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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DDEN 04

W. 오알



[방탄소년단/민윤기] HIDDEN 04 | 인스티즈








비바람이 점점 거세지는 밖과는 다르게 집 안은 무척 따뜻했다. 나는 젖어서 이마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떼어내며 조용히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끼익-하는 문소리에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무릎 위에 올려두고 작업을 하던 석진이 고개를 들어올렸다.




" 어, 많이 늦었네요. "





석진이 시간을 확인하더니 손목시계를 톡톡 두드리며 물었다. 내가 말없이 문고리를 잡고 서 있자, 그가 노트북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는 소파 옆으로 비켜앉으며 옆자리를 가리켰다. 




" 와서 앉아요, 무슨 일 있었어요? "


" 네에.. "





나는 터덜터덜 걸어와 석진이 가리킨 자리에 무너지듯이 앉았다. 그는 자세히 말해보라는 듯 무릎에 턱을 괴며 내게 집중했다. 이건 뭐, 다 털어놓기도 애매하고.. 나는 혀 끝에서만 맴도는 할 말을 계속 입 안에서 굴리다가 결국 내뱉었다.





" 사실 오늘 본부에서 윤기 씨가 바빠보이길래 혼자 내려갈 수 있다고 우기다가 건물 안에서 길을 잃어버렸거든요, 나중에야 차까지 데려다주긴 했지만 많이 화나보였어요.. 진심으로 그 사람한테 미안해죽겠어요. 하, 저 진짜 바보같죠.. "






잔뜩 물기어린 목소리에 석진이 조금 놀란 얼굴로 나를 들여다보았다. 그러더니 이내 짧게 웃으면서 아무렇지않다는 말투로 대꾸했다.






" 걔 원래 표현이 서툴러요. 자기 나름대로 많이 걱정해서 그런거에요. "



" 근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



" 남의 시선 의식하는 애도 아니에요. 오래 같이 살아서 누구보다 잘 아는데, 윤기가 설사 심한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진심이 아닐거에요. 장담해요, 정말로. "








석진이 가볍게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덧붙였다. 석진의 말에 나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여전히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확신에 가득 차 웃고 있는 석진의 눈을 보는 순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그때 느닷없이 태형의 방문이 벌컥- 열렸다. 태형은 축 처진 내 모습을 발견하고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면서 소파로 천천히 걸어왔다.






" 이야, 형. 얘 표정 좀 봐, 가관이야. 너 이마에다가 '나 우울해요' 하고 써붙이는 건 어때? "



태형의 터무니없는 우스갯소리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태형이 내 표정변화를 캐치하고는 씩 웃었다. 그리고는 짐짓 단호한 말투로 한마디 덧붙였다. 




" 나랑 갈 데가 있어. "



" 네? 어디요? "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무슨 꿍꿍이인지 그의 얼굴에선 웃음이 사라지질 않았다.





" 언제까지 그 똑같은 옷만 입고 있을래? 짐가방도 하나 안 들고 왔으면서. 나가자, 꿀꿀한 기분 전환 겸. "



" ..에? "



" 뭐해, 빨리 나와. 시간 없어! "




그는 눈 깜짝할 새에 빠르게 이동해 이미 현관 문고리를 잡고 서 있었다. 자켓을 어깨에 걸친 채 발을 구르며, 아이처럼 마냥 신난 모습에 나는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켜야만 했다. 태형은 쉴 새 없이 빨리 가야한다고 외치면서 나를 재촉해댔다. 




















그렇게 향한 곳은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고급스러운 거리였다. 번쩍거리는 불빛이 만연하고 화려한 고층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나를 어쩌자고 이런 곳에 데려왔는지 정말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한껏 목소리를 낮춰 태형의 귓가에 속삭였다.






" 뭐하러 이런 데까지 와요. "








그렇게 말하면서도 주위를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는 내 모습이 웃긴지 태형이 옆에서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 왜, 재밌잖아. 여기 있는 건물들 다 우리 팀 관리 하에 있는거야, 죽이지? "




상상도 못할 규모에 저절로 입이 딱 벌어졌다. 정말 하는 일마다 뭐 이렇게들 스케일이 대단하신지. 


태형은 내 손을 이끌고 가장 가까이 있는 한 건물로 시원스럽게 걸어들어갔다. 들어서자마자 허리를 숙이며 반듯하게 인사하는 직원들을 지나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서야 나는 겨우 숨을 고를 수 있었다.

나는 아직도 태형의 큼직한 손에 포개져있는 내 손을 내려다보면서 태형에게 물었다.




" 이거 언제까지 잡고 있을 거에요? "


" 집에 돌아갈 때까지. 안 그러면 너 도망칠 것 같아. "






나는 뜨끔해져서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앞을 지나가는 옷들을 구경했다. 에스컬레이터가 위층에 다다랐다. 태형은 익숙한 듯 한 가게에 자연스럽게 들어가서 옷을 골랐다. 한참 옷을 뒤적거리던 태형이 뒤돌아서서 나를 불렀다.



" 이리 와 봐. "




주춤주춤 가게 안으로 들어가 그의 손에 들린 옷을 확인했다. 옷의 디자인이나 재질보다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떡하니 맨 앞에 달린 가격표였다. 나도 모르게 가격부터 알아버린 나는 고개를 급하게 내저으면서 말을 더듬거렸다.





" 저, 저는 이거 못 사요. "



" 괜찮아. 네가 사는 거 아냐. "



" 아니, 그래도.. "






태형은 대답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들고있던 옷을 내게 바로 넘겼다. 옷이 내 어깨에 부딪혔다가 두 손으로 흘러내렸다. 그 바람에 나는 하려던 말을 다 잇지 못하고 아슬아슬하게 떨어지려는 옷을 급하게 받아들었다. 태형은 마치 입막음용으로 옷을 내게 넘겨버린 것 같았다. 내 손에 척 걸쳐져버린 옷을 보고 태형은 웃음을 참으려고 애쓰면서 다시 옷 고르는 일에 열중했다.





나는 손에 들린 옷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지금 입고 있는 낡은 정장과는 확연히 달랐다. 본부의 그 여자들이 입고있던 은은한 분위기의 옷들과 비슷한 것 같기도 했다. 태형이 아무렇지않게 옷을 하나 내 팔에 더 얹었다.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다고 그를 말렸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나는 옷들을 수북히 들고 있었다.





" 갈아입고 나와 봐. "


태형이 개중 가장 값비싸보이는 옷을 건네며 말했다. 내 등을 떠밀면서 연신 싱글거리며 웃는 게, 쩔쩔매는 나를 보는 것이 굉장히 재밌는 듯 했다. 그가 계산을 하는 동안 탈의실 안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상당히 부자연스러워보였지만 어딘가 괜찮은 구석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얼굴을 발갛게 붉힌 채로, 조심조심 탈의실 문을 밀고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방금 전까지만 해도 탈의실 앞에 서 있던 태형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급하게 눈으로 태형을 찾았다.





태형이 가게 밖에서 무전기에 대고 무어라 말을 하고 있는 게 보였다.






느낌이 뭔가 좋지 않았다. 뭔가 긴장감이 느껴지는 그의 뒷모습이었다. 
태형이 무전기를 주머니에 넣고 돌아서자마자, 건물 전체에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천장의 조명들도 깜박거리며 불이 나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아래층으로 뛰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에스컬레이터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점차 조명이 하나둘씩 꺼지며 건물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태형은 예상했던 일인지 내 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시끄러운 고함소리들 사이에서 분명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

" 이제부터 말 잘 들어, 별로 달갑지않은 일이 생겼는데. 날 잘 따라다니기만 하면 문제 없을 거야. 알겠어? "


" 네. "


한 씨를 잡기위해 건물로 침입했던 이후로 보지 못했던 태형의 심각한 표정에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 좋아, 따라 와. "




말을 마친 그가 품에서 검은색 마스크를 꺼내 썼다. 눈만 보일 정도로 마스크를 깊숙이 끌어올린 태형은 사람들을 피해 반대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우리 둘은 옷들이 정신없이 바닥에 흩어진 여러 가게들을 스쳐서 비상계단으로 내려갔다. 나는 빠른 그의 발걸음을 최대한 따라잡으려고 노력하며 쉴 새 없이 뛰었다. 답답한 공기로 가득 찬 비상계단을 겨우 다 내려왔지만 밖으로 통하는 문이 잠겨있는 듯, 태형이 문을 덜컹거리며 서 있었다.





내가 숨을 헐떡거리며 마지막 계단을 내려오는동안 태형은 자켓 안쪽 주머니를 뒤적여 무언가를 꺼냈다.






그 순간 몇 번을 들어도 익숙해질래야 익숙해질 수가 없는 마찰음이 귓가에 탕, 하고 울렸다. 귀가 곧바로 먹먹해지면서 머리가 어찔했다. 태형이 정확하게 총을 조준한 덕분에 문고리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떨어져나갔다. 태형이 총을 여전히 한 손에 든 채, 문을 세게 밀었다.








문이 열리자, 건물보다 훨씬 더 정신없는 거리가 나타났다. 아까의 여유로운 분위기와는 정반대였다. 차들은 거리에서 쉬지않고 클랙슨을 울려댔고 사람들은 북적거렸다. 고함을 질러대는 사람들 사이로 낯익은 얼굴의 검정색 마스크들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눈에 띄지 않도록 흩어져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 태형이 뒤로 나랑 정국이 간다, 세 명 맡고. "






무전기로 들려오는 대화는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태형은 무전기 볼륨을 잽싸게 낮춘 다음에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만들어보였다. 태형이 들어올렸던 손을 내리자마자, 우리 둘 뒤로 검정색 마스크 두 명이 빠르게 따라붙었다. 





그와 동시에 우리는 사람들 사이로 자연스럽게 섞여들어가게 되었다. 몇 걸음도 채 옮기지 않아, 뒤에서 정국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 10미터 전방에 보여요, 형? "


" 응. "




태형이 눈을 빛내며 품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태형은 눈 하나 깜빡이지않고 앞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앞에서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 너 댓 명이 걸어오고 있었다. 태형의 발걸음은 점차 빨라졌다. 







앞에서 걸어오던 남자들이 태형을 스쳐지나가려는 순간, 태형이 팔을 들어올렸다. 

순식간이었다. 태형이 뭔가를 휘두름과 동시에 맨 앞에 서 있던 남자가 억, 소리도 내지않고 무릎을 푹 꿇으며 쓰러졌다. 발 밑으로는 천천히 붉은 액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태형은 자신에게 엎어지듯 쓰러진 남자를 옆으로 빠르게 끌어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몸에 배어있는 동작들이었다.




정국이 바로 앞으로 걸어가 그 뒤에 있던 남자의 가슴팍에 총구를 박아넣었다. 그 남자 또한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고꾸라졌다.





나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굳어버렸다. 내 발밑까지 흘러내려온 피가 끔찍하기만 했다. 차마 밑을 내려다 볼 수가 없어서 고개를 빳빳이 치켜들었다. 이런 처참한 광경은 난생 처음이었다. 죽은 사람을 본 것도, 죽이는 장면을 본 것도. 힘겹게 숨을 들이쉬자, 진동하는 피비린내에 정신이 어찔해졌다. 








그때였다. 태형에게로 누군가가 빠르게 달려들고 있었다. 태형은 시체를 옆으로 끌어내느라 전혀 무방비한 상태였다. 



태형이 고개를 돌려 그를 돌아보는 순간, 연이은 총성과 함께 태형에게 달려들던 남자가 무너져내렸다. 

고개를 돌리자, 윤기의 총구가 그 남자를 정확히 향하고 있었다. 남자가 손에 들고있던 칼이 튕겨져 날아가 바닥에 떨어졌다. 윤기는 그 남자가 확실하게 쓰러진 뒤에도 총을 계속 쏘아댔다. 열 발도 넘는 총알이 남자의 몸에 박혔고, 바닥은 피바다를 이루었다. 






윤기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평소보다 더욱 더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않는 소름끼치도록 차가운 표정. 

태형은 놀란 얼굴로 윤기를 올려다보았다.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심장이 요동쳤다. 손에 낯선 감촉이 느껴졌다. 


어느새 나는 뒤돌아서서 윤기의 옷소매를 움켜쥐고 있었다. 윤기가 옆에 선 나를 쳐다보며 천천히 총을 든 팔을 내려놓았다. 나는 뺨을 타고 마구 흘러내리는 눈물은 닦을 생각은 하지도 않은 채, 윤기의 소매를 더욱 더 세게 그러쥐었다. 나는 윤기의 흔들리는 눈을 한참동안이나 쳐다보았다.



" 괜찮아, 됐어. "




윤기가 말했다. 내 몸의 떨림이 멎어드는 게 느껴졌다. 허공에서 얽어진 우리의 시선은 떼어질 줄을 몰랐다. 뭐가 괜찮다는 건지, 뭐가 됐다는 건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저 사람들이 빠져나간 거리는 숨막히게 조용했다. 













석진이 차를 몰고 거리로 들어왔다. 시체는 처리되고, 맞은 편 건물 옥상을 담당하고 있던 호석도 내려왔다. 상황보고를 하는 틈을 타, 차 뒷자리에 나란히 앉은 정국이 내게 말을 걸었다.




" 괜찮아요? 사건사고현장마다 빠지질 않네요. "


나는 애써 웃음 지었다.



" 힘들죠, 근데 어쩔 수 없어요. 이 바닥에 있는 이상 아까보다 더한 일도 많은 걸요. 그냥 익숙해질 거예요. "



" ..방금전에 무슨 일이었는지 물어봐도 돼요? "



" 다른 조직 애들인가 봐요, 여기 태형이 형 혼자 나와있는 거 노리고 온 것 같은데.. 구역 침입에 난동까지 피워서 본부에서 명령 떨어졌길래 급히 왔어요. 오늘은 그 쪽도 있어서 좀 위험했네요. 이제 얼굴이 알려져버렸으니 조심해야해요, 알겠죠? "




나는 마지막 말에 흠칫 몸을 떨었다가 알겠다고 대답했다. 








갈증이 나는지 앞에서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던 태형이 별안간 내 쪽으로 고개를 홱 돌리며 말했다.

" 아, 누가 사 준 옷인지 진짜 예쁘다! 딱 입고 나왔을 때 말해줬어야 됐는데 좀 늦었네. "




" 뭐야, 겨우 옷 산다고 그 난리를 치고 나갔던거야? 김태형 너 때문에 오늘 엄청 빡세! "

" 시끄러워. 윤기 상황보고하잖아. 둘 다 조용히 안 하면 길에다 내려버리고 갈 거야. "


남준이 큰 소리로 투덜거리면서 태형의 팔뚝을 장난스럽게 툭 치자, 석진이 백미러로 둘을 노려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태형이 그의 말에 소리 낮춰 웃으면서 자세를 고쳐앉았다. 남준도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와우, 정말.. 이 사람들 멘탈이 얼마나 강인한지 단박에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특히 태형은 방금 죽을 뻔한 위기에까지 처했는데 저렇게 웃고 떠들 수 있는 게 신기하기만 했다. 아직도 쉽게 진정되지않고 온 몸이 덜덜 떨리는 나에 비해,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다시 검은 마스크를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오늘 저녁이 무엇일지에 대해 토론했다. 마치 다같이 바깥 외출을 한 번 갔다온 것 마냥 태연한 그들이 놀라울 뿐이었다.

















집에 도착해서 옷 여기저기에 튄 피들은 지워보았다. 하지만 핏자국은 잘 지워지지 않았다. 옷을 다시 입는 것은 포기하고, 그 어느때보다 꼼꼼하게 몸을 씻었다. 혹여나 핏자국이 남아있을까 봐 욕실에 한참을 머물렀다. 그리고나서 태형이 사 준 다른 옷들로 갈아입었다.




욕실에서 나왔을 때 계단에 서 있는 윤기를 발견했다. 팔을 난간에 걸친 채, 고개를 위로 들어올리고 있는 뒷모습이 무척 힘들어보였다. 

하긴 그에게는 어마어마하게 바쁜 하루였을 것이다. 위험천만한 일들을 하루에도 몇 번씩 겪어야하는 게 얼마나 고역일까.





윤기가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완전히 몸을 틀었다. 그가 계단을 올라와 내 앞에 섰다. 피가 묻은 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 게, 아직 씻지도 못하고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었던 듯 아득한 표정이었다.




" 오늘 있었던 일은 되도록 잊어, 기억하고 있어봤자 너만 힘들어. "





오늘 나보단 그쪽이 훨씬 더 힘들 것 같은데요, 목 끝까지 차오르는 말을 그대로 삼키고는 괜히 그를 응시하기만 했다. 이에 대한 반응에, 그가 목젖이 내려가는 게 뚜렷이 보일 정도로 선명하게 마른 침을 삼키더니 말을 이었다.



" 너가 나 붙잡았을 때 진짜 이성을 잃고 있었던 것 맞아. 난 김태형 진짜 뒤지는 줄 알았거든, 그때. "

그는 얼굴을 찡그린 채 낮게 한숨을 쉬었다. 




그런 그에게 나는 뭐라도 말해주고 싶었다. 어떻게든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었다.




" 괜찮아요, 됐어요. 우리 둘 다.. "'





뒤에 뭔가 덧붙이려 했지만 쉽사리 떠오르는 말이 없어 그만 입을 다물었다. 여전히 뭐가 괜찮고, 뭐가 되었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윤기는 그 의미를 알고 있을까? 그의 말을 거의 복사하듯이 똑같이 따라한 내 말에 윤기가 옅게 미소지었다. 



" 그래. "




짤막한 대답에 응하려 나도 따라 웃으려던 그때, 윤기가 말을 덧붙였다.






" 그리고 옷, 잘 어울려. "



'




윤기는 머리를 쓸어올리며 그렇게 말한 뒤, 곧바로 돌아섰다. 그리고는 이내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아래층으로 향했다. 내가 놀란 표정으로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천천히 계단을 내려간 그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순간 온갖 감정이 밀려드는 듯한 이상한 느낌에 나 또한 서둘러 방으로 들어갔다. 불이 모두 꺼지고 나 혼자 남은 이 방은 더이상 낯설지 않았다.
















와 이번 편 쓰는데 엄청 애먹었네요ㅠㅠㅠ
그래도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서 넘나 기분 좋은 것..!ㅎ
오늘도 암호닉 나갑니댜 모두들 굿밤하쎄요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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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현기증
작가님 작가님 글은 진짜....제가 직접 홍보를 뛰고 싶은 심정이네요.......나중에라도 제본 생각하시고 계신다면 진짜 부탁드릴게요ㅠㅠㅠㅠㅠㅠㅠ아ㅠㅠㅠㅠㅠ이건 진짜 그냥 출판을 하셔야ㅠ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 항상 글 잘 보고 있고요, 언젠간 진짜 몇백명의 사람들이 작가님 글을 보게 될 거라고 제가 장담합니다, 항상 감사해요ㅠㅠㅠㅠ진짜 이런 글 보게 해주셔서 감사해요ㅠㅠㅠㅠ

8년 전
독자2
꾹꾸기
기다렸어요!!! 제가 진짜진짜 어어어엄청 좋아하눈 분위기에요ㅠㅠ 제가 암호닉 1등인거 보면 아시겠죵?????? 오늘은 콘서트도 못가고 되게 우울했는데 그래도 작가님 글 보니까 아주 잠깐!! 우울한게 풀리네요ㅎㅎ

8년 전
독자3
호비
작가님 기다렸어요!!!! 진짜 이런분위기 엄청좋아하는데..ㅜㅠ 오늘 콘서트도 못가서 엄청 슬픔에빠져있지만.. 이렇게 글을 올려주시다니...ㅜㅠ 감사합니다ㅜㅠㅠ

8년 전
독자4
삐삐까에요!!!! 진짜 숨참고 읽었어요 후아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으으 너무좋아요ㅠㅠㅠㅠㅠㅠ 말로 이 감정을 표현못하는게 너무 아쉬워요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비회원136.180
조직물!!까아앙ㄱ!!!머시써여!!!!! 암호닉[입틀막]으로 신청할게요~
8년 전
비회원132.77
챠이잉입니당 ㅠㅠㅠㅠ진짜 스크롤을 쉴틈없이 내렸습니다ㅠㅠㅠㅠ허엉 넘 좋아요 윤기랑 공중에서 시선이 얽히는거 상상하니까...꾸어 윤기도 항상 멤버들 잃을까봐 무섭겠죠ㅠㅠㅠㅠ괜찮아요 그 한마디가 듣고 싶었던 것 같아여ㅠㅠㅠ진짜 재밌어여 하....작가님 사랑합니다 러브:)
8년 전
독자5
민윤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막 다 안다는 듯이 그러지마ㅠㅠㅠㅠㅠ겁나 발리니까ㅠㅠㅠㅠㅠ픂퓨ㅠㅠㅠㅠㅠ아휴ㅠㅠㅠㅠㅠ너땜에 일상 불가야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6
와.. 씨.. ㅜㅜ.. 윤기 말에 설렜다.. 표현 못 한다는거 맞아요, 석진? ㅜㅜㅜㅜㅜ아닌거 같은데?ㅠㅠㅠㅠㅠㅠㅠㅠ 어휴ㅠㅠㅠ
8년 전
독자7
워씨 민윤기 마지막ㅜㅜㅜㅜㅜㅜㅜㅠ표혀누서툴다며...아니잖아...
7년 전
독자8
추천받고와서벌써이까지읽었어요ㅠㅠㅠㅠ윤기ㅠㅠㅠㅠㅠㅠㅠ너무설레네요ㅠㅠㅠ
7년 전
독자9
와윤기진짜짱이다무심한척ㅠㅠㅜㅜㅜ
7년 전
독자11
윤기야ㅠㅠㅠㅠㅠㅠ심쿵해ㅠㅠㅠ
7년 전
독자12
완전 가족 같은 사이네요 애들 ㅠㅠㅠㅠ 윤기 넘 멋있어요... 크윽 심장
7년 전
독자13
어머어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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