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w.행운의향로 맛이 녹아나기 시작했다. 흔히들 말하는 짠맛, 쓴맛, 단맛, 뭐 이런 맛들이 아니었다. 음식을 입에 넣고 씹으면 혀끝에서 우중충한 맛, 행복한 맛, 슬픈 맛. 그런 것들이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편의점 삼각김밥, 편의점 컵라면같이 공장 등에서 만들어진 식품에서는 원래의 맛이 났었는데, 근처 식당을 가든 멤버들이 해준 요리를 먹든 직접 조리된 음식을 먹을 때는 내 혀끝에 요리한 사람의 감정만이 맴돌았다. 마냥 맛없게만 느껴졌던 김유권의 계란말이에서는 순하고 귀여운 맛이 났고, 재효 형이 끓인 인스턴트 국수에서는 약한 억울함이 감돌지만 따뜻한 맛이 났다. 처음엔 어차피 패스트 푸드를 즐겨 먹으니 상관 없다고 생각했지만, 갈수록 점점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것을 서너 번 씹다 보면 머릿속에 단어들이 마구 떠올랐는데, 그게 그 사람의 감정이고 생각이었다. 그리고 어쩌다 표지훈의 라면을 먹게 되었던 날, 나는 복잡미묘함의 맛과 내 이름을 떠올릴 수 있었다. 표지훈은 그때 늘 그랬듯이 호들갑을 떨며 맛있다는 말을 하기를 재촉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면전에 대고 '이 라면에선 혼란스러운 맛이 나' 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만약 경이나 예전의 내가 있었더라면 더럽게 맛이 없다며 표지훈을 윽박질렀을 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그래도 뭐 다행인 것인지 뭔지 나는 평온하게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칭찬해 줄 수 있었다. 마음에 걸리는 점은 거짓말을 듣고 좋아라 하며 라면을 흡입하는 표지훈이 아니었다. 표지훈의 라면을 먹고 내 머릿속에 펼쳐졌던 빽빽한 우지호 세 글자들. 나는 그게 신경쓰였던 것 뿐이었다. 숙소는 친목도모랍시고 홀랑 나가버린 90년생 형들과 퍼질러 자는 박경, 그리고 데이트 나간 김유권 때문에 지나치게 잠잠해서 표지훈이 설거지를 하는 소리가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마냥 크게 울렸으며, 내가 그 소리를 들으며 표지훈에게서 읽었던 생각을 되뇌이게 만들었다. 꼬물거리는 듬직한 등판을 흘기면서 난 문득 내가 표지훈의 복잡함을 옮은 듯한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갑자기 내가 녀석의 생각에 영향을 받은 것도 웃기는 일이다. 단지 내가 얽혔다는 사실 하나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것은 나답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자 갑자기 기분을 잡쳤다. - 갓 구워진 토스트가 내 앞에 놓였다. 살짝 탄 귀퉁이 부분을 손으로 부스러트리며 하얀 속살을 끄집어냈다. 손가락에 엉겨붙은 부스러기를 다시 접시로 털어내고, 빵의 속을 파고들고. 답답했는지 빵을 우물거리며 마주 앉은 재효 형이 던진 핀잔이 귀에 와 박혔다. ㅡ입맛 떨어지게 뭐 하는 거야. ㅡ...그냥요. 툴툴거리는 재효 형을 문득 바라보았다. 누더기처럼 볼품없이 뜯어진 식빵이 접시에서 몸이 뒤틀린 채로 나를 바라보았다. 입 속으로 우겨넣고 질근질근 씹어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듯이 갈색 토스트는 흰 속살을 훤히 드러냈다. 기괴한 모양의 빵의 잔해에서 나는 문득 지난 번 읽었던 표지훈의 감정을 보고 말았다. 그것이 뵈기싫어 인상을 쓰며 크게 베어 문 토스트에선 모양과 다르게 차분한 맛이 났다. 재효 형이 직접 한 요리가 아니라서인지 그 맛은 매우 미약했지만, 분명 그것은 따뜻하고 차분한, 꼭 먹고 싶고 다가가고 싶은 맛이었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과 대조되게 말이었다. 아마 지금 내가 밥을 짓고 그것을 먹었다면 내 밥은 표지훈이 느꼈던 그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며, 다만 그때 표지훈이 떠올렸던 내 이름이 아닌 그 녀석의 이름을 반복해서 속삭였을 것이다. 단지 그때 보았던 내 이름 석 자 때문에. 그것 때문에 나는 이렇게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 헬로 꿀벌여러분 헤헿헿 드디어 올렸군요! 는 겁나 급마무리.... 사실 빨리 연재 시작하고 싶었어요ㅋㅋ 지호가 음식을 먹으면 음식을 조리한 사람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데, 표지훈의 라면을 먹고 자기랑 관련된 복잡한 생각 가진 거 보고 자기도 덩달아 혼란스러워지는 이러저러한 이야기에요 {에이미 벤더-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 에서 영감을 받았구요! 아마 폰으로 쓰는거라 분량이 그리 길지도 않을거같고 상중하로끝날지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르겠네염 그럼 좋은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