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미친거니만 계속 듣다가 생각나쒀요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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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싶었다.
며칠째 집 앞에 놓여진 편지 속의 언제 찍힌지도 모를 사진들. 그 밑에 적힌 난 널 지켜보고 있어, 라는 글자들. 누구라도 만났다 치면 니가 다른 사람을 만나? 라며 부러진 칼심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다른 사람한테 털어놓아볼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것마저 알고서 해코지라도 당할까 겁이 났다. 차마 말을 못했는데 오늘은 더 심하다.
편지와 함께 피범벅이 된 사진이 숨을 막히게 했다. 편지와 사진까지는 참을만 했다. 하지만 이런 사진이라니. 보자마자 놀라 떨어뜨리긴 했지만 설마 피일까 하는 생각에 조심스레 들어 확인해봤는데 피가 맞다. 비릿한 향이 피라는 걸 알려주었다. 눈물이 났다. 누군지도 모를 사람이 보내는 물건들은 점점 심해질 것이었다. 여자도 아닌 남자인 내가 이런 일을 당할지 누가 알았겠는가.
때마침 울려오는 벨소리에 놀라 황급히 받았다.
"여보세요."
"후우. 선물은 잘 받았어? 마음에 들지 않아?"
황급히 전화를 끄고서 통화목록을 아무리 들여다보고 들여봐도 발신자표시제한이라는 글자밖에 적혀 있지 않다. 정말 무섭다. 글이 아닌 목소리는 날 점점 더 괴롭게 만든다. 이러다 날 직접 찾아오면 어쩌지. 도대체 이 사람의 의도는 무엇일까. 누구에게라도 안겨 울고만 싶다. 사람의 품이 그립다.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숨이 멎을 뻔 했다. 조심스레 나가 확인해보니 기범이다. 정말, 정말 다행이다. 기범이라서 다행이야. 안심되는 마음에 기범이를 안고서 펑펑 울어버렸다. 등을 쓸어오는 손길이 따스하다. 무서웠다며, 두려웠다며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등을 쓸어오는 손길에 점점 힘이 들어간다. 이젠 아플 정도로 느껴지는 힘에 고개를 들어 기범이를 바라봤다.
"그런데, 진기야. 전화는 왜 끊었어? 선물이 마음에 들지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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