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제가 여우신부 초본을 가지고 왔답니다
(분위기 정반대 주의)
여우신부 초본아닌 초본 |
있잖아
이 세상에 사람으로 변하는 여우가 있다고 한다면
믿을 거야?
"할아버지~"
"어이구 내새끼~ 오느라 피곤하진 않았누?"
"응, 비행기에서 자서 안피곤해"
"얼른 들어가자"
10년만인가.
어렸을 때 쭈욱 캐나다에 살다가 10살 즈음에 아빠를 따라 한국으로 갔다.
하지만 갑작스런 사고로 아빠가 돌아가셨고 스무살이 된 지금 캐나다에서 학업을 이어가기 위해 다시 이곳으로 왔다.
캐나다의 한적한 시골은 언제봐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할아버지 나 자전거타고 와도 돼?"
"그래그래 할애비가 음식 만들 동안 한 바퀴 돌고 와"
나는 마당에 있는 낡은 자전거 하나를 꺼내 가볍게 올라탔다.
브레이크가 삐걱거리는 게 거슬리긴 했지만 뭐 조심해서 타면 되겠지
그때,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시선의 근원을 찾아 주변을 둘러보니
그 시선의 주인공은 다름이 아닌 앞집에 있는 동양인 남자였다.
"...."
여기도 이렇게 젊은 사람이 살았었나?
끝까지 눈을 피하지 않는 남자 때문에 민망해진 나는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아, 빨리 출발이나 해야지
페달을 부드럽게 밟자 체인이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앞으로 나아갔다.
한국과 달리 웅장한 나무들이 더 이국적인 풍경을 만드는 것 같았다.
옷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의 느낌이 좋았다.
여기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구나
저긴 어디지?
포장도로 옆구리에 새어있는 비포장길에 호기심이 생긴 나는 핸들을 꺾어 비포장길로 들어갔다.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가득해지는 풀내음에 정신을 팔렸을 때
달리는 자전거 앞으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엄마야!!"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은 탓인지 자전거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돌에 쓸린 건지 무릎에 피가 고였다.
"으... 따갑다."
아까 튀어나온 동물는 금새 도망친 건지 이미 내 눈앞에 사라진지 오래였다.
다시 자전거에 올라타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고 있는데 비포장길이라 그런지 경사가 별로 높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조금 위험했다.
딸깍-
어?
딸깍- 딸깍-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았다. 아까 자전거가 넘어지면서 브레이크가 아예 망가진 것 같았다.
점점 붙는 속도에 어쩔 줄 몰라할 때 눈 앞에 큰 돌이 보였다.
그 돌을 봤을 땐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듬과 동시에 누군가 나를 낚아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를 끌어안고 몸을 돌려 바닥에 대신 깔렸다.
내 무게까지 합치면 그 충격은 더욱 컸을 것이다.
소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자전거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나는 다치지 않았다.
누군가가 나를 구해준 덕분에
"Are you okay? Are you all right?"
나는 벌떡 일어나 나를 구해준 남자를 살피며 말했다.
얼굴이 낯이 익은데 익숙한 얼굴을 보며 기억을 더듬어보자 아까 나를 쳐다봤던 앞집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자는 어깨가 아픈지 어깨를 잡고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어떡해 설마 크게 다친 건 아니겠지?
"....괜찮아요"
"어? 한국인이세요? 어디 다치진 않았어요? 등 봐봐요. 네?"
"저는 괜찮은데, 여기 피나는데요...?"
그가 가리킨 곳은 내 무릎이었다.
아까 쓸린 곳이 또 쓸렸는지 상처가 벌어저 피가 흘렀다.
"아... 괜찮아요! 정말 다친 데 없죠?"
"네, 저보다는 저게 더 다친 것 같은데"
그의 시선을 따라가자 처량하게 넘어져 있는 자전거가 보였다. 저거 할아버지 자전건데...
툭-
"어?"
갑자기 머리 위에 빗방울 하나가 떨어졌다.
그것도 잠시 엄청난 양의 비가 우수수 쏟아지기 시작했다.
"여기 근처에 제 창고가 있는데 거기서 잠깐 비 좀 피하고 갈래요?"
"창고요?"
"아, 창고라고 하면 조금 그런가... 창고긴 한데 자동차 고치고 오토바이 고치고 그런 곳이에요. 잘 꾸며놔서 쉴 곳도 있고"
"아..."
"그쪽 자전거도 고쳐줄게요. 가실래요?"
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내 앞에 등을 보이고 쪼그려 앉았다.
나는 그의 행동을 멍하니 지켜볼 뿐이었다.
"뭐해요, 얼른 업혀요. 비 계속 맞을래요?"
"어... 괜찮은데"
나는 얼떨결에 그의 등에 엉거주춤 올라탔다.
그는 등에 업힌 나에게 허리춤에 묶어놓은 옷을 벗어 내 등에 덮어줬다.
한 손으로는 나를 받치고 한 손으로는 자전거를 드는데 전혀 힘든 기색이 없었다. 비를 잔뜩 맞았지만 그의 따뜻한 체온 덕분에 춥지만은 않았다.
그에게 업혀 도착한 창고는 생각보다 근사했다. 창고 안에는 여러 오토바이와 장비들이 가득했고 쉴 수 있는 쇼파 같은 것도 있었다.
"이거 두르고 있어요"
그는 큰 담요를 내 어깨에 둘렀다. 머리엔 수건 하나를 얹어놓고 구석에 있던 장작을 갖고와 불을 지피는 그였다.
비가 언제 그치려나...
그런데
이 남자 아까부터 왜 이렇게 쳐다보는 거야
건너편에 앉은 남자는 턱을 괴고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
차마 그쪽을 쳐다보진 못하고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장작만 바라봤다.
"ㅋ,큼 아까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원래 말이 없으신가봐요"
"아... 네"
그는 미지근한 대답을 던지졌지만 시선은 여전히 나에게 향해있었다.
"....신부야"
"근데 창고 되게 잘 꾸몄... 네?"
"나 기억 안나?"
"누구..."
"우리 어렸을 땐 꽤 친했는데"
"....어?"
"....섭섭하네"
"박지민...?"
그렇다. 그는 내 기억 속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유일한 어릴 적 친구, 박지민이었다.
"여전히 예쁘네 너는"
나를 바라보는 그의 두 뺨이 붉게 물든 것처럼 보이는 건 단순히 내 착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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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이게 바로 여우신부의 초본 스토리었답니다!!
아련아련 칌칌의 짝사랑...ㅠ
이후 이야기도 계속 지민이가 아련하게 신부를 짝사랑하는 스토리로 내용을 구상했었어요!
뭔가 분위기가 정반대죠?
제목도 미정상태였고
여기서 지민이는 영원히 사는 존재가 아니라 200년? 그만큼 사는 존재로 설정했었어요!
인간의 속도로 성장하다가 성인이 되면 그 상태로 쭈욱 사는 거죠!!
제가 트와일라잇 제이콥을 보고 뿅가서 영감을 얻었답니다!!
제이콥처럼 할아버지 친구의 손자컨셉
이후에 전반적인 스토리를 갈아업고 제가 컴퓨터에 저장해놓은 이야기와 짬뽕했죠 ㅎㅎ
그냥 애절한 여우침침이라는 소재만 따왔다고 하면 되려나..
아무튼!!
댓글에 초본 이야기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갖고 왔어요!!
8화 안가져왔다고 미워하지 않기!!!