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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X/정택운] 정략결혼? 16 | 인스티즈




16



스탠드 하나 달랑 켜진 사무실에 앉아 택운은 밤의 야경을 바라보고 있어.

무슨 생각을 그리하는지 조금 굳은 얼굴로 도시의 불빛을 쳐다보다 이내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차를 타고 달리니 길가에 펼쳐진 벚나무들 사이로 잔잔한 바람이 부는지 꽃잎들이 흩날려.



아- 낮에 보던 벚꽃들은 참 아무 감흥 없었는데, 왜 밤에 보는 벚꽃잎들은 이렇게 좋은지 잘 모르겠어.

피곤함인지 아니면 심란함인지 모를 것에 둘러싸인 택운은 한 손으로 핸들을 돌리며 유연하게 도시를 가로질러.

맥주 한 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자 괜히 어제 일이 생각나서 얼굴이 또 달아오르는 것만 같아.



택운은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은성과 술 한 번 같이 마셔 보는 것도 꽤나 좋은 일일 수 있겠다 생각해.

그러다 보면 잘 모르겠는 그녀에 관해서도 더 알 수 있을 것만 같고,

자신도 모르겠는 이 빠른 심박수에 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니까 말이야.



이번에는 적당히 아주 천천히 마시겠다 다짐하면서 택운은 천천히 핸들을 돌려.

택운은 발갛게 달아올라있던 은성이의 얼굴과 따뜻하다 못해 뜨겁던 그 손이 갑자기 생각나서 입술을 삐죽거려.

'어디 아팠나?' 그가 눈을 깜빡여. '딱- 봤을 때 그렇게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택운은 놀라서 고개를 내저어.



'지금 차은성 걱정한 거야?'



택운이 중얼거려.



"진짜 미쳤네 이거"



뭐야- 웃음은 왜 나온데?



*



현관문 앞에 선 택운은 괜히 민망한 지 머리를 한 번 쓸어넘겨.

깔끔하게 빗어 올려 이마를 드러낸 머리가 꽤나 잘 어울려.

택운은 비밀번호를 누르곤 문고리에 손을 올려.

이내 "열렸습니다" 하는 인위적인 소리가 울리고 택운은 집 안으로 들어가.



참- 이상한 일이야.

문을 여니 펼쳐진 캄캄한 집 안의 풍경에, 인기척 하나 느껴지지 않는 이 풍경에 택운은 미간을 찌푸려.

그녀가 오기 전에는 항상 이랬었는데, 어느새 익숙해져 버린 건지.

택운은 대충 신을 벗어던지고 식탁에 맥주를 올려놓으며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그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뿅- 뿅- 하고 솟아나는 것만 같아.

택운은 저벅저벅 거실을 가로질러 가서 불을 켜고는 은성이의 방 쪽을 바라봐.

그러고는 굳게 닫힌 방문 틈으로 새어 나오는 어둠에 성큼성큼 그쪽으로 다가가서는 망설임 없이 문고리를 돌려.

문이 아무런 저항 없이 스르륵- 열려.



"야- 자-?"



슬쩍 고개를 내밀고 툭- 내뱉듯 말을 던진 택운은 아무 대답이 없자 괜히 민망해져서는 입술을 꾹- 깨물어.

그리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의 침대를 바라보다 이내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았는지 더듬더든 손을 뻗어 방의 불을 켜.



"뭐야... 어디 갔어"



정리되지 않아 엉망진창인 침대와 바닥에 대충 떨어져 있는 잠옷을 보며 택운을 미간을 찡그려.

그러고는 기분이 상했는지 눈을 흘기다가 제 핸드폰을 찾아 주머니를 뒤적거려.

말도 안 하고 사라진 게 괜히 짜증 나서 은성이에게 전화라도 걸어볼 심산이야.

외투에서 핸드폰을 꺼낸 택운은 그제야 자신이 낮에 핸드폰을 꺼놨다는 사실을 기억해 내.

학연이 보내오는 문자를 읽는 게 부끄러워 자기도 모르게 전원을 꺼놓고는 그 이후로 꺼낸 기억이 없어.

이래저래 정신이 없어서 깜빡 잊고 있었던 모양이야.



꽤나 경쾌한 소리가 울리며 핸드폰이 켜지고,

액정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던 택운은 하나하나 쌓여가는 알림에 눈살을 찌푸리며 집중해.

그러다가 은성이에게서 여러 개의, 그러니까 진짜 여러 개의 부재중 전화가 왔었다는 사실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하나하나 눌러보기 시작해.



시간을 보니 적어도 4 시간 전에 걸려온 전화들이야.

택운은 제 핸드폰 액정을 잔뜩 찌푸린 얼굴로 바라보다가 얼른 은성이에게 전화를 걸어.

뚜르르- 뚜르르- 짧은 통화음들이 이어져 어느새 기다란 실타래가 되어버려.

전화를 받지 못 한다는 한 마디가 들리자마자 택운은 통화를 종료하고 다시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뚜르르- 뚜르르--



달칵-



"여보세요"



"....."



문득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남자의 음성에 택운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아.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하고 생각하는 택운의 귓가에 다시 한 번 그의 목소리가 들려와.

낮게 가라앉은 그 목소리가 조금 격하게만 들리는 건 왜일까.



"전화를 했으면 말을 하던가"



"... 너 누구야? 차은성이는?"



"이제야 은성이가 궁금합니까?"



날카롭게 빈정대는 그 한 마디에 택운은 얼굴을 구겨.

은성이의 이름을 자연스럽게도 부르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그는 알아차리고는 기분 나쁘다는 듯 눈알을 굴려.

안 그래도 저번부터 속을 긁어대는 게 여간 마음에 안 들었는데,

지금 한껏 빈정대며 은성이의 전화까지 대신 받은 홍빈이 고까워서 택운은 짜증이 나.



"이 변호사, 왜 남의 와이프 전화를 그쪽이 받습니까? 그것도 이 야밤에"



"그러게 은성이가 전화했을 때 먼저 받지 그러셨어요"



".... 됐고 어디야 너?"



지지 않고 맞받아치는 홍빈에 택운이 낮은 숨을 내뱉으며 차갑게 이야기해.



"..... 반말하네?"



홍빈은 문득 짧아진 택운의 말투에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으로 똑같은 말투로 택운에게 질문 아닌 질문을 던져.

마음에 안 드는 김에 아주 천적이라도 될 생각인 것 같아. 할 말도 다 해버리고 말이야.



"어디냐고, 차은성 전화는 왜 네가 받고"



"도대체 당신은 아는 게 뭐야?"



"뭐?"



"애가 아파서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고 게워내기만 했어. 열은 펄펄 나고 식은땀 흘리는 데 그거 하나 못 챙겨줘서 이지경으로 만들어?"



홍빈의 한 마디에 택운은 그제야 아침 후끈거리던 은성이의 손의 온도를 생각해.

택운은 얼굴을 잔뜩 굳히고는 낮은 목소리로 홍빈에게 물어.



"......병원이냐?"



홍빈은 그런 그의 질문을 아랑곳 않고 날카로운 진심이 담긴 말을 뱉어내.



"씨- 내가 미쳤다고 차은성을 너 같은 새끼한테"



"지금 병원이냐고!!"



"아, 그럼 병원이지 뭐 법원이겠냐?"



뚝-



홍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전화가 끊어져버려.

홍빈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치며 액정을 바라보다 눈을 굴리며 은성이의 핸드폰을 들고 병실로 향해.

언제 일어났는지 은성이 침대에 앉아있다가 고개를 돌려 홍빈을 바라봐.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고 홍빈은 침대에 걸터앉아있는 은성을 보고는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떠.

그가 빠른 걸음으로 그녀에게 다가가서는 그녀의 손목을 잡으며 소리쳐.



"야! 차은성!"



*



늦은 저녁 병원 로비를 빠르게 가로지르는 남자의 실루엣에 당번을 맡은 간호사가 눈을 돌려.

무슨 응급상황이라도 생긴 것 마냥 땀을 흘리며 가쁘게 숨을 내뱉는 그의 모습에 그녀가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그가 카운터에 기다란 팔을 올리고는 거친 숨소리로 빠르게 말해.



"차은성, 그 병실이 어디죠?"



"네?"



"병실이요, 입원실 번호"



"아- 차은성환자 말씀하시는 거죠?"



알겠다는 듯 그녀가 컴퓨터를 바라보며 말해.

택운은 눈을 끔뻑이며 고개를 빠르게 끄덕거려.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가쁜 숨을 계속 내뱉다가 이내 낮은 기침을 뱉어내.

그녀가 슬쩍슬쩍 그런 그의 얼굴을 훔쳐봐.



"205호 입니..."



"감사합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택운은 빠르게 발걸음을 옮겨.

택운이 지나간 쪽으로 마주 걸어오던 다른 간호사 지나가는 그를 따라 눈을 돌려.

그러고는 그가 지나가자마자 종종걸음으로 카운터로 다가가서 호들갑을 떨며 속삭여.



"무슨 연예인 같아-! 기럭지 봐"



"연예인 뺨치게 잘 생겼던데?"



"아까 오후에 접수한 205호 환자 보호자도 엄청 잘 생겼던데-- 웬일이야 진짜"



그녀가 진료 차트를 꼭 껴안으며 웃어.

눈 호강 한 번 제대로 한다고 생각해.



"205호?"



"응 왜?"



"저 사람도 205호 찾던데?"



"으음?"



*



바쁜 발걸음이 텅 빈 복도에 메아리처럼 울려 퍼져.

가쁘게 은성이의 병실을 찾은 택운은 그 앞에서 멈춰 설 생각도 하지 않고 문을 열어버려.

그러고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망부석처럼 멈춰 서.

문이 열리는 소리에 병실 안에 있던 홍빈과 은성도 이내 그에게로 고개를 돌려.

세 사람 사이에 눈치 보느라 바쁜 눈동자들 같은 어색한 정적이 맴돌아.

마침내 그 정적을 깨부순 건 다름 아닌 택운이였어.



"너네 뭐 하냐?"



"아...그게"



홍빈에게 한 쪽 손목을 붙잡힌 은성이 벗어나려 애써 손목을 비틀며 입을 열어.

홍빈은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는 듯 은성을 더 잡아당기며 그녀의 말을 가로채.



"보면 몰라요 사랑싸움하는 거?"



"뭐? 야 이홍빈"



은성이 당황한 듯 말을 더듬거려.

그 모습을 본 홍빈은 마치 더 보여주려는 듯 괜히 짓궂게 은성을 보며 웃어.



"왜 뭐 뭐 왜 불러?"



"너 진짜 죽는다-"



"아이구, 내기할까? 누가 먼저 쓰러지나?"



으름장을 놓는 은성을 쳐다보며 홍빈은 슬쩍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침대로 밀어.

'읏-' 하는 작은 신음과 함께 은성이 침대에 털썩- 주저앉아.

그녀는 얼른 고개를 들어 홍빈을 노려보고, 홍빈은 재밌다는 듯 키득거리며 한 손에 들린 과자봉지를 흔들어.



"...."



가만히 그 광경을 뒤에서 지켜보던 택운은 무표정한 얼굴로 저벅저벅 걸어가 홍빈의 손에 있던 과자봉지를 낚아채.

홍빈은 은성이의 손을 놓으며 뒤를 돌아 택운을 가만히 바라보고, 침대에 앉아있던 은성도 어느새 택운을 올려다봐.

자신에게 향하는 그 시선들에도, 그러니까 홍빈의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택운은 은성을 가만히 마주 봐.

은성이는 자신을 바라보는 택운의 무표정하면서도 무언가.. 그러니까 읽을 수 없는 그 눈빛에 다만 눈을 깜빡여.

이윽고 택운이 천천히 손을 올려 은성이의 입가를 어루만져. 아주 부드럽고, 부드럽게 말이야.



"뭘 이렇게 묻히고 그래"



천천히 그녀의 볼을 만지며 택운이 얘기해.

은성이의 얼굴이 달아올라서 애써 눈을 피하며 말해.

그녀가 제 손을 올려 제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택운에게 물어.



"어디, 뭐 묻었어요?" 



"가만있어 봐, 거의 다 떨어졌으니까"



"내가 해도 되는데"



"됐어"



"다 떨어졌으니까 이제 그만 비키죠?"



언짢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 홍빈은 택운의 어깨를 툭- 뒤로 밀쳐내더니 은성이에게 다가가.

그러더니 그녀의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서는 은성이의 눈을 똑바로 쳐다봐.

문득 훈계하는 선생님 같은 목소리로 홍빈이 은성이에게 말해.



"너- 분명 의사 선생님이 먹지 말라고 한 거 들었지"



은성이는 꽤나 찔린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기만 하고 아무 대답도 안 해.

홍빈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런 그녀의 무릎을 꼭- 눌러.



"어쭈? 대답 안 해?"



"들었어 들었어-"



"근데 나 나갔다 오는 그 사이에 그걸 집어먹냐?"



"배고파ㅅ..."



"당연히 배고프지 아무것도 못 먹고 앓다가 이제 겨우 열 내리고 링거 맞고 했으니까"



홍빈이 슬쩍 고개를 돌려 택운을 째려봤으나 택운은 모른 척 눈을 굴려.

홍빈은 다시 은성을 바라보며 천천히 일어나.

그러고는 다시 당부하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해.



"내일 일어나서 아침 맛있게 먹어. 오늘은 먹지 말고"



그 목소리에 은성이 고개를 끄덕여.



"열 내리고 기운 좀 난다고 나대지 말고"



"으응"



"뭐 먹고 싶은 거 있어도 전화하고, 심심해도 전화하고..."



"전화할 일 없을 것 같으니까 그만 가지? 보호자도 왔는데"



문득 꾹- 눌러 담은 택운의 목소리가 홍빈의 귓등을 때려.

홍빈은 은성이의 눈동자를 보곤 인사하듯 몇 번 끔뻑이더니 이내 그녀만 보이게 씨익- 웃어 보여.

퐁- 퐁- 들어가는 보조개가 왠지 그리 즐거워 보이지만은 않아서 은성이의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

병원까지 오던 차 안에서 '미안해하지 마' 하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이야기하던 홍빈이 생각나자 더더욱.



'은성아 미안해하지 마. 이럴 때 아니면 네가 언제 나한테 전화하겠어' 



웃으면서 이야기하던 그 목소리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던 방금 전 그 미소가 말이야.

홍빈은 제 겉옷을 챙기면서 병실 문으로 향해.



"안 그래도 갈 겁니다. 이래 봬도 내가 좀 바쁜 몸이라-"



슬쩍 은성이에게 손 인사를 건네며 홍빈은 방긋- 웃는 얼굴로 병실 문을 나서.

문이 반쯤 닫히자 택운은 천천히 한숨을 내뱉으며 은성이에게 고개를 돌려.

그때 문득 다시 문이 열리고 홍빈이 큰 소리로 은성이에게 이야기 해.



"차은성, 이혼소송은 이홍빈 잊어먹지 말고 전화해라!"



*



홍빈이 떠난 병실은 또 한차례의 위기를 맞은 듯 고요하기만 해.

택운은 잔뜩 굳은 얼굴로 병실 창가에 위치한 소파에 앉아있고,

은성이는 그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 피곤함이 몰려오는지 침대에 누웠지만 쉽게 잠에 들지는 못해.



한참을 창밖만 바라보던 택운이 이내 천천히 그녀에게 고개를 돌려.

은성이는 가만히 침대에 등을 대고 앉아서 그런 그를 마주 봐.

무뚝뚝한 목소리로 택운이 은성이에게 말해.



"아까는 뭐야, 진짜 사랑싸움이라도 한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과자 먹는데 홍빈이가 갑자기 들어와서 뺏어가가지고.."



은성이 다급하게, 그러면서도 조금 부끄럽다는 듯이 말해.

택운은 그런 그녀의 의외의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것을 꾹- 참고 계속 무표정을 유지해.



"그런 걸 뭘 몰래 먹고 그래, 애도 아니고"



"그냥 탁상에 있길래 먹은 건데..."



"의사가 먹지 말라 그랬다며"



"조금은 괜찮다고 하셨어요 아까.."



"거짓말 하네"



"거짓말 아니에요!"



억울한 듯 소리치는 은성이의 목소리에 택운은 한 쪽 눈썹을 올리곤 그녀를 바라봐.

은성이는 자기나 너무 큰 소리를 냈나 싶어서 입을 꾹 다물곤 괜히 이불을 끌어당기며 눈을 돌려.



드르륵- 하는 소리가 병실에 가늘게 울려.



그 소리에 은성이 눈을 돌리자 어느새 택운이 침대 곁으로 의자를 끌고 와서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어.

은성이는 가만히 그런 그의 눈을 바라보고 택운은 괜히 제 목덜미를 긁적여.

그녀는 그가 말하기를 가만히 기다려. 아주 익숙하게 말이야.



"그...." 천천히 그가 입을 열어. "아프면 말하지 그랬어"



"...." 은성이는 눈을 깜빡이다 이내 작은 한숨을 내쉬어. "전화 했었어요"



"......아침 얘기하는 거야"



"......"



"아침에도 열 낫잖아"



그의 그 한 마디에 은성이는 만지작거리던 제 손을 깍지 끼며 조용히 이야기해.

나긋나긋하고 아주 부드럽게. 그럼에도 단단하고 견고하게.



"솔직하게 말할까요?"



"뭘...."



"그냥, 그냥 솔직하게"



"...."



"욕심 한 번 부려 봤어요. 뻔히 아픈데 미련하게 당신이 먼저 물어보길 기다렸어"



"........"



"미안해요. 주제넘는다고 화내지 마요. 나도 아니까..."



어느새 두 손으로 이불을 꼭- 쥐는 은성이의 손을 보며 택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아.

그저 그녀의 작은 두 손을 보며 뜨거웠던 손의 온도를 잠시 되짚어보고 있을 뿐이야.

은성이는 스탠드 불빛에 아른거리는 그의 얼굴을 보다 이내 고개를 숙여.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는 걸까? 당연한 것들을 당연하지 않게 만드는 이 관계는 도대체 뭘까...?



"......자, 늦었다"



"....화났어요?"



한참의 침묵 끝에 그가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해.

은성이는 괜한 질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에게 애써 물어.

여전히 그를 바라볼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그녀는 이제 제 손톱을 뜯고 있어.

택운은 그런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그녀의 작은 두 손을 잡아.



"손톱 뜯지 말고"



"......"



은성이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택운을 바라보고,

택운은 그런 그녀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속삭이듯 이야기해.



"....화 안 났어"



은성이는 잠시 무엇에 홀린 듯 눈을 깜빡이다가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자자" 그녀의 손을 놓으며 택운은 다시 한 번 그렇게 속삭이고,

은성이는 목 끝까지 이불을 끌어당기며 침대에 등을 대고 아무것도 없는 천장을 응시해.



깜빡- 깜빡- 아까는 그렇게 피곤하더니 무슨 연유에선지 잠에 빠지기는커녕 점점 깨어나는 것만 같아.

은성이는 괜히 눈을 꼭- 감아보기도 하고, 곁에 있는 그를 신경 쓰지 않으려 입술을 꾹- 깨물기도 해.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미 꼬리를 숨긴 잠은 쉽게 다시 찾아오지 않고, 다만 바스락- 거리는 이불 소리만 병실을 채울 뿐이야.



"왜 안자"



한참을 뒤척이는 그녀를 보며 택운이 조용히 물어.

은성이는 미간을 조금 찡그리고는 눈을 떠서 그런 택운을 바라봐.



"잠이 안 와요"



"....."



그런 그녀의 작은 목소리에 택운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떠.

다른 속도로 감기는 그 오묘한 눈꺼풀을 은성을 가만 쳐다보다 다시 눈을 감아.



불현듯 부드러운 손길이 그녀의 머리맡에 느껴져.

은성이는 천천히 눈을 뜨곤 자신의 머리칼을 쓸어넘기는 택운을 쳐다봐.

택운은 뻔뻔하다 못해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의 볼을 쓸어보고는 이내 손을 거둬.



문득 은성이 눈을 감으며 희미하게 웃어.

낮은 그 웃음소린지 숨 소린지 모르겠는 울림이 택운의 귀에 콕- 콕- 박혀.



"뭘 웃어"



택운은 괜히 민망해져서는 소파에 등을 묻으며 퉁명스레 물어.

그런 그의 말투에 은성이는 다시 눈을 뜨며 숨을 가다듬어.



"그냥 이상해서요"



"뭐가 이상해"



"오늘. 당신이. 이상해"



택운은 고개를 들어 그렇게 이야기하는 은성이의 입술을 쳐다봐.

천천히 오르내리는 그 분홍의 움직임을.

그게 아무도 모르게, 그러니까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은성이의 손을 감싸 쥐어.

맥박의 진동이 피부를 통해 느껴지는 듯, 그녀의 뜨거운 손의 온도가 그의 손가락 사이사이를 파고들어.

은성이는 다시 한 번 작은 웃음을 흘리고, 택운은 그게 문득 귀가 달아오를 것처럼 야하게 들려서 고개를 빠르게 내저어.

그러다가 눈을 슬며시 감으며 고개를 숙이고 아랫입술을 깨물어.

바보같이, 바보같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왜 눈앞에 있는 그녀에 관한 생각을 눈을 감고도 하고 있는지.

왜 너의 웃음소리는 그렇게 우는 듯 웃는 듯 오묘하고 야한지.



"거봐- 진짜 이상해요"



반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목소리가 택운의 귀에 맺혀.



"화도 안 내고, 손도 잡아주고, 나쁜 말도 안 하고"



"........"



"아파서 그런가...? 아니면 꿈인가...?"



"......."



"아- 계속 아파야 되나..."



*



당신의 소리는 날마다 아름답군요

스스로 돌고 있는 지구에서

나는 중심을 잃어요



[김지녀 / 오르골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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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엉어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신알신 뜨자마자 달려왔어요 허읔 어래스트...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빠나나우유
답댓 늦어서 미안해요! 항상 고마워요♥
8년 전
독자2
체리에요!!!후아후아....정택운이저렇게다정해진다면아프고싶네여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빠나나우유
체리♥항상 감사합니다^^ 그래도 아프면 안되요!
8년 전
비회원120.195
양재동넘버원이에요ㅠㅠㅠㅜㅠ 아 이홍빈ㅠㅜㅠ완전 맴찢이에요...쥬륵ㅠㅠㅜ 그와중에 정택운이는 혼자 달달하고 난리...ㅋㅋㅋ큐ㅠㅠㅠㅜㅜ 하 설렌닼ㅋㅋㅋ 우이 작가님 짱짱ㅠㅠ♡
8년 전
빠나나우유
양재동넘버원! 언제나 늘 고마워요♥
8년 전
독자3
안녕하세요 로즈골드에요ㅠㅠㅠㅠㅠㅠ 아심장아 일좀하지!!!!!제대로뛰린말야!! 택운이 츤데레..갑 ㅠㅠ 홍빈이 어떡헤ㅠㅠㅜ아련해요ㅠㅠ
8년 전
빠나나우유
로즈골드♥택운이는 서툰걸까요?
8년 전
독자4
난장이에요!! ㅠㅠㅠ택운이가 앞으로도 다정했으면 좋겠네요ㅠㅠㅠ 택운이 다정하니까 짱좋.. 설렌다ㅠㅠㅠㅠ 행복한모습보여줘요ㅠㅠ
8년 전
빠나나우유
난장이! 항상 택운이가 다정할 수 있길 빌어주세요♥
8년 전
비회원56.64
넘나 좋은것 ㅠㅠㅠㅠㅠㅠㅠㅠㅠ 택운아 너 너무 좋은거같애ㅠㅠㅠㅠㅠ
8년 전
빠나나우유
읽어줘서 너무너무 고마워요!
8년 전
독자5
야생이예여 ㅠㅠㅠㅠㅠㅠㅠㅠ 아진짜 눈물날것같아...둘이잘되니깐 너무좋다ㅠㅠㅠㅠ ㅎㅎㅎㅎ 계속 이렇게 잘됐으면 좋겠다
8년 전
빠나나우유
야생♥ 언제나 해피하길!
8년 전
독자6
아..ㅜㅜㅜ 택운이 오늘 왜이렇게 다정한가요 사람 설레이게..ㅜㅜㅜㅜ 하.. 다음편도 다정한택운이었으면 좋겠어요
8년 전
빠나나우유
가끔 이런 설탕 친 달달함도 필요한 것 같아욬ㅋㅋ 다음 편은 어떨까요?
8년 전
독자12
다음편도 달ㄷ달했으면 좋겠어요..ㅠㅠㅠㅠ 다정한택운이...
8년 전
비회원81.144
우니가 저러면 저 그냥 픽 쓰러질걸요... 심장이 멈춰서 (심쿵) 그나저나 작가님 콩은 왜이리 짠내 나게 설레나요? 약간의 사이다도 좋고.. 서브남주는 넘나 안타까운것.
8년 전
빠나나우유
어서 콩이가 시원하게 한 방 먹이면 좋겠어요 8ㅅ8 미안해 퀑♥
8년 전
독자7
정택운택운이에요....아...... 진짜 안그래도 시험끝나서 기쁜데....!!!!! 진짜재밌어용
8년 전
빠나나우유
정택운택운! 시험보느라 고생했어요! 고마워요♥
8년 전
독자8
택뷰에요~ 이제 해피로 바끼는 건가요???? 택운이가 자기맘을 알앗으면 좋겟어요ㅜㅠㅠㅠㅠㅠㅠ.얼른 기대대요
8년 전
빠나나우유
택뷰, 과연! 해피가 될 것인가?! 모든것은 제 손에 훟
8년 전
독자9
얼른 좋아한다고 말해라 정택운!!ㅠㅠㅠㅠ으어
8년 전
빠나나우유
말해라 정택운!!!!!!!!!
8년 전
비회원142.157
정주행했어요ㅠㅠ 글 진짜 잘쓰시네요!! 암호닉 받으시나요??ㅠㅠ
8년 전
빠나나우유
그럼요! 암호닉 남겨주세요♥
8년 전
비회원244.216
우와아아! 암호닉 받으시나용?♥♥
8년 전
빠나나우유
그럼요! 언제나 열려있어요 암호닉 남겨주세요^^
8년 전
독자10
후...작가님...ㅠㅠ 민쵸입니다!!!!! 쓰차를 이주동안 먹어서 그동안 댓글 너무 달고 싶은데 달지도 못하고ㅠㅠㅠㅠ좋아요도 못누르고ㅠㅠㅠ아쉬운마음에 열번씩은 봤던거같아요ㅠㅠㅠ이제야!!!드디어!!!!택운이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가가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행복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계속 달달했으면 좋겠어요...♥ 너무 설레요ㅠ_ㅜ 작가님 빠른 연재에 항상 감사해요ㅠㅠ 신알신알림울리면 항상 좋아서 소리지르몀서 들어왔어요 ㅇㅅㅇㅎㅎ
ㅠㅠㅠㅠ다음화도 기대할게요ㅠㅠ 마음같아서ㄴ 댓글달지 못한 모든글에 댓글달고 싶지만 작가님 알림이 쿠쿠쿠고ㅏㅇ 뜰까봐....헤헤 ㅇㅅㅇ ♥ 결론은 사랑합니다 작가님 ㅠㅠㅠㅠ♥

8년 전
빠나나우유
민쵸! 항상 읽어줘서 너무너무 고마워요! 저도 사랑합니돠 ♥ㅎㅎㅎㅎ
8년 전
독자11
신알신하고갑니당♥ 암호닉 남겨도 될까용?
8년 전
빠나나우유
네! 물론이죠♥
8년 전
독자14
권표로 남기겠습니다!
8년 전
독자13
아...너무 좋다ㅠㅠㅠㅠㅠ앞으로도 계속 이랬으면 좋겠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빠나나우유
달달하길!
8년 전
비회원238.43
암호닉 신청이요!! [엔진]으로 할게요!!
8년 전
빠나나우유
엔진♥우리 오래 봐요^^
8년 전
독자15
아ㅜㅠ 왜이렇게 슬픈거죠? 여주 말하는게 너무 슬퍼요..ㅠㅠㅠㅠ
8년 전
독자16
요랑이에요!!힝힝 여주 아팠어ㅠㅠㅠ그래두 덕분에 택운이가 조금 정신차려서 다행이에요!!
8년 전
독자17
드디어 정택운이ㅜㅜㅜㅜ 어우ㅜㅜㅠㅠㅜ 드디어ㅠㅠㅠㅜㅜ 택운아ㅜㅜㅜㅜ
8년 전
독자18
정말 설레네요ㅜㅜ 택운이도 이렇게 다정해질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요... 정
7년 전
독자19
아아ㅠㅠ계속아파야한다니ㅠ 아프지말어ㅠㅠ태구나ㅠ잘해쥬라말이야
7년 전
독자20
둘이 이쁘게 사이좋게 잘지냈으면 좋겠다ㅜㅠㅠ
7년 전
독자21
택운이 다정해졌어ㅠㅠㅠㅠ
7년 전
독자22
아ㅠㅠㅠㅠㅠㅠㅠㅠ여주 마지막말이 뭔가 짠하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23
ㅠㅠㅠㅠㅠ퓨ㅠㅍㅍㅍㅍㅍㅍㅍ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24
택운이 넘 다정해서 좋아요ㅠㅠㅠㅠ
7년 전
독자25
안아파도돼ㅠㅠ아프지마ㅜㅠㅠㅠ콩이에게선 찌통의 향기가 나고이써요....콩이...
7년 전
독자26
택운이가 다정해졌네요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27
ㅠㅠㅠㅠ아세상에ㅠㅠㅠㅠ택운이 좀 달달한거 아닙니까....
7년 전
독자28
세상해 태구니가 달라졌어요!!!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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