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뵙는 분들이 많네요. 이게 연휴의 힘인가?
그래서 기분이 굉장히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주제 주신 건 후에 장면이 제대로 더 이어서 떠오른다면 바로 쓰겠습니다.
윤기는 요즘에 새로운 고민 하나가 생겼으면 좋겠다.
나 변태인가. 왜 요즘 그녀석 입술만 보이지.
말할 때도,
무언가 먹을 때도,
집중하느라 스스로 손가락으로 누르고 쓰다듬을 때도,
가끔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기면 꾹 깨물 때도,
남준이의 도톰한 입술이 윤기의 시선을 단단히 붙잡아두고 있었으면.
그리고 윤기가 혼자 놀라 파드득 거리며 토끼로 변하는 게 요즘의 남준이는 모르는 일상 중 하나였으면 좋겠다.
어느 날에 윤기는 요란한 핸드폰 벨소리에 눈을 떴으면 좋겠다.
[어. 토끼야. 일어났어요?]
윤기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귀찮다고 중얼거리면서 바지를 꿰어 입고,
겉옷을 걸치고,
아직 조금 덜 마른 머리를 마저 손으로 털어낸 뒤 빗어서 손질하고,
신발을 구겨신은 채로 집을 나섰으면 좋겠다.
[토끼야, 정말 정말 미안한데 내가 또 이렇게 핸드폰을 놓고 왔네? 근데 노트북 근처에 보면 내가 뽑아놓은 종이들이 있어요. 그것도 좀 챙겨서 와줘요.]
이 놈은 왜 툭하면 지 핸드폰을 놓고 가서 나한테 가져와 달라고 하는걸까. 윤기는 다시 한 번 버스카드를 챙겼는지 확인하고 타박타박 걸어갔으면 좋겠다.
[온 김에 나랑 점심도 먹어요.]
난 절대 그 녀석의 점심 회유에 넘어가서 가는 게 아니다. 윤기는 속으로 다짐하면서도 점심에 뭘 먹자고 할까 고민했으면 좋겠다.
처음 타보는 낯선 번호의 버스에 올라타서 바깥을 구경하다가 우르르 사람들이 내리는 모습에 겨우 맞춰서 윤기도 버스에서 내렸으면.
그리고 가방을 메고 있는 사람들 뒤를 졸졸 따라가다가 남준이가 다니는 대학 입구에 도착했으면.
아... 이래서 그냥 버스 내리고나서 가장 많이 사람들이 움직이는 곳으로 걸으라고 했구나.
정말 대책없는 길 안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정확하게 맞아들어서 얼떨떨하게 윤기가 대학 정문에 세워진 구조물을 바라봤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그녀석은 어디 있다고 했더라.
늦으면 k동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그 k동이 내가 어딘지 어떻게 알아.
속으로 꿍얼거린 윤기가 주위를 둘러보다가 저 멀리서 헐레벌떡 달려오는 남준이를 보고 그제야 남몰래 긴장했던 마음을 풀어냈으면 좋겠다.
빨리 왔네요?
네가 늦게 나온거야. 여기, 네가 말한 것들.
응. 고마워요.
남준이는 윤기가 건네준 것들을 챙겨 가져온 가방에 넣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시간을 한 번 확인하고는 미안하다는 듯이 웃었으면 좋겠다.
이왕 우리 학교 근처에 온 거, 맛있는 거 사주려고 했는데 내가 오늘 강의 시간이 변경 된걸 방금 알았거든요.
아... 됐어. 집 가서 먹을게.
아뇨, 아니. 괜찮으면 나랑 같이 학식 먹을래요? 우리 학교 학식 그래도 평판 좋은데.
고개를 갸웃거린 윤기가 고개를 끄덕이고,
둘의 걸음이 어느 건물 안으로 스며들어갔으면 좋겠다.
사람 많네.
뭐, 점심시간이니까요. 여기서 골라요. 뭐 먹을래요? 개인적으로 이거랑, 이거, 이거... 아, 이것까지 먹을 만 해요.
...
형?
아, 어. 어. 난 그럼 이거.
알았어요.
이것저것 설명하던 남준이의 입술을 빤히 바라보던 윤기가 남준이가 저를 부르자 화들짝 놀라 남준이가 추천한 것들 중에 아무거나 하나 골랐으면 좋겠다.
나 진짜 요즘 이상한가봐.
아니, 근데 오늘따라 유독 더 입술만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뭐지...?
식권을 사러 간 남준이의 뒷모습을 보던 윤기가 한숨을 폭 내쉬면서 고개를 저었으면 좋겠다.
남준이를 졸졸 따라가서 트레이 위로 음식을 받아와서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았으면 좋겠다.
다음에는 진짜 우리 학교 근처에 있는 맛집에 가자는 남준이가 열심히 설명하고 있으면,
윤기는 그저 빤히 남준이를 바라보고 있었으면 좋겠다.
간혹 남준이가 안 먹냐면서 물어올 때에 겨우 밥을 이어 먹었으면.
형. 왜 자꾸 멍을 때려요.
너... 오늘 입술이...
밥을 다 먹고 나서 걸어가는 와중에도 윤기가 어딘가 멍하니 있자 남준이가 걱정이 되어서 윤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어봤으면 좋겠다.
얼결에 윤기가 보이는 대로 답했다가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황급하게 고개를 젓는 사이에 남준이가 웃었으면 좋겠다.
아. 아까 입술이 좀 터서 립밤 같은 거 급하게 사서 발랐는데 그게, 좀 색이 있더라고요. 티 많이 나요?
... 아니. 어. 아니. 그냥. 어...
역시 버려야 하나. 분명 색 없다고 해서 샀는데.
남준이가 태평하게 입술을 문지르면서 하는 말에 윤기가 귀 끝이 붉게 물들어서는 한숨을 폭 내쉬었으면 좋겠다.
남준이와 헤어지고 홀로 집에 가는 사이에,
버스에 앉아서
유리벽에 머리를 꿍, 박고는
마른 세수를 했으면 좋겠다.
태형아, 어떡하지.
나 변태 됐나봐...
윤기의 마른 세수와 한숨을 집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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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귀여운 그림과 글씨 모두 감사합니다. 하트. |
[암호닉] 확인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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