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 읽고 오시면 이해가 더 빨라요!
*아직은 암호닉 받지 않아요!*
*댓글, 엄지는 사랑입니다*
*
“음, 저는 바지사장이라 힘이 없어서요. 저희 실세 사장 형께 말씀드려 봐야 할 것 같아요.”
곤란하다는 듯 웃던 꽃돌이, 정국씨가 머리를 긁적이며 동공지진을 일으키는 나를 안됐다는 듯이 쳐다봤다.
순둥순둥한 눈동자에 집요하게 아이컨택을 하니 부담스러웠는지 시선을 슬쩍 피한다.
전정국 씨. 설마 내가 정말 양꼬치 뒤집는 일에 미쳐서 여기서 아르바이트 하고 싶어하는 줄 아는 건 아니겠지.
주방 쓰레기통 옆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앉아서 하루종일 너님을 쳐다보는 걸 허락해준다면 양꼬치 아르바이트를 굳이 하지 않아도 상관없단 말이야!
전정국씨의 외모에 무너진 무릎을 꿇고 세레나데를 부르고 싶은 기분이다. 존잘레스님의 얼굴을 주제로 시를 쓰라고 한다면 책도 한권 낼 수 있다. 잘생긴 녀석들에 대한 나의 사랑은 매우 각별하고 유난스럽다. 어쩔 수 없다. 나는 변태고, 이게 나의 천성이다.
“저기, 그 실세 사장님은 연세가…?”
조심스럽게 양 손을 공중에 내밀며 정중한 말투로 물었건만 역시나 맥락에 맞지 않은 질문이었는지 정국씨의 표정이 굳었다.
하, 미간 사이의 주름마저 섹시한 너란 남자. 역시 나의 변태 본능을 눈치챈 건지 동공이 급격하게 흔들린다.
“그, 그건 왜 물어보시는 거죠…?”
“아유, 아니 그냥 궁금해서요. 허허, 순수한 호기심이랄까. 앞으로 여기서 알바생으로 일할수도 있는데, 우리 사장님에 대해 좀 알아두는 게 알바생의 숙명이랄까요. ”
“…아.”
월월월!크르르르릉후헗ㅎ!!! 맞다. 개소리다. 나도 내가 뭐라고 씨부리는지 모르겠는데 정국씨라고 알겠냐. 근데 이상하게 정국씨는 어딘가 납득한 표정이다.
내뱉은 나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말을 우리 정국씨는 이해한 모양이다. 역시 잘생긴 사람들은 다 똑똑한 걸까.
얼굴만큼이나 남다른 두뇌라니, 어디서 내꺼스러운 냄새가 난다.
“저희 사장님은 올해 스물 여섯이구요. 이전에 다양한 사업에 종사하시다가 큰 마음 먹고 저랑 같이 양꼬치 사업 시작하게 되었어요. ”
어머, 다양한 사업이라니. 머릿속에 키 크고 말끔한 이미지의 비즈니스맨이 스쳐 지나간다. 중저음의 낮은 목소리에 정직한 표준어를 구사하는, 젊은 재벌 3세 같은 느낌일까.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정국씨를 만난 것만으로도 내 인생이 훨씬 알차진 기분이지만, 어쨌든 내 좌우명은 다다익선. 꽃돌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같잖은 몽상에 잠긴 동안 존잘레스님이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형, 전데요. 막내요. 네. 여기 알바를 하시겠다는 분이 계신데…. 아, 아니요. 그건 아니구요, 네. 알잖아요. 그냥 알바.”
두근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은근슬쩍 엿듣자 정국씨가 내 눈치를 흘깃 보며 말을 더듬더듬 이어나간다.
뭐야, 거절인가. 알바를 할 수 없다면 매일 양꼬치집 앞 유리창에 얼굴을 붙이고 사는 방법밖에 없는 건가.
양꼬치 일인분을 주문해 놓고 개장시간부터 폐장시간까지 있는 건 민폐겠지? 아냐, 오히려 그렇게 패악을 부린다면 귀찮아서 채용해줄 지도.?
“아, 형. 진심 이 여자분 알바 안 시켜주면 드러누울 기세란 말이에요. 진심이에요. 눈이…맛이 갔어.”
으엥? 존잘레스님께서 나에 대해 무슨 말을 한 것 같은데 거의 소곤거리는 바람에 제대로 못들었다.
아이,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자 정국씨가 못 볼 것을 봤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황급하게 전화기를 붙잡았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진심이에요? 진짜 ‘그걸’ 시키겠다고? 어휴. 알겠어요. 말은 해볼게요. 네. 들어가요.”
착잡한 얼굴로 존잘님이 전화를 끊었다. 잔뜩 기대하며 똘망똘망한 눈으로 정국씨를 쳐다보자 한참을 뜸들이다가 입을 뗀 첫마디가,
“운동은 좀 해요?”
엥. 운동? 대체 양꼬치 가게에서 알바를 하는데 왜 운동을 잘하는지의 유무를 묻는다는 말인가. 의문이 모락모락 피어올랐으나 정국씨의 양꼬치 가게는 양을 직접 손으로 때려잡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니 납득이 되었다. 그래, 요즘은 친환경적인 싱싱함, 뭐, 이런 것도 중요하겠지.
어쨌든 운동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나는 10년 이상 잘생긴 남정네들을 따라다니느라 100미터 달리기를 8.5초에 끊는 경이로운 달리기 속도를 가지고 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동방신기 최강창민을 닮았었던 남자애의 경호를 서겠다고 검도를 배웠고, 고등학교 때는 방탄소년단 정국을 닮은 유도반 선배를 따라 유도를 배웠다.
윗몸일으키기가 체육 수행평가였을 때 김수현 삘이 살짝 나는 꽃돌이 짝에게 잘보이기 위해 일주일동안 윗몸일으키기를 연습해 일분에 60번을 채웠다.
선명한 복근도 생겼었다. 방탄고 김수현과의 썸은 실패했지만 나는 아이들로부터 특공대라는 별명을 얻었더랬지.
아, 추억 돋아라. 뭐, 쨌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 김탄이는 운동을 좀 한다, 이 말이다.
“네. 운동이라면 자신있어요.”
“입은, 무거우신 편인가요?”
정색을 하고 심각하게 묻는 꽃돌이의 모습이 의아했으나 어쨌든 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엄청난 레시피로 비밀소스 같은 걸 만드나 보지 뭐.
정국씨, 당신을 위해서라면 난 할복을 할 수도 있어요. 한쪽 무릎을 꿇고 큰 소리로 고백을 하고 싶은 욕구를 참으며 나는 내가 지을 수 있는 가장 당찬 표정으로 정국씨를 바라보았다.
“후. 알바를 하면서 보고 듣는 것들은 전부 철저히, 기밀입니다. 조금이라도 <꼬치에 꽂혀>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가족, 친구, 동기. 뭐, 그런 타인에게 발설하는 즉시!”
“즈, 즉시?”
“으흠. 뭐, 어쨌든 입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지금 사장님이 이쪽으로 오시는 중이라니까 도착하는 즉시 간단한 면접을 보도록 하죠.”
대충 말끝을 얼버무린 정국씨가 목장갑을 다시 끼더니 인부들에게 이것저것을 지시하기 시작했다.
아이 씡나!!! 위아래로 팔짝팔짝 뛰며 환호성을 지르는 나를 민망해하는 듯한 시선은 나의 착각일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
고급 승용차가 좁은 골목길 안으로 들어왔고, 깔끔한 셔츠에 무릎이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어딘가 피곤해보이는 뒷태에서부터 섹시함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고개를 돌리기 0.5초 전이 너무나도 길게 느껴진다. 그나저나 민트색 머리라니. 저게 어울리는 사람이 실제로 있겠ㄴ…
“안녕하세요. 아르바이트 하시겠다는 분이시죠?”
“헉, 시발.”
“…?”
세상에 지져스, 부처님. 알라신님. 요즘엔 천사가 양꼬치집을 하나요.
씨바, 욕나올 정도로 퇴폐적인 이미지부터 지렸구요, 쌍꺼풀 없는 눈에 선이 고운 절묘한 이목구비가 사람을 환장하게 만드네요.
게다가 피부는 왜 저래 하얗습니까. 예? 저보다 피부가 투명하고 섬세한 게 겁나게 억울하다능.
그리고 민트민트한 머리카락 존좋!!!!! 세상에 마상에 민트가 저렇게 잘 어울리면 어쩌란 말이냐고. 얼굴은 천사천사하게 생긴 게 세상만사 무관해보이는 태도는 시크의 절정을 달린다.
그러니까, 저렇게 퇴폐적인 표정 짓기 있냐고, 없냐고. 덮치고 싶ㄱ…
“죄, 죄송해요. 너무 섹시하셔서요.”
역시나 이번에도 필터링 기능 따위는 오류가 난지 오래다. 나는 의식의 흐름대로 말도 안되는 말들을 씨부리고 있었다.
“저기.”
“아니, 진짜 제가 살면서 이렇게 퇴폐미 터지는 사람 처음 보거든요. 죄송해요! 아, 뭐래.”
“저기요.”
“하. 저 여기서 일하게 되면 매일 사장님 얼굴 보면서 일할 수 있는 거죠. 콩팥이라도 떼라면 뗄테니 여기에서 일하겠습니다. 여기에 뼈를 묻는 게 제 숙명인 것 같아요.”
정국씨 플러스 이 미친듯한 섹시덩어리 사장님과 일할 수 있다면 콩팥이 뭐냐. 간도 내줄 수 있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 21년을 살아왔나보다. 확실하다. 목소리는 왜 저렇게 중저음이야. 웅얼거리는 말투까지 완벽하게 씹덕사고요.
어머니, 이게 바로 덕통사고인가요.
“형, 제가 뭐랬어요. 맛이 갔다니까요.”
“그러네.”
…저기, 다 들리거든요. 그리고 정국씨, 나보고 맛이 갔다고? 맛이 갔다고 했냐 방금? 그래. 맞아. 맛이 갔어요. 너의 아름다움에 정신줄을 놓을랑말랑했는데 이 사장님 보고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고요. 돌아버릴 것 같아. 미쳐버리겠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가 여기서 일하고 만다고.
“우리 가게에서 일하려면 갖춰야 할 소양이 몇가지 있어요. 보통 가게는 아니거든.”
“알죠. 천사가 일하는 양꼬치 가게가 몇개나 있겠어요.”
“…첫째. 달변과 협박. 지금 여기서 내가 당신을 채용하게 협박해 봐.”
뭐, 협박이라면…, 이런 거?
“저를 채용하지 않는다면, 민윤기씨를...
XX하게 묶고 XX한 곳에 눕혀서 옷을 벗긴 다음 XX하고 XXXX하게 만들어서 (삐이-)하게 (삐이-)
그러고도 마음이 바뀌지 않는다면 (삐이-)(삐이-)(삐-)(삐이-)하게 (삐이-)(삐이이이이이이리이리ㅣ잉-)"
“...내일부터 나오면 됩니다."
"진짜여?!"
"네. 하지만 만에 하나,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외부에 발설한다면.”
“...발설한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묻힐 거에요.”
*
거봐요, 범죄물이랬잖아요.
프롤 브금은 Kiiara-Gold 이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