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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샤이니 온앤오프
챠루그레이 전체글ll조회 678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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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는 것은 꽤나 어색한 일이었다.혼자 있는 것을 싫어해서 어디를 가든 내 곁엔 누군가가 꼭 있었지만 오늘은 왠지 혼자 거리를 걷고 싶어져 꽤 오랫동안 거리를 걸었다.편의점에서 빵을 하나 사고 벤치에 앉아 우물거렸다.떨어져 발 밑에 가득한 단풍잎이 날 더욱 고독에 물들게 하는 것 같아 싫었다.나는 사실,혼자가 아니었다.언제부터였을까,옆에 그 누군가가 나에게 사랑을 속삭이는데도 외로움을 느끼게 된 것은.도대체 언제부터였을까?사실 난,그 답조차 알고 있었다.난 추운 날씨를 싫어했다.차라리 죽어도 더워죽는 게 낫지,추운 건 정말 질색이었다.아침에 일어나 추운 화장실로 들어가 머리를 감는 일을 제일 싫어했다.그렇게 몇개월동안 추운 겨울을 지내고 나면,숨이 확 트이는 봄이 내게로 찾아왔다.나는 봄이 좋았다.푸른 빛의 나무들과 새로운 한 해,그리고 사랑이 꽃핀다.하지만 알다시피 봄은 짧았다.그렇게 그저 그렇게 내 봄은 지나갔고,나는 곧 다가올 겨울을 알 뿐이다.

 


"......"


변백현은 멍했다.학창시절 내가 매일 봐왔던 그의 모습은 그랬다.가끔 예전처럼 이렇게 느리게 느리게 시간이 흘러갈 때면 옛날로 돌아간 듯이 추억이 되살아난다.손 끝이 찌릿찌릿했다.맞았다.외로운 것을 싫어했던 나의 곁에 제일 오래 남아주었던 건 백현이었다.내 곁에 있던 누군가는 항상 백현이었는데,그 누군가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버렸을 때…나는 몰랐지만,나도 모르는 외로움을 어느샌가 다시 반복해서 느끼고 있었다.그를 회상한다.나를 원망하는 듯 쏘아보는 그 눈빛에서,또 그에게서 외로운 향기가 풍겨나왔다.그는 나와 같은 눈을 하고서 서로를 마주했다.그래서,그때만큼은 외로운 둘이 다시 만나 잠시동안이라도 외롭지 않았다.백현이 있어서…아주 잠시라도.

 

 

 

 

'백현이,애인 있어.그러니까 그만해 이제.'

 

 

 

 

 

나는 미련하게 그와 헤어진 뒤로도 종대에게 계속 백현의 소식을 물었다.사실 그는 탐탁치 않아했지만,그런 것을 신경쓰지 않고 매달릴 만큼 난 절박했다.그를 잊고 싶었다.너무 잊고 싶은데,또 너무 보고 싶었다.그의 목소리라도 듣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고 결국 종대를 통해서 소식을 듣는 게 전부였다.그런 내게 백현의 연애를 알리고 전화를 끊어버리는 종대에 순간,정말 이기적이게도 화가 났다.나는 아직도 널 잊지 못해서 이렇게 힘든데,너는 벌써….정말 큰 모순이었다.그렇게 백현을 앓았다.목소리가 듣고 싶고,그 웃는 얼굴을 보고 싶고 손을 잡고 싶고 입을 맞추고 싶었다.그렇게 내 꿈속에 언제나 나타나 날 끊임없이 괴롭혔다.그 당시 나는 몰랐지만,나보다 백현은 훨씬 괴로웠을 게 분명했다.

 

 

 

"백현아.."


아무도 듣지 않는 거리에 나즈막히 이름을 읊는다.여전히 혀 끝이 아렸다.그는 분명히 차갑게 날 내치고 뒤돌아섰는데 왜 눈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처럼 슬펐는지.그를 또 다시 회상한다.

 

 

 

 

나는 두려웠다.부모님은 독실한 기독교신자셨다.나를 사랑으로 보듬어주시다가도,한 번 어긋나는 일을 하면 난 주워온 아이마냥 찬밥신세 취급을 당했다.한창 반항기일 때 나는 사실상 집 안의 유령이나 다름없었다.어머니는 날 없는 취급을 했고 무엇이라도 잘못하는 날엔 밥도 굶은 채 내리 방안에만 처박혀 있거나,아버지에게 죽도록 맞거나 둘 중 하나였다.물론 그 매엔 아무것도 없었다.사랑도,미움도….그저,부모님은 내가 못나보일 때면 내가 자신들의 아들인 것을 부정하고 싶어했다.그러다 고등학교에 들어서고 변백현을 만났다.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좋아하게 되었고 그와 사귀게 된 후 나는 점차 질풍노도의 시기가 끝나갔다.부모님과의 관계에도 안정이 찾아왔고,난 외롭지 않았다.그와 내 관계가 의심받기 시작하기 전까진,정말 좋았다.

 

 

 

 

 

 

 

빨대로 주스를 빨아마셨다.부모님과 어긋나기 시작한 건 백현과 헤어지기 한 달 전 쯤인 것 같다.난 사실 부모님의 신앙심이 얼마만큼이나 깊은지,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심한지 하나도 몰랐던 게 분명했다.나는 단 한 번도,백현이와 사귀면서 우리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에 대해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백현이 처음이었지만 남자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해서 혼란스러웠다거나 그런 적조차 없었다.그냥 나는,내가 좋으니까 옳은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부모님은 아니었나보다.

 

 

 


'..찬열아,제정신이니?'

 

 

 


머리에 총이라도 맞은거야?그와의 관계를 고백하고 들은 첫마디였다.생각해보면 내가 멍청했었다.그와 난 멀쩡했고,이야기를 들은 종대도 멀쩡했다.그래서 부모님도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했다.실수라면 크나큰 실수였다.나는 정신병자취급을 받았고 부모님에게 설교를 듣고 교회도 갔었다.말 그대로 죄인처럼 한 달을 살았다.백현과 연락도 할 수 없었다.그렇게 부모님의 감시를 받고 지내면서 나는 점점 두려워졌다.백현과의 관계가,주변의 시선이 그리고 부모님마저 그랬다.그렇게 지내면서 나는 정말 내가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밤마다 기도를 얼마나 한지도 모르겠다.성령이 네 마음속에 깃들 때-사랑,기쁨 호의 그리고 자제심이 생길 거란다.나는 믿었다.백현과의 관계가 잘못된 것이라고 믿게 되어버렸다.그러다가 혜원을 만났다.그녀는 사랑스러웠고 또 나를 좋아해주었다.나는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것인줄 알았다.그렇게 믿었다.그렇게 믿고 싶은 거였을 수도 있었다.어찌 되었든 나는 기뻤다.그녀와 사귀기 시작했고 백현이 여전히 좋았지만 견딜 만 했다.부모님 말대로,옳은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아니었다.부모님은 틀렸고,내가 옳았다.

 

 

 

 

 

 

백현이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날이 수도 없었다.그에게 다시 말하고 싶었다.다시 시작하자고,내가 잠시 미쳤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두려웠다.사람들의 시선이,내가 백현에게 한 일들이,또 백현이 받은 상처가 두려웠다.어느새 그렇게 돼버렸고 그게 진짜 내가 되었다.그런 내가 싫었다.그래서 벗어나려 몸부림쳤다.그와 헤어진 후 처음으로 전화를 걸 때,심장이 터질만큼 뛰어댔다.나는 한 발자국 용기내서 그에게 물었다.나올 수 있어?그는 냉랭했다.그래도 난 오랜만에 듣는 그의 목소리에 행복했다.매일 한 발자국 다가갔지만 백현은 두 발자국 멀어졌다.점점,하루하루 지나갈 수록 내 전화를 받는 백현의 목소리는 지쳐보였다.한 발자국,두 발자국 난 그에게서 멀어지다가도 나는 세 발자국 네 발자국을 다가가고 있었다.그에 대한 마음은 진정될 줄을 몰랐다.내가 옳았다.내가 맞는 것이었다.

 

 

 

 

 

하지만 옳든 그르든 이미 엎질러진 물에 그것이 무슨 소용인가.괴로웠다.그래서 백현을 마주하고 싶어 집 앞으로 찾아갔다.집은 불이 꺼져있었고 나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집 앞에 있다는 말에,와 준 백현이 너무 사랑스러웠고 좋았다.하지만 이런 나와는 다르게 백현은 화가 나 보였다.내가 그의 입술을 닦아주자 그는 내 손을 내쳤다.백현은,많이 변해있었다.난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사실 아니었다.그가 나를 완강히 거부하고 돌아섰을 때 내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두려움이 밀려왔다.그는 한 발자국,두 발자국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걸으며 내게서 계속 멀어져갔다.그와 나의 거리였다.백현은 내게 너무 멀어 보이지도 않을 만큼 가버린 것이다.그런 것이었다. 결국 어쩔 수 없는 눈물 한 방울이 흘렀다.그가 날 다시 받아준다고 했어도 불가능했다.난,이렇게 백현이 날 돌아서 멀어지는 모습만 봐도 그와 내 거리가 두려울 만큼 너무나 약해져버렸던 것이다.더 이상 자신이 없었다.결국 나는,겁쟁이밖에 되지 않았다.

 

 

 

 

 

휴대폰에 진동이 울렸다.확인해보니 혜원이었다.오빠,우리 조금 있으면 200일이다.설마 까먹은 거 아니지?지금 뭐해?백현과 헤어진 지 벌써 200일 남짓하게 되었구나.정말 무슨 말을 듣든,무슨 생각을 하든 백현밖에 머리에 들어오질 않았다.혜원은 그저 내가 믿고 싶었던 환상일 뿐이었다.답장하지 않고 화면을 꺼버렸다.그러다가 다시 진동이 울리는데,전화였다.지금은 혜원의 목소리가 듣고 싶지 않아서 받지 않으려고 했는데,백현이었다.나는 순간 경직되었다.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백현은 말이 없었다.간간히 깊은 숨소리가 귓가에 들려올 뿐이었다.나는 그가 말하기를 기다렸다.심장이 변덕스럽게 뛰었다.백현은 싫겠지만,다시 그의 얼굴을 한번이라도 보고 싶었다.내 얼굴을 올곧게 쳐다보는 그 얼굴을,다시 한 번 보고 싶었다.비록 더 멀어질 지라도 그러고 싶었다.백현이 숨을 들이켰다.그가 내뱉은 말은 뜻밖의 것이었다.

 

 

 

 

 

 


..만날래?

 

 

 

 

-챠루그레이.

다음편이 완결이에요.단편입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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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와....다시 만나는건가요???!!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 글 진짜 잘쓰세요..완전 집중하면서 봅니다!! ㅎㅎ
10년 전
챠루그레이
앗 감사드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런 덧글 받으니 힘 나네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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