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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유]울지마

w.진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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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진기."
"응?"
"아냐."

 

내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모두 너와 함께였었다. 학교에서는 언제나 어디서든 반이 갈라져도 자리가 떨어져있어도 쉬는 시간이건 점심시간이건 할 것 없이 붙어있었다. 그래서 더욱 너의 소중함을 몰랐을지도 모른다. 그저 항상 옆에 있으니깐 어릴적부터 그렇게 지내왔으니깐 그냥 친한 친구, 일명 베스트 프렌드 이정도로밖에 생각해보지 않았다. 없으면 허전하고 다른 사람이랑 붙어있으면 괜시리 질투가 나는 것도 친한 친구니깐 그런거라고 생각했고, 내가 다른 여자랑 만날 때 니가 질투를 하는 것도 친구니깐 그런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니가 결혼을 한다는 이 마당에 가슴이 답답하고 아파지는 것은 무엇이라고 설명해야될까.

아무리 술을 마시고 퍼부어도 갑갑하고 막혀오는 속에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쓰러지듯 누워 펑펑 울고 말았다. 따르릉 거리며 울려오는 너의 전화를 받으면 목소리를 듣자마자 울면서 너에게 찾아갈 것만 같아서, 그래서 받지 못하였다. 아무 말 없이 전화를 안 받는 내가 이상한지 끊이지 않는 벨소리에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고서 전화를  받았다.

 

"응, 종현아."
"야, 너 왜 전화를 안 받아!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바보야."
"아니, 회사 사람들이랑 회식하는 바람에 못 받았어."
"너 목소리는 왜 그래? 감기 걸렸어?"
"그런가봐. 아이구 피곤하다. 나 먼저 잘게."
"알겠어, 내일 전화할게."
"응, 끊어."

 

아무렇지 않은 척 전화를 끊고 다시 펑펑 울고 말았다. 내가 왜 이렇게 말도 못 하고 끙끙 앓아야되는건지 왜 하필이면 너는 내가 널 좋아한다는 걸 알 때서야 여자와 결혼을 한다는건지. 너말고 다른 사람을 사랑할수는 없는지. 사랑을 깨닫자마자 그 사람이 떠나간다는 건 굉장히 아프고 힘들고 슬픈 일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는 니가 원망스러워서 한참을 펑펑 울다 그렇게 잠이 들었다.

지끈지끈 거리는 머리와 울렁거리는 속을 생각하면 계속 자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가야해서 겨우 일어나 씻고 나왔다. 씻고 나오자마자 딩동,하고 울리는 벨소리에 문을 열자 까꿍, 하고 보이는 너의 모습에 왈칵하고 흘러내리려는 눈물을 참아내고서 왜 왔어 라고 담담히 묻자 손에 든 봉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말한다.

 

"우리 진기, 술 먹고 끙끙댈까봐 왔지! 형아가 해장하라고 콩나물국 끓여왔어! 형아 멋있지?"

 

밝은 목소리로 웃으며 말하는 모습을 바라보다 그래, 멋있어 라고 말해주자 빨리 준비할테니깐 어서 옷 입으라며 등을 밀어준다. 이게 꿈일까 싶어 서둘러 방에 들어가서 옷을 입다 다시금 뚝뚝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서 식탁에 앉았다. 생각보다 열심히 차린 밥상에 자동으로 감탄사가 나오자 뿌듯한 얼굴로 웃어보인다.

 

"맛있어보여, 종현아."
"많이 먹어. 이 형이 열심히 준비했다. 그러니깐 이거 먹고 속 풀어 우쭈쭈쭈."
"장난은. 근데 맛있다. 지금 시간에 열린 곳도 있어?"
"뭐야, 지금 사온걸로 생각하는거야? 그만큼 맛있어? 이거 직접 만들어온건데. 지은이 주는거 하면서 했는데, 맛 괜찮아?"

 

직접 만들어왔다고 해서 기분이 좋아져 열심히 먹고 있는데 다른 여자를 위해 준비하다가 내 생각이 나 갖고왔다는 말에 기분이 나빠져 숟가락을 내려놓고 말았다. 여기서 그런 얘기를 해야되는지 말만이라도 너를 위해 만들었어, 라고 해줄수는 없는지.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내 앞에서 그렇게 행복한 얼굴을 하고서 그 여자의 이름을 꺼낼수있는지.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현관문 밖으로 밀어내었다. 걱정스레 왜 그러냐고 묻는 말에 대답 대신 나가라고만 하면서 밀어내었다. 문을 꼭 걸어잠그고선 무릎에 고개를 묻고 울수 밖에 없었다. 나도 사랑 받고 싶었다. 조금만 일찍 내 마음을 알았더라면 달라지는게 있었을까, 종현아.

문을 두드리던 소리가 점차 줄어들자 혹시나 이래도 니가 나를 떠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불안해졌다. 다시는 나를 보지 않으면 어쩌지, 내가 싫어졌다고 하면 어쩌지 라는 온갖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활짝 열어보았다.  열자마자 보이는 너의 모습에 괜히 연듯한 마음이 들어 황급히 문을 닫아보지만 나보다 더 빠르게 문을 막아선 너의 발에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고 말았다. 못 들어오게 막아서는 나에게 밀려 현관에 서서 토닥여주는 손길에 다시금 눈물을 쏟아내었다.

 

"왜, 진기야. 무슨 일인데 그렇게 서럽게 울고 그래. 응?"

 

눈물을 닦아주며 걱정스레 하는 말에 아무런 말도 못하고 눈물만 흘릴 수 밖에 없었다. 니가 결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라는 입 안에 맴도는 말을 꾹 삼킨 채 그냥 아무 일 없다고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한참을 나를 어르고 달래던 너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울기만 하는 내가 짜증이 난 건지 한숨을 내쉬더니 가겠다고 푹 쉬라고 하며 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말하지 못 할 것 같아서 너의 이름을 불러 멈춰세웠다.

 

"사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니가 그냥 좋고, 니가 결혼하지 않고 평생 나랑만 있었으면 좋겠어. 니 친한 친구가 이러니깐 이상하지, 종현아? 사실 나도 이상해. 차라리 너 말고 다른 사람을 사랑했으면 편했겠지. 근데 그게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걸 어떡해. 이런 말 해서 미안해. 니가 내 마음만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해보는 말이야. 나 이제 신경 안 써줘도 괜찮고 무시해도 괜찮아. 그럼 잘 가. 우리 다시는 보지말자. 결혼.. 축하해. 응. 나 들어갈게."

 

서둘러 내 할 말만 하고서 문을 꼭 걸어잠구었다. 회사에는 아파서 못 가겠다고 말하고서 폰을 꺼버렸다. 침대에 쓰러지듯 누워서 한참을 눈만 깜빡였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너에게 내 마음을 다 털어놓았지. 너의 표정은 어땠더라. 좋았던가, 나빴던가. 다시는 보지말자고 해놓고서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무척이나 한심하다는 걸 알지만 끊임 없는 너의 생각에 마음만 더 복잡해졌다. 사실 아까부터 들리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더욱더 신경이 쓰였다. 처음에는 설마 너도 나를 좋아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일뿐 친한 친구였던 내가 이런 쪽 취향을 가지고 있다는 게 황당하고 자기를 좋아한다는게 짜증이 나겠지 라는 생각 밖에 들지않았다.

 

그렇게 누워있다 어느새 잠들었는지 어둠으로 물들고 있는 방 안을 보면서 더욱 참담해졌다. 내가 남자라서 이런게 아닌가 싶어 내 몸뚱아리가 원망스러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폰으로 밖을 살펴보고 조심스레 폰의 전원 버튼을 눌러보았다. 화면이 밝아오자마자 수없이 보이는 너의 문자와 부재중 표시에 다시 눈물이 맺히고 말았다. 일단 만나자고 간절히 말하는 문자들을 보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몇번 울리지도 않았는데 들려오는 목소리에 당황해서 아무 말도 않고 있었다.

 

"진기야."

"응, 전화… 했더라. 우리 만나지말자고 했잖아."
"진기야, 우리 만나서 얘기하자. 이건 아니야."

"내가 다 끝낼게. 내가 너 다 잊을게. 너 안 좋아한 것처럼 마음 싹 다 정리할게. 미안해. 내가 나쁜 놈이라서 친구인 너를 좋아하나봐. 진짜 미안해, 종현아."

"제발 진기야…. 내 말 좀 들어줘. 잠깐만 만나면 되잖아. 내가 집으로 갈게. 기다려."

 

전화를 끊고서 금방이라도 뛰어올 듯한 너를 생각하며 가슴이 아려왔다. 이런 나를 아직도 친구로 생각해주는구나, 너에게 나는 그래도 소중한 존재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급하게 울리는 벨소리에 서둘러 문을 열어주었다. 나름 먼 거리를 열심히 뛰어온 듯 숨을 고르는 모습에 안쓰러워졌다. 내가 뭐라고 너를 이렇게 걱정시키고 고생시키는건지. 쇼파에 앉히고서 물을 가져다주었다. 물 한 컵을 다 마시고 겨우 진정이 된건지 말을 꺼낸다.

 

"진기야, 다시 말해봐. 아까 나한테 했던 말. 다시 해봐."

"응?"

"아까 니가 나한테 한 말 다시 해봐. 얼른 해봐. 욕하지 않을게. 니가 걱정하는 그런 일 없게 할게."

 

아기 어르듯이 차분하게 하는 말에 눈을 꼭 감고서 이번 한번만 더 말하자, 하는 마음으로 말을 꺼내었다.

 

"좋아해, 종현아.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니가 좋아졌어. 니가 내가 모르는 그 여자랑 결혼 따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냥, 그냥 나랑 평생 살았으면 좋겠어. 나도 내가 이상한데. 좀 많이 이상한데 그래도 니가 좋아. 그냥 너만 생각나고 속상하고 보고싶고 그러고싶으니깐 이게 좋아하는거잖아. 이제 너 안 좋아하고 마음 없앨테니깐 너무 신경 쓰지마."

 

고개를 푹 숙이고서 중얼중얼 하고 싶은 말을 다 내뱉고서 어느새 흘러버린 눈물을 닦아내고 고개를 들었다. 벙찐 듯한 표정에 괜히 했다 라는 마음으로 다시 사과하였다. 순간 안아오는 손길에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걸 왜 이제 말해, 바보야.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널 좋아했는데. 니가 날 안 좋아하는 것 같아서 결혼이라도 하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이랬는데. 그래도 고마워, 이렇게 말해줘서. 지금이라도 말해줘서 정말 고마워, 진기야. 니가 눈물이 날만큼 좋아."

 

나만 혼자 끙끙 앓던게 아닌 너도 똑같이 나를 좋아하고 있었다. 너도 내가 너를 좋아하는 만큼 좋아하고 있다는 말에 펑펑 울고 말았다. 나는 이제서야 마음을 깨달았지만 그걸 나보다 조금 더 일찍 깨달은 너는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 내심 고마운 마음에 꼭 껴안고서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제서야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가슴이 찡해졌다. 울지마라는 말만 되뇌이면서 꼭 끌어안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안고서 펑펑 울었다. 내가 너를 위로해주고 아껴줄게 종현아, 울지마.

그냥 썼어요 제목이랑 글이랑 뭔 상관인지 모르겠어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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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현유 스릉흔드는 작가님 이거 진짜 잘씀 ㅠㅠㅠㅠㅠㅠㅠㅠ 단편이 아까워요 ㅠㅠ
12년 전
진기야
ㅠㅠㅠㅜㅠ 감사합니다 ㅠㅠㅜㅠㅠ 사실 마무리를 이상하게 해서 욕하지는 않으실까 걱정했는데 ㅠㅠ
12년 전
독자3
와 ㅠㅠ 진짜 잘쓰셨다ㅠㅠ
12년 전
진기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감사드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유 이런 칭찬을 듣다니 ㅠㅠ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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