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델바이스 (Edelweiss)
06
며칠 전부터 어디 좀 같이 가자는 호석씨의 말에 알겠다고 했는데 그게 오늘이었구나..
아침에 일어나서 와 있는 문자에 알았다.
문제는 장소를 알려주지 않고 약속을 잡은 거라
뭘 입어야 하나 싶어서 옷장 문을 열어서 하나하나 자세히 보고 있는데
뭐야 정하이
순간, 지금 내 모습은 첫 데이트로 옷을 고르고 있는 여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트가 아닌 걸 알면서도 불구하고, 문득 든 생각에 기분이 묘했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건지,
그래도 오랜만에 외출이니 신경 써서 나가고 싶은 생각에 옷을 보고 있는데,
옷장 끝에 있는 베이지 색깔에 얇은 원피스가 눈에 들어왔다.
아직 날씨가 풀리진 않아서 입진 못하겠지? 뭐 날씨가 풀린다 해도 못 입었겠지.
저건, 니가 준 선물이니까. 그리고 이건 그날 입어야 하니까.
그냥 간단한 옷차림을 입어야겠다 싶어서 니트에 플레어 치마를 입고 워커를 신고 나왔다.
가방을 고쳐 맨 뒤에 호석씨에게 전화를 걸려고 하는데
내 앞에 드리워진 그림자에 고개를 들어보니
웃으면서 날 보고 있는 호석씨가 보였다.
“ 언제 왔어요? ”
“ 아까? 온 지 별로 안 됐어요~ ”
내 말에 별로 안 기다렸다면서 들고 있는 캔커피를 내 한쪽 손에 쥐여줬다.
따뜻할 것 같았던 캔커피는 조금 식은 듯한 느낌으로 내 손에 전해졌다.
‘ 이제 가볼까요 ’ 라는 말과 함께 순간 내 손을 잡는 호석씨의 행동에 당황스러웠다.
근데 그런 거 신경이 안 쓰인다는 듯이 웃으면서 걸어가는 호석씨의 행동에
차마 뺄 수도 없어서, 그렇게 그냥 호석씨의 이끌림에 끌려갔다.
-
호석씨의 이끌림에 온 곳은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건물 밖에서도 나는 꽃향기에 기분이 벌써 좋아졌으니,
“ 꽃 좋아하시길래.. 꽃 박람회 열린데서요. 괜찮죠? ”
“ 네 정말 좋아요 ”
내가 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꽃 냄새 때문이다.
정확히는 고민이 많거나, 답답할 때 또 학생 때 공부할 때 꽃 냄새를 맡으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박람회는 우리나라 꽃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내가 모르던 꽃이나 보기 힘든 꽃들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정확히 꽃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 그럼 들어갈까요? ”
호석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다시 내 손을 잡고 입구로 갔다.
들어가니 정말 많은 사람들과 많은 꽃들이 보였다.
뭐라 해야 할까? 비유를 하자면, 어린아이들이 장난감 세상에 온 기분? 이랄까.
딱 들어섰을 때 이상하게 벅차고 신기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하나하나 유심히 봤다. 정말 여러 가지 색깔과 우리나라에서 나지 않는 꽃들까지,
너무 이뻤다. 그렇게 정신없이 꽃들을 보다가 호석씨가 생각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저 멀리서 웃으면서 그냥 바라보고 있는 호석씨였다.
그러더니 입모양으로
“ 저 신경 쓰지 말고 구경하세요 ”
손짓을 하는 호석씨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뭔가 엄마들이나 아빠가 더 놀라고 손짓하는 느낌이랑 비슷해서 일까?
나는 고개를 끄덕인 채 아직 다보지 못한 꽃들을 구경했다.
사진도 찍어서 남기고 꽃에 대해 물어보기 하면서 천천히 돌았다.
며칠 동안 좀 똑같은 하루하루에 살짝 지루했는데
이렇게 꽃들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보고 있을 때쯤 갑자기 나를 부르는 호석씨에
호석씨 한테로 가니, 나를 바라보며 웃는 모습과
동시에 등 뒤에 가려져있던 곳을 보여줬다.
“ 짠! 에델바이스 에요 ”
그렇게 호석씨 뒤쪽으로 보인 꽃은 하얀색이 활짝 펼친 에델바이스가 보였다.
그것도 엄청 많이, 그냥 보면 그냥 하얀 꽃이구나 하지만,
나한테만큼은 정말 소중한 꽃이었다.
“ 그만하자.. 이제.. ”
“ 왜 지금 와서 헤어지자 해? 저번에 싫다면서?
“ 난 너와의 시간이 소중한 추억이 됬으면 하거든 슬픈 상태에서 헤어지는건 아프니깐 제일 행복할 때 헤어지면.. 소중한 추억이 되잖아.. ”
“ 그래서 지금까지 버틴 거야? 이럴 꺼면 왜 버텨? ”
“ 버틴 거 아니야, 기다려 본 거야 다시 우리에게 봄이 올까 하고 ”
“ ..... ”
“ 근데 아무리 기다려도 겨울이더라고.. 우린 ”
“ ....... ”
“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야.. 받아 ”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정말 나에게 소중한 꽃이다.
내 소중한 기억을 담은 꽃이니까,
그렇게 아무 말없이 조금 씁쓸한 표정으로 바라봐서 그런지
나를 향해 ‘ 좋아하는 꽃 아니었냐 ’ 는 말을 하는 호석 씨를 바라봤다.
“ 맞아요.. 좋아하는 꽃, 그냥 반가워서 그래요 ”
내 말에 그래요? 라는 말과 함께 이번에는 호석 씨와 함께 행사장을 돌았다.
근데 생각보다 에델바이스가 영향이 컸던 건지,
자꾸 내 머릿속에 하얀색 꽃이 가득 남아있었다.
박람회를 다 돌고, 꽃으로 꾸며진 음식점을 가서 밥을 먹고 밖으로 나왔다.
시간이 꽤 지난 건지 노을이 져가는 모습이 보였다.
내일 가게도 열어야 하고, 이제 슬슬 집에 가려는데
뭘 놓고 온건지, 잠시만 기다리라며 다시 박람회로 급하게 들어가는 호석 씨에
잠시 벤치에 앉아있었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공기를 마시면서 잠깐 눈을 감았을까
그 순간, 향긋한 향기가 느껴졌다.
조심스럽게 눈을 떴을 때는 언제 온 건지 나를 향해 웃으면서 바라보는 호석 씨와
자주 색에 꽃이 활짝 핀 카틀레야가 눈에 들어왔다.
손에 들고 있는 채로, 또 수줍은 얼굴을 하고 날 보고 있는 호석 씨가,
“ 이건.... ”
“ 당신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
저 말은 카틀레야의 꽃말인데, 어떻게 안 거지?
뭔가 당황스러웠다.. 나에게 내민 이 꽃도 그리고 지금
무슨 말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떨고 있는 호석 씨의 모습에
순간 시간이 멈춘듯한 고요한 느낌이 들었다.
그 와중에 향기로운 냄새를 내고 있는 카틀레야만 빼고,
“ ....... ”
“ 저 하이씨 한테, 첫눈에 반했어요 ”
“ ....... ”
“ 저랑 만나 주시겠어요? ”
오늘 아침에 나올 때.
창가 옆에 놓여있는 보라색 꽃몽오리가 드디어 꽃이 펴지고 있던걸 봤다.
드디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 민윤기 시점 -
며칠 동안 앓아누웠었는데,
오늘은 신기하게 아침부터 개운한 느낌이었다.
드디어 몸살이 다 날아갔나 보네.
그래서 며칠동안 고생하고 저번에 만나려다 못 만난 것도 있고 해서
여은씨와의 약속을 잡았다.
오랜만에 외출이라서 창문을 열어보니 기분 좋은 바람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씻고 나와 옷을 입으려는데 침대 옆에 놓인 하얀 에델바이스가 보여서 물을 줬다.
참 신기하게도 침대옆이라서 그런가 아침에만 일어나면 눈에 띄었다.
옷장 문을 열어서 뭘 입을까 하고 보고 있는데
옷장 구석에 있는 베이지색 얇은 맨투맨이 보였다.
내가 좋아하는 옷, 아니 정확히는 니가 좋아하는 옷.
하지만 입을 수가 없었다.
“ 그러니까.. 제 앞에서 전 여자친구 관련된 버릇, 식습관 같은거.. 안 하면 안 돼요? ”
못 지킬 약속임에도 불구하고 약속이니까
그리고 이 옷은 그날 입으려고 입지 않고 둔 거이기도 해서
그냥 간단하고 편하게 입고 나가야지.
-
햇빛도 들고 산책을 하고 싶다는 여은씨의 말에 한강에서 만나기로 해서 왔는데
주말이라서 그런지 여기저기에 커플들이 보였다.
여기저기서 꽃향기가 가득 났다.
그렇게 커플들을 바라보면서 벤치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을까
“ 왁! ”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여은씨의 행동 때문에 순간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바라봤다.
내가 놀란 걸 눈치챈 건지, 여은씨의 눈이 더 커져서 놀란 게 보였다.
“ ..... ”
“ ..죄송해요 많이 놀라셨어요? ”
“ 아니요, 괜찮아요 ”
미안한지, 당황한 게 보여서 괜찮다는 말을 하니
그제야 표정이 풀렸다.
“ 그럼 이제.. 산책하러 갈까요? ”
이제 뭘 해야 할지 몰라서 가만히 있었는데
갑자기 산책하러 가자면서 내 팔에 팔짱을 끼는 여은씨의 행동에
순간 놀라서 쳐다보니 내가 바라볼 줄 알았던 건지 웃으면서 바라보는 여은씨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한강을 돌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뭐 거의 할 이야기라고는 여은씨와 나 사이에 있는 김태형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뭐 내가 작업하는 이야기와 여은씨 회사 이야기도,
그러는 와중에 얼마나 걸었을까 건물들 사이에 눈에 띄는 꽃집이 보였다.
여은씨에게 잠시 양해를 구한 뒤에 꽃집에 들어가니,
순간적으로 꽃향기가 온몸을 지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 저기.. 혹시 여기 그 꽃 있나요? ”
예전부터 찾던 꽃이 있어서, 꽃집이 보이는 곳이면 들어가서 물어봤다.
그래서 물어봤는데 역시나,
- 그건 거의 허브로 사용돼서.. 잘 없는데..
여기도 꽝이었다. 역시 찾기가 어렵네,
그대로 인사를 하고 가게 문을 열고 나오자
내가 좀 실망한 표정으로 나오는 걸 바라보던 여은씨는
궁금함이 가득 찬 표정으로 물어왔다.
“ 그 꽃은 왜요? ”
“ 필요해서요, 봄이 오기 전에 ”
알 수 없는 내 말에 모르겠다는 표정을 한 여은씨와 다시 한강을 걸었다.
아직 날씨가 풀린 건 아니라서 그런지 조금 늦은 시간에 바람이 부니
살짝 추운 게 느껴졌다. 나야 뭐 이런 바람도 좋아해서 상관없지만
아까부터 살짝 추워 보이는 여은씨가 좀 걸렸다.
“ 카페 갈래요?"
“ 네? 아, 좋아요 ”
내 질문에 추웠던 게 맞는지 바로 좋다는 말을 하는 여은씨를 데리고 근처에 있던 카페에 들어왔다.
항상 아메리카노를 먹는 여은씨이기에, 아메리카노 한 잔하고 핫초코를 시키려다가
“ 아메리카노 두 잔 이요 ”
나는 끊었던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그닥 내키지는 않지만 그래도,
커피가 금방 나와 그대로 들고 여은씨 앞으로 가져갔다.
여은씨 앞에 아메리카노를 놓은 뒤에 한 잔은 내가 들었다.
음... 언제부터 안 먹었더라
거의 오랫동안 입에 안 댔었던 거라서 조금 꺼려지는 느낌에
멍하니 바라보다가 마셨는데
“ ...... ”
“ 왜요?? ”
“ 아, 원래 이렇게 썼나 싶어서요 ”
정말 오랜만에 마셔서 그런가.
달던 핫 초코에 입이 맞춰져서 그런 건지 예전에 잘 먹었던 아메리카노가 썼다.
내가 잘 못 먹는 게 보였는지 살짝 웃어 보인 여은씨는 그대로 일어나더니 설탕을 가져와서
내 아메리카노에 설탕을 넣어줬다.
“ 아직은 못 받아들이나 봐요 ‘
설탕을 타서 조금은 달달해진 커피를 마시는데,
알 수 없는 말을 해온 여은씨의 말을 가만히 들었다.
“ 원래는 잘 먹는데.. 지금 받아들이지 못 하는 거, 아직.. 달달한 핫 초코가 남아서 못 받아들이는 거겠죠? “
“ ....... ”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더니 나를 바라보면서 웃는 여은씨의 모습에
나는 들고 있던 아메리카노를 잠시 테이블 위에 놓았다.
그런 내 손을 따라가다가 다시 나를 바라본 여은씨는 말을 이어갔다.
“ 그래서 그런데요. 그 핫 초코 그만 잊고, 다시 씁쓸한 아메리카노 받아들이면 안 될까요?
“ 그게 무슨... ”
“ 저 이거 고백하는 건데. ”
“ ........ ”
“ 제가 잊게 해드릴게요.. 그 핫 초코, 어때요? ”
무슨 소리인가 싶을 때 여은씨의 입에서 나온 고백이라는 단어에
머리가 순간 하얘지는게 느껴졌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를 때 그 순간, 핸드폰에 문자가 왔다.
- 고객님이 찾으신 꽃 찾았습니다. 배달해드릴까요?
드디어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항상 똑같은 레파토리로 싸워서
서로한테 지친 걸 느낀 하이가 먼저 헤어지자고 한 거 에요
쓰고 나니까 하이가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아서요 ㅎㅎ
다음이 완결입니다.
단편이라고 했으면서 왜 오래 걸린 것 같은지..
하이와 윤기가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다음 편에서!
그리고 곧 새작도 가지고 와야지....
시간되시면 새작도 함께 읽어주시면 사랑하겠습니다!♥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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