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디어, 곁으로 가는구나."
학연이 숨을 정리하고 마지막 말을 뱉은채, 그렇게 까만 눈을 감았다.
21년. 짧지도, 그렇다고 길지도 않은 생애.
벚꽃처럼 화사한 분홍빛으로 피었다 진 학연은, 조용히 자신의 마지막 꽃잎을 흩날리고 있다.
#1
" 너는, 이름이 뭐야? "
" 네? "
" 이름. 없어? "
" ……. "
" 내가 지어줄까? "
마당을 쓸던 그 사내가 마루위에 앉아 있는 재환을 조용히 올려다 보았다. 아무 말 없었지만, 분명 그 사내의 깊고 영롱한 듯한 눈매가 대답해주고 있었다.
" 연이, 어때? 학연 "
" 다른 뜻이, 있습니까? "
" 아니? 그냥 연날리기가 하고싶어서. "
" ……. "
" 어찌 노비따위가 이름에 뜻까지 바라는게야. 그건 네가 바라는게 많은 것이다. "
" …… "
" 마음에 들어? "
학연.
학연이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은채 고개를 끄덕였다.
학연이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백번을 다시 태어난다해도 태어날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높은 집안의 장남이 재환이였다.
동생과는 달리 워낙 성격도 여리고 어려서부터 몸이 허약해 꼭 한달에 몇번씩은 늘 감기와 기침을 몸에 달고 살으니, 제 동무들이 뛰놀적에 자신은 방에 틀어박혀 서책 읽는것이 취미가 되어 버렸고, 아무리 학식이 높다고 한들 아버지마저 재환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자식이라고 내팽겨쳐 놓으니 이미 출세는 재환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딱 그 해였다. 재환이 스물하나, 학연이 스물이 되던 해. 그 해는, 적어도 그 둘에겐 잊을 수 없는 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