을 뿐인데도 벌써 달달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엉어엉엉엉 ㅠㅠㅠㅠㅠ그나저나 지금은 둘다 모르지만 어쨌든 갑과 을 사이일텐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두근두근..!! 다음편도 기다릴게여!!!
10년 전
어노나임
Jay님!! 어서오세요 ㅠㅠ 글쎄요 민석이랑 루한의 관계가 어떻게 이어져나갈지..ㅎㅎ
다음편도 열심히 쓰고있으니 그때도 만나요!!

10년 전
독자5
분위기가 뭔가 멜랑꼴랑 하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하핳하할흫ㅎ 둘이 너무 귀여워요ㅠㅠㅠㅠㅠ
10년 전
어노나임
미묘한 분위기..미묘미묘 ㅋㅋㅋ 분량이 얼마 안되는것같아서 죄송해용 ㅠㅠ 댓글도 너무 감사드려요~
10년 전
독자6
어휴 정주행끗입니닿... 이걸 왜 이제 봤지?! 난 어리석은가봉가.. 그나저나 민석이와 루한이가 만났네요! 첫만남부터 파란만장하네요, 둘의 관계는 앞으로 어떠케될지~ 잘보고갑니다ㅎㅎ
10년 전
어노나임
아유 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굽신굽신) 댓글 너무 늦게확인했죠?? ㅠ
10년 전
독자7
정주행했어요!!!으흐흫흐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신알신합니당:-D!!
암호닉은 엘모로 할게요~~

10년 전
어노나임
신알신 암호닉 둘다 고마워요~~ 엘모님!! 사랑합니당
10년 전
독자8
그냥 민석이가 눈을 떴을뿐인데.... 자기 이름말했을뿐인데ㅠㅠ뭔가분위기가ㅜㅜㅜ
10년 전
어노나임
ㅋㅋㅋㅋ독자님 댓글감사드리고요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10년 전
독자9
우와!ㅠㅠㅠㅠㅠ루한이착해ㅠㅠㅠㅠㅠ민석이는귀엽고!!ㅋㅋㅋㅋ
10년 전
어노나임
댓글 감사드려요~ 읽어주셔서감사합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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