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 안됩니다. "
" 왜- 한번만 나가주면 안돼? "
" 안됩니다. 그러다 병세가 더 심각해지시면 "
사실 나가는던 그리 큰 문제가 아니였다. 다만 재환과 자신이 받을 따가운 시선이 걱정되는 것이였다.
장남이 되어가지고는 훗날 집안을 책임져야 할 자가 고작 몸종과 함께 거리구경이나 하는 꼴이아니, 제 아비에게나 아우에게나 세상 사람들에게나 모두 입에 오를 일이 분명했다.
" 응? 안돼? "
" 안돼요. "
" 그럼 … "
재환이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학연을 바라보더니 손짓을 해 가까이불러 귓속말로 속삭였다.
" 하 … 갑시다. "
그렇게 재환이 학연을 끌고 나온곳은 재환의 집 바로 뒤에 있는 작은 언덕이였다.
봄에는 벚꽃이 화사히 피지만 그외에는 주욱 쳐져있는 그저 고목일 뿐인 벚나무가 있는 언덕.
혹여 재환의 옷이 더럽혀 질까 학연이 걸치고 있던 옷을 바닥에 깔고 재환을 앉혔다. 그리고 자신은 나무에 등을 기대어 그저 바람을 느낄 뿐이였다.
" 연아, 앉아. 부담스러워 "
" 서있는게 편합니다 "
" 앉아. "
재환의 말투는 두가지였다. 너무나도 다정하고 순수한 소년의 말투가 있다면, 냉철하고 똑부러진 사내의 말투가 툭툭 나와 학연을 놀라게하곤 했었다.
학연이 옷을 한번 툭툭털고 재환의 옆에서 조금 떨어진곳에 앉아 괜히 저멀리 있는 산을 바라보았다.
" 연아 "
" 말씀하세요 "
" 여기, 내년 봄에도 너랑 같이 왔으면 좋겠다. "
" 오면 되지않습니까 "
" 봄엔 저 산의 단풍보다 예쁜 벚꽃이 여기 피어있을텐데 "
" ……. "
" 그럼 니 시선이 저곳이 아닌 여기에 와있을텐데 말이야 "
단풍을 바라보는 재환의 눈빛이 그 누구보다 서글펐다. 그의 뒤에서 후두두둑 떨어지는 낙엽마저 서글프고 외로워보였다.
" 학연아 "
학연이 재환을 바라보기가 무섭게 재환이 학연에게 입을 맞추었다. 재환과의 입맞춤은 혐오감같은것은 느껴지지않는 따뜻함이였다.
" 니가 좋아지면 안돼는데 "
" ……. "
" 왜 좋은지 모르겠어. "
" ……. "
" 너가 이홍빈이랑 따로 만났을때도, 난 그냥 니가 좋았어. "
" 저기 … "
" 너도, 나 좋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