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스릴러 영화는 언제나 재밌네요.
동생과 이것저것 요즘 영화를 보는 것에 재미를 들렸습니다.
예전 영화들 중 취향 맞는 범죄 스릴러만 자주 보지만
역시
밥 먹으면서 보는 건 조금 무리이지 않나 싶네요. 하하...
밥을 먹고 나서 남준이가 동기들로부터 온 연락들을 확인하면서 침대에 앉아있었으면 좋겠다.
열어놓은 창으로는 후두둑 떨어지는 빗소리가 들렸으면.
그 사이로 차가운 바람도 들어와 조금 습기찼던 방을 가볍게 훑어낸 뒤에 다시 나가버렸으면.
그리고 윤기는 가만히 창 아래에서 비가 오는 것을 구경했으면 좋겠다.
토끼야.
남준이의 부름에 윤기가 조용히 고개만 돌렸으면.
남준이가 어제는 어떤 일이 있었는데 지금 이런 연락이 오고 있다고,
무슨 강의를 들었는데 어떤 과제를 첫 강의 시간부터 줘서 너무한 것 같다고.
그렇게 조곤조곤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
윤기는 가만히 앉아있는 채로 그 말에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더라도
간간히 남준이가 내쉬는 한숨이나,
윤기를 부르는 호칭에는 어김없이 귀를 쫑긋거리는 것이 보여서
남준이는 조용히 웃어버렸으면 좋겠다.
토끼야.
다시 한 번 남준이가 윤기를 불렀으면 좋겠다.
뒤에 이어지는 말이 없어 윤기가 고개를 돌리면 남준이가 핸드폰을 내려놓고 손 끝을 까닥였으면.
이리 오라는 손짓에 윤기는 왜 귀찮게 오라가라하냐면서 천천히 일어나 남준이의 곁으로 갔으면 좋겠다.
남준이는 자신의 옆에 털썩 주저앉아 왜 불렀냐는 듯 바라보는 윤기의 눈을 빤히 바라보다가 웃었으면 좋겠다.
우리 영화 볼래요?
윤기의 고개가 느릿하게 끄덕여졌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DVD까지 가지고 있던 영화를 노트북으로 틀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둘이 나란히 침대에 엎드려서 베개맡에 노트북을 대신 두고
옆에 마실 거리나 앉아서 먹을 과자 한 두개를 늘어놓고,
거실의 불을 끄고,
노트북 화면 밝기를 최대로 설정했으면 좋겠다.
어둑한 방 안에 영화가 그만큼의 빛을 뿜어내면서 그대로 남준이와 윤기를 끌어당겼으면 좋겠다.
둘은 같이 침대에 앉았다가, 이불을 끌어당겼다가, 누웠다가, 윤기가 남준이의 등에 얼굴을 묻은 채로 화면을 바라보았다가,
나중에는 사이좋게 엎드려 누워서 팔꿈치를 세운 채로 노트북 화면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그대로 둘의 어깨가 닿았으면 좋겠다.
윤기가 갑자기 맞닿은 어깨에 슬쩍 몸을 옆으로 움직였으면 좋겠다.
힐끗, 남준이의 얼굴을 봤으면 좋겠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화면을 집중하고 있던 남준이가 자신을 보는 윤기의 시선에 그제야 시선을 돌려 윤기와 눈을 마주쳤으면 좋겠다.
잠시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으면.
그러다가 남준이가 먼저 말을 꺼냈으면.
영화, 재미없어요?
그냥 볼만해.
남준이의 물음에 윤기가 시선을 돌려 노트북화면을 바라봤으면 좋겠다.
그런 윤기의 얼굴을 바라보던 남준이도 이미 다 아는 영화 내용에 다시 고개를 돌려 집중을 했으면 좋겠다.
시끄럽지 않고 잔잔하게 흘러가면서도
시선을 뗄 수 없게 조금씩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시작한터라 둘은 다시 어떤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영화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문득 긴장이 살짝 풀리고 윤기가 길게 숨을 내쉰 채 고개를 돌려 남준이를 봤으면.
방금 지나간 사람, 초반에 나왔던 그 남자 아니야?
어떤 사람이요?
그거, 어, 여자한테 라이터줬던.
남준이가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겠다.
윤기의 얼굴이 맞췄다는 희열에 기분좋게 웃음이 번지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그 얼굴을 본 남준이의 얼굴에도 똑같은 웃음이 번졌으면 좋겠다.
영화는 절정을 막 지나가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그 사이에
몇 번이고 둘의 시선은 마주쳤다가,
엇갈렸다가.
둘의 어깨가 닿았다가,
떨어졌다가.
남준이가 일어나 앉아서 봤다가, 누웠다가.
윤기가 일어나 앉았다가, 남준이의 등에 팔을 올려 기댔다가.
영화가 끝날 즈음에는
둘이 또 한 번 나란히 엎드려 누웠으면.
어깨와, 그 아래의 팔뚝이 꾹 맞닿았으면.
윤기가 고개를 돌려 미간까지 살짝 찡그린 채로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볼 때
남준이가 손을 뻗어 윤기의 미간을 문질러 펴줬으면 좋겠다.
영화에 집중하는 건지 맞닿은 어깨에 집중하고 있는건지 서로 헤아리지 못할 즈음에
남준이가 딱 한 마디 덧붙였으면 좋겠다.
토끼야.
나 지금,
입 맞춰도 돼요?
찡그렸던 미간을 풀어내던 윤기가 다시 고개를 돌려 남준이와 시선을 마주쳤으면 좋겠다.
화면의 빛이 얼굴에 얼룩져 더 진하게 보이는 서로의 얼굴을 계속 눈에 담다가
윤기의 눈이 먼저 천천히 감겼으면.
화면에는 어느새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으면 좋겠다.
남준이의 눈도 감길 즈음에는
창 밖의 빗소리가 서서히 멎어들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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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귀여운 그림과 글씨 모두 감사합니다. 하트. |
[암호닉] 확인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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