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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김태형]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15 | 인스티즈 

 

 

 

 

 

 

 

 

 

 

 

/
"혜주야." 

"왜." 

"헤어졌대. 그 사람." 

"하?" 

 

 


오랜만에 찾아와서 하는 소리가 참으로 어이없었는지 혜주는 코웃음을 쳤다. 이미 내가 자신에게 귀띔 한번 안 해주고 그와 밥을 먹었다는 사실에 잔뜩 미간이 찌푸려져 있는 혜주였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것도 그가 아니라 내가 먼저 같이 먹자고 제안을 했다고. 물론 아직 서로에 대해 털어놓았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아니, 이야기하려고 했지. 내게 안쓰러운 그에게 다시 그런 기분이 들지 않게 같이 먹어준다는 당찬 약속을 해버린 것과 니가 걱정했던 대로가 아니라 좋은 쪽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고 말하려 해도 말 한마디 꺼내자마자 소리를 내지르는 혜주 때문에 차마 다 하지 못 하고 다물렸다. 그래도 이 말은 꼭 하고 싶었다. 그런 그녀에게 덜컥 김태형과 여자친구가 헤어졌다는 말을 던졌고 그녀의 반응은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내겐 그게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내가 김태형에게 더 다가가지 못 한 이유에는 나 말고 다른 사랑하는 사람이 그의 옆에 있다는 것 때문이었으니까. 이젠 장애물이 없는 것이다. 내게 아직 완전히 떨어지지 않은 이 증상만 고친다면 정말 확실하게. 

 

 


"그래서. 그래서!" 

"뭘 그래서야." 

"그래서 계속 좋아하시겠다?" 

 

 


혜주가 나를 걱정하는 이유도 그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엔 그에 대해 좋은 쪽으로 얘길 해줘놓고 그가 좋다고 하자 여자친구도 있는 사람을 왜 좋아하냐며 뭐라고 했었다. 그래서 그가 헤어진다면 당연히 혜주 또한 이제 괜찮다고 좋아해도 된다고 해줄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을까. 제 자리에 앉아 진료 소견서 같은 것을 설렁설렁 훑어보다 이내 테이블에 쾅하고 놓고는 박차고 일어나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내가 앉아 있는 소파의 팔걸이에 걸터앉더니 두통이 오는 듯 계속해서 이마에 손을 얹은 채 살짝은 구겨진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그러면 안돼?" 

"어, 안돼." 

"왜." 

"왜 헤어졌다는데. 너 때문이라지?" 

"...." 

"벌써 니 앞에서 바람을, 아니 벌써 여자가 두 번째라며. 너까지 세 번째야!" 

"그래서 뭐...." 

"언제 또 너 버리고 다른 여자 좋다고 할지 누가 아는데!" 

 

 


다다다 나를 몰아세우는 혜주 때문에 괜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고개가 푹 숙여졌다. 뭐, 내가 무슨 잘못을 했어. 그냥 그 남자가 좋을 뿐인데. 그게 그렇게 잘못된 건가. 잠깐 생각은 했었다. 이 남자 혹시 바람둥이는 아닌지. 혜주 말대로 내가 본 여자만 벌써 두 명째. 게다가 그는 다른 이유도 아니고 나 때문에 그녀와 헤어졌다고 했다. 그게 확실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다른 이유라 한다 해도 내가 영향을 아예 주지 않았다고는 말하지 못 할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기도 하고. 그에게 이제 다른 사람이 옆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샌가 내가 그 자리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전엔 아닌 줄 알았는데. 그저 좋아하는 마음만 품다 결국은 시들시들해져 그러다 말 줄 알았다. 내겐 동기가 필요했을 뿐이니까 그런 그를 조금 이용하다 내가 낫게 되면 다른 더 좋은 남자를 찾아 떠날 거라고. 하지만 난 어느 순간부터 그의 여자친구를 신경 쓰고 있었고 그에게 보여지는 내 모습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었다. 김태형과 사귀거나 연인 관계과 되고 싶지 않다고 했던 말은 이제 모두 거짓말이 되어버렸다. 만약 완쾌를 하게 된다면 김태형보다 훨씬 좋은, 나만 좋아해 주는 사람을 찾는다고 했던 말도 결국은 망해버렸다. 난 이미 김태형에게 헤어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고 그저 그에게 계속해서 관심과 사랑을 바라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김태형에게 반한 이유인 그가 자신의 여자친구에게만 보여주었던 눈빛을 가끔 내게도 보여주는 것 같아 그게 그저 좋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바람까지야. 그렇게 말하니까 정말 우리가 뭐 불륜이라도 저지른 것 같잖아. 아님 내가 임자도 있는 남자를 빼앗은 나쁜 년이던가. 실은 아직까지도 우린 아무 사이가 아닌데 말이다. 그와 처음 마주 보고 식사를 한 후로도 우리 사이는 아직 정의 내려지지 않았다. 내가 말한 약속을 착실히 지키며 몇 번을 더 그와 시간을 가졌어도 그는 내가 기대하는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대화를 더 많이 하면서 서로에 대해 더욱 알아가고 있었다. 아, 그의 집에도 가보았다. 이번엔 안에까지 들어갔는데, 결국은 엉덩이 한번 그곳에 못 붙여보고 나와버렸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젠 내가 왜 그러지는 알기 때문에 혹시 내 행동에 김태형이 상처를 받진 않았나 걱정을 하진 않아도 되었다. 

혜주는 여전히 내가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날 왜 못 믿냐.

 

 

 

 

 

 

 

 

 

 

 

[방탄소년단/김태형]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15 | 인스티즈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15 

 

 

 

  

 

 

 

 

 

 


"어떤 연인도 언젠간 헤어지잖아." 

"그러니까 왜 벌써부터 이별을 생각하고 시작해야 하는 건데." 

 

 


말을 잘하는 건지. 아님 정말 맞는 말만 하는 건지. 혜주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보면 내가 다 틀리고 잘못 생각을 하는 것 같아 말문이 턱턱 막혔다. 물론 이럴 땐 친구로서의 충고였다. 내가 만약 환자로 왔다면 그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을 더 주었을 것이다. 이러진 않을까 하고 그냥 건네줄 뿐이지 날 나무라진 않을 거라고. 난 지금 그녀의 공과 사 경계 중 확실히 사에 들어가 있는 중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환자로 올 걸 그랬나 생각도 해본다. 뭐, 그건 내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겠지만. 

역시 혜주가 아무 이유도 없이 나를 걱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그의 여자친구와 똑같은 일을 겪지 않으리라 장담을 못 하기 때문이었다. 맞다. 어쩌면 그와 내가 결국 좋은 관계로 발전을 하더라도 내가 지금까지 봐왔던 김태형처럼 그는 또 다른 여자가 좋다며 날 떠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뭐. 사람은 누구나 이별을 한다. 처음 사귄 사람과 끝까지 하는 사람이 어딨어. 혜주 말대로 처음부터 헤어질 생각을 하고 시작하는 사람은 없지만 말이다. 알고 있지만, 그가 분명 엄청 좋은 사람은 아니란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고 내가 믿는 혜주에게 응원을 받고 싶었다. 그런 질책이 아닌. 나중이 어떻게 될지, 실은 지금 당장도 헷갈리지만 그런 불안한 마음을 위로받고 싶었다. 그래도 혜주가 괜찮을 거라고 말해주면 그나마 좀 편할 듯싶었던 건데 혜주는 내 뜻대로 해주질 않았다. 가뜩이나 김태형도 내 마음대로 해주질 않아 잔뜩 애가 타고 있는데 말이다. 

 

 


"너 왜...! 왜 그렇게 그 사람 싫어하냐!" 

 

 


결국 투정을 부리는 것이다. 그에게도 상처가 있으니 그렇게 미워하지는 말아달라 하고 싶어도 혜주에게 내가 들었던 이야기들을 털어놓을 수도 없었다. 그게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게다가 혜주는 김태형에게 생판 모르는 사람인데 내게 편하고 내가 믿고 있다 해서 마음대로 털어놓을 권리는 없는 것이다. 그런 혜주에게 내가 말할 수 있는 선에서 김태형의 나름 좋은 모습이라 칭할 수 있는 것들만 이야기를 해주어도 그녀의 시선은 여전했다. 대체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거야. 

 

 


"니가 자꾸 뭘 숨기니까." 

"... 내가 뭘...." 

"내가 모를 줄 알았냐?" 

 

 

 

다시 정정한다. 정신과의사를 친구로 두는 것은 절대 좋은 것이 아니다. 아니, 이건 정신과의사를 넘어서 독심술사에 더 가까운 것 같지만. 저럴 때 보면 진심으로 혜주가 무서워진다. 우리 엄마한테도 이렇게는 안 혼났어. 좋은 이야기만 해주었음에도 내가 무언가 자신에게 숨기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벌써 알고 있었나 보다. 예를 들어, 그가 우리 집에 쳐들어왔던 것이나 내게 마음대로 키스를 퍼부었던 것들. 나 그 사람이랑 키스했어, 라니. 속으로만 생각해도 온몸이 마구 떨린다. 딴 건 몰라도 그 얘기라면 절대 내 입으로 들을 수 없을 것이다. 근데 그게 티가 났던 걸까. 단지 말을 안 했다 뿐이지 거짓말은 안 했으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 내 머리와는 달리 내 행동과 표정에서는 그게 티가 났나 보다. 굳이 들려주지 않아도 혜주의 반응이 그려지는 행동들이었기에 말을 해줄 수가 없었다. 처음 그에 대해 털어놓았던 날, 내가 보았던 김태형의 모습으로 혜주는 몇몇 의견을 내주었다. 약간의 집착기가 보이고 마음의 병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김태형의 상처에 관해서 혜주에게 털어놓아도 왠지 좋은 소리가 나올 것 같지는 않았다. 실은 어떤 이야기를 해주어도 좋은 이야기가 나올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숨길 수밖에 없었다. 혜주의 입에서 김태형에 관한 나쁜 이야기가 나오지 않길 바랐고 그녀 또한 김태형에게 나쁜 마음을 가지지 않길 바랐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막았어도 결과는 좋은 쪽으로 나오지 않은 듯했다. 

 

 


"그 남자 때문이라도 니 상태가 나아진 거에 대해서는 좋은 거야. 좋은 건데," 

"그런데...." 

"난 이제 니 증상보다 니가 받을 상처가 더 걱정인 거야." 

"...." 

"사람은 누구나 이별을 하고 상처를 받지. 근데, 넌 왜 그걸 알면서도 시작을 하냐고." 

"...." 

"백배는 아니지만 그래도 몇 배 정도는 괜찮은 사람들이 충분히 있는데 왜 힘든 길을 가려고 하냔 말야." 

"...." 

 

 


제대로 대꾸 한번 못 해보고 입이 곱게 다물렸다. 혜주가 하는 말에는 틀린 것이 하나 없었고 정말로 나를 걱정하는 마음에 한마디씩 뱉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더욱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후-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러게 왜 난 힘든 길을 가려고 하는 걸까.  

 

 


"하... 나도 모르겠다. 니가 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접었다 펼 수 있는 마음도 아니고." 

"...." 

"그냥, 걱정이라고." 

"응...." 

"그리고 내가 모르는 사람이니까 더 걱정돼. 어떤 사람인가 알아야 뭘 맡기든가 하지." 

 

 


나도 아직 그에 대해 자세히 모르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제일 중요한 나에 대한 김태형의 감정도 제대로 모르고 있는데. 이럴 때 보면 우리 엄마보다 더 엄마 같았다. 자기가 뭐라고 맡겨 맡기길. 저런 말을 하는 혜주를 보면 그럴 능력은 없지만 이곳에 한번 데려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겪어본 혜주라면 나에 대한 김태형의 감정도 얼추 뚫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쓸데없는 기대를 하면서. 하지만 이건 뭐, 김태형과 내가 무슨 관계라도 돼야 데려오지 일의 순서가 맞지 않아 답답할 뿐이었다. 이번에도 결국 별다른 수확 없이 혜주에게 잔뜩 혼만 나고 가는 듯했다.

 

 

 

 

 

 

 

 

[방탄소년단/김태형]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15 | 인스티즈 

 

 

 

 

팀장님께서 내게 특급 임무를 내려주셨다. 실은 특급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늘 사무실에만 처박혀 모니터를 상대하던 나에게 처음으로 내려진 바깥공기를 쐴 수 있는 업무였다. 원래 내 파트는 아니었다. 난 그저 윗선에서 클라이언트를 만나고 시안을 가져오면 그것을 토대로 작업을 하는 일을 맡고 있었지 직접 고객을 만난 적은 없었다. 그런 내게 어떻게 이런 일이 떨어졌냐 물으면 이제 슬슬 배워야 할 때도 되지 않았냐, 언제까지 쉬운 업무만 할 거냐며 눈썹을 일렁였다. 날 위해서라는 건지 아니라는 건지. 내가 쉬운 일만 하고 있었구나 오늘에서야 알았다. 사람과 마주하고 대화를 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내겐 거부할 수 있는 선탠권 따위가 없었다. 굳이 못 한다며 다른 사람에게 미루고 싶은 생각도 없긴 했다. 요즘은 그런 것들에 꽤나 익숙해지고 있었으니까. 그건 그거고, 어찌 되었든 처음으로 고객을 직접 마주하고 미팅을 하는 것이라 여간 떨리는 것이 아니었다. 괜히 실수를 해서 우리 부서에 피해가 가진 않을까.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이미 시안은 나왔고 최종본이 나오기 전에 그쪽에서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고 해서 원래 짜 놓은 것에 조금의 수정사항을 주는 것뿐이니까. 이런 이유에서 였는지 쉽든 어렵든 간에 처음 맡는 업무인 만큼 이쪽에 능숙하신 다른 선배와 함께 가야 했지만 팀장은 아니라며 혼자 갔다 오라고 날 떠밀었다. 어쩌면 그분이 남자분이셔서 차라리 혼자가 편할지도 모르겠다 하며 애써 더욱 침착하려 했다. 그럼에도 자꾸 긴장이 되어 이것저것 물어보고 있으면 팀장은 내게 다가와 슬쩍 건네었다. 걱정 말라고. 그쪽에서는 여자분이 나올 것이니 원래 짜논 것도 있고 그저 그분이 말씀하시는 대로 잘 정리해서 가져오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일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내게 믿고 맡겨 주는 거라고. 

 


만발의 준비를 하고 쿵쿵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약속한 장소에 미리 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 땐 이렇게 해야지 저 땐 저렇게 해야지. 자꾸 말라 오는 목에 음료만 벌컥벌컥 들이키고 있으면 그런 내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분명 여자라고 했는데. 

 

 

 

"어...," 

"김아미씨?" 

"아, 네. 처음 뵙겠습니다." 

"김남준이라고 합니다." 

 

 


순간 무슨 상황인가 싶어 눈만 깜빡이고 있다 나를 확인하는 그 사람의 물음에 얼른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건네었다. 제길. 팀장이 분명 여자라고 했는데. 눈앞에 내 이름을 부르며 서있는 사람은 누가 봐도 남자인, 것도 꽤나 매력적으로 생긴 남자였다. 내가 이런 말을 할지는 몰랐지만 사실이었다. 깨끗하다고 해야 하나 깔끔하다고 해야 하나. 무엇이든 쭉 뻗은 기럭지와 뿜어져 나오는 그의 분위기는 그런 말이 나오기에 당연했다. 순간 첫인상은 그러했고 중요한 것은 매력적이든 아니든 그가 남자라는 것이었다. 여지껏 노력해왔던 것도 있고 최근 많이 나아진 것도 있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자리에 앉아 이것저것 서로를 소개하며 잠깐의 인사를 나누면서도 정신이 어디로 나간 듯 말끝을 자꾸 흐렸다. 물론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이라 눈은 마주치지도 못 했고. 

 

 


"무슨 문제라도." 

"아니... 여자분이...." 

"아, 사정이 생겨서. 제가 대신 나왔는데. 혹시 불편하십니까?" 

"아니요...." 

 

 


그런 내가 이상했는지 그쪽에서 먼저 물어왔고 내가 불편한 건 어찌 참아볼 수 있는데 그 사람이 더 걱정이었다. 혹시 내가 하는 행동에 기분이 나빠 계약을 엎어버리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런 마음을 중심으로 딱 잡고 정말 이를 악 물고 미팅을 이어갔던 것 같다. 실수하면 안 된다 주문을 걸어가면서. 그래도 그쪽에서 나온 사람이 꽤나 널널하고 편안하게 대해주어서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내가 정리하기 쉽게 이야기도 해주었고 걱정했던 것보다 착착 순조롭게 돌아가는 것 같았다. 

정신없게 서로 이야기를 늘어놓고 의견을 내놓고 있다 순간 까만 그림자가 일렁이더니 인기척이 느껴져 고개를 들어보면 생각지도 못 한 사람이 서있었다. 

 

 


"김아미." 

"김태형씨?" 

"뭐 해." 

"뭐, 하냐뇨. 일하죠." 

"일?" 

 

 


어떻게 이 사람이 이곳에 있나 정신이 빠져서 멍하니 그를 올려다보며 기계적으로 대답했다. 여긴 어떻게 온 건지 어쩌다가 온 건지. 왜 하필 잔뜩 긴장한 채로 업무를 보고 있을 때 나타난 건지. 내게 말을 건네는 김태형의 표정은 그닥 좋아 보이지 않았다. 나와 김남준이란 그쪽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는데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슬쩍 고개를 내려 김남준을 쳐다보자 뭐냐는 표정으로 김태형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와." 

"김태형씨, 나 지금," 

"나와." 

 

 


어찌나 길었는지 이제 눈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앞머리를 쓸어넘기더니 다짜고짜 내게 나오라고 한다. 순간 그날의 일이 생각나는 것은 왜 일까. 제대로 알지도 못 하면서 내게 아무렇게나 뱉어댔던 그날. 표정 또한 그때와 마찬가지였다. 잔뜩 나있는 화를 누르려는 것인지 주먹은 꽉 쥔 채 부들부들 떨리기까지 했다. 분명 일한다고 말했는데. 그는 또 어떤 오해를 하는 걸까 한숨이 나왔다. 

 

 


"하... 말했잖아요. 나 지금 일하는 중이라고." 

"나오라고." 

"김태형씨." 

"내가 끌고 나가?" 

 

 


이대로 계속 버티고 있자니 끝도 없는 입씨름이 이어질 것 같았다. 지금은 혼자 있는 것도 아니고 고객과 함께 있으며 우리 부서에서도 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내 상황을 설명하며 김태형을 진정시키려 해도 그는 점점 더 열이 오르는 듯 보였지 식으려는 기미가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는 와중에 날 배려한답시고 허락 없이 손목을 낚아채지 않는 모순도 보여주셨다. 

 

 


"죄송합니다. 잠시, 실례 좀." 

 

 


나 또한 슬슬 올라오려는 화를 꾹 누르고 앞에 앉아 턱을 괘며 우리 둘을 번갈아 보고 있는 김남준에게 허리까지 숙여 양해를 구하고 그에게 허락의 끄덕임을 받아 낸 뒤 카페를 나왔다. 카페 창문으로도 혹시 보일까 조금은 더 떨어진 곳으로 걸어와 뒤를 돌면 여전히 표정이 굳어 있는 김태형이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넌 뭐 하는데." 

"말했잖아요. 일하는 중이라고." 

"왜 그걸 저딴 남자 새끼랑 하는 건데."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 

"기분 나빠." 

 

 


후- 자꾸만 한숨이 흘러나왔다. 언제 또 호칭은 남자 새끼로 변해서 잔뜩 치켜뜬 눈으로 날 보고 있는지 그 눈빛은 다시 봐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남자랑 일을 할 수도 있는 거지. 가뜩이나 원래 들었던 말과 다른 사람이 나와서 나까지도 살짝 당황했었는데 결국 김태형의 입에서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내가 뭐 다른 거를 해. 정말 아무런 감정도 없이 일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김태형은 알지도 못 하면서 또 자기 마음대로 나를 오해하려 하고 있었다. 아니, 오해를 한다 쳐도 자기가 뭐라고 화를 내. 그는 여전히 내게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는데 말이다. 몇 번이고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좋다라는 말. 실은 그와 마주하고 있는 지금도 슬쩍 기대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끝내 그의 입에서는 내가 기다리고 있는 말이 아닌 기분이 나쁘다는 엉뚱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럼 그다음으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던 미팅에 갑자기 나타나 망쳐버린 김태형에게 화를 낼 차례였다. 행여 내 증상으로 인해 우리 부서에 피해가 가진 않을까 꽤나 노력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내 노력을 아무 사이도 아닌 김태형이 날려버린 것이다. 

 

 


"이건 내 일이에요." 

"...." 

"처음으로 팀장님이 믿고 맡겨주신 미팅이라고요." 

"...." 

"어쩌면 우리 팀에, 회사에 꽤나 중요한 일인데," 

"...." 

"당신이 그걸 망쳐버린 거라고. 알아요?" 

 

 


뭔가 뉘우치긴 한 건지 아님 화가 조금이라도 가라앉은 건지 그렇게 티가 나진 않았지만 잔뜩 구겨져 있던 그의 표정이 조금은 풀린 듯 보였다. 참도 빠르게 늘어놓은 말들이었다. 김태형을 정리하고 다시 카페 안으로 들어가도 여전히 망쳐있을 미팅 자리가 떠오르자 화가 나서 막 뱉어낸 것 같다. 잔뜩 화가 난 김에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나도 역시 그를 노려보고 싶었다. 마지막 말이 끝나자마자 김태형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고 몇 초 되지도 않았는데 먼저 시선을 치워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은 성공을 거두었다. 

할 말이 없는 것인지 내가 말을 마치고도 김태형은 입을 곱게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변명이라든가, 사과라든가 아무 말이라도 하길 기다리며 마냥 시간을 버리고 있을 수 없었다. 아직 저 안엔 우리 고객이 기다리고 있고 망쳐버린 미팅의 수습은 시작도 하지 못 했다. 여전히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날 뚫어져라 쳐다보는 김태형을 두고 그에게 등을 보이긴 싫었지만 그만 시간을 낭비하고 발을 떼야 했다. 

 

 


"자리 오래 비워두면 안 돼요." 

 

 


그는 날 잡지 않았다. 잡을 수 없던 걸수도 있고. 혹시 나를 다시 잡아 길을 막든 따라오든 할 줄 알았던 내 생각과 달리 김태형은 얌전했다. 다행이라고 해야겠지. 한마디만 던진 뒤 발을 돌려 다시 카페로 돌아오면 문자라도 보내는 것인지 한 손으로 빠르게 손을 놀리고 있는 김남준이 기다리고 있었다. 혹시 기분이 나빠서 미팅이고 뭐고 가버렸나 별 쓸데없는 걱정을 다했다. 

 

 


"죄송합니다. 어렵게 시간 내주셨는데." 

 

 


자리로 가자마자 바로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뱉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었지만 처음 받은 임무이니만큼 별 탈 없이 끝내고 싶었다. 뭐든 간에 실오라기 하나 남기지 않고. 그러니 내 쪽에서 먼저 꼬리를 쭉 내려야 하지 않겠는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두 개의 커다란 회사라는 것이 맺은 계약이라 그렇게 쉽게 물리진 않겠지만 혹시나 하는 우려를 떨쳐내고 싶었다. 나중에라도 나 때문에 다른 피해가 생길지도 모르는 거니까. 

내 목소리가 들리자 그는 바로 핸드폰을 내리고 자세를 고쳐잡아 앉았다. 

 

 


"뭐, 어쩌다 개인적인 사정이 겹칠 수도 있는 거고." 

"죄송합니다." 

 

 


그래도 그의 표정이 그리 나빠 보이진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뒤로 미팅을 어떻게 이어간 건지. 김태형이 나타기 전 노력의 몇 배는 더 곱해서 애를 썼던 것 같다. 또 다른 실수가 생기지 않도록. 다행히 내가 사과를 하고 나서는 그도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고 일에 관한 것만 늘어놓았다.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마무리 정리까지 끝낸 뒤 그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옷맵시를 정리했다. 나는 회사로 가져가기 전 한번 더 정리를 하기 위해 카페에 남아 마지막 검토를 하기로 하고 그를 보내기 위해 따라 몸을 일으켰다. 

 

 


"그럼, 이대로 작업 들어가고 며칠 뒤 최종시안이 나오면 다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저...." 

"혹시 더 할 말이라도 있습니까." 

"저 때문에 기분 나쁘셨던 걸로 이 계약건에 영향이 가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물론 제가 잘못한 부분이고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그건 제 개인적인 일이지 우리 회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인 일은 개인적으로 책임을 묻고 싶지, 우리 회사에까지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합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절대 이런 일 없을 겁니다." 

 

 


아까 사과를 했다 해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자꾸 걸려 결국 입을 열었다. 얼마나 걱정이 되었으면 숨 한번 쉬지 않고 그 긴 말을 한 번에 뱉어낸 게 신기하기도 했다. 고개를 푹 숙인 뒤 슬쩍 들어 그의 반응을 살폈다. 

 

 


"사적인 일을 컨트롤하는 것부터가 공적인 일의 시작입니다. 원래 회사란 게 각 개인이 뭉쳐서 돌아가는 곳이고 이런저런 각자 사적인 것들을 다 끌어온다면 그게 어디 제대로 굴러가겠습니까." 

 

 


턱- 하고 입이 막혔다. 아깐 괜찮아 보이더니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저렇게까지 말하는 것을 보면. 가뜩이나 움츠렸던 몸이 더욱 좁아져 입을 다물고 있으면 김남준은 조금은 삐뚤어진 제 넥타이를 고쳐매고 말을 이어갔다. 

 

 


"아, 물론 이해 못 하는 건 아닙니다. 살다 보면 그런 일도 있는 거고. 이미 성사된 계약을 무를 생각도 없습니다. 난 그쪽의 디자인을 보고 계약을 한 거지 사람을 보고 하진 않았으니까. 단지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을까 봐 그러는 겁니다. 그 사람 부탁도 있었고. 난 꽤 프리한 사람이지만 다음 고객도 이런 일을 그냥 넘어가 준다는 보장은 없지 않습니까?" 

 

 


꼭 자기가 계약을 한 것처럼 말하네. 어차피 자기도 그저 일개 사원이고 주어진 업무에 따르는 것일 텐데. 실은 대화를 하는 도중 너무 디테일하게 나오는 부분들이 의아하기는 했다. 단지 능력이 정말 좋은 사람이구나라고만 생각하고 넘겨버렸는데 다시 고개가 살짝 기우뚱했다. 그 사람 부탁이란 말은 또 뭐고. 이것저것 물어볼 것들이 조금 있었지만 어차피 한번 보고 말 사람이라 생각했다. 일단 이해를 해준다니 그것만 너그럽게 넘어가 주면 난 그저 고맙다. 

 

 


"어쨌건 적어도 오늘 일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다행히 내가 나왔고. 뭐, 내가 나와서 이렇게 된 거 같기는 하지만. 딱 보니까 그 친구가 뭔가 오해를 한 것 같은데." 

"...." 

"하지만 그 친구, 음. 더하면 너무 오지랖일 거 같고." 

"...." 

"수고 많았습니다. 다음에 기회 되면 또 보고." 

 

 


김태형에 대해 뭐라 더 할 말이 있는 듯 보였는데 그는 알아서 끊었다. 그리곤 내게 악수를 청하려는 듯 손을 내밀다 아차 하고 다시 주먹을 쥐어 제 쪽으로 가져갔는데 내가 잘못 본 건가 싶었다. 순간 눈도 한번 크게 떴다가 줄어들었고. 설마 처음 보는 이 남자가 나에 대해 알리도 없으니 내가 잘못 본 게 맞을 거다. 어쨌든 결국 그는 내게 악수를 건네지 않았다. 만약 악수를 하자고 내게 손을 내민다면 어떻게 참고 이 사람의 손을 잡아야 할지 정말 막막했는데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인사로 기회가 되면 또 보자며 살짝 미소를 보이던 그였지만 있는 힘까지 다 몰아서 긴장을 하고 있었던 아까의 시간이 너무 힘들어서 나는 포기하겠다. 

김남준이 먼저 발을 떼는 것을 눈으로 쫓아 그가 나가는 것까지 확인한 뒤 다시 자리에 앉아 늘어놓았던 것들을 정리해 뭐 빼놓은 것이나 잘못 적어놓은 것들이 있는지 한번 쭉 훑어보았다. 저쪽에서 협조를 잘 해준 것도 있었고 처음 한 것치고는 꽤 잘 나온 것 같아 뿌듯해하며 주섬주섬 짐을 챙겼다. 얼른 이 만족스러운 결과물들을 들고 사무실로 복귀하기 위해서. 

타던 목 때문에 전부 마셔버린 에이드 잔을 점원에게 가져다주고 카페를 나섰다. 

 

 


"니가 왜 고개를 숙여. 저 사람이 뭐라고." 

 

 


깜짝이야. 문을 닫자마자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앞에 떡하니 김태형이 서서 밑도 끝도 없이 내게 말을 걸었다. 이젠 화가 다 누그러든 건지 그의 표정은 평소와 같았다. 설마 내가 나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아까의 기세로 봐서는 김남준에게 뭐라도 할 것 같았는데 먼저 나온 김남준에게 시비를 걸진 않았을까 살짝 걱정도 되었다. 그런 그에게 여기서 날 기다린 것이냐 뭐 할 말이라도 있느냐 묻고 싶었지만 괘씸한 마음에 아직 내가 화가 났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고개를 왜 숙이냐니. 내가 왜 그렇게 굽신거렸는데. 날 내려다보고 있는 김태형에게 나 지금 너 미워.란 표정을 한번 지어준 뒤 다른 말없이 그를 지나쳐 걸었다. 그럼 그는 자신을 지나쳐버린 내 뒤를 졸졸 조용히 따라왔다. 

 

 


"아미야." 

"...." 

"아미야." 

"...." 

"화났어?" 

"따라오지 마요." 

"화내지마." 

 

 


아까 내게 나오라며 화를 내던 사람은 어디 갔는지. 그때는 생각도 안 날 정도로 차분해진 목소리를 뒤에 흘렸다. 

 

 


"혹시 나 때문이야?" 

"네." 

"미안해." 

"뭐가 미안해요." 

 

 


여전히 내 뒤를 따르던 그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날 지나쳐 내 앞에서 서더니 발걸음을 딱- 멈추게 막아버렸다. 자기가 뭘 잘못한지는 알까. 내가 뭐 때문에 화가 난지는 알까. 분명 그는 내 일을 그가 망쳐버렸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화를 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벌써 해결이 난 것이고. 김남준에게 자신이 뱉은 말에 대한 책임감이 있다면 별 탈은 없을 것이다. 

 

 


"가다가 니가 보이길래. 너 보려고 얼른 들어갔는데 웬 다른 남자랑 같이 있잖아." 

 

 


거봐, 모르잖아. 그럼에도 내가 아직까지 화를 내는 이유는, 늘 말했듯이 자격에 관한 것이었다. 내가 다른 남자와 있었다는 사실에 제대로 된 정황도 모르면서 무작정 끼어들 정도로 기분이 나빴으면서. 자기가 내 남자친구도 아니면서 그런 거에 왜 화를 냈는지 자신이 그럴 자격은 있는지 그는 생각이라도 해봤을까. 연애 한번 해보지 못 한 내가 제대로 착각을 하고 있었던 건지 그는 내게 자신의 마음을 한번 확인시켜준 적이 없었다. 정말 내가 착각을 하고 있는 걸까. 

 

 


"앞으로 그러지 마요." 

"알았어." 

 

 


알겠다며 엄마에게 혼이 나는 어린아이처럼 표정이 잔뜩 울상이 되어있는 그를 가만히 보다 순간 아이러니한 생각이 스쳤다. 이제 그만 슬슬 포기하고 여전한 우리 관계에 익숙해져야 하는 걸까. 실은 이대로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혜주 말대로 끝을 알고 있으면서 시작을 하는 것보다 이대로 시작을 아예 안 해버리면 끝이 없지 않을까. 물론 그것도 모르는 일이다. 혹시 그럴 수 있다면 그러길 바라고 있을 뿐이지. 그냥 이대로. 더 이상 바라지 말고. 그저 이렇게 보고만 있어도 좋은데. 자격이 있든 없든 내가 나올 때까지 가만히 나를 기다린듯한 그를 보면 마냥 좋은데. 굳이 더 가까워질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그에게 뭔가를 더 기대하는 것은 내게 크나큰 욕심일지도 모른다. 이미 그를 좋아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어쩌면 욕심을 부리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내가 어떻게 누군가를 좋아해. 

 

 


"이제 따라가도 돼?" 

 

 


생각을 좀 더 해보면 힐끔 헛웃음이 나왔다. 내가 누군가의 연인이 된다니. 그 사람은 얼마나 불쌍한 사람일까. 그 사람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내게 묶여 있어야 할까. 함께 데이트를 하기도 어렵다. 서로 몸을 부대끼며 몇 시간을 붙어있기도 힘들다. 하물며 김태형은 자신의 입으로 스킨십을 좋아한다고까지 했는데. 내게 왜 만지는 것을 싫어하냐 물어오며 짓는 그의 표정은 다시 보기 싫은 표정 중 하나였다. 그런 그를 내 옆에 붙여두고 잡아 놀 수 없다. 그건, 내 욕심이다. 아니, 그전에 내가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을 수는 있을까. 

가끔 내게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며 화가 나게 하지만 그냥 이대로가 좋았다. 가끔 함께 마주 보며 밥도 먹고 이렇게 나란히 걷기도 하고. 꼭 그의 마음을 확인하고 내가 바라는 말을 들어야 할까 싶었다.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잘은 모르겠다. 아까까지만 해도 자격 어쩌고 하면서 그의 마음을 확인받고 싶어 했는데. 그게 뭐 중요한 걸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가 날 좋아하는 것도 확실하지 않은데 말이다. 그저 내가 그렇다고 추측을 하고 있을 뿐이지. 나 혼자만 그를 좋아한다고 해서 서운한 마음이 들지도 않는다.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는 내가 돌아보았을 때 내 뒤에 있어주었으니까. 

 

 


"네." 

 

 


지금 받고 있는 김태형의 관심만으로도 난 족하련다. 더 바라지 말고, 서두르지 말고. 

슬쩍 눈치를 보며 내게 따라가도 되냐고 묻는 김태형에게 살짝 웃어주며 고개를 끄덕이자 뭘 잘했다고 그는 씨익 웃어 보였다. 그래, 이대로가 좋다. 

 

 

 

 

 

 

 

 

 

 

 

 

 

 

 


 

암호닉

 

암호닉은 재업이 끝난 뒤 다시 받겠습니다.

 

통통 / 눈부신 / 태태 / 인사이드아웃 / 령아 / 초딩입맛 / 슙디 / 태형오빠 / 군주님 / 민트 / 태태이즈뭔들 / 이현☆ / 똥맛카레 / #RealV / 소녀 / 침을태태 / 김석진 / 거창왕자태태 / 개학전날밤 / 코코팜 / 슙숨 / 공감 / 태태야 / 슈탕 / 두부 / 딸기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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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99.130
호..혹시 첫댓.인가요..???
7년 전
비회원199.130
ㅎㅎㅎㅎ허류ㅠㅠㅜ첫댓 ㅎㅎ 작가님 저 저번에 비회원인데 기다럈다고 한 그 사람인데 ㅠㅠ기억하시랴나요...ㅎㅎ 앞으로도 계속 응원할게요!!!!♡
7년 전
독자1
앞으로 이렇게만 여주가 태형이한테 마음 열고 태형이도 이렇게만 배려해주면서 앞으로 잘됐으면.....
7년 전
독자2
작가님 인사이드아눗이에여!오늘도 글올려주셔서감사해여 사랑해요 ㅋㅋㅋㅋㅋ
7년 전
독자3
아뭔가마음이아픈기분..애매한사이랄까요..뭔가답닺한데 설레고..울여주도 고민도많소생각도망ㅎ겠죠ㅠㅠㅠ 태형아난너의생각을모르곗다 ^^....암튼 오늘도잘읽고가요@
7년 전
독자4
뭔가 마음 아프기도하지만 따라가도 되냐고 막 물어보고 티격태격 거리는게 귀엽기도 하고 나무 재미있어요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5
흑흑 태형이의 집착이 살짝살짝보이네요 과연 여주가 감당할 수 있을지...!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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