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우의 연애일기
2015. 12. 15 (화)
정확히 8개월 전, 새로 들어온 신입사원들이라고 소개를 하는데 평소 일에 치여 사는 나인지라 그런 인사치레가 그저 귀찮았어.
같이 일 하다 보면 다 알게 될 사이인데 굳이 자리를 내서 시간을 허비하며 인사를 해야하나 싶었거든.
그래서 이번에 들어오는 신입사원들 얼굴도 외울 생각 없이 그냥 한번 쭉 보기만 했어. 아, 외울 시간도 없었지. 결제날이여서 일이 밀렸었거든.
5명이 있었는데 여사원이 3명, 남사원이 2명이였어. 한명 한명 보다가 멈칫, 아 요즘 사원은 얼굴을 보고 뽑는 건가.
긴장한 게 역력한 모습으로 억지웃음을 짓는 네가 보였어.
원래 내가 팀장이라고 인사만 하고 먼저 들어오는데 그 날은 사원 한명 한명의 소개를 다 들었어. 처음이였지.
다른 팀원들도 내가 인사하고 들어갈 줄 알았는지 ' 어, 팀장님 안 들어가세요? ' 묻더라.
26살이라 소개하는 너. 정확히 6살 차이. 더 어려보이는 얼굴에 26살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었지.
서른. 어린 나이에 팀장이란 직책에 앉게 된 탓에 무시 받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하고 살았는지 몰라.
그래서 일 밖에 모르는 일벌레 라는 소리도 듣게 됐고,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 더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살았어.
애인, 20대때 만나보고 내 인생에 득이 되는 게 없다는 판단이 들어 그 후로 만난 적은 없어.
근데 너를 처음 보자마자 든 생각이, 네가 들으면 이상하겠지만 ' 내가 만약 결혼을 한다면 저 사람이랑 할 것 같다. ' 였어.
아는 것 하나 없이 처음 눈이 마주친 순간 들었던 생각이지. 나도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
우리 팀원들이 알았으면 일만 하다가 드디어 일에 돌았다고 생각했을 거야.
" 팀장 전원우라고 합니다. 저희 팀에 들어오신 만큼 일 하는 데 있어서 게으른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
" 제가 그 꼴을 못 봐서요. 열심히 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만. "
아직도 내 첫 마디 말을 잊지 못 한다는 너. 지금은 어느새 내 애인이 된지 반년이나 흘러버렸네.
여전히 팀장일 때의 나를 무서워 하는 네가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
공과 사의 구분은 확실히 하자는 주의라 네가 무서워 할 만도 하지. 나한테 넌 참 많이도 혼났으니깐 말이야.
혼낼 때 마다 너도 많이 힘들겠지만 그런 네 모습을 보는 나도 많이 힘들어.
그렇지만 사적인 감정으로 일을 제대로 하지 못 하는 너를 그대로 두는 게 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거든.
미안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속상하지만 너를 위한 일이니까.
" 이런 식으로 서류 작성 하면 안 된다고 몇 번이나 말씀 드렸죠. 이제 잘 할 때도 되지 않았나? "
" 죄송합니다.. "
" 다시 작성 해오세요. 이거 하나 제대로 못 하는데 다른 걸 어떻게 맡겨요 내가. "
" ... "
" 똑바로 정신 차리고 해요. 나가 봐요. "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네가 안타까워, 화를 내버렸어. 미안해, 나는 네가 다른 사람 앞에서 혼나고 기죽어 있을 모습을 생각만 해도 화가 나.
내가 혼내면 나중에 풀어줄 수라도 있으니까, 그래서 내가 오히려 너한테 더 많이 화를 내. 울 듯한 표정으로 내 방에서 나가는 네 모습에 얼마나 속상하던지.
바로 가서 달래주면, 네가 집중해서 일을 못 할까 봐. 그러면 똑같은 일이 계속 반복 될 까봐 안아주고 싶었던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어.
한 시간 뒤 쯤, 주뼛거리며 들어 오는 너.
" 수정하는데 뭐가 이렇게 오래 걸려요. 한두 번 해? "
" ... 죄송해요. "
" 고개는 왜 숙여요. "
" 혼나고 있으니까... "
" 내가 혼내요 지금 ? "
" 네.. 아, 아닌가 "
" 기다렸어요. 목 빠지는 줄 알았네, 빨리 좀 오지 그랬어요. "
또 혼나는 줄 알고 고개 숙이는 네가 안타까우면서 귀엽더라.
고개 들어요, 라는 내 말에 조심히 내 눈을 쳐다보는데 ' 고생했어요, 잘 할 거면서 왜 그랬어. '
꽤나 신경 썼던 건지 울 것 같은 너를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가서 안아주니, 내 품에 안겨서 얼마나 울던지.
다 울었냐며 눈을 맞추니, 밉다고 화내지 말라고 입술을 쭉 내밀고 삐진 척을 하는데. 어쩜 그렇게 사랑스럽냐.
내민 입술에 뽀뽀를 했더니 놀란 표정으로 ' 회사에요 ! 누가 들어오면 어쩌려고 그래요 '
무슨 상관이야 내가 상사인데. 기왕 뽀뽀한 김에 조금만 더 불순해져 볼까 우리? 이 맛에 사내연애 하는 거지 뭐. 안 그래?
한 바탕 일을 치루고 둘다 풀어진 기분에 기분 좋게 팀원들 계획안 프로젝트 발표를 들었어.
그런데 왠걸, 준비가 하나도 안 돼있는 거야. 플랜은 무슨 프레젠테이션도 말하고자 하는 요점이 뭔지도 모르겠더라.
화가 너무 났어. 충분한 시간을 줬음에도 준비가 이렇게 안 되어있다는 점이.
믿었던 팀원들이 겨우 이것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너무 실망스러웠어.
" 박세봉씨, 어제 뭐 하셨어요. "
" 네? 어.. 어제.. "
" 똑바로 말 하세요. 거짓말 해도 다 티나니까. "
" 어제 동창회 다녀왔어요... 죄송해요. "
" 김칠봉씨, 어제 뭐 하셨습니까 ? "
" 어제 아는 형님이 술자리 같이 하자고 해서.. "
" 이게 장난인 줄 아시나 봐. 되게 중요한 일이라는 거 모르실리가 없을텐데. "
" 아..네. 죄송합니다. "
" 이따위로 일 하실 겁니까? 저는 이런 팀원들하고는 같이 일 못 하겠는데요. "
" 죄송합니다.. "
" 뭐 하자는 거야 지금. 한두 번 해본 것도 아닌데 이렇게 밖에 못 해요? 아, 몇 번 해봤다고 여유부리는 거야? "
더 있다가는 무슨 말이 나올 지 나도 모르겠어서 그냥 회의장 문을 닫고 나와버렸어.
팀장실에 들어가서 이걸 어쩌면 좋을까 이마를 짚고 고민을 하며 화를 삭히고 있었어.
" 팀장님... "
" 어, 왜? "
" 화 많이 나셨어요? 선배들이 좀 가보라 그러셔서. "
" 아, 아니야 나가봐요. 좀 혼자 있고 싶은데. "
" ..아닌 거 알아요. "
그래, 맞아. 나는 화가 났을 때 혼자 있는 걸 굉장히 싫어해. 나랑 오래 함께 한 네가 모를 리가 없지. 내가 누굴 속이겠냐.
혼자 있으면 어디 얘기할 곳도 없고 속에 있는 걸 털어놓을 곳이 없으니 내 속만 썩어가는 그 기분이 너무 싫어.
내 자신한테 화난 것도 아닌데 내 속이 썩는다는 게 참 답답하다 생각하거든.
" 힘들어, 막상 화가 나서 화를 낼대로 냈는데 내가 왜 힘든지 모르겠다. "
" 화내실 만한 상황이였다는 거 알아요. 근데 다들 연말이라 이리저리 술자리도 많고 시간이 부족했나봐요. "
" 아무리 그래도 해야할 건 해야지. "
" 그러니까 제 말은요, 팀장님도 쉬엄쉬엄 하라는 거에요. 일만 하다가 보내기엔 너무 아쉽잖아요. "
" ... "
" 저랑 여행도 좀 가구요. "
" 바쁜 연말에 여행은 무슨 여행. "
" 1박2일로. "
" ..가자. 이번 주말 어때. "
" 하여튼.. "
내가 이래서 너랑 연애하나 보다. 네 한 마디에 기분이 싹 풀리잖아.
원래 성격이 다혈질은 아닌데, 원칙주의자라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을 때 상대방에게 화가 많이 나는 것 같아.
이런 나를 네가 이해해주기 때문에 우리가 잘 만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 너 아니면 누가 날 이해하겠냐. 남들은 일에 빠진 미친놈처럼 볼 걸.
" 팀장님, 나가볼게요. 화 좀 풀리시면 나오세요. "
" 어, 잠시만요. "
" 네? "
" 뽀뽀 한 번만 해주면 금방 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
" 안돼요. "
" 아휴, 오랜만에 커피나 좀 마시러 가야겠네요. "
" 아아, 잠깐만요. 잠깐만. "
후다닥 달려와서는 겉옷을 입는 나를 붙잡고 입술에 쪽쪽 두번 뽀뽀 해주는 너야.
평소에 회사에서 야근을 많이 해서 커피를 달고 사는지라 카페인 중독이라며 내가 커피 마시는 걸 탐탁치 않아 하는 너는,
커피가 마시고 싶을때면 자기한테 말 하라고 뽀뽀 한 번씩 해줄테니 커피를 물처럼 마시지 말라고 했었지. 어느새 네 약점이 돼버렸지만 말야.
연애한지 반년이나 흘러도 여전히 뽀뽀 한 번에 부끄러워하는 너고, 그 뽀뽀 한 번에 설레이는 나야.
앞으로도 이렇게만 함께 했으면 좋겠어. 그나저나 오늘 너 퇴근하기 전에는 뽀뽀로 안 될것 같다.
오늘 나 야근이거든.
안녕하세요 세븐틴의 연애일기를 연재하게 된 해날이라고 합니다 ! 연재 주기는 일정하지 않습니다만, 가능한한 빨리 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 글은 인물과 직업을 연상시켰을 때 잘 어울린다 싶으면 소재가 떠올라 작성하기 때문에 모든 멤버의 글이 올라온다는 말씀은 못 드려요. 같은 멤버가 많이 중복되어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길 바래요 ! 이 글은 세븐틴 멤버들의 입장에서 일기를 작성하듯이 연재가 될 예정입니다. 오늘은 원우이지만 다음편엔 누가 나올지 모른답니다 ! 부제목에 그날 출연하는 멤버의 이름을 써놓을 거에요. 오늘과 내일은 구독료 없는 날이라 포인트 높게 잡아봤어요. 월요일이 되면 10p 로 내릴 예정입니다. 걱정 말아요 ! 댓글 하나하나가 참 많이 힘이 됩니다. 짧은 시간, 조금만 내어주세요 ㅎㅎ. 암호닉 신청은 일단은 계속 받을 예정입니다. [암호닉] 이렇게 신청해주시고 앞으로의 글에도 [암호닉] -- 이렇게 댓글 달아주시면 제가 기억해드려요 !! ! 많은 사랑 부탁드려요 ♥♡작가의 말 ( 꼭 읽어주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